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40)
240화
애초 마나 구속구 따위로 제온의 마나를 구속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꼭 마나 구속구가 드래곤 본을 재료로 만들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제온의 마나 양이 마나 구속구로 제어할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기 때문도 아니다.
답은 정밀한 마나의 운용이었다.
손에 마나 구속구가 채워진 그 순간 그쪽으로 가던 마나의 흐름을 끊었다.
마나 구속구가 아예 흐름에 간섭할 수 없도록 원천 차단한 것이다.
네오 서울의 그 어떤 각성자도 이런 방법이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안다고 해서 아무나 쓸 수 있는 방법도 아니었다.
오직 제온만이 쓸 수 있는 수법이었다.
NSSC의 감옥도 마찬가지였다.
감옥 전체를 특수한 금속과 마법으로 도배해 마나의 유입이 원천 차단된다지만 체내에 보유하고 있는 마나까지 어쩌지는 못한다.
화르륵!
제온의 등 뒤로 수많은 불덩이가 떠올랐다.
즐겨 사용하는 파이어 미사일이었다.
파이어 미사일 하나하나의 위력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수가 수십 개를 넘어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물며 이곳은 피할 곳이 없는 좁은 복도였다.
적들은 제온을 함정으로 몰아넣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이곳은 제온에게 최적의 전장이었다.
“가라!”
슈슈슈!
제온의 의지에 파이어 미사일 수십 발이 페가수스 공략대 각성자들에게 쏘아졌다.
“제기랄!”
“막아!”
퍼버버벙!
각성자들이 무기를 휘두르거나 스킬을 펼쳐 전신을 보호했다.
그 때문에 희생자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제온은 실망하지 않았다.
파이어 미사일을 쉴 새 없이 날릴 수 있을 정도로 마나가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원한다면 온종일 파이어 미사일만 날릴 수도 있었다.
실제로 제온은 그렇게 했다.
슈슈슈슈슈!
수십 발의 파이어 미사일이 연거푸 발사됐다.
파이어 미사일이 각성자들에게 적중하기도 전에 세 번째 파이어 미사일 세례를 퍼부었다.
적들이 물량 공세로 쳐들어왔으니 이쪽도 물량 공세로 대응한다.
콰콰콰쾅!
연신 폭음이 울려 퍼졌다.
‘씨발! 뭐가 이렇게 빨라?’
‘반격할 타이밍을 못 잡겠어.’
압도적인 물량 공세에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속도마저 빠르다.
“크악!”
“억!”
결국 희생자가 속출했다.
파이어 미사일 하나를 막으면 둘, 셋이 날아오니 허우적거리다가 속절없이 얻어맞는 것이다.
“개새끼가…….”
“너만은 꼭 죽인다.”
악에 받친 무투계 각성자들이 피해를 감수하고 제온에게 접근하려 했다. 하지만 그들의 시도는 대부분 엘로이에 의해 무위로 돌아갔다.
“씨벌 새끼들이 어디를 지나가려고.”
처음에만 몇 명 통과시켰지, 그다음부터는 철벽이 되어 제온의 앞을 지켰다.
덕분에 제온은 각성자들의 공세를 신경 쓰지 않고 파이어 미사일 세례를 퍼부을 수 있었다.
페가수스 공략대 각성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막고, 또 막아도, 끝없이 날아오는 파이어 미사일.
마치 불지옥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실제로 실내의 공기는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가공할 열기에 질식해 쓰러지는 자가 나올 정도였다.
“쓸모없는……. 모두 비켜라.”
그 순간 브론슨이 부하들을 밀치며 앞으로 나왔다.
부하들의 희생과 무능력함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였다.
퍼버버벙!
그의 전신에 파이어 미사일이 격중했다. 하지만 그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이 정도 하급 스킬은 그의 피부에 생채기조차 낼 수 없었다.
브론슨은 B급 무투가였다.
페가수스라는 거대 공략팀의 팀장을 맡기엔 약간은 부족한 스펙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브론슨을 우습게 보지 못하는 것은 그의 특별한 각성 능력 때문이었다.
