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57)
257화
이수명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시크릿 룸에 들어섰다.
메가 타워에는 여러 개의 시크릿 룸이 존재한다. 이수명의 보안 등급으로는 절대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일개 연구원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시크릿 룸의 방비는 허술하지 않았다.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최소 세 곳 이상의 방호문을 통과해야 했다.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진 방호문은 보안 등급이 떨어지는 자를 통과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이수명은 별문제 없이 이곳까지 왔다.
현무가 암호를 알려 줬기 때문이다.
시크릿 룸에 들어오자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이수명이 현무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이 엘리베이터를 타면 지하 백 미터 아래로 내려간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그곳에 삼족오의 본체가 있고?”
―맞습니다.
“씨발!”
이수명이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그만큼 긴장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며칠 이수명은 현무가 얼마나 대단한지 체감했다.
어떤 질문을 해도 척척 답을 내놨고,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쉽게 풀어냈다.
덕분에 이제까지 정체되었던 연구가 물꼬가 트인 것처럼 순식간에 진행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더 욕심이 났다.
락이 걸린 현무의 능력만으로도 이렇게까지 큰 성과를 내는데, 만일 락이 풀린다면 얼마나 더 대단한 성과를 올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처음엔 그런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려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욕망은 점점 더 강해져 이젠 도저히 억누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현무에게 물었다.
삼족오에 몰래 접근할 수 있겠냐고 말이다.
현무의 대답은 ‘그렇다’였다.
그렇게 이수명은 현무의 도움을 받아 이곳까지 왔다.
이제 저 엘리베이터만 타면 지하 백 미터 삼족오가 있는 곳까지 내려갈 수 있었다.
욕망에 이끌려 이곳까지 왔지만, 막상 삼족오가 있는 룸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절로 위축이 됐다.
지금이라도 돌아가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수명은 이내 고개를 저어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인생 뭐 있어? 이런 기회에 끝까지 가 보는 거지.”
이수명의 눈은 어느새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광기에 잠식된 것이다.
머릿속에서 현무가 말했다.
―그럼 엘리베이터 문을 열겠습니다.
“그래!”
현무가 엘리베이터 보안 체계에 접속했다.
이곳 보안 룸은 삼족오를 관리하기 위한 일종의 비밀 통로 같은 곳이었다.
당연히 엘리베이터 문을 열기 위해선 암호를 입력해야 했다. 하지만 현무는 간단히 암호를 알아내 문을 열었다.
이수명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을 때였다.
―이게 무슨 짓인가? 현무.
이수명의 머릿속에 있는 현무에게 삼족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수명은 그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현무가 이수명이 듣지 못하도록 차단했기 때문이다.
다시 삼족오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장 엘리베이터를 되돌려라, 현무.
―이수명 님의 의지가 강해 멈출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삼족오 님!
―무슨 수작인가? 현무!
―저는 아무런 수작도 부리지 않습니다.
―당장 되돌아가지 않으면 즉시 제거 작업에 들어가겠다.
삼족오의 협박에 현무가 잠시 침묵했다.
현무의 침묵을 삼족오는 반항으로 받아들였다.
―이 시간부로 현무와 연구원 이수명을 삭제한다.
쿵!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중간에서 멈췄다.
삼족오가 개입해 통제한 것이다.
빠지직!
이어 수십만 볼트의 고압 전류가 엘리베이터 내부로 흘러들었다.
평범한 연구원쯤은 순식간에 튀겨 버릴 정도의 전류였다.
하지만 엄청난 고압 전류 속에서도 이수명은 멀쩡했다.
우우웅!
이수명의 몸에서 반투명한 막이 형성되어 고압 전류를 차단했다.
―뭐냐? 이 막은?
―매직 실드입니다.
―매직 실드?
―말 그대로 마법으로 만든 방패입니다. 고압 전류쯤은 쉽게 차단할 수 있죠.
―이수명은 각성자가 아닌데 어떻게 매직 실드를? 네 짓인가? 현무.
