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48)
248화
브리엘과 함께 걷던 제온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물었다.
“레빈은?”
“또 안 들어왔어.”
“며칠째지?”
“일주일은 넘은 것 같아.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
브리엘이 걱정이 된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별일 없을 거야. 걱정하지 마.”
“하긴!”
브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사막에 다녀오면서 가장 크게 성장한 이가 바로 레빈이었다. 유령화 능력에 퍼플 라이트닝까지 펼칠 수 있는 듀얼 능력자다.
레빈보다 강한 능력자야 많겠지만, 그를 죽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유령화해서 도주하면 잡을 수 있는 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레빈에 대한 걱정은 접어 두고 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걸어 도착한 곳은 바로 도깨비 시장이었다.
“어, 제온 님!”
“어서 오십시오.”
제온이 도착하자 입구를 지키고 있던 문지기들이 반갑게 맞았다.
도깨비 시장을 고사시키려던 동대문 광신도들이 제온 때문에 물러난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별도의 검문 절차 없이 제온과 브리엘을 도깨비 시장 안으로 들여보내 줬다.
동대문이 물러난 도깨비 시장은 활기가 넘쳤다.
이제야 제대로 온기가 돌아온 느낌이었다.
도깨비 시장 안에 들어오자 브리엘의 얼굴에도 생기가 감돌았다.
“새로운 재료가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이따 봐, 제온!”
브리엘이 신이 나서 마수 부산물을 파는 상점들이 모여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그녀에게 도깨비 시장은 놀이터 같은 곳이었다.
이곳엔 그녀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이 널려 있었다. 그런 재료들을 찾아내는 것이 브리엘에겐 큰 기쁨이었다.
제온은 브리엘이 혼자 뛰어놀도록 놔두었다.
그 역시 오늘은 목적이 있어서 온 것이었다.
제온이 향한 곳은 바로 조합장인 유세희의 사무실이었다.
“어서 와.”
유세희가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잘 지내셨습니까?”
“덕분에…….”
유세희가 어깨를 으쓱했다.
제온 덕분에 동대문이 평화를 찾았다.
몇 가지 자잘한 문제가 남아 있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였다.
“그래, 무슨 일이야?”
“필요한 물건이 있어서요.”
“긴장되네.”
“네?”
“얼마나 거창한 것을 원하기에 날 찾아왔는지 말이야.”
유세희가 긴장했다.
제온 정도의 각성자가 구하지 못할 물건은 없었다.
꼭 도깨비 시장이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다.
그런 제온이 유세희를 직접 찾아왔다는 것은 구할 물건이 절대 평범한 게 아니란 의미였다.
제온이 웃으며 말했다.
“별건 아니구요. 아공간 관련 아이템이 있으면 구하고 싶어요.”
“아공간?”
“네! 이번에 깨달았는데 아공간이 좁더라구요.”
“네 아공간이 좁아? 하!”
유세희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제온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아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아마 아공간 가득 모래를 담아 다니는 인간은 제온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그가 아공간이 좁다고 말하니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했다.
제온의 아공간에 담긴 모래는 비장의 무기였다.
비장의 무기라는 것은 남들이 모를 때 위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이제 네오 서울의 권력자들은 제온이 아공간에 모래를 담아 다닌단 사실을 알게 됐다.
분명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울 것이다.
이지령이 NSSC의 감옥을 이용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제온도 대비하려는 거겠지.’
유세희의 미간에 깊은 골이 팼다.
한참을 생각한 끝에 그녀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알다시피 아공간 아이템은 그리 많지 않아. 특히 네가 가진 아공간처럼 커다란 아공간 아이템이 시중에 풀린 적은 없어.”
“존재는 하는 겁니까?”
“있을 수도 있겠지. 던전에서 발견되는 아이템 중엔 상상을 초월하는 것도 있으니까. 다만 내가 본 적은 없어.”
“음!”
