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41)
241화
NSSC는 기본적으로 거대한 창고 구조다.
그만큼 내부도 광활했다.
광활한 공간에 엄청난 수의 뇌전이 내리치고 있었다.
번쩍!
뇌전의 비가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뇌전은 철골 구조물을 타고 NSSC 본부 전체로 퍼져 나갔다.
파사삭!
그나마 겨우 유지되고 있던 결계가 이지령이 발산한 뇌전에 유리처럼 부서졌다.
“크윽!”
“모두 밖으로 나가. 잘못하면 우리도 튀겨진다.”
페가수스 공략대 각성자들 상당수가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그들의 등급으로는 이지령의 뇌전을 견딜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NSSC 본부에 남은 페가수스 공략대 각성자 수는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이지령의 비서이자 구조팀장인 켈다의 얼굴이 경직됐다.
“대장이 전력을 다한다고?”
S급 각성자인 이지령이 전력을 다한다면 일대가 초토화된다.
설령 이지령이 승리를 거둔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사방에서 권력자들이 이지령을 물어뜯을 것이다.
그걸 이지령이 모를 리 없다.
미래를 본 거다.
지금 제온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과 페가수스 공략대에게 미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미래를.
그렇기에 모든 것을 잃을 각오로 제온과 싸우려는 거였다.
‘그렇다면 나도 모든 것을 걸어야겠지.’
그때 켈다에게 건들거리며 다가오는 존재가 있었다.
바로 엘로이였다.
엘로이의 손에는 미친 구미호가 들려 있었다.
감금당했을 때 압수당했던 미친 구미호를 꺼내 온 것이다.
미친 구미호를 손에 든 엘로이의 얼굴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맨손 박투술도 자신 있었지만, 그래도 미친 구미호를 손에 들어야 마음이 안정됐다.
엘로이가 켈다를 노려보며 말했다.
“넌 내 거야.”
“감당할 수 있겠어요?”
“병신, 지랄하시네요. 감당은 무슨? 가볍게 즈려밟아 줄게.”
“하아! 제온이나 당신이나 둘 다 마음에 안 드네요.”
“마음에 안 들면 이길 수나 있고?”
“두고 보면 알겠죠.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켈다가 입술을 질겅 깨물었다.
쾅!
그 순간 NSSC 본부 전체를 뒤흔드는 폭음이 터져 나왔다.
제온과 이지령이 격돌한 것이다.
그것이 신호가 되어 켈다와 엘로이가 서로를 공격했다.
쾅! 콰앙!
회색 스킬을 펼치는 켈다와 미친 듯이 미친 구미호를 휘두르는 엘로이.
두 여자의 싸움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 틈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제 NSSC 본부는 오롯이 제온과 이지령, 엘로이와 켈다의 차지였다.
번쩍! 콰르르!
천둥소리와 함께 제온에게 거대한 뇌전 다발이 날아왔다.
순간 제온의 아공간에 보관해 뒀던 모래들이 쏟아져 나와 앞을 막았다.
뇌전은 모래 방벽을 뚫지 못하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비산한 뇌전은 엉뚱하게 페가수스 공략대 각성자들을 강타했다.
“으갸갸!”
“크억!”
모래에 막히면서 위력이 약화되었다지만, 그래도 S급 각성자의 뇌전이었다.
감전당한 각성자들이 경련하며 쓰러졌다.
“씨발! 일단 밖으로 피해.”
“우리가 끼어 있을 판이 아니야.”
몇 남지 않았던 각성자들은 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사이 제온과 이지령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지령이 양손을 활짝 펼치자 수많은 뇌전 다발이 제온을 직격했다.
수천만 볼트의 뇌전은 하나만 맞아도 온몸이 터져 나갈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 맞서 제온이 모래로 둥근 구체를 만들었다.
그를 둘러싼 모래 구체는 뇌전을 막아 냈다. 하지만 상당량이 새까맣게 타서 바닥에 떨어졌다.
모래가 고온 고열에 녹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는 이지령이 노리는 바이기도 했다.
“이래서 네가 나를 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깥이라면 얼마든지 모래를 공급받겠지만, 너의 아공간에 담긴 모래는 한계가 분명하거든.”
제온의 모래가 떨어질 때까지 태우고 또 태울 것이다. 그렇게 모래를 태우다 보면 어느 순간 바닥이 날 거고, 그때가 바로 제온의 최후가 될 터였다.
문제는 그때까지 마나가 버텨 주느냐였지만, S급이 된 이지령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콰르르! 번쩍!
