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43)
243화
저벅! 저벅!
머리 위로 사람들이 발소리가 들렸다.
발소리가 멀리 사라지자 레빈과 브리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갔어.”
“와! 구역 전체에 결계를 펼치다니. 정말 미친 거 아냐?”
브리엘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다른 구역에도 결계는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결계는 주요 시설이나 반드시 지켜야 할 건물에나 쳐져 있지, 이렇게 넓은 구역 전체에 펼치지는 않는다.
그만큼 엄청난 자금과 인력을 갈아 넣어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주민들 반발이 심하기 때문이다.
결계가 작동하면 내외부 출입이 완전히 차단된다.
당연히 주민들도 다른 구역으로 이동할 수 없게 된다.
몇 명이면 모르지만, 주민 전체가 반발하면 각 구역의 지배자들도 무시할 수 없다.
그 때문에 다른 구역에서는 이런 미친 짓을 하지 않는다.
레빈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광신도들 집단이니까 가능한 일이야. 동대문 주민들은 맹목적으로 요한을 따르니까. 그가 이 자리에서 죽으라고 말하면 오히려 기뻐서 자살할걸.”
“미쳐도 단단히 미쳤네.”
“그러니까 광신도들인 거지.”
철퍽! 철퍽!
두 사람의 발아래서 더러운 물이 찰랑거렸다.
그들이 있는 곳은 바로 동대문의 지하 하수구였다.
동대문을 빠져나가기 직전 바로 결계가 펼쳐졌다.
간발의 차이로 동대문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어 동대문의 모든 주민이 그들을 찾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성기사들의 눈과 귀가 된 것이다.
그 때문에 평범한 건물이나 골목엔 숨을 수 없었다.
아무리 레빈의 능력이 사기적이라고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찾아온 곳이 바로 하수구였다.
온갖 오물이 모여 흐르는 하수구는 제아무리 광신도라도 들어오기 꺼리는 곳이었다.
그 때문에 성기사들도 아직 이곳은 수색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을 찾지 못한 그들이 머지않아 이곳까지 쳐들어올 것은 분명했다.
그 전에 하수구를 통해 동대문을 빠져나가야 했다.
문제는 하수구가 미로처럼 복잡하다는 것이다.
어지간한 미로형 던전보다 복잡해 잘못하면 이곳에서 영원히 빠져나가지 못할 수도 있었다.
결계는 쳐져 있지 않지만, 그보다 더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선 방향 감각이 흐트러져 제대로 된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레빈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신촌이 이쪽이던가? 아니, 저쪽인가?”
“바보야. 오른쪽이잖아.”
“네가 어떻게 알아?”
“잊었어? 내가 어디에 갇혀 있었는지?”
“아!”
뒤늦게 레빈이 탄식했다.
인간에게 잡혀 온 브리엘은 바로 하수구에서 마약을 만들었다. 몇 년이나 말이다.
이런 어둠과 악취는 익숙했다.
당연히 방향을 잡는 것도 레빈보다 나았다.
“가자!”
브리엘이 앞장서 걸었다.
레빈이 그녀의 뒤를 따라 걸으며 생각했다.
‘하여간 씩씩한 꼬맹이라니까.’
그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최악의 상황임에도 웃을 수 있는 것은 브리엘이 함께하기 때문이었다.
건방지고, 오만하고, 차갑고, 하여간 안 좋은 인성은 모두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하면 의지가 된다.
앞서 걷던 브리엘이 중얼거렸다.
“라이트!”
순간 주먹만 한 구체가 만들어졌다.
기초적인 마법인 라이트였다.
덕분에 그들은 어두운 하수구 속에서도 앞을 선명히 볼 수 있었다.
빛 아래 드러난 하수구의 전경은 그야말로 끔찍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온갖 오물이 뒤섞여 늪처럼 걸쭉했다.
“우웩! 차라리 보지 않는 것이 나을 뻔했다.”
“뭘 이 정도로 그래? 내가 있던 곳은…….”
“잠깐!”
갑자기 레빈이 손을 들어 브리엘의 말을 막았다.
의아한 표정을 짓던 브리엘의 표정도 굳었다.
첨벙! 첨벙!
멀리서 물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물소리의 정체를 단숨에 알아차렸다.
“추적자들이다.”
“성기사들이 따라붙었어.”
성기사들이 기어이 하수구까지 추적해 온 것이 분명했다.
그들의 예상대로 발소리의 주인은 성기사들이었다.
성기사들 선두에는 빅터가 있었다.