“일단 내가 관련 아이템이 있는지 알아볼게.”
“부탁드릴게요.”
제온도 당장 아공간 관련 아이템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겨우 수레 하나 크기 정도의 아공간도 시중에 잘 풀리지 않는다. 그보다 큰 아공간이 시중에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다만 유세희에게 미리 말해 두어 혹시라도 관련 아이템 정보를 얻으려는 것뿐이었다.
“그럼 필요한 것은 아공간 아이템뿐이야?”
“일단은요.”
“하긴 다른 아이템은 눈에 차지 않겠네. 그럼 바로 집에 갈 거야?”
“브리엘을 기다리는 동안 아이쇼핑이나 하죠.”
“그렇게 해.”
“가 볼게요.”
제온이 유세희에게 인사한 후 밖으로 나왔다.
“쌍두 독각사의 뿔을 싸게 팝니다.”
“거기 손님 이리 와 봐.”
상점마다 상인들이 호객 행위에 열중하고 있었다.
제온도 각 상점을 들러 쓸 만한 물건이 있나 살펴봤지만, 불행히도 그의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아이템은 존재하지 않았다.
특히 아공간 관련 아이템은 아예 씨가 말랐다.
결국 제온은 아공간 관련 아이템을 도깨비 시장에서 구하는 것을 포기하고 의자에 앉았다.
의자에 앉아서 브리엘을 기다리다 보니 절로 잠이 왔다.
제온이 그렇게 꾸벅꾸벅 졸 때 은밀히 접근하는 남자가 있었다.
제온 바로 뒤에 접근한 남자가 갑자기 검을 꺼내 제온을 공격했다.
슈우우!
날카로운 파공음에 제온이 눈을 떴다.
파캉!
제온의 숨통을 노리고 날아오던 검이 초열의 건틀렛에 막혀 튕겨 나갔다.
“누구냐?”
“죽어랏!”
남자가 소리치며 제온을 공격했다.
제온에게 검을 휘두르는 그의 얼굴엔 광기가 가득했다.
제온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남자의 공격을 피했다.
쾅!
남자의 검은 엉뚱한 벽을 후려쳤다.
단단한 벽이 마치 스펀지처럼 뜯겨 나갔다.
그만큼 남자의 공격엔 강력한 힘이 실려 있었다.
어지간한 각성자였다면 이번 공격에 중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쉬쉬쉭!
남자의 공격이 마치 폭풍처럼 제온을 몰아쳤다.
제온은 초열의 건틀렛으로 남자의 공격을 막아 내거나, 흘려보냈다.
“엇! 저자는?”
“가리온 아냐?”
근처에 있던 상인들이 남자의 정체를 알아봤다.
가리온이라는 남자는 그런 사람들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친 듯이 제온을 공격했다.
반드시 제온을 죽이겠다는 원념이 느껴질 정도였다.
제온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 보는 남자가 이렇게 죽자 살자 공격하니 당황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남자에게 당해 줄 생각은 없었다.
빠각!
제온의 다리가 남자의 옆구리에 꽂혔다.
엄청난 충격에 남자의 갈비뼈가 모조리 박살 났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즉사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제온을 공격해 왔다.
그때 제온의 눈에 남자의 옆구리가 빠르게 원상 회복하는 모습이 보였다.
“응? 재생 능력인가?”
무투계 각성자 중에 간혹 재생 능력을 가진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아무리 큰 상처를 입어도 금방 회복했다. 엄청난 양의 마나와 생명력을 불태워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재생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초재생 능력을 가진 각성자는 각 구역이나 공략대에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이른바 탱커에 최적화된 능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재생 능력을 가진 자는 극히 드물었다.
쾅!
제온의 공격에 남자의 머리가 꺾였다.
목뼈가 부러지는 중상이었다. 하지만 초재생 능력을 발휘해 금방 원상태를 회복했다.
“죽어엇!”
