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44)
244화
그아아아앙!
엄청난 양의 모래가 고속 회전하며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고속 회전하는 모래에 갇힌 사람들에겐 소리가 몇 배나 증폭되어 엄청난 공포를 선사했다.
“무슨?”
엄청난 압력과 소음에 빅터의 얼굴 근육이 씰룩거렸다.
단순히 압력만 가해지는 거면 상관없는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모래 입자가 그의 피부를 갉아 내고 있었다.
그보다 약한 성기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크윽!”
“으아악! 신이시여.”
몇몇 성기사가 홀리 실드를 펼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고속회전하는 모래 입자가 홀리 실드마저 갉아 버린 것이다.
모래 지옥이었다.
보이는 모든 것이 모래였고, 엄청난 압력과 칼바람에 벗어날 수도 없었다.
어떤 성기사는 모래를 베기 위해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기도 했다. 하지만 잠시 갈라졌던 모래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순식간에 원상태를 회복해 성기사들의 피부와 근육을 갉아 버렸다.
“크아악!”
“사, 살려 줘!”
샌드 믹서 안에 지옥이 펼쳐졌다.
비명과 절규, 성기사들이 흘린 피가 모래에 섞여 순식간에 사라졌다.
빅터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렀다.
미세한 모래 입자들이 점막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이럴…… 수가!”
그가 전력으로 홀리 실드를 전개했다.
성스러운 빛이 포근하게 감싸 주는 것도 잠시, 이내 지독한 고통이 느껴졌다.
모래 입자가 홀리 실드를 순식간에 갉아 버린 것이다.
그는 몇 번이나 홀리 실드를 전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와 성기사들을 집어삼킨 이 무지막지한 모래바람은 폭군처럼 모든 것을 무장 해제시켰다.
“아, 안 돼! 이자와 적이 되었다가는 동대문이 멸망할 거야.”
네오 서울과 달리 이곳엔 불러 모을 수 있는 모래에 한계가 없었다.
아끼면서 사용할 필요도 없기에 지배력이 미치는 범위의 모든 모래를 모아 샌드 믹서를 펼쳤다.
제온이 전력으로 전개하는 샌드 믹서는 빅터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자, 잠깐! 대화를…….”
빅터가 어떻게든 제온에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그의 목소리가 제온에게 닿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가아아아앙!
고속으로 회전하는 모래 입자가 목소리마저 집어삼킨 것이다.
파사삭!
특수한 소재로 만든 검이 먼지가 되고, 강철보다 단단하게 단련한 손가락부터 피보라가 되어 사라졌다.
고통도 없었다.
신경이 고통을 전달하는 것보다 육체가 갈려 나가는 것이 훨씬 빨랐기 때문이다.
팔꿈치가, 어깨가, 몸통이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이 세상에서 사라져 갔다.
아득해지는 의식 속에서 빅터가 중얼거렸다.
‘저자는 인간이 아니다. 악마, 그래! 신에게 대적하는 악마…….’
그것이 빅터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그 생각을 끝으로 암전이 찾아왔고, 그것이 빅터의 최후였다.
푸화하학!
빅터가 피 모래가 되어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제야 제온이 샌드 믹서를 해제하면서 도깨비 시장 일대를 자욱하게 덮었던 모래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
사라진 것은 모래만이 아니었다.
그 안에 있던 성기사들마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밖으로 나왔던 도깨비 시장 상인들이 말을 잃었다.
제온에 대해 말을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그가 모래를 사용하는 것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직접 본 샌드 믹서의 위력은 그들의 상상력을 아득히 뛰어넘어 엄청난 공포를 안겨 줬다.
“내, 내가 뭘 본 거지?”
“저게 모래술사의 진정한 위력이란 말인가?”
상인들은 제온과 적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빅터나 성기사들처럼 세상에 흔적 하나 남기지 못하고 피 모래가 되어 사라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세희의 얼굴에도 숨길 수 없는 공포의 빛이 어려 있었다.
제온이 모래술사라는 것도 진즉에 알았고, 그가 유례 없이 엄청난 각성자라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성기사들을 흔적도 없이 갉아 버리는 모습을 보자 엄청난 충격에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반면 브리엘과 레빈은 환한 미소로 제온을 불렀다.
“제온!”
“형!”
다른 사람들이 공포를 느끼는 것 따윈 상관없었다.
