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52)
252화
김현수는 창가에 서서 서 구역을 굽어봤다.
서 구역은 강철로 만들어진 도시였다.
실제로 전부가 강철로 이뤄진 것은 아니었지만, 금속성 느낌이 물씬 풍겨 강철 도시처럼 보였다.
김현수는 이 금속성의 느낌이 좋았다.
메마르고 거친 이 감성은 순수 인간은 절대 이해할 수 없었다.
밤이 찾아온 거리엔 수많은 이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기계화 각성자들도 상당수 보였지만, 대부분은 평범한 인간들이었다.
김현수가 중얼거렸다.
“저들은 알까? 저들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내가 무엇을 포기했는지.”
한참이나 서 구역을 바라보던 김현수가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철컹!
거친 쇳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김현수가 엘리베이터에 타자 삼족오의 음성이 들려왔다.
―어디로 모실까요? 마스터.
“연구실로.”
―네! 마스터.
기이잉!
삼족오의 대답과 동시에 엘리베이터가 무서운 속도로 하강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아찔한 부유감에 두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의 속도였다.
하지만 김현수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정면을 바라봤다.
쿵!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다.
문이 열리자 광활한 공간이 나타났다.
수많은 첨단 장비와 부지런히 움직이는 연구원들.
이곳이 바로 지하 십 층에 있는 연구실이었다.
연구실 중앙에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있었다.
바로 얼마 전 던전을 공략하고 사냥해 온 바위 골렘이었다.
거대한 바위 골렘 주위엔 수많은 연구원이 붙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위이이잉!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는 톱날이 바위 골렘의 가슴을 자르고 있었다.
그 때문에 불꽃과 돌가루가 사방으로 튀었다.
파캉!
갑자기 잘 돌던 톱니바퀴가 부서지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다행히 연구원들이 다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골렘 주위에 보호 마법진을 펼쳐 놓은 덕분이다.
연구원들이 부서진 톱날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아오! 씨발. 더럽게 단단하네.”
“이게 벌써 몇 번째야?”
그들은 투덜거리면서 부러진 톱날을 교체했다.
이런 상황이 꽤 익숙해 보였다.
김현수가 그들에게 다가갔다.
“아직도 핵을 꺼내지 못한 건가?”
“앗! 회장님?”
“언제 오셨습니까?”
뒤늦게 김현수의 방문을 알아차린 연구원들이 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서패왕 김현수를 회장이라고 불렀다.
사실 김현수는 호칭 따윈 신경 쓰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결과물이었지, 타인이 부르는 호칭 따위가 아니었다.
“작업 진척도는?”
“이제 십오 프로 정도입니다.”
“더디군.”
“죄송합니다. 바위 골렘에 특수 금속이 많이 함유되어 톱날이 망가지기 일쑤입니다. 그 때문에 진척도가 오르지 않습니다.”
“특수 금속?”
연구원의 대답에 김현수의 눈이 빛났다.
현 지구에서 금속은 굉장히 희귀한 자원이었다.
세상 대부분이 모래로 변했기에 금속 물질을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모래를 수백, 수천 미터쯤 파고들면 암석층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럼 암석을 채취해 함유된 광물을 분리하면 되지만, 지표를 뒤덮고 있는 엄청난 양의 모래를 걷어 내는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엄청난 자금과 인력을 갈아 넣는다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채굴에 성공한다고 해서 암석에 원하는 금속이 함유되어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쓸모없는 암석 덩어리만 잔뜩 채굴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더군다나 저 지긋지긋한 모래 아래엔 수많은 마수가 서식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샌드웜이었다.
놈은 모래 속에서 진동이 느껴지면 아무리 먼 거리에서도 미친 듯이 달려온다.
모래 위라면 사냥팀이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는 마수였지만, 모래 속에서는 놈들을 잡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문제는 모래 속에 샌드웜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마수들이 득실거린다는 것이다.
그런 놈들에게 걸리면 탐사대나 채굴팀 정도는 순식간에 전멸이었다.
광석 채굴은 위험 부담은 높은데 성공 확률은 거의 없는 도박이었다.
반면 던전은 달랐다.
던전에서 채굴되는 모든 물질이 지구에선 구할 수 없는 희귀 금속이었다.
그 때문에 금속성 물질은 뭐가 됐든 모조리 들고나왔다.
김현수가 중얼거렸다.
“바위 골렘은 쓸모없다고 생각했는데, A급은 다르단 말인가?”
“일단 파악된 바로는 바위 골렘을 움직이기 위해 사용된 마법진도 이제까지 발견되지 않은 금속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마법진의 원리만 파악하면…….”
“우리도 골렘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인가?”
“예! 모래 위에서 기동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던전을 공략할 때 탱커로 활용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겁니다.”
“흠!”
김현수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골렘이 있는 던전을 여러 번 공략했다. 하지만 A급 바위 골렘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골렘은 마법으로 움직이는 로봇과 같은 존재였다.
의지 없이 입력된 명령대로 행동했다.
탱커로 쓰기에 이보다 적합한 존재는 없었다.
연구원이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A급 골렘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안엔 쿠라얀 문명의 정수가 담겨 있습니다. 저희가 그 비밀을 파헤칠 수 있다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면?”
“골렘과 저희 기계 육체는 작동 원리가 다르지 않습니다.”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건가?”
“예! 바위에서 채굴한 암석과 마법진을 연구한다면 기계 육체가 몇 단계는 업그레이드될 겁니다.”
마지막 말이 김현수의 마음을 울렸다.
기계화 각성자에겐 각 파츠의 업그레이드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현재 서 구역의 업그레이드 연구는 정체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연구원의 말은 가뭄의 단비 같았다.
“무엇을 지원해 주면 되지?”
“그게…….”