그가 악을 쓰며 제온을 공격했다. 하지만 제온의 상대가 되지는 못했다.
초재생 능력이 무적의 방패는 아니었다.
한계를 뛰어넘는 충격 앞에선 초재생 능력도 무용지물이란 것을 제온은 잘 알고 있었다.
쾅!
제온의 주먹이 남자의 관자놀이에 작렬했다.
순간 남자의 눈동자에서 초점이 사라졌다.
엄청난 충격에 정신이 날아간 것이다.
제온이 다시 한번 남자의 머리에 다리를 휘둘렀다.
콰앙!
머리를 얻어맞은 남자가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제온이 남자의 가슴을 밟으며 말했다.
“자, 이제 나를 왜 공격했는지 말해 볼까요?”
“크윽!”
남자가 발버둥 치며 제온의 발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마치 거대한 프레스에 끼인 것처럼 엄청난 압력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 잠깐만요.”
“자네, 가리온 맞지?”
두 사람의 싸움을 구경하던 상인 중 몇 명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제온이 그들에게 물었다.
“아는 사람입니까?”
“그렇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희와 같이 장사하던 상인이었습니다.”
상인 한 명이 급히 대답했다.
“그런 사람이 왜 저를?”
“이 친구 사실 동대문에 포섭되었었습니다.”
“포섭?”
“네! 동대문 신도가 된 거죠.”
“음!”
동대문이 신촌을 반쯤 장악했을 때 일어난 일이었다.
제온은 관심이 없어 몰랐지만, 그때 신촌 사람 중 상당수가 동대문에 넘어갔다.
가리온이라는 남자도 그런 이들 중 한 명이었다.
“크윽! 죽어라. 이 불신자야.”
제온의 발에 깔린 가리온이 발악했다.
눈이 돌아가고, 입에 거품을 문 것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제온이 상인에게 물었다.
“혹시 이자가 예전에도 각성했었나요?”
“아니,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상인이 깜짝 놀라 가리온을 바라봤다.
가리온은 분명 그와 같은 보통 사람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에 가리온이 보여 준 모습은 보통 사람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도대체 이 친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상인들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익! 으아아!”
제온의 발을 밀쳐 내려던 가리온이 괴성을 내질렀다.
제풀에 못 이겨 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
제온이 가리온의 얼굴을 손으로 덥석 잡았다.
상인들은 제온이 가리온을 죽이려는 것으로 오해해 소리쳤다.
“잠깐! 가리온을 죽이지 말아 주십시오.”
투웅!
그 순간 제온의 손에서 마나가 방출됐다.
화염의 기운을 머금은 마나가 가리온의 뇌를 강타했다.
뇌가 흔들리는 충격에 가리온이 정신을 잃었다.
그제야 제온이 가리온의 얼굴을 덮었던 손을 풀었다.
상인이 미동도 없는 가리온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설마 죽인 겁니까?”
“잠시 의식을 날려 버렸을 뿐 멀쩡합니다.”
“다행입니다.”
제온의 대답에 상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동대문으로 넘어갔어도 같이 장사를 하던 정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도깨비 시장을 지키던 가드들이 달려왔다.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은 가드들이 가리온을 데리고 갔다.
이제부터는 그들이 해결해야 할 일이었다.
가리온이 눈앞에서 사라졌지만, 의문은 남았다.
‘동대문에 포섭된 후 각성한 건가? 뒤늦게 각성한 것은 그렇다 치고, 왜 나를 공격한 거지? 나에게 원한이 있는 건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제온에게 죽은 사람과 관계가 있을 수도 있었으니까.
네오 서울에 그런 자가 한두 명이 아니었다.
누군가 제온에게 원한을 가진 자가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때 브리엘이 나타났다.
“많이 기다렸어?”
“아니, 집에 가자.”
“응!”
만족스러운 쇼핑을 했는지 브리엘의 얼굴에 기분 좋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