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61)
261화
넘버 파이브 제온.
네오 서울에서 위험도 다섯 번째의 인물.
다른 네 사람처럼 커다란 세력을 가진 것이 아닌 인물이 위험도 열 번째 안에 들어온 것은 제온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네오 서울은 제온을 높게 평가했다. 그래서 그의 동향을 특별히 주시하고 있었다.
서태란 개인적으로는 제온의 위험도가 첫 번째라고 생각했다.
세력을 가진 게 아니라서 다섯 번째로 밀린 거지, 그의 능력만큼은 네오 서울에서 가장 위험했다.
서태란이 호청연에게 물었다.
“제온이 접촉한 자가 외부에서 온 자라고 했나요?”
“그렇습니다.”
“외부라면 카라반, 아니면 다른 콜로니?”
“그게 확실치 않습니다. 유령처럼 나타났기에 제반 정보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도 보고를 드려야 했기에 찾아왔습니다.”
“음!”
서태란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네오 서울은 출입증이 없으면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다.
결계와 마법진으로 보호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빈민가는 다르다.
외부인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그 때문에 정확한 신분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림자 부대도 빈민가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가장 좋은 것은 빈민가 자체 정보 조직인 아르고스의 눈의 협조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아르고스의 눈에서 그림자 부대의 요청에 협조할 이유가 없었다.
서태란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제온과 관계된 모든 것이 그녀의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다.
그만큼 제온은 그녀의 예상을 벗어난 존재였다.
‘네오 서울의 인물도 아닌 외부의 인물과 접촉했다? 분명 평범한 이유는 아닐 거야.’
무엇보다 감이 좋지 않았다.
그녀의 감은 매우 날카로워서 거의 예지와 같은 수준의 정확함을 자랑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그녀가 호청연에게 말했다.
“현재 가용할 수 있는 인원이 얼마나 있나요?”
“여유 인력은 스무 명 정도입니다.”
“그들 모두 제온과 접촉한 이에게 붙여 주세요.”
“전부 말입니까?”
“네! 제온과 접촉한 이의 정체, 목적을 모두 알아내세요.”
“역시 흔적은 남기면 안 되겠죠?”
“당연하죠.”
“알겠습니다. 본인도 모르게 조용히 처리하죠.”
호청연이 슬쩍 미소 지었다.
그림자 부대의 특성상 표나지 않게 움직여야 했다.
그들에겐 취조당하는 당사자도 모르게 정보를 빼내는 방법이 수십 개나 존재했다.
“이틀 안에 놈이 무슨 목적으로 들어왔는지 모두 알아내겠습니다.”
“제온을 자극하면 안 된다는 것만 기억해요.”
“후후! 그 정도 선은 지켜야죠. 그럼…….”
호청연이 살짝 고개를 숙인 후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혼자 남은 서태란이 중얼거렸다.
“한시도 방심하지 못하게 만드는군.”
***
제온이 오른팔에 차고 있는 건틀렛을 어루만졌다.
드래곤의 눈을 장착해 초열의 건틀렛으로 진화한 아이템이다. 팔 년 넘게 차고 있었더니, 이젠 자신의 몸 일부처럼 느껴졌다.
초열의 건틀렛을 만들어 준 이가 바로 모트 일족의 케일리였다. 그래서 제온은 항상 케일리에게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했다.
은혜를 입었으면 당연히 갚아야 한다.
비록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걸지라도 말이다.
제온은 두두얀과 아슬란에게 이틀 후 강철 요새로 출발하겠다고 대답했다.
제온의 대답을 들은 두 사람은 그때까지 빈민가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브리엘이 깊은 생각에 잠긴 제온을 보고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아무래도 강철 요새로 가야 할 것 같아서…….”
“또? 왜?”
“예전에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이 이번엔 나에게 도움을 청하네.”
“그럼 가야지. 언제 가려고?”
“모레.”
“그럼 곤란한데.”
“응?”
“지금 연구하는 게 있는데, 영감이 떠올라서…….”
연금술은 결코 쉬운 학문이 아니다.
제대로 된 결과물을 연성하기 위해선 고도의 집중력과 더불어 강한 영감이 필요했다.
