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39)
239화
가아앙!
기이한 굉음이 NSSC 본부에 울려 퍼졌다.
“뭐지?”
NSSC 본부를 지키고 있던 각성자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순간 결계를 담당하는 각성자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외부에서 결계를 해제하고 있어.”
“뭐?”
“그게 가능한 거야?”
각성자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정문을 노려봤다.
강제로 결계를 해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NSSC 본부처럼 강력한 결계를 해제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웠다.
“하필 이 시간에 처들어오다니. 설마 노린 건가?”
대부분의 전력이 테러 때문에 출동한 상황이었다.
NSSC에 남아 있는 각성자의 수는 겨우 십여 명 정도에 불과했다.
쾅!
그 순간 폭음과 함께 NSSC에 펼쳐져 있던 결계가 산산이 부서졌다.
“크윽!”
결계를 담당하던 각성자가 큰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
그 순간 정문으로 페가수스 공략대의 각성자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너희들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씨발!”
NSSC 각성자들이 침입자들에 용감히 맞서 싸웠다.
그들은 비장의 스킬을 쏟아 내며 어떻게든 침입자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해일처럼 밀려드는 엄청난 수의 각성자들에게 힘없이 쓸려 나갔다.
“크악!”
“사, 살려 줘!”
그들의 처절한 비명도 금세 묻혀 사라졌다.
순식간에 NSSC 각성자들을 정리한 페가수스 공략대 각성자들이 지하로 향했다.
브론슨이 외쳤다.
“삼십 분이다. 공략팀과 구조팀은 제온을 죽이고, 탐사팀은 모든 증거를 지워라.”
“예!”
페가수스 공략대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제온을 죽이는 것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증거를 남기지 않아야 했다.
페가수스 공략대가 NSSC 본부에 쳐들어왔다는 사실을 시청이 알게 되면 분명 보복이 들어올 것이다.
꼼꼼하게 증거를 지워 시청이 개입할 여지를 차단해야 했다.
탐사팀은 흔적을 찾는 데 익숙한 자들이었다.
미세한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반대로 조그만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지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탐사팀이 흔적을 지우는 작업을 시작했고, 브론슨이 공략팀과 구조팀을 이끌고 지하로 진입했다.
금속성 질감의 새하얀 벽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모래는커녕 먼지 한 톨 보이지 않았다.
클린룸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풍경이었다.
단지 입구에 들어온 것뿐이었는데 마나가 굳어 움직이지 않는다. 벽 전체에 마나를 제어하는 술식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대비도 되어 있었다.
“전원 마나 제어 팔찌를 작동시켜라.”
침입자들의 팔목에는 하나같이 단순한 형태의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외부의 결계나 술식이 착장자의 마나에 간섭하는 것을 막아 주는 장치였다.
이 팔찌를 차고 있으면 클린룸에서도 마음껏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각성자들은 순식간에 NSSC 감옥 제일 깊은 곳에 도달했다.
공기가 서늘했다.
숨이 턱 막힐 것처럼 무거운 기운이 복도 전체에 퍼져 있었다.
각성자들의 시야에 복도 마지막 방이 들어왔다.
“저곳이다.”
“문을 파괴해.”
쾅!
폭음과 함께 문이 터져 나간다.
각성자들이 우르르 방 안으로 몰려 들어갔다.
순간 그들의 얼굴에 당혹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없어?”
“뭐야? 왜 비어 있는 거야?”
문짝이 부서진 감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그들이 예상했던 것과 다른 풍경에 각성자들은 혼란스러워했다.
“무슨 일이야?”
뒤쪽에서 느긋하게 따라온 브론슨이 각성자들을 헤치고 감방 안으로 들어왔다.
감방 안을 확인한 그의 얼굴도 다른 각성자들과 비슷하게 변했다.
“제온 어딨어? 왜 보이지 않는 거야?”
“그게…….”
각성자들이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였다.
끼이익!
복도 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복도 초입을 향했다. 그들이 지나쳐온 곳이었다.
복도 첫 번째 감방 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밖으로 나왔다.