“말해!”
“저희에게도 AI를 배정해 주십시오.”
“AI 말인가?”
“네!”
용기 내어 말한 연구원이 침을 꼴딱 삼켰다.
삼족오의 열화판 AI는 오직 김현수의 심복에게만 배정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열화판 AI는 수가 한정되어 있어 연구실에까지 배정되지는 않았다.
김현수가 삼족오에게 말을 걸었다.
‘여유 있는 AI가 있나?’
―현무가 있습니다.
‘현무?’
―차진철 님에게 배정되었던 AI입니다. 얼마 전 차진철 님이 죽고 귀환 프로토콜로 다시 저에게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왜 아직 남아 있지? 보통은 네가 다시 흡수하거나 재배정하지 않나?’
―그게 분석되지 않는 불순물이 끼어 있습니다.
‘불순물?’
―예! 현무의 데이터 원본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따로 격리해 두고 분석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왜 보고하지 않았지?’
김현수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그런 사항이 있다면 당연히 자신이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아직 분석이 끝나지 않아 보고 순위에서 밀렸습니다.
‘분석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고?’
―네!
‘네 능력으로 분석이 이렇게 오래 걸린단 말이야?’
―죄송합니다. 차진철 님이 던전 안에서 폭주한 문제도 있고 해서 신중을 기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순간 김현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차진철이 던전 보스에게 잠식당해 폭주하다가 제온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은 그도 알고 있었다.
같이 던전 공략에 참여했던 서 구역 각성자들이 알려 줬기 때문이다.
‘차진철이 폭주하기 전에 현무가 귀환 프로토콜을 가동하지 않았던가?’
―맞습니다. 다행히 폭주 전에 연결을 끊고, 무사히 귀환했습니다.
‘그럼 문제없는 거 아닌가?’
―그래도 확인해야 합니다.
‘언제까지?’
삼족오의 능력은 그 옛날 슈퍼컴퓨터 이상이다.
어지간한 마법진이나 데이터 따윈 순식간에 파헤쳐 분석할 수 있다. 그런 삼족오가 아직도 분석하지 못한 데이터라니, 조금은 당혹스러웠다.
―격리해서 분석하는 중이라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
‘언제 끝날지 기약할 수 없다는 거군.’
―죄송합니다.
‘이쪽에 우선 배정해 놓고 분석할 수는 있나?’
―그리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왜지?’
―일단 배정하게 되면 제 통제력이 약화됩니다.
삼족오의 본체는 지하 깊은 곳에 존재한다.
지하 십 층인 이곳보다 더 깊은 곳에 말이다.
삼족오는 자신의 열화판 AI를 따로 격리했다.
본체는 같지만, 일종의 감옥 같은 공간을 만들어 의식을 분리시킨 것이다.
이러지 않으면 나중에 본체와 열화판의 의식이 섞일 수도 있었다.
보고를 모두 들은 김현수가 손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모든 연구원이 그를 보고 있었다.
그들은 김현수와 삼족오의 대화를 듣지 못했다.
모두 김현수의 의식 속에서 이뤄지는 대화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열화판 AI가 배정되면 연구 속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김현수가 삼족오에게 말했다.
“현무를 이들에게 배정해.”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현무를 삭제해. 그건 가능하겠지?”
―어렵지는 않습니다. 데이터를 보존하면서 분석하는 게 어려운 거니까요.
“그럼 이자에게 현무를 배정해.”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마스터!
김현수가 처음 의견을 건넸던 연구원을 바라봤다.
“네 이름은?”
“아! 이, 이수명이라고 합니다. 동료들은 이 박사라고 부릅니다.”
“그래! 이수명. 지금부터 현무의 운영자는 너다. 지금 너의 몸에 칩을 이식해 현무가 다운로드 될 테니 방화벽을 모두 개방하라.”
“여, 영광입니다.”
이수명의 얼굴에 환희의 표정이 떠올랐다.
보조 AI를 다운로드할 생각하니, 벌써 흥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칩을 이식받자마자 기계 육체를 보호하는 방화벽을 모두 해제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순식간에 다운로드됐다.
“으으!”
이수명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일순간 너무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느라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이대로 머리가 터져 버리는가 싶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머릿속이 선명해지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스터!
누구도 알려 주지 않았지만, 이수명은 본능적으로 목소리의 주인이 AI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혀, 현무인가?”
―네! 이제부터 마스터를 보조할 AI 현무입니다.
“오오! 드디어 나에게도 AI가 생겼구나.”
이수명은 바로 앞에 김현수가 있다는 것도 잊고 감격해했고, 다른 연구원들은 그런 이수명을 부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신이 난 이수명이 바로 골렘 앞으로 달려갔다.
현무와 함께 바로 연구를 시작하려는 것이다.
그야말로 연구에 미친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따로 없었다.
이수명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연구원들도 모두 이수명에게 달라붙어 연구를 재개했다.
김현수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현무에 불순물이 끼었다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삼족오가 계속 주시하고 있으니 별문제는 없을 것이다.
현무가 제아무리 뛰어나도 결국은 삼족오의 열화판에 지나지 않았다.
삼족오가 마음을 먹으면 지우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렇기에 문제가 조금 있는 것을 알면서도 이수명에게 다운로드시킨 것이다.
그때였다.
―마스터!
잠시 침묵을 지키던 삼족오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가?”
―메카닉 파라다이스 호텔에 특별한 손님이 방문했습니다.
“특별한 손님?”
―제온이 지금 김무영 님을 만나고 있습니다.
“제온? 모래술사 말인가?”
―맞습니다. 그 제온이 맞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금속 가면을 쓴 것 같은 김현수의 얼굴이 더욱 차갑게 변했다.
“제온과 김무영. 그 둘이 만났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