그들은 제온의 품에 안겨 재회를 즐겼다.
제온이 그들을 도닥여 주며 말했다.
“다들 괜찮은 거냐?”
“응! 덕분에…….”
“형은 괜찮아요?”
“그래!”
그들은 서로의 무사함을 확인한 후 떨어졌다.
그제야 감정을 수습한 유세희가 제온에게 다가왔다.
“엄청나네. 골치 아픈 성기사들을 단번에 쓸어버리다니.”
“이래야 저들에게도 경고가 될 테니까요.”
“요한?”
“네!”
“역시 그렇구나.”
유세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이번엔 제온의 수법이 과했다.
제온은 이제까지 항상 선을 지켰다.
선을 넘는 자들에겐 가차 없었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에겐 관대한 편이었다.
어지간해서는 사람들 앞에서 모래를 부리는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다. 특히 이렇게 살상력이 강한 스킬을 사용하는 것은 더더욱 자제했다.
그런 그가 사람들 앞에서 엄청난 살상 스킬을 펼친 것은 요한과 동대문에 대놓고 경고를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때 브리엘이 고깔모자 안 아공간에서 최상급 마정석을 꺼냈다.
“이거…….”
“찾아냈구나.”
“응! 성전이라는 곳 지하에서 찾았어.”
그때였다.
“이로써 NSSC를 습격해 최상급 마정석을 탈취한 것이 확실해졌군.”
웬 노인의 목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지팡이를 짚은 노인과 쌍둥이 자매가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제온은 한눈에 그의 정체를 알아봤다.
“고 노인!”
“제대로 네오 서울을 뒤집어 놨어.”
“그 때문에 난리 났어.”
“제온 때문에 난리 났어.”
거의 동시에 떠드는 이들은 바로 고 노인과 쌍둥이 자매였다.
넘버즈의 세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그들의 등장에 유세희와 몇몇 도깨비 시장의 상인들이 절로 긴장했다.
긴장한 이들은 ‘아르고스의 눈’에 소속되어 있었다. 그래서 넘버즈가 시장의 숨겨진 칼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고 노인이 쌍둥이와 함께 최상급 마정석 앞으로 다가왔다.
“한 일은 없지만, 그래도 이건 내가 가져가겠네. 애초 네오 서울 물건이었으니까.”
“공짜로요?”
“설마?”
‘씨익’ 미소를 짓는 고 노인의 눈가에 깊은 주름이 팼다.
***
요한은 두 손을 모은 채 성전의 십자가를 올려다봤다.
십자가를 바라보는 그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의 분위기기가 너무 심각해 그 어떤 이도 감히 성전 안에 들어오지 못했다.
실제로 지금 요한은 매우 분노하고 있었다.
다른 곳도 아닌 성전 지하에 보관하고 있던 최상급 마정석이 탈취당했다.
신과 그의 자존심이 짓밟힌 것이나 다름없었다.
문득 그가 입을 열었다.
“놈들은 아직 못 잡았느냐?”
“부기사단장이 병력을 이끌고 갔으니 금방 잡아올 겁니다.”
대답한 이는 성기사단장인 데이슨이었다.
데이슨의 말에도 요한의 굳은 표정은 풀릴 줄 몰랐다.
그가 데이슨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에 데이슨의 얼굴에 긴장이 어렸다.
퍼억!
갑자기 데이슨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
예고도 없이 요한이 주먹을 날린 것이다.
순식간에 얼굴이 퉁퉁 붓고 피가 흘러내렸지만 데이슨은 입을 꾹 다물고 비명 한번 내뱉지 않았다.
퍽!
다시 한번 주먹이 데이슨의 얼굴에 작렬했다.
신의 은총을 받아 강철만큼이나 단단한 데이슨의 육체에 큰 상처가 생겼다.
“크윽!”
애써 억눌렀던 비명이 입술을 비집고 새어 나왔다.
겉보기엔 평범한 주먹질로 보였지만, 실상은 달랐다.
요한의 주먹질엔 그가 신이라고 믿는 존재의 힘이 담겨 있었다. 그 힘은 성기사들의 실드와 육체를 뚫고 내부를 파괴했다.
세포와 근육이 생으로 파열되는 그 느낌은 성기사단장인 데이슨마저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요한은 동대문의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그의 능력은 성기사들의 힘을 증폭시킬 수도 있었지만, 반대로 앗아 갈 수도 있었다.
