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63)
263화
시청을 나온 제온은 바로 아슬란과 두두얀이 머무는 숙소로 향했다.
두두얀은 진작 일어난 상태였고, 아슬란은 아직도 꿈속이었다.
“일어나, 인간아!”
두두얀이 걷어찼지만, 아슬란은 쉽게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이 인간이 아침에 기어들어 오더니 아직 꿈나라네요.”
“아침에 들어왔다고요?”
“네! 인사불성이 되어 왔습니다.”
“그런 일이 자주 있었습니까?”
“아닙니다. 술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두두얀이 제 실수인 것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녀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아침까지 술을 마시고 온 것도 부끄러운데, 아직도 술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동료의 행태가 그녀를 고개 들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제온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단순히 술 때문만이 아닐 겁니다.”
“무슨?”
“제가 한번 살펴보죠.”
제온이 아슬란에게 다가갔다.
전형적인 술에 취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제온은 알콜 냄새에 이질적인 냄새가 섞인 것을 감지했다.
음습하면서도 신경을 자극하는 비린내.
제온은 이런 냄새를 맡아 본 적이 있었다.
“흠!”
잠시 기억을 더듬던 제온이 아공간에서 조그만 병을 꺼냈다.
병에는 붉은 액체가 들어 있었다.
두두얀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뭔가요?”
“화염 두꺼비의 등에서 흘러나오는 진액입니다.”
“네?”
“아마 본 적 없을 겁니다. 네오 서울에서 남쪽으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서식하는 마수니까요.”
“아!”
“이 마수의 등에서 흐르는 진액은 마수의 체성분을 만나면 응고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화염 두꺼비는 마수를 만나면 등의 진액을 압축해 발사한다. 이 진액이 마수의 체내에 침투하면 석회암처럼 응고된다.
그 때문에 화염 두꺼비의 진액에 당한 마수는 체내의 혈액이 응고되어 죽음을 맞이한다.
피가 돌덩이처럼 굳어 혈관이 막히기 때문이다.
화염 두꺼비의 등급이 낮기에 오직 하급 마수에게만 통용되는 공격 방법이다.
제온은 그런 화염 두꺼비의 특성을 발견하고 진액을 채취해 뒀다.
제온은 면봉에 화염 두꺼비 진액을 묻혀 아슬란의 코에 갖다 댔다.
두두얀이 그런 제온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아 물었다.
“아니, 화염 두꺼비의 진액을 왜?”
“말했잖아요. 다른 마수의 체액 성분을 만나면 응고된다고.”
“그래서 그게…….”
반문하려던 두두얀이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아슬란의 숨결이 닿은 면봉이 점점 딱딱하게 굳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내 생각이 맞았네요. 시청에서 아슬란의 술에 마수의 체성분을 정제한 약을 투입했어요.”
“그런…….”
“아마 마수의 부산물을 정제한 자백제 같은 걸 거예요.”
“맙소사! 그럼 우리의 정보가 모두 시청에 들어갔다는 건가요?”
“아마도 그럴 거예요.”
제온의 말에 두두얀이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강철 요새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두 사람만 네오 서울에 들어왔는데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아슬란이 모든 것을 털어놓았으면 이제 네오 서울에서도 강철 요새의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 강철 요새가 드러났으니 네오 서울이 욕심을 내 쳐들어온다면 막아 낼 방법이 없다.
“이 멍청이가…….”
화가 폭발한 두두얀이 아슬란을 힘껏 걷어찼다.
퍼억!
“컥! 뭐, 뭐야?”
강력한 충격에 아슬란이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이 술주정뱅이야.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아?”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어떤 실수를 했는지 아냐고?”
“잠깐! 무슨 일인데? 우리, 말로 하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아슬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죽엇! 왜 사냐? 인간아! 왜 사냐고…….”
퍼억! 퍽!
두두얀이 무자비하게 아슬란을 내리쳤다.
아슬란은 반항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새우처럼 웅크린 채 두두얀에게 얻어터졌다.
아슬란도 본능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가게에서 술을 마신 것까지는 기억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기억이 뚝 끊겨 있었다.
아무리 독한 술이라도 자신이 그렇게 한순간에 정신을 잃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는 평범한 사람이 아닌 각성자였으니까.
각성자인 그가 순식간에 인사불성이 되었다는 것은 그가 마신 술이 평범한 게 아니란 증거였다.