제온과 엘로이였다.
브론슨이 인상을 썼다.
“뭐야? 왜 거기서 나와? NSSC에서 감방을 옮긴 건가?”
“그냥 이쪽이 당신들을 상대하기 편할 것 같아서 저희들 마음대로 옮겼습니다.”
“씨발! 갇혀 있는 놈이 그게 가능해? 마나도 쓰지 못하는 주제에…….”
“혼자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이런저런 잡기술 좀 많이 익혔습니다. 이 정도 문 여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제온의 대답에 브론슨의 인상이 더욱 구겨졌다.
“방을 제멋대로 옮겼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늘 너는 죽는다. 이곳에서…….”
“왜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까? 마지막 방에 있으면 우리가 포위된 거고, 이 방에 있으면 우리가 포위한 건데.”
“포위?”
“관점을 바꿔 보십시오. 당신들이 우리를 포위한 건지, 우리가 당신들을 포위한 건지. 저는 후자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 봤자 마나도 쓰지 못하는 반푼이 주제에 뭘 하겠다는 거냐? 놈을 죽여라.”
브론슨의 명령에 각성자들이 제온과 엘로이를 공격했다.
“죽여!”
“우와아!”
괴성을 지르며 제온과 엘로이에게 달려오는 각성자들.
제온이 그들에게 걸음을 옮기며 중얼거렸다.
“기본을 모르는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 자가 결국은 전투를 지배하는 것을.”
각성했다고 다 같은 각성자가 아니다.
진짜로 싸움을 할 줄 아는 자는 유리한 고지를 파악하고 선점한다.
NSSC의 감방은 긴 복도에 좌우로 감방이 존재하는 구조였다.
복도가 좁고 길다.
성인 남성 두세 명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면 꽉 낄 수밖에 없었다.
수백 명이 떼거리로 몰려와도 결국 앞 열의 두세 명만 상대하면 되는 것이다.
마지막 방에 그대로 있었다면 계속 밀려오는 적들에게 몰릴 수밖에 없지만, 이곳처럼 초입이라면 오히려 적들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
이지령이 나간 직후 제온이 문을 따고 방을 옮긴 것도 그 때문이었다.
제온이 문을 땄을 때 엘로이가 얼마나 황당한 표정을 지었는지 저들은 모를 것이다.
“개새끼들아! 어디 신나게 놀아 보자.”
엘로이가 맨주먹으로 각성자들에게 뛰어들었다.
마나를 쓸 수 없었지만, 엘로이는 몸을 던지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공간은 한정적이고, 쓸 수 있는 스킬도 한정적이다.
마법계 각성자들은 동료들이 휘말릴 수 있기에 쉽게 공격할 수 없다.
결국 무투계 각성자들이 선두에 서야 한다.
무기와 마나를 쓸 수 없어도 엘로이는 강했다.
엘프와 인간의 혼혈로 태어났기에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치열하게 육체를 단련했다.
그녀는 온몸이 무기였다.
콰직!
“컥!”
엘로이의 팔꿈치가 선두에서 달려오던 각성자의 코뼈를 박살 냈다.
신음과 함께 무너지는 각성자.
엘로이가 마나를 쓰지 못한다고 우습게 보다가 불의의 일격을 허용한 것이다.
엘로이가 쓰러지는 각성자의 팔목을 낚아채 비틀었다.
뿌드득!
“으아악!”
섬뜩한 파열음과 함께 각성자의 팔뚝이 부러졌다.
덜렁거리는 팔뚝에서 마나 제어 팔찌를 빼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철컥!
“좋네!”
엘로이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돌덩이처럼 굳어 있던 마나가 이제야 제대로 온몸을 휘돈다.
봉인되었던 힘이 돌아왔다.
더 거칠 것이 없었다.
“이야아!”
엘로이가 괴성을 내지르며 각성자들을 공격했다.
콰직!
퍽!
격렬한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그녀의 강력한 주먹질에 무투계 각성자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그렇다고 그녀가 무사한 것은 아니었다.
쾅! 퍼억!