또다시 천둥소리와 함께 뇌전이 제온에게 쏘아졌다.
제온이 뇌전을 피하며 손을 휘둘렀다.
독사 형태의 모래 수십 줄기가 이지령에게 날아갔다.
제온이 자주 사용하는 스킬 중 하나인 바이퍼였다. 그러나 바이퍼가 이지령의 몸에 닿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지령의 주위에 뇌전의 막이 형성되며 모두 막았기 때문이다.
뇌전의 막에 걸린 바이퍼는 새까맣게 타서 힘없이 떨어졌다.
“안 된다니까 그러네.”
이지령이 제온을 비웃었다.
뇌전 마법사와 모래술사.
사막에서는 제온이 훨씬 더 강할지 모르지만, 이곳에선 뇌전 마법사인 자신이 훨씬 강할 수밖에 없었다.
유리한 전장을 택하는 것도 능력이었다.
제온을 NSSC 본부에 가둔 것은 신의 한 수였다.
파스스!
제온이 또다시 바이퍼를 날렸지만, 이번에도 뇌전의 막에 부딪혀 소멸했다. 그만큼 제온의 힘도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나 제온의 얼굴엔 어떤 조급한 기색도 없었다.
번쩍!
눈 깜짝할 사이 날아오는 뇌전 다발을 피한 제온이 손가락을 튕겼다.
“샌드 솔저!”
순간 수십 기의 샌드 솔저가 모래 속에서 일어섰다.
더 많은 샌드 솔저를 만들 수도 있었지만, 남은 모래가 그렇게 많지 않기에 일단 수십 기만 소환한 것이다.
모래 속에서 일어난 병사들은 제온의 의지에 따라 이지령을 공격했다.
“흥! 소용없다니까 더럽게 말을 안 듣는군.”
이지령이 귀찮다는 표정으로 손을 휘둘렀다.
뇌전 다발이 선두에 달려오던 샌드 솔저를 태워 버렸다.
파스스!
시꺼먼 연기와 함께 무너지는 샌드 솔저.
만일 인간이었다면 동료가 죽는 광경에 겁을 집어먹거나 자신도 모르게 도주했을 것이다. 하지만 샌드 솔저는 인간이 아니었다.
두려움도 없고, 복잡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샌드 솔저에게 후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제온의 의지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제온의 의지는 공격이었다.
이지령도 그렇겠지만, 제온은 이 싸움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이지령은 적이었다.
그것도 악연으로 똘똘 뭉친 적.
제온이 항복한다고 해도, 또는 화해를 청한다고 해도 이지령은 절대 봐주지 않을 것이다.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싸움.
불리하다고 징징거릴 생각 따윈 없었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으로 적을 상대한다.
그것이 제온이 사막에서 터득한 생존 방식이었다.
쾅!
폭음과 함께 샌드 솔저 한 기가 또 터져 나갔다.
그것은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
퍼버버버벙!
이지령에게 달려들던 샌드 솔저들이 연이어 폭발했다.
뇌전의 막을 두른 이지령은 뇌신 그 자체였다.
지상에 강림한 뇌신은 마음껏 뇌전을 소환해 제온을 때렸다.
스킬 라이트닝 필드(Lightning Field).
이곳은 뇌신 이지령의 영역이었다.
이곳에서 이지령은 신이나 다름없는 위력을 발휘했다.
뇌전의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아무리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각성자라도 이 많은 뇌전 다발을 피할 수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제온은 모래로 방벽을 세워 뇌전 다발을 막아야 했다.
파스스!
엄청난 고열의 뇌전에 직격당한 모래는 타다 못해 결정화됐다.
모래가 녹아 수정처럼 변한 것이다.
그 모습에 제온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모래가 떨어져 가도 태연할 수 있었던 것은 엑시온 때문이었다.
그가 품고 있는 최강의 무기.
엑시온을 꺼내는 순간 그의 능력은 배가된다.
그럼에도 그가 엑시온을 아껴 두고 있었던 것은 최후의 최후까지 숨겨 둬야 할 비장의 수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엑시온을 꺼냈다간 지금과 같은 견제가 또 들어올 것이다. 그렇기에 제온은 엑시온을 꺼내지 않고 순수한 능력으로만 이지령을 상대하고자 했던 것이다.
콰앙!
그 순간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뇌전이 제온에게 직격했다.
기가 라이트닝.
