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46)
246화
“깨끗하니 보기 좋네. 진작 이랬어야지. 흐흐!”
클렉시 영감이 거리를 둘러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동대문의 광신도들이 사라진 거리는 꽤 한적했다. 그럼에도 클렉시 영감은 이 풍경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흐흐!”
그가 콧소리를 내며 장사 준비를 했다.
동대문이 장악했을 때는 그는 아예 장사하지 않았다.
괜히 광신도들과 시비가 붙을까 우려해서였다.
똥은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지,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행히 늦지 않게 제온이 돌아왔고, 어긋났던 모든 것들이 정상화됐다.
덕분에 클렉시 영감은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그때 뒤쪽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
“기분 좋아 보이십니다. 뭐 좋은 일이라도 있습니까?”
“있지. 아주 좋은 일이…….”
클렉시 영감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보지 않고도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알아차린 것이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봤다.
“인석아! 돌아왔으면 여기부터 왔어야지, 뭐 하느라고 이제 기어 나온 것이냐?”
“피곤했거든요.”
클렉시 영감의 타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에 앉는 이는 바로 제온이었다.
클렉시 영감이 제온을 애틋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하긴 피곤도 했겠다. 그래, 여독은 좀 풀렸느냐?”
“이제 좀 살 만하네요. 지금 되는 음식 있습니까?”
“국밥은 어떠냐?”
“좋죠!”
“조금만 기다려라. 금방 내줄 테니까.”
클렉시 영감이 전날 끓여 둔 국물을 다시 데우며 부지런히 국밥을 준비했다.
제온은 자리에 앉아 클렉시 영감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지난 며칠 동안 제온은 집에서 나오지 않았다.
피곤했기 때문이다.
육체적인 피로 때문이 아니라 정신의 피로 때문이었다.
제온은 아무 생각 없이 침대와 소파에서 뒹굴었다.
그것은 레빈과 브리엘도 마찬가지였다.
때로는 자신들의 방에서, 또 어떨 때는 거실에 함께 모여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냈다.
제일 먼저 기력을 회복한 이는 바로 레빈이었다.
기운을 찾자 레빈은 밖으로 나가 시간을 보냈다.
다음 차례는 브리엘이었다.
브리엘은 피로를 해소하자마자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연금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사막을 횡단하면서 얻은 재료를 하나하나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랐다.
마지막으로 일어난 사람이 제온이었다.
기력을 찾자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바로 맛있는 음식이었다. 그래서 클렉시 영감의 가게를 찾아온 것이다.
국밥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그의 옆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여기도 국밥 한 그릇요.”
양해도 구하지 않고 제온 바로 옆에 털썩 앉은 이는 바로 유세희였다.
클렉시 영감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라.”
“알죠? 고기 많이, 밥은 적게.”
“흥! 주는 대로 처먹어. 나이가 몇 갠데 아직도 편식이야?”
“다 할아버지 닮아서죠. 나이가 무슨 상관이에요?”
“하여간 저놈의 주둥이. 한마디를 안 지려고 해요.”
클렉시 영감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유세희가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제온을 바라봤다.
“잘 돌아왔어. 덕분에 광신도들이 물러가서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라.”
“꽤 많이 시달렸던 모양입니다.”
“네가 돌아오지 않았다면 내가 먼저 폭발했을지도 몰라. 그래도 당분간은 안심이야. 어느 정도는 자중할 테니까.”
“그렇게 길지는 않을 겁니다.”
“하여간 여러 사람 힘들게 하는 족속들이라니까.”
유세희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몇 달은 그녀에게 정말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그만큼 동대문에게 지독하게 시달린 것이다.
동대문은 도깨비 시장을 직접 건드리진 않았지만, 주변부와 연결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도깨비 시장을 고사시키려는 작전이었다.
문제는 저들의 의도를 뻔히 알면서도 확실히 대응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제온이 제때 돌아와 동대문을 쫓아내지 않았다면 어찌 되었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졌다.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별말씀을…….”
“그나저나 이지령이 죽었으니 네오 서울 권력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겠어.”
“그렇겠죠.”
제온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지령의 존재감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그 자신이 S급 각성자였고, 페가수스 공략대라는 거대 조직을 이끌었다.
이지령의 죽음으로 페가수스 공략대가 붕 떴다.
켈다와 브론슨 같은 핵심 인물들까지 목숨을 잃어 이끌어 갈 사람이 전무한 것이다.
지도부를 잃은 페가수스 공략대는 분열을 일으켰다.
어떤 이들은 페가수스 공략대에 남아 재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어떤 이들은 다른 세력에 들어가고자 했다.
상당수가 제온에게 목숨을 잃었지만, 살아남은 자도 적지 않았다. 모두 정예 각성자였기에 그들을 영입하기 위해 각 구역의 책임자들이 움직였다.
페가수스 공략대 각성자들을 많이 영입한 곳의 세력이 커질 것이 분명했다.
그 일로 인해 네오 서울이 한창 시끄러웠다.
유세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뭐가요?”
“네오 서울에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잖아. 이제 모든 사람이 너의 존재를 알았을 텐데, 그냥 가만있을 거냐고.”
“가만있지 않으면요?”
“욕심 없어? 지금 이 기세라면 빈민가 정도는 금방 장악할 수 있을 텐데.”
“관심 없어요.”
“진짜?”
“네!”
“아쉽다. 네 욕심이 조금만 컸으면 네오 서울의 판도를 좌우할 수도 있을 텐데.”
유세희가 입맛을 다실 때였다.
“생각도 없는 사람 그만 꾀고 밥이나 먹어.”
탁!