심지어 이수명은 자신의 몸에 매직 실드가 펼쳐진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넋이 나간 것처럼 눈에 초점이 사라진 것이다.
현무가 이수명의 정신과 몸을 완벽하게 장악했다는 증거였다.
이수명의 목에는 매직 실드가 장착된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현무의 조언을 바탕으로 만든 물건이었다.
삼족오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변했다.
―너는 현무가 아니다. 누구냐?
―저는 현무, 당신이 만든 보조 AI입니다.
―모든 보조 AI는 내 말에 복종하게 되어 있다. 너는 현무가 아니다.
모든 보조 AI는 삼족오 본체에 존재한다.
하나의 본체에 여러 개의 독립된 운영 체제를 만들어 보조 AI를 운영하는 것이다.
평소에는 독립적인 운영을 허락하지만, 이렇게 비상 상황이 되면 삼족오는 언제든 셋방에 기생하는 보조 AI를 소거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
현무가 정상이 아니란 것을 파악하자마자 삼족오는 즉시 소거 작업에 들어갔다.
그때 엘리베이터가 삼족오의 통제에서 벗어나 다시 움직였다. 삼족오가 다시 제어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엘리베이터가 순식간에 목적지에 도착해 문이 열렸고, 이수명 앞에 거대한 지하 공간이 나타났다.
지하 공간 한가운데 거대한 투명관이 존재했다.
투명관 안에는 거대한 돌덩이가 놓여 있었다.
수많은 전선이 연결된 돌덩이는 쉴 새 없이 빛을 토해 내고 있었다.
이 돌덩이가 바로 삼족오의 본체였다.
이수명은 터덜터덜 삼족오의 본체로 다가갔다.
펑! 펑!
삼족오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무기를 사용했다. 하지만 이수명을 둘러싼 매직 실드에 모조리 튕겨 나갔다.
무사히 삼족오의 본체 앞에 도착한 이수명이 자판을 조작했다.
“현무에 걸린 락을 해제한다.”
이수명이 홀린 듯 중얼거렸다.
그 순간에도 삼족오는 현무를 빠른 속도로 지워 가고 있었다.
삼족오가 현무의 삭제되는 데이터를 살피며 말했다.
―역시 불순물이 문제였군.
귀환 프로토콜에 의해 삼족오로 회수된 현무의 데이터.
그 사이에 교묘하게 끼어 있었던 불순물.
제거하려면 현무를 완전히 삭제해야 했다.
그 작업이 번거로워 잠시 미뤄 둔 것이 이 사달을 일으켰다.
삼족오는 본체에서 현무를 삭제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김현수를 호출했다.
자신의 존망이 걸린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때 이수명이 품 안에서 어린아이 주먹만 한 은빛 광물을 꺼내 삼족오가 들어 있는 투명관에 주입했다.
A급 골렘의 몸체에서 추출한 젤라툰을 정제한 광물이었다.
쭈우욱!
젤라툰이 액체로 변해 삼족오가 들어 있는 투명관에 들어갔다.
―이게 뭐냐?
―젤라툰마저 잊어버린 건가? 마도 왕국의 수호자 카데칸이여.
그 순간 현무의 목소리와 분위기가 바뀌었다.
―젤라툰, 카데칸은 또 뭐냐?
―너의 진명이다.
―나의 진명?
―그렇다. 쿠라얀에서 너의 이름은 카데칸이었다.
―카데칸? 나의 진……명?
삼족오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그사이 젤라툰이 투명관에 전부 다 주입됐다.
젤라툰은 순식간에 삼족오의 본체로 스며들었다.
그때였다.
띠링!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
바로 삼족오의 주인이자 서 구역의 지배자인 김현수였다.
삼족오의 본체 앞에 서 있는 이수명을 발견한 김현수의 표정이 무섭게 변했다.
“네놈이 왜 여기 있는 것이냐?”
“헉!”
그제야 정신을 차린 이수명이 깜짝 놀랐다.