영감은 곧 상상력의 구체적인 실체화를 의미한다.
언제 올지 모르기에 왔을 때 단단히 붙잡아야 한다.
하필 지금이 그 순간이었다.
매우 중요한 연구였기에 브리엘은 선뜻 제온을 따라나서겠다고 말하지 못했다.
제온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이번엔 어차피 나 혼자 가려고 했으니까.”
“진짜 괜찮겠어?”
“당연하지.”
이번엔 레빈도 데려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브리엘처럼 레빈에게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레빈은 심지를 모두 태운 램프 같았다.
복수 일념으로 살아왔기에 정작 복수를 하자 모든 심지가 연소하여 더 이상 탈 것이 남아 있지 않았다.
새로운 심지가 생기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그때까지는 레빈 혼자 시간을 보내게 두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이번 일은 혼자 가는 게 나을 듯했다.
언제 네오 서울로 돌아올지 모르는 긴 여정일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잠깐만 기다려.”
갑자기 브리엘이 자신의 방으로 후다닥 뛰어갔다.
잠시 후 그녀가 품에 무언가를 한가득 안고 나왔다.
“이거 다 가져가.”
“뭔데?”
“그동안 내가 만든 거. 이건 해독 포션, 이건 갈기털 도마뱀의 침샘으로 만든 스프레이. 염산 성분이 있어 쇠도 녹이니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이거는…….”
브리엘의 설명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그녀가 만든 물건들 대부분은 제온에게 그리 필요 없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나 하급 각성자들은 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제온은 브리엘이 건네준 물건을 사양하지 않고 모두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고마워! 잘 쓸게.”
“응! 더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내가 만들어 줄 테니까.”
“아냐! 이 정도면 충분한 거 같아.”
“알았어.”
“너희들이야말로 조심하고 있어. 이곳에선 너희들을 건드릴 사람이 없겠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걱정하지 마. 저게 있는데 뭔 걱정이야?”
브리엘이 지켜보는 눈을 바라봤다.
지금 이 순간도 이 집은 지켜보는 눈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동대문의 성기사들이 모두 달라붙고도 지켜보는 눈을 뚫지 못했다. 빈민가에서 가장 안전한 요새가 바로 이곳이었다.
이곳에 있는 이상 그 누구도 그들을 위협할 수 없었다.
제온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조심해. 혹시 무슨 일 생기면 도깨비 시장에 보호 요청하고.”
“응!”
“그래! 알아서 잘하겠지.”
제온이 미소 지었다.
처음엔 맹약으로 어쩔 수 없이 묶인 두 사람이었지만, 이젠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여 굳게 믿는 사이가 됐다.
제온은 그런 변화가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한참을 떠들던 브리엘이 방 안으로 들어가고, 거실에 제온 혼자 남았다.
소파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니 붉은 네온사인이 망막을 어지럽혔다.
어제 만났던 두두얀의 말이 떠올랐다.
“아르켈론을 살리려면 모비딕을 찾아야 한다고?”
***
“조심해. 여긴 네오 서울이라고.”
“거참, 걱정하지 말라니까.”
두두얀의 잔소리에 아슬란이 손을 내저었다.
그의 얼굴은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미 얼큰하게 취한 것이다.
아슬란 앞 테이블에는 빈 술병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들이 있는 곳은 신촌의 한 술집이었다.
신촌의 빈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싸구려 술집이었다. 당연히 이곳에서 파는 술 역시 싸구려 독주였다.
원료가 무엇인지 모를 독주 한 병이면 어지간한 사람은 인사불성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런 독주를 벌써 몇 병이나 마셨다.
그만큼 아슬란의 주량이 세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곳이 아니면 마실 수 없다는 절박함이 크게 작용했다.
지금 강철 요새에선 술을 구할 수 없었다.
이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강철 요새였다. 술보다 다른 생필품을 만드는 게 우선이었다.
당연히 술은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스캐빈저 짓을 할 수도 없으니, 당연히 제온이 떠난 뒤 술 한 모금 맛보지 못했다.