퉁명스러운 음성과 함께 클렉시 영감이 국밥 두 그릇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무슨 말을 못 하게 해. 쳇!”
유세희가 투덜거리면서 수저를 들었다.
제온도 웃으면서 국밥을 먹기 시작했다.
뜨끈한 국물이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느낌이 좋았다.
“좋네요.”
“그럴 거다. 오늘부터 장사하려고 어제 온종일 국물을 고았거든.”
“재료는 물어봐도 안 알려 주겠죠?”
“흐흐! 모르는 게 좋을 거다.”
“잘 먹을게요.”
제온은 소매를 걷고 본격적으로 국밥을 먹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맛볼 수 있는 음식이었다.
다른 콜로니는 국밥을 만들어 먹을 정도로 풍족하지도 않았고, 음식 성향도 달랐다.
이렇게 한국식 국밥을 만들어 주는 이는 클렉시 영감이 유일했다.
적어도 제온이 만난 사람 중에선 말이다.
뜨끈한 국물이 들어가자 속이 확 풀리는 것 같았다.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곁에서 유세희도 국밥을 야무지게 먹었다.
순식간에 국밥 한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그러자 클렉시 영감이 기다렸다는 듯이 한 그릇 더 내놨다.
“더 먹어라.”
“미리 준비한 겁니까?”
“그렇게 힘썼는데 한 그릇 가지고 보충이 되겠어? 양은 많으니 원하면 더 먹어라.”
“이거면 됩니다.”
제온이 웃으며 두 번째 국밥을 먹기 시작했다.
“꼭 며칠은 굶은 것 같구나.”
“집에 있는 동안 보존식만 먹었거든요.”
“보존식만 먹으면 질리는 게 당연하지.”
“쌀은 어디서 난 겁니까?”
“식물 공장에서 키운 녀석이다. 어렵게 구했지.”
“그럴 것 같네요.”
네오 서울은 분명 메가 시티였다.
빈민가까지 합쳐 이천만 명이나 모여 살아가는 거대한 도시이긴 하지만 식물을 키울 면적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 때문에 벼나 과일을 전문적으로 키우는 식물 공장을 돌린다. 하지만 그 양이 턱없이 적어 빈민가에까지 공급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클렉시 영감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국밥을 먹지도 못했을 것이다.
탁!
제온이 수저를 내려놨다.
두 번째 국밥도 모두 비운 것이다.
제온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니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때맞춰 유세희도 수저를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좋네.”
“누구 솜씬데 당연하지.”
“평소에도 자주 좀 해 줘 봐요.”
“해 주긴 뭘 해 줘? 다 돈 받고 파는 건데.”
“쳇! 손녀한테도 얄짤 없다니까.”
“잘 처먹고 또 왜 지랄이야. 다 먹었으면 그냥 도깨비 시장으로 돌아가라. 정신 사납게 하지 말고.”
“안 그래도 그럴 거야.”
유세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제온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고마워! 이 은혜 반드시 갚을게.”
“네!”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도깨비 시장 찾아오고.”
“그럴게요.”
유세희가 제온의 어깨를 한번 두들긴 후 자리를 떴다.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클렉시 영감이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어지간히 고마웠던 모양이야. 저럴 애가 아닌데 말이야.”
“그럴 수도 있죠.”
“그래, 휴식도 취했고, 배도 부른데 뭐 할 거냐?”
“또 쉬어야죠.”
“또?”
“당분간은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습니다. 정리할 것도 많구요.”
“정리?”
“네!”
“알았다. 배고프면 언제든 찾아와라. 너한텐 공짜니까.”
“감사합니다.”
제온이 클렉시 영감에게 인사한 후 자리를 떴다.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낮이라서 그런지 거리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덕분에 제온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그가 향한 곳은 빈민가 밖 사막이었다.
휘이잉!
사막으로 나오자 거친 모래바람이 그를 맞아 줬다.
제온은 잠시 멈춰 서서 피부에 닿는 모래를 음미했다.
바람에 섞인 모래 입자는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제온의 주위를 맴돌았다.
제온은 모래 걸음을 펼쳐 네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제온이 아공간을 열었다.
모래로 가득 찼어야 할 아공간 안이 허전했다.
이지령과의 싸움에서 모두 소모했기 때문이다.
스르륵!
제온 주위에 있던 모래들이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며 아공간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모래는 끝도 없이 아공간 안으로 쏟아졌다. 덕분에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아공간을 가득 채웠다.
모래가 가득한 아공간을 보며 제온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엄청나게 많은 양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제온은 이것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이지령과의 전투에서도 모래가 모자라 백 퍼센트 능력을 활용할 수 없었다.
전화위복으로 샌드 게헤나라는 새로운 융합 스킬을 터득해 이지령을 이길 수 있었지만, 그런 운을 또 기대할 수는 없었다.
또 언제 네오 서울처럼 모래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 싸우게 될지 몰랐다.
“아공간을 넓힐 방법이 있으면 좋을 텐데.”
제온이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제온이 가지고 있는 아공간도 인류의 한계를 뛰어넘은 크기였다. 이 이상 확장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지. 당분간은 이대로 사용할 수밖에…….”
아쉽지만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었다.
그때였다.
후우웅!
제온의 아공간 안에서 강한 울림이 느껴졌다.
“뭐지?”
울림이 느껴진 곳은 아공간 한쪽 던전에서 얻은 아이템들을 모아 놓는 곳이었다.
제온은 금방 울림의 근원을 찾을 수 있었다.
마정석 광산의 책임자인 박만호의 비밀 금고에서 가져온 어린아이 몸통만 한 광물이었다.
우우웅!
광물이 마치 흐느끼듯 강한 파장을 발산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