그 때문에 성기사들이 요한을 두려워하고 따르는 것이다.
결국 데이슨이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부기사단장이 잡아 오지 못하면?”
“그건…….”
“그때는 어쩌려고? 진금호가 분명 움직일 텐데 감당할 수 있겠어?”
“죄송합니다.”
“알았으면 어서 움직이란 말이야.”
“예!”
데이슨이 대답과 함께 밖으로 뛰어나갔다.
문밖으로 달려 나가는 데이슨의 뒷모습을 보며 요한이 중얼거렸다.
“쓸모없는…….”
자신을 향한 충성심이 대단해서 지켜봤는데, 이젠 데이슨의 무능력에 정신이 피로해졌다.
요한은 조만간 성기사단장을 갈아치워야겠다고 생각하며 십자가를 바라봤다.
붉게 빛나는 십자가가 그에게 계시를 내리는 것 같았다.
그가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신이시여. 부디 저들에게 당신의 분노를 내려 주십시오. 불벼락으로 영혼을 불태우는 고통을 주고, 그들의 육체를 이 몸에게 건네 짓밟게 해 주십시오.”
그때였다.
“거, 명색이 성직자인데 기도 내용이 너무 살벌한 거 아닙니까?”
성전 입구 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요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요한이 기도를 멈추고 뒤를 돌아보자 목소리의 주인이 보였다.
그는 날씬하면서도 근육질 몸매가 드러나는 양복을 입고 푸른 보석이 박힌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흐트러짐 하나 없이 곱게 빗어 넘긴 금발에 푸른 눈, 잘 다듬어진 수염이 인상적인 중년인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남자의 등장에 요한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누구지? 밖에 있는 성기사들은 어떻게 뚫고 온 거냐?”
밖에는 수많은 성기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최상급 마정석을 탈취당한 직후라서 경계가 평소보다 몇 배는 삼엄했다.
그런 경계망을 뚫고 중년인이 뜬금없이 나타난 것이다.
요한으로서는 중년인을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양복을 입은 중년인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밖에 친구들? 그냥 들여보내던데요.”
“그럴 리 없을 텐데?”
“그냥 믿으세요. 그게 건강에 좋을 테니까.”
중년인이 히죽 웃었다.
반대로 요한의 얼굴은 더욱 딱딱하게 굳었다.
다른 곳도 아닌 동대문의 중심인 성전이었다.
성기사들이 정체도 모르는 외인을 함부로 들일 리 없었다. 그런데도 아무런 소동 없이 들어왔다는 것은 그만큼 눈앞에 있는 중년인이 강하다는 의미였다.
요한이 눈치채지도 못하는 사이 외부를 지키는 성기사들을 모조리 제압할 정도로 말이다.
“시……청에서 나온 건가?”
“신의 가르침이라도 들으신 겁니까? 금방 알아차리시네요.”
“넘버즈?”
“후후!”
중년인이 대답 대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요한의 얼굴이 더 딱딱하게 굳었다.
넘버즈.
시장 진금호 직속의 처형 부대.
요한도 몇 명의 얼굴은 알고 있다. 하지만 눈앞의 중년인은 처음 본다.
그가 얼굴을 보지 못한 자들은 상위 넘버즈들이다.
“넘버즈가 여긴 왜 온 거지?”
“몰라서 묻는 겁니까?”
“설마…….”
“일을 너무 크게 벌이셨습니다. 이지령과 결탁해 최상급 마정석을 탈취하다니.”
“…….”
“정말 시장님이 모를 거라 생각하신 것은 아니겠죠?”
중년인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반대로 요한이 느끼는 위기감은 높아졌다.
넘버즈는 확신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즉 요한과 이지령이 손잡고 일을 벌인 증거가 있다는 의미였다.
발뺌해 봐야 소용없었다.
책임을 넘길 제물이 필요했다.
“모든 것은 이지령이 꾸몄네. 나는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협조했을 뿐이고.”
“호! 죽은 자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고전적인 수법이군요.”
“죽은 자? 설마 넘버즈가 이지령을 죽인 건가?”
“저희가 나설 기회도 없었습니다. 이지령은 모래술사에게 죽었습니다.”
“모래술사? 그럼 제온이 이지령을…….”
애써 평온을 가장하던 요한의 얼굴에 균열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