‘하수구로 숨어들다니. 생각보다 교활한 놈들이야.’
‘무한의 추적’이 아니었다면 레빈과 브리엘이 하수구로 들어온 것을 까마득하게 몰랐을 것이다.
그만큼 두 사람의 움직임은 의표를 찔렀다.
하수구는 누구나 들어오기 꺼리는 곳이다.
특히 고결하다고 생각하는 성기사들은 이곳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신을 모시는 그들에겐 밑바닥 오물이 가득한 이곳은 지옥과도 같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과감히 하수구로 돌아왔다.
레빈과 브리엘에게서 최상급 마정석을 회수하지 못하면 동대문의 근간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빅터가 소리쳤다.
“놈들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온갖 악취가 섞여 있는 하수구에서도 ‘무한의 추적’은 선명한 향을 발산하고 있었다.
‘무한의 추적’이 작동하는 이상 레빈과 브리엘이 그들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빅터와 성기사들은 더욱 추적 속도를 높였다.
그들의 움직임에 바닥의 오물이 출렁였다.
오물의 파장은 브리엘에게까지 전해졌다.
“어떻게 미로 같은 하구수에서 우리의 움직임을 정확히 감지하고 따라올 수 있지?”
“무슨 소리야?”
“성기사들이 무슨 수작을 부린 게 분명해.”
“추적 스킬 같은 것을 쓴 걸까?”
“잠깐만……. 서치!”
순간 브리엘이 간단한 마법을 써서 자신과 레빈을 살폈다.
결과를 본 그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역시!”
“왜?”
“추적 스킬이 걸려 있어.”
“진짜?”
“시전자만 맡을 수 있는 냄새를 흘리는 스킬이야. 그러니까 사냥개처럼 우리를 따라오는 거지.”
“그럼 어떻게 하지?”
“기다려 봐.”
브리엘이 고깔모자 안 아공간을 뒤졌다. 잠시 후 조그만 포션 병이 나타났다.
“이걸 뿌려! 잠깐 냄새를 가려 줄 테니까.”
“알았어.”
레빈이 포션을 온몸에 골고루 뿌렸다.
“됐어.”
“그럼 가자.”
두 사람은 다시 하수구 속을 질주했다.
하수구 안에는 수많은 쇠창살이 있었다.
쇠창살이 앞을 가로막을 때마다 레빈이 유령화해서 통과했다.
반면 성기사들은 쇠창살을 부수며 돌격했다.
빅터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젠장! 놈들의 냄새가 옅어지고 있다. ‘무한의 추적’이 붙은 것을 알아차린 것이 분명해. 이대로라면 놈들을 놓친다.”
그의 두뇌가 빠른 속도로 회전했다.
‘어차피 놈들의 목적지는 신촌이야. 이대로 무작정 따라가는 것보다 밖에서 추적하는 게 나을 수도 있어.’
결정을 내린 그가 성기사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밖으로 나간다.”
“옛!”
그들은 바로 맨홀 뚜껑을 열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성기사들이 나온 곳은 바로 신촌이었다.
하수구를 통해 정신없이 추적하다 보니 어느새 신촌으로 넘어온 것이다.
빅터가 명령을 내렸다.
“신촌에 나와 있는 성기사들을 모두 동원해 제온의 집과 도깨비 시장을 막아.”
신촌에서 안전한 곳은 딱 두 곳뿐이었다.
치외 법권에 가까운 도깨비 시장과 제온의 집이었다.
도깨비 시장은 수많은 세력의 이권이 걸린 곳이라서 아직 동대문도 완벽하게 장악하지 못했다.
또 한 곳은 바로 제온의 집이었다.
그동안 동대문의 성기사들은 제온의 집 문을 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지켜보는 눈’이 만든 결계는 어떤 수를 써도 파괴되지 않았다.
벽이나 창문도 파괴되지 않았다.
제온의 집 자체가 완벽한 요새였던 것이다.
결국 성기사들은 제온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지키는 것으로 대신했다.
빅터는 도깨비 시장 쪽으로 움직였다.
그의 감대로 움직인 것이다.
빅터의 승부수는 통했다.
그들이 도깨비 시장에 도착했을 때 레빈이 브리엘과 유령화해 맨홀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잡았다.”
빅터는 바로 레빈과 브리엘에게 검격을 날렸다.
슈우우!
다행히 유령화한 상태라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레빈과 브리엘은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추적을 완전히 떨쳐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목적지 바로 앞에서 따라잡혔기 때문이다.