일반적인 뇌전의 수십 배 위력을 가진 스킬이 제온을 강타한 것이다.
제온을 지켜 주던 모래 방벽이 산산이 부서지며 제온이 전류에 노출됐다.
“컥!”
제온이 비명과 함께 뒤로 나가떨어졌다.
기가 라이트닝에 격중당한 제온의 전신에서는 새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제온은 살아 있었다.
레비아탄의 가죽으로 만든 로브 덕분이었다.
방어구에 등급을 매긴다면 제온의 로브는 규격 외 아이템이나 다름없었다.
그만큼 강력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이지령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승기를 잡았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호! 그걸 맞고도 살아남다니. 하지만 두 번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빠지직!
이지령의 전신에서 스파크가 일어났다.
뇌신의 철퇴(Hammer of Thunderer).
이지령이 현재 펼칠 수 있는 최강의 스킬이었다.
기가 라이트닝보다 훨씬 강하고 파괴적인 위력을 가진 스킬이었다.
제온이 입고 있는 로브가 제아무리 대단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어도, 뇌신의 철퇴마저 막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쾅!
뇌신의 철퇴를 펼치기도 전인데 NSSC 본부 천장이 날아갔다.
환히 드러난 네오 서울의 밤하늘.
이지령의 머리 위로 뇌전이 쏟아졌다.
그렇게 이지령의 몸에 모인 뇌전은 응축되었다.
부르르!
이지령의 몸이 떨렸다.
피 대신 뇌전이 혈관 안을 치닫는 느낌 때문이었다.
진짜로 뇌신이 된 것 같은 고양감이 그를 전율케 했다.
그때 이지령의 눈에 이상한 광경이 들어왔다.
제온이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손바닥을 대고 있는 것이다.
이지령이 그런 제온을 비웃었다.
“벌써 포기한 거냐?”
“…….”
그의 비웃음에도 제온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제야 이지령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알아차리고 긴장했다.
“너?”
공기가 달라졌다.
분명 이지령이 지배하는 공간인데 이상한 흐름이 감지됐다.
그 중심에 제온이 있었다.
이지령은 본능적으로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제온을 향해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뇌신의 철퇴!”
콰르르!
그의 체내에 응축되었던 뇌전이 제온을 향해 떨어졌다.
어지간한 건물만큼이나 커다란 크기의 뇌전이었다.
NSSC 본부쯤은 순식간에 증발시킬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뇌신의 철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위력이었다.
엄청난 뇌전에 온 세상이 새하얗게 물들었을 때 제온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샌드 게헤나(sand Gehenna).”
화하학!
순간 NSSC 내 온도가 급격히 치솟아 올랐다.
순간적으로 섭씨 수천 도까지 올라간 것이다.
바닥에 쌓여 있던 모래가 초고열에 녹아내려 용암처럼 변했다.
이름 그대로 모래가 녹아 용암처럼 변한 지옥이 펼쳐진 것이다.
샌드 게헤나에서 거대한 용암 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포탄처럼 쏘아진 용암 기둥이 뇌신의 철퇴와 격돌했다.
콰아아앙!
“크억!”
“우와악!”
굉음과 함께 엄청난 충격파가 NSSC 밖에 있던 각성자들을 덮쳤다.
마치 폭풍에 휩쓸린 낙엽처럼 각성자들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바닥을 볼품없이 구르던 각성자들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는 NSSC 본부는 완전히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NSSC가 사라진 자리엔 이지령과 제온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이지령의 얼굴엔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너?”
“당신 덕분에 깨달은 스킬입니다.”
모래가 뇌전에 타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초열의 건틀렛에 담긴 화염의 권능으로 모래를 녹여 다루면 어떨까 하는.
그동안에도 모래 권능에 화염 계열 스킬을 간간이 섞어 사용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강렬한 영감을 얻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단순히 영감을 얻는 것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 제온은 자신의 영감을 구체화시켰다.
초열의 건틀렛 권능을 최대한 끌어내 모래에 고열과 고압을 가했다.
순식간에 모래(Sand)가 녹아 초열지옥, 즉 게헤나(Gehenna)처럼 들끓었다.
이름 그대로 샌드 게헤나가 펼쳐진 것이다.
이지령이 라이트닝 필드로 일대를 자신의 영역으로 만들었다면, 제온은 샌드 게헤나로 이곳이 자신의 영토임을 선포한 것이다.
제온이 손을 들었다. 그러자 바닥에서 들끓던 용암 덩어리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럼 이차전을 시작해 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