브론슨의 눈이 핏빛으로 변했다.
광기와 살의가 가득한 눈빛에 페가수스 공략대 각성자들마저 두려움을 느꼈을 정도였다.
제온은 한눈에 브론슨의 각성 능력을 알아차렸다.
“광전사인가?”
분노와 고통을 자양분 삼아 잠력을 일거에 폭발시키는 자들.
각성 능력을 펼치는 동안엔 고통도 느끼지 않고, 힘이 몇 배나 증폭한다.
“목을 뽑아 주마.”
브론슨이 광기에 찬 외침을 터트리며 달려들었다.
“어딜?”
엘로이가 브론슨을 막으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무기인 미친 구미호는 압수당했고, 체급 차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덩치는 그 자체로 흉기나 다름없었다.
브론슨은 마치 거대한 들소처럼 엘로이를 처박았다.
쾅!
폭음과 함께 엘로이의 몸이 뒤로 훌훌 날아갔다.
그나마 격돌하는 순간 힘을 최대한 빼서 충격을 줄였는데도 온몸이 부서질 것처럼 아팠다.
엄청난 파괴력이었다.
순식간에 엘로이를 돌파한 브론슨이 제온 코앞까지 쇄도했다.
브론슨의 거대한 주먹이 투석기에서 발사된 바위처럼 쏘아졌다.
“뒈져랏!”
쾅!
제온이 양팔을 교차해 그의 주먹을 막았다.
엄청난 파괴력에 뒤로 주르륵 밀려나는 제온. 하지만 그의 얼굴엔 당혹스러운 기색 따윈 떠올라 있지 않았다.
그런 그를 향해 브론슨의 다음 공격이 날아왔다.
“응징의 철퇴!”
브론슨 고유의 스킬이었다.
거대한 주먹 자체가 철퇴나 마찬가지였다.
거기에 광전사 특유의 단단한 마나가 주입되면 거대한 마수 대가리도 단숨에 부숴 버릴 정도의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제온은 그의 공격을 순순히 맞아 줄 생각이 없었다.
“파이어 레인!”
순간 불비가 유성처럼 날아가 브론슨에게 격중했다.
퍼버버버벙!
초고열의 화염이 브론슨을 뒤덮었다.
보통 각성자였다면 뼛가루 하나 남기지 않고 태워 버릴 정도로 강력한 불길이었다.
푸화학!
“크하핫!”
하지만 브론슨에겐 어떤 고통도 주지 못한 듯했다.
그가 화염을 뚫고 나온 것이다.
곧장 제온에게 접근한 브론슨이 통나무처럼 굵은 두 팔로 제온의 허리를 조였다.
마치 거대한 뱀이 조이는 것처럼 엄청난 압력이 제온의 허리에 집중됐다.
브론슨이 제온의 허리를 조이며 말했다.
“너는 아무것도 아니다. 모래를 쓸 수 없는 네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너는 오늘 이곳에서 죽는다. 바로 내 손에…….”
뚜두둑!
제온의 허리에서 뼈 부딪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런데도 제온의 얼굴엔 어떤 변화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브론슨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브론슨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온이 입을 열었다.
“당신들은 꼭 그렇게 착각하더라구요. 이쪽에서 허점을 보여 주면 상황을 자신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뭐?”
턱!
그 순간 제온이 오른 손바닥으로 브론슨의 얼굴을 잡았다.
워낙 얼굴이 커서 제온의 손은 브론슨의 얼굴 절반도 덥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화르륵!
제온의 손바닥에서 화염이 일어났다.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초고열의 화염이었다.
백색의 불길은 브론슨의 안구를 태우고 체내로 침투했다.
“크아악!”
브론슨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가 제온을 조이던 팔을 풀고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온이 놔주지 않았다.
두 다리로 브론슨의 허리를 휘감은 것이다.
브론슨이 바닥을 나뒹굴며 소리쳤다.
“씨발! 떨어져. 괴물아!”
“모래를 쓸 수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면서요?”
“으아악!”
백색 화염은 브론슨의 안구를 통해 뇌까지 태우고 있었다.