레빈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제기랄. 지독한 사냥개에게 걸렸네. 이렇게 집요하게 추적해 올 줄이야.”
“최상급 마정석은 어디 있느냐?”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
“발뺌해도 소용없다. 분명 아공간 같은 아이템에 넣어 둔 거겠지.”
어느새 레빈과 브리엘 주위를 성기사들이 포위하고 있었다.
그들은 물 한 방울 셀 틈 없이 두 사람을 에워싼 채 무기를 빼 들었다.
메이스, 검, 철퇴에서 성스러운 빛이 흘러나왔다.
성기사 특유의 스킬인 홀리 웨폰이 발동한 것이다.
제아무리 레빈이 유령화해서 물리적인 타격엔 끄떡없지만, 저렇게 가호가 담긴 공격까지 무효화시킬 수는 없었다.
레빈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무래도 목숨을 걸어야겠는데.”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 보자. 도깨비 시장에서도 지금쯤 우리가 앞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테니까 분명 움직일 거야.”
“그래야지.”
그때였다.
“죽엇!”
“불신자들이여. 신의 철퇴를 받아라.”
성기사들이 일제히 그들을 공격해 왔다.
그에 맞서 레빈이 퍼플 라이트닝을 펼쳤고, 브리엘 또한 쓸 수 있는 마법을 모두 풀어 냈다.
번쩍! 콰르르!
뇌전과 성광이 번뜩이며 일대를 초토화했다.
갑작스러운 싸움에 도깨비 시장의 상인들이 뛰쳐나왔다.
“뭐야?”
“성기사 새끼들이다.”
성기사들을 본 상인들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도깨비 시장의 상인들치고 동대문의 성기사들에게 좋은 감정을 가진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뒤늦게 밖으로 나온 유세희가 입술을 깨물었다.
성기사들과 싸우고 있는 이들의 정체를 알아본 것이다.
‘레빈, 브리엘!’
지금이라도 도깨비 시장의 전력을 동원해 두 사람을 구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 싸움에 개입하는 순간 동대문과의 전면전을 피할 수 없었다.
동대문의 광신도를 건드리는 순간 끝이 나지 않는 싸움을 해야 했다.
유세희 개인이라면 모르지만, 도깨비 시장을 이끌어 가야 하는 입장에서는 주저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유세희가 갈등하는 순간에도 레빈, 브리엘과 성기사들의 싸움은 격화되고 있었다.
한참 레빈을 공격하던 빅터가 갑작스럽게 방향을 선회했다.
그의 목표는 다른 성기사들과 맞서 싸우던 브리엘이었다.
순간적으로 브리엘이 약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브리엘은 레빈과 달리 전투 능력이 뛰어나지 않았다.
연금술이 주 각성 능력이었기에 마법은 곁가지로 쓸 수 있는 부산물에 지나지 않았다. 당연히 공격 마법의 위력도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괜히 레빈을 공략하느라 힘을 쓰기보다 약한 브리엘을 쓰러트려 신경을 분산시키는 것이 나았다.
슈우우!
빅터의 검이 브리엘의 목을 노리고 날아왔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브리엘은 전혀 반응할 수 없었다.
“안 돼! 브리엘!”
레빈이 놀라 그녀를 구하려 했지만, 빅터의 검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빅터의 검은 순식간에 브리엘의 목에 도달했다.
‘이렇게 죽는구나.’
브리엘이 눈을 질끈 감았을 때였다.
퍼억!
둔중한 소성과 함께 빅터의 검이 무언가에 막혔다.
조심스럽게 눈을 뜬 브리엘의 시야에 누런 모래 벽이 보였다. 그녀의 목을 노리던 빅터의 검은 모래 벽에 박혀 꼼짝도 하지 못했다.
순간 브리엘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제온!”
이 세상에서 모래를 부릴 수 있는 사람은 제온이 유일했다.
허공을 바라보자 모래 기둥을 발판 삼아 서 있는 제온이 보였다.
네오 서울을 벗어난 제온이 신촌으로 돌아온 것이다.
빅터와 성기사들이 놀라 제온을 올려다봤다.
“제온?”
“모래술사다.”
빅터와 성기사들을 내려다보는 제온의 눈빛이 서늘했다.
그 순간 모래바람이 불어왔다.
거리에 쌓였던 모래가, 바람을 타고 이동하던 모래가 제온의 의지에 반응해 빅터와 성기사들을 휘감았다.
제온이 명령했다.
“샌드 믹서.”
가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