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42)
242화
슈우우우!
어른 몸통만 한 크기의 용암 수백 개가 유성처럼 이지령에게 날아갔다.
이지령은 급히 뇌전의 막을 펼쳐 용암 공격을 막았다.
콰콰콰쾅!
폭음과 함께 이지령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용암 덩어리들이 마치 북처럼 뇌전의 막을 두들겼기 때문이다.
주르륵!
그의 입술을 비집고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그만큼 엄청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제기랄!’
이지령이 급히 반격에 나섰다.
제일 위력이 큰 스킬은 뇌신의 철퇴지만 함부로 쓸 수 없었다.
위력이 강대한 만큼 마나의 소모가 엄청난 데다가 재발동되기까지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다.
이렇게 다급한 순간 쓸 만한 스킬은 아니었다.
뇌전 수십 다발이 동시에 쏘아졌다.
제온처럼 그 역시 물량 공세에 나선 것이다.
수십 발을 날렸으니 그중 몇 개는 분명 제온에 격중할 거라 자신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모든 뇌전은 제온이 날린 거대한 용암 덩어리에 격중했다.
콰콰콰콰!
용암 덩어리가 산산히 부서지며 불덩이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 순간 이지령은 용암 덩어리에 커다란 철근이 끼어 있는 것을 봤다.
NSSC의 잔해에서 나온 철골이었다.
그제야 이지령은 왜 자신의 뇌전이 용암 덩어리에 집중된 것인지 깨달았다.
“철근을 피뢰침 대신으로 사용한 건가?”
대부분의 건물이 그렇듯 NSSC 본부 역시 철근을 뼈대로 삼는다. NSSC 본부가 파괴되면서 곳곳에 철근 잔해가 널려 있었다.
즉 제온이 피뢰침으로 삼을 재료들이 산재한 것이다.
콰르르!
용암이 철근을 중심으로 뭉친다.
지글거리는 용암에 철근이 융해되기 직전 이지령에게 날아왔다.
이지령이 용암을 피해 제온에게 뇌전을 날렸지만, 철근에 이끌려 용암에 격중했다.
퍼엉!
거대한 용암이 뇌전에 터지며 불똥이 이지령에게 튀었다.
이지령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뇌전을 다루는 각성자답게 고압의 전류에는 강한 내성을 가졌지만, 고열엔 내성을 갖지 못했다.
설상가상 이곳엔 샌드 게헤나가 펼쳐져 있었다.
모래가 녹아 용암처럼 이글거리는 대지는 그를 거부했다.
말 그대로 이곳은 제온의 영역이었다.
“제기랄!”
이지령은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음을 깨달았다.
원래 그의 계획은 아무런 증거도 남기지 않고 제온을 죽인 후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NSSC 건물이 날아감으로써 일대의 사람들이 모두 그의 얼굴을 봐 버렸다.
이제 와 발뺌할 수도, 없던 일로 되돌릴 수도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네오 서울의 제재가 들어올 것이다.
이제 남은 방법은 두 가지였다.
사막으로 도주해 스캐빈저가 되든가, 아니면 처분을 받고 복역하든가.
어떤 방법이든 제온을 죽여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결국 내 모든 것을 걸게 만드는구나.’
이지령이 결연한 표정으로 제온을 바라봤다.
마치 거대한 벽이 서 있는 것 같았다.
저 벽을 넘지 못하면 결코 진금호가 있는 자리까지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빠지지직!
그의 전신이 뇌전으로 뒤덮였다.
뇌전을 외부로 방출하는 것이 아니라, 뇌전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것이다.
S급이 되면서 깨달은 스킬, 뇌신의 분노(Fury of Thunderer).
이지령은 그렇게 뇌신이 되어 제온에게 쏘아졌다.
뒤는 생각하지 않고 이 한 번의 공격에 남은 마나를 모두 쏟아부었다.
팟!
제온도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일대를 화염지옥으로 만든 용암이 제온을 따라 솟구쳐 올랐다.
휘류류!
용암이 회오리치며 제온을 휘감았다.
용암을 휘감은 제온의 모습은 거대한 파이어 스피어 같았다.
쩌어엉!
뇌신과 용암 스피어가 허공에서 격돌했다.