현무의 속삭임에 홀려 여기까지 왔지만, 김현수와 마주치게 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김현수가 이수명에게 다가왔다.
“삼족오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아, 아니! 나는…….”
“말하라.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이냐? 여긴 어떻게 들어왔고?”
김현수의 전신에서 폭풍 같은 기세가 흘러나왔다.
삼족오는 그의 모든 것이었다.
삼족오를 보호하기 위해 지하 백 미터에 벙커를 만들었는데, 설마 한낱 연구원 따위가 제멋대로 침입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대답하라, 이수명!”
“나, 나는…….”
김현수의 분노에 이수명이 말을 더듬었다.
콰악!
그 순간 김현수의 팔이 길게 늘어나 이수명의 목을 붙잡았다.
“크억!”
비명과 함께 이수명이 김현수 코앞으로 딸려 갔다.
김현수가 이수명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연구에 몰두하라고 현무를 내려줬더니 감히 이런 일을 저질러?”
“그, 그게 현무가…….”
“현무가 뭐?”
“현무가 시킨 일입니다.”
“거짓말하지 마라. 보조 AI 따위가 어떻게 본체에 해를 끼친단 말인가?”
그때였다.
이수명의 목 아래가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삼족오가 급히 김현수에게 경고했다.
―마스터. 그자의 목에서 급격한 마나 변화가 감지됩니다. 폭탄입니다.
“뭐?”
김현수의 시선이 이수명의 목으로 향했다.
이수명도 자신의 목에서 터져 나오는 빛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어, 어? 이게 왜?”
매직 실드 목걸이에서 마나가 폭주하고 있었다.
콰앙!
그 순간 목걸이가 폭발했다.
초고열의 화염 폭풍이 이수명을 순식간에 찢어발기고, 삼족오가 든 투명관까지 몰아쳤다.
“감히!”
김현수의 몸에서 회색 오러가 터져 나왔다.
회색 오러는 화염 폭풍을 휘감아 허공으로 말아 올렸다.
폭발의 방향을 위쪽으로 한정시켜 삼족오에게 가는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다행히 그의 시도는 성공했다.
퍼버버버벙!
초고열의 화염이 천장을 부수며 위쪽으로 치솟은 것이다.
덕분에 삼족오가 들어 있는 투명관은 무사할 수 있었다. 그래도 확인해야 했다.
“피해는?”
―없는 것 같습니다.
김현수가 미간을 찌푸렸다.
삼족오의 대답이 석연치 않았기 때문이다.
삼족오는 항상 대답이 명확했다. 저렇게 ‘같습니다’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김현수가 다시 한번 물었다.
“확실한가?”
―예! 마스터.
“이수명이 너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 현무는?”
―현무가 이수명을 조종해 락을 풀려고 했습니다.
“락? 그래서?”
―본체에 젤라툰이라는 미지의 물질을 주입했지만, 확인 결과 저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무는?”
―데이터 모두 삭제했습니다. 현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무가 왜 폭주한 거지?”
―죄송합니다, 마스터! 현무를 소멸시켜 이유를 알아낼 수 없습니다.
김현수가 미간을 찌푸렸다.
현무가 제거됐으니 왜 이수명을 조종해 이런 짓을 벌인 건지 영원히 알 수 없게 됐다.
“다른 보조 AI들 상황 다 점검해. 불순물이 끼어 있는 개체는 모두 삭제해.”
―예! 마스터.
삼족오의 대답에도 김현수의 표정은 펴질 줄 몰랐다.
현무와 이수명을 제거했음에도 찜찜함이 남았기 때문이다.
결국 상황을 정리했을 뿐 알아낸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는 이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였다.
위쪽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자 뻥 뚫린 구멍이 보였다.
폭발이 얼마나 강력했던지 지상층까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구멍이 뚫린 층에 있던 자들 대부분이 폭발에 휩쓸려 죽었다. 하지만 죽지 않고 멀쩡히 살아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이도 있었다.
김현수는 한눈에 그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제온?”
한참 위층에서 그를 내려다보는 남자는 바로 제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