메케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고기 타는 냄새에 근처에 있던 각성자들이 모두 몸서리를 쳤다.
그제야 그들은 큰 착각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온이 모래술사라서 강한 게 아니라 원래 그라는 인간이 강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모래를 쓸 수 없는 클린룸이라면 제온을 쉽게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모래를 쓰지 않아도, 초열의 건틀렛을 봉인 당해도 제온은 강했다.
페가수스 공략대 수백 명이 동원되어 겨우 던전 하나를 공략할 때, 제온은 홀로 수많은 던전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셀 수 없이 많은 마수와 사투를 벌이고, 그의 목숨을 노리는 인간들과 맞서 싸웠다.
그렇게 켜켜이 쌓인 경험과 육체 능력은 여타 각성자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월등했다.
“으으으!”
“미친! 저게 말이 돼?”
겁 없이 제온에게 달려들던 각성자들의 얼굴에 공포의 빛이 떠올랐다.
그제야 제온이 자신들과 궤를 달리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감당할 수 없는 공포가 해일처럼 밀려와 신경을 마비시켰다.
마치 뱀 앞에 선 개구리처럼 원초적인 공포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잠시 그들을 바라보던 제온이 계단으로 걸음을 옮겼다.
더 이상 제온에게 달려드는 자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도 깨달은 것이다.
제온이 마음먹었으면 이 비좁은 복도를 불바다로 만들어 모조리 불태워 버릴 수 있었음을 말이다. 그랬으면 지금 복도에 들어온 페가수스 공략대 각성자들은 모조리 불에 타 죽었을 것이다.
“카악! 퉤! 꼴좋다. 병신 새끼들.”
엘로이가 가래침을 뱉으며 그들을 비웃었다. 그런데도 누구 한 명 그녀에게 달려들지 못했다.
제온의 가공할 기세에 완전히 짓눌린 것이다.
화르륵!
제온이 떠난 후 브론슨의 시신이 백색의 불길에 완전히 휩싸였다. 하지만 누구 한 명 다가가 끌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제기랄!”
***
쿵!
둔중한 소리와 함께 1층 로비로 통하는 문이 열렸다.
문밖으로 나오던 제온과 엘로이의 걸음이 딱 멈췄다.
로비에 가득한 각성자들 때문이었다.
그 중심에 이지령이 있었다.
제온을 발견한 이지령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마치 못 볼 것을 본 반응이었다.
“제온! 네가 어떻게?”
“역시 여기 있었군요.”
“브론슨은 어떻게 되었느냐?”
“어떻게 되었을 것 같습니까?”
“내가 병신 같은 질문을 했군.”
“병신 같은 선택도 했죠.”
“나는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이지령은 스스로를 사자라고 생각했다.
우두머리 수사자는 물러서지도, 후회하지도 않는다.
한번 먹잇감으로 생각하면 물고 놓지 않는다.
다른 동물에겐 잔인해 보여도, 그것이 동족을 지키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순수한 사자는 멸종해 사라졌지만, 이지령은 자신의 영혼 속에 살아 있다고 믿었다.
이지령이 제온에게 걸어가며 말했다.
“될 수 있으면 조용히 처리하려 했다. 순순히 죽어 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누가 그렇게 자신의 목숨을 쉽게 포기할까요?”
“차라리 그 안에서 죽었으면 편했을 텐데.”
“벌써 죽은 사람 취급하지 마시죠.”
“너는 이미 죽은 목숨이다.”
“제가 모래를 쓸 수 없어서요?”
“아공간에 모래를 담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정도 양으로는 절대 나를 이길 수 없다.”
제온이 사막에서 강한 것은 무한대의 모래를 공급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항마력과 방어 마법진, 결계로 도배된 네오 서울이었다.
비록 클린룸만큼은 아니지만, 모래가 들어올 구석이 거의 없는 것이다.
한정된 모래로는 결코 자신을 이길 수 없다.
이지령의 주위로 새하얀 뇌전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가 제온에게 걸어갔다.
“덤벼라. 모래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