그 여파는 엄청났다.
NSSC 본부 근처에 있던 빌딩 상당수가 반파되고, 엄청난 충격파가 칼날처럼 일대를 휩쓸었다.
콰콰콰쾅!
연쇄 폭발이 일어나고, 수많은 각성자가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겨우 살아남은 이들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NSSC 본부가 있던 곳을 바라봤다.
NSSC가 있던 자리엔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거대한 구덩이가 패 있었고, 인접해 있던 건물들은 대파돼 겨우 형체만 유지되고 있었다.
그나마 네오 서울에 펼쳐진 보호 마법진이 작동해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인 게 이 정도였다.
그야말로 재앙이 따로 없었다.
“이게 어떻게 인간끼리의 대결이야?”
“S급 각성자들이란 다 이런 존재인 건가? 그럼 각 구역의 지배자들은 얼마나 더 대단하다는 거야.”
이제 갓 S급이 된 이지령이 이럴진대, 오래전에 S급이 된 지배자들은 어떤 수준인지 두렵기까지 했다.
각성자들은 두려움이 담긴 표정으로 거대한 구덩이를 바라봤다.
그곳에 제온과 이지령이 서 있었다.
겉모습만 봐서는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화르륵!
갑자기 이지령의 발에서부터 화염이 피어올랐다.
순백의 화염은 순식간에 이지령의 하체를 집어삼킨 후 가슴 부위까지 집어삼켰다.
“저, 저?”
“대장이…….”
대결의 승자가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제온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지만, 그래도 두 다리로 서 있었다. 반면 이지령은 거센 화염에 집어삼켜졌다.
불길 속에서 이지령이 입을 열었다.
“강하군! 애초 내 상대가 아니었어.”
“…….”
“그렇지?”
“…….”
“흐흐! 꼴사납게 됐군. 그렇게 발버둥 쳤는데, 결국은 네 손바닥 안이었다니.”
이지령의 자조 섞인 웃음이 화염 속에서 울려 퍼졌다.
초고열의 화염은 이제 이지령의 얼굴까지 휘감았다.
머리카락과 안구, 성대가 차례로 녹아내렸다.
그래도 이지령은 꿋꿋하게 서서 제온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그것이 이지령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네오 서울의 지배자를 꿈꿨던 패웅은 그렇게 날개가 꺾인 채 화염에 산화됐다.
그때였다.
“안 돼!”
누군가의 날카로운 외침이 울려 퍼졌다.
근처에서 엘로이와 치열하게 싸우던 켈다였다.
이지령의 죽음을 본 켈다가 미친 듯이 달려왔다. 하지만 그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지령이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불에 탄 후였다.
“이럴 수가! 대장…….”
켈다가 이지령이 서 있던 자리의 흙을 두 손으로 긁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런 켈다의 심장 부위에서 핏자국이 번져 갔다.
이지령에게 신경이 분산됐을 때 엘로이의 창에 심장을 찔린 것이다.
“대장! 혼자면 외롭잖아. 내가 같이 가 줄게. 그곳에서도 하늘을 노려…….”
켈다의 목소리가 서서히 잦아들더니 고개가 덜컥 떨어졌다.
숨이 끊어진 것이다.
“하아!”
엘로이가 그제야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더럽게 강한 상대였다.
이지령의 죽음에 신경이 분산되지 않았다면, 그녀를 쓰러트리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이럴 수가!”
“대장이…….”
살아남은 페가수스 각성자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페가수스 공략대의 중심은 이지령이었다.
그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지도력 때문에 별 탈 없이 유지되었던 것이다.
특히 최근에 합류한 인물들일수록 이지령에 대한 의존도가 심했다. 그렇기에 이지령이 죽자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것이다.
거기에 사태를 수습해야 할 핵심 인물들마저 죽었다. 공략팀장인 브론슨과 비서이자 구조팀장인 켈다의 죽음은 그렇지 않아도 모래 같은 응집력을 가진 페가수스 공략대의 분열을 가속화시켰다.
“씨발! 나는 탈퇴하겠어.”
“그냥 나간다고? 대장의 복수는 해야지.”
“어떻게? 너도 봤잖아. 모래술사가 얼마나 강한지. 나는 저렇게 끔찍하게 타 죽고 싶지 않다고.”