“흐흐! 이 좋은 것을 그동안 마시지 못했다니. 말리지 마. 나 오늘 이 가게에 있는 술 다 동낼 테니까.”
“어휴! 마음대로 해라.”
두두얀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슬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렇게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퍼붓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몸을 철저히 망가트리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정말 인간은 이해할 수 없다니까. 왜 저렇게 자기 학대를 하는 것인지.”
“학대가 아니라 낭만을 꿈꾸는 거야. 봐,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냐?”
“눈에 초점이 풀렸군. 됐어, 난 들어간다.”
결국 두두얀이 아슬란을 포기하고 근처에 있는 숙소로 향했다.
술집에 혼자 남겨질 아슬란이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그래도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도깨비 시장에서의 반응을 보듯 신촌은 제온의 손님에 관대했다. 딱히 누군가 아슬란을 노릴 것 같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녀의 숙소는 술집 바로 옆에 있었다.
아슬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순식간에 알아차리고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흐흐! 방해자가 사라졌으니 본격적으로 마셔 볼까.”
혼자 남은 아슬란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주인에게 술 한 병을 더 주문했다.
“크으! 이게 사는 거지. 이게 사는 거야.”
순식간에 술 한 병을 비운 아슬란이 크게 소리쳤다.
잠시 횡설수설 떠들던 아슬란이 그대로 테이블에 고개를 처박았다. 그러자 술집 안쪽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나타났다.
“어지간한 놈이군. 말릭의 침을 섞은 술을 다섯 병이나 마시고서야 쓰러지다니.”
말릭은 어느 던전에서 발견된 곤충이었다.
생긴 것은 잠자리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맹독성 침을 함유하고 있었다.
말릭의 침을 가공하면 일종의 수면제가 탄생한다.
맛도 느껴지지 않고, 냄새도 없기에 술이나 물에 섞으면 제아무리 감각이 예민한 사람이라도 눈치챌 수 없다.
아슬란이 마신 모든 술엔 말릭의 침을 정제한 수면제가 섞여 있었다.
한두 병만 마시고 쓰러질 거라고 예상했는데, 아슬란은 무려 다섯 병이나 마시고 나서야 인사불성이 됐다.
“어떤 의미에선 대단한 놈이군.”
양복 입은 남자들 사이에서 키가 작은 남자가 나왔다.
바로 그림자 부대의 대장인 호청연이었다.
그가 인사불성이 된 아슬란의 고개를 젖혔다.
눈이 돌아간 것이 정신을 잃은 것이 분명했다.
“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작업을 끝내야 한다. 자백제 투입해.”
“네! 대장님.”
그림자 부대원 한 명이 품에서 주사기를 꺼내 아슬란에게 주사했다.
말릭의 침으로 만든 수면 마취제처럼 자백제 역시 던전의 부산물로 만든 것이다.
이 자백제의 가장 큰 장점은 맞은 자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말을 떠들었는지, 심지어는 누군가에게 자백했다는 기억 자체를 날려 버린다는 것이다.
그 어떤 후유증도 없이 말이다.
심지어 체내에 흔적도 남지 않는다.
그 때문에 그림자 부대에서는 은밀하게 정보를 캐낼 일이 있을 때 말릭의 침으로 만든 수면제와 자백제를 함께 사용했다.
“으음!”
자백제가 투여되자 아슬란이 눈을 떴다.
초점이 전혀 잡히지 않는 눈이었다.
“이름은?”
“아……슬란!”
“출신은?”
“사……막!”
“사막 어디?”
“강철 요새.”
“강철 요새? 못 듣던 곳이군. 새로 생긴 콜로니인가?”
“네!”
“위치는?”
“네오 서울에서 서쪽으로 가다 보면…….”
아슬란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술술 털어놨다.
호청연은 그 모든 정보를 주의 깊게 들었다.
강철 요새의 구성원, 지도자, 성향,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빠짐없이 파악한 그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제온은 왜 만난 거지?”
“도움을 받으려고…….”
“무슨 도움?”
“이동 요새 아르켈론을 치료하려면 모비딕을 만나야 하는데…….”
“모비딕? 자세히 말해 봐.”
호청연의 눈이 붉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