무수히 많은 주먹과 스킬 들이 그녀의 전신에 작렬했다. 그래도 그녀는 쓰러지지 않고 버텼다.
엘로이는 독종이었다.
어지간한 고통 따윈 웃으며 견딜 수 있었다.
제온과 함께 사막을 횡단하면서 그녀의 의지는 더욱 강해졌다.
검이나 창 같은 냉병기는 회피하고, 힘이 실리지 않은 주먹질은 맞아 준다. 그 대가로 적에게 착실히 공격을 돌려준다.
“크억!”
“씨발! 밀리지 마. 상대는 겨우 두 명이라고.”
“밀어붙여.”
수백 명의 각성자들이 분노했지만, 복도는 비좁았고 한 번에 공격할 수 있는 사람은 겨우 두세 명에 불과했다.
그렇게 공격해 오는 이들은 엘로이의 공격에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하지만 엘로이 혼자서 모든 이들을 쓰러트릴 수는 없었다.
엘로이의 저지선을 뚫고 제온에게 접근하는 각성자들이 속출했다.
“개새끼!”
“너만 죽이면 돼.”
“이야아!”
그들이 아귀처럼 제온에게 달려들었다.
쾅!
선두의 각성자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날아갔다.
제온의 오른 주먹이 복부에 작렬한 것이다.
마나를 사용하지 못해도 제온은 강했다.
데이오든에게 단련된 그의 육체는 마나를 쓰지 않아도 어지간한 무투계 각성자 이상이었다.
제온과 각성자들의 싸움에 피가 튀기고 살이 찢어진다.
근육이 파열되고 뼈가 부러져 쓰러지는 자가 속출했다.
오랜만에 경험하는 날것 그대로의 싸움.
제온은 굳이 쓰러진 각성자에게서 마나 제어 팔찌를 빼앗지 않았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제온은 마치 싸움에 미친 사람처럼 순수한 격투술만으로 공격해 오는 각성자들을 상대했다.
“으악!”
“개새끼! 제발 죽어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는 각성자의 멱살을 잡아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았다.
쾅!
폭음과 함께 머리부터 처박힌 각성자.
두 다리를 잠시 파르르 떨다가 잠잠해졌다.
숨이 끊어진 것이다.
제온의 격투술은 무섭도록 효율적이었다.
수십 명이나 되는 각성자를 쓰러트렸지만, 호흡 하나 거칠어지지 않았다.
콰앙!
그런 제온의 전신에 커다란 불덩이가 작렬했다.
“크악!”
“억!”
제온을 공격하던 무투계 각성자들이 불꽃에 휩싸여 비명을 질렀다. 제온을 노린 마법계 각성자들의 공격에 휘말린 것이다.
무투계 각성자들 몸에 붙은 불은 꺼지지 않고 활활 타올랐다.
불붙은 각성자들은 바닥을 나뒹굴며 비명을 질렀다. 반면 정통으로 얻어맞은 제온은 멀쩡했다.
“어떻게?”
화염구를 날린 각성자가 입을 떡 벌렸다.
제온의 전신 어디에도 그을린 흔적 하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 마나를 쓸 수 없을 텐데?”
“누가 그래요? 마나를 못 쓴다고?”
“아니, 마나 구속구를 차고 있으니까…….”
각성자가 자신도 모르게 대답했다.
제온이 초열의 건틀렛 위에 차고 있는 마나 구속구를 흔들며 웃었다.
“아, 이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마나 구속구를 채워 놨으니, 마나를 쓰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지도 몰랐다.
파스스!
그 순간 제온을 구속하던 마나 구속구가 먼지가 되어 부서졌다.
마나 구속구의 핵심 재료는 드래곤 본이었다.
미량의 드래곤 본으로 드래곤의 눈이 박힌 초열의 건틀렛을 제어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멀리서 제온을 본 브론슨이 분노했다.
“우리를 속였구나.”
“네! 그래서요?”
“비겁한…….”
제온이 슬쩍 웃었다.
전투에서 비겁하다는 말은 최고의 찬사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