“그래도…….”
“복수하려면 너나 하라고. 나는 나갈 테니까.”
하나 둘 이탈하는 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였다.
“이게 뭐야?”
“본부가 완전히 날아갔어.”
“모두 잡아들여.”
테러 때문에 외부로 나갔던 NSSC가 돌아왔다.
본부가 완전히 날아간 광경에 눈이 돌아간 NSSC 각성자들이 페가수스 공략대 각성자들을 공격해 잡아들였다.
제온은 그 모든 광경을 말없이 바라봤다.
이지령과 싸우면서 그도 큰 상처를 입었다. 그래도 그는 결코 흔들리거나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약해 보이면 우습게 보고 잡아먹으려는 곳이 바로 네오 서울이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또 죽을 만큼 고통스러워도 참고 견뎌야 했다.
제온에게 누군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NSSC의 대장인 케빈이었다.
제온을 바라보는 케빈의 눈에 공포가 깃들어 있었다.
아무리 멍청이라도 이쯤 되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케빈은 멍청이가 아니었다.
테러가 가짜라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병력을 되돌려 NSSC로 돌아온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문제는 제온이었다.
S급 각성자인 이지령을 불태워 죽일 만큼 강자.
그런 강자를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최소 넘버즈 정도는 되어야 어떻게 비벼 볼 수 있을 터.’
그는 넘버즈도 아니었고, S급 각성자도 아니었다.
‘이자를 어떡해야…….’
그때 제온이 케빈에게 다가왔다.
순간 케빈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지금 제온이 공격하면 그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를 대하는 제온의 태도는 정중했다.
“이게 제 해명입니다.”
“음!”
“혹시 더 해명할 게 남아 있습니까?”
“후우! 당신이 내 부하들을 죽이지 않았다는 것은 알겠어. 그랬다면 굳이 페가수스 공략대가 당신을 죽이려고 오지도 않았을 테니까.”
인정해야 했다.
제온은 NSSC 2팀을 죽인 범인이 아니었다.
돌아가는 상황이 그렇게 말해 주고 있었다.
정황이 뻔한데 억지로 우길 만큼 케빈은 어리석지 않았다.
“당신은 무죄야. 가도 좋아.”
“감사합니다.”
제온이 인사를 한 후 고개를 돌려 엘로이를 바라봤다.
엘로이는 미친 구미호에 기댄 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지금 그녀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이 없었다.
켈다를 상대하는 데 모든 힘을 소진했기 때문이다.
제온이 그녀에게 말했다.
“뒤처리를 부탁해요.”
“알았어. 어서 가 봐.”
엘로이가 가라는 손짓을 했다.
어차피 누군가는 남아서 이 난장판을 수습해야 했다.
무려 NSSC 본부가 습격당해 날아간 사건이었다.
그 여파가 적잖을 것이다.
제온도 NSSC를 날리는 데 일조했기에 완전히 책임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엘로이가 남아서 뒤처리해야 했다.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게 말이다.
엘로이는 최고의 방법을 알고 있었다.
“맨디 부탁해.”
바로 전문가에게 부탁하는 것이었다.
엘로이의 인격이 순식간에 수면 아래로 사라지고, 맨디의 인격이 툭 튀어나왔다.
“아, 안 돼!”
맨디가 울상이 되어 주저앉았다.
제온은 그런 맨디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NSSC 본부를 떠나갔다.
NSSC 각성자 하나가 케빈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자를 저렇게 보내도 됩니까?”
“안 보내면?”
“그래도 잡아서 본부가 무너진 책임을…….”
“네가 잡을래?”
“…….”
“모래술사가 용암까지 만들어 냈어. 저자는 우리의 손을 벗어난 존재야.”
“사기 아닙니까? 어떻게 같은 인간이 저런 능력을…….”
“억울하면 네가 잡아서 따져.”
“그건…….”
“못하겠으면 그냥 구석에 구겨져 있어. 괜히 나대다가 이지령처럼 되지 말고.”
“씨발!”
결국 말을 꺼냈던 각성자가 본전도 못 찾고 바닥에 침을 뱉었다.
케빈이 멀어지는 제온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자는 이미 거물이야. 우리가 감당할 사이즈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