‘씨발! 나 사고 친 건가?’
두두얀에게 얻어터져서 아픈 게 아니다.
자기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당했다는 사실이 그의 가슴을 철렁 떨어지게 했다.
두두얀의 반응으로 보아 자신이 큰 잘못을 저지른 게 분명했다.
그렇기에 감히 반항 한번 하지 못하고 두두얀의 주먹을 감내해야 했다.
“헉! 헉!”
한참이나 아슬란을 폭행하던 두두얀이 지쳐서 주먹질을 멈췄다.
그제야 아슬란이 조심스럽게 제온에게 물었다.
“제가…… 큰 실수를 한 겁니까?”
“시장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모든?”
“강철 요새, 아르켈론, 모비딕…….”
“씨발!”
쿵!
아슬란이 머리로 벽을 찧었다.
이마가 터져 피가 흘렀다.
그 이상은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정보의 출처는 자신이 분명했다.
아직도 머릿속이 멍했다.
누군가 들어와 헤집어 놓은 것처럼 말이다.
자신이 정신을 잃었던 동안 시청에서 수작을 부린 것이 분명했다.
제온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그저 독주에 정신을 잃은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 분명했다.
생각할수록 소름이 끼쳤다.
네오 서울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새삼 실감 났다.
무엇보다 제 입 하나 단속하지 못한 자신에게 화가 났다.
“나 새끼는 죽어야 해.”
퍽! 퍽! 퍽!
아슬란이 자신의 얼굴을 힘껏 후려쳤다.
살이 찢기고, 피가 터져 나왔다.
진심을 담은 공격이었다.
네오 서울의 장난에 당한 자신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두두얀은 그런 아슬란을 말리지 않았다.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도, 광대뼈가 함몰돼도 남의 일처럼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그만큼 실망이 큰 것이다.
아슬란을 말린 것은 제온이었다.
“그만하십시오.”
“말리지 마십시오, 제온 님! 나 새끼는 죽어야 합니다. 그까짓 술이 뭐라고…….”
“아슬란 님이 술에 취하지 않았어도 저들은 원하는 정보를 알아냈을 겁니다. 그들이 마음먹어 알아내지 못할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자학할 때가 아니라 대책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대책?”
그제야 아슬란이 자학하는 것을 멈췄다.
스스로 죽는 것은 언제든 할 수 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네오 서울에서 강철 요새를 지키는 일이었다.
“뭐든지 시켜 주십시오. 이 심장을 바치라면 꺼내 드리겠습니다.”
“아슬란 님의 심장은 필요 없습니다.”
“그럼?”
“한 사람에 대해 알아봐 주십시오.”
“사람?”
“그녀의 이름은 클레어입니다. 시청에서 모비딕의 심장을 회수하기 위해 파견하는 사람입니다.”
진금호는 제온에게 딱 두 사람을 합류시키기로 했다.
한 명은 제온도 알고 있는 남자다.
이정호.
시장 직속 처형 부대의 일원인 남자였다.
넘버즈라고도 불리는 네오 서울 최강의 검객.
그를 파견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만한 무력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 남자니까.
문제는 클레어였다.
이름으로 보아 여자인 것 같은데, 어떤 정보도 없다.
이정호의 능력이야 이미 알고 있으니 어떻게든 대응이 가능한데, 클레어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
이래서는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클레어에 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클레어? 알겠습니다. 제 모든 것을 다 바쳐서라도 그녀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겠습니다.”
“부탁하겠습니다.”
“맡겨 주십시오.”
아슬란이 깊이 고개를 숙였다.
사실 클레어에 대한 정보 수집을 아슬란에게 맡길 필요는 없었다. 아르고스의 눈을 이용하는 게 훨씬 빠르고 편하게 정보를 얻을 테니까.
하지만 아슬란의 죄책감을 어느 정도 덜어 주려면 이 정도 일을 맡기는 게 좋았다.
두두얀이 제온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 멍청이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되어 죄송합니다. 그래도 맡긴 임무는 훌륭히 수행할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온 님! 늘 폐를 끼치고, 늘 은혜를 입기만 하네요.”
“아닙니다, 두두얀 님!”
“이 멍청이는 제가 제대로 교육하겠습니다.”
평소 두두얀이 멍청이라고 했으면 발끈했을 아슬란이지만, 지금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자기 잘못을 통감하고 있는 것이다.
제온이 말했다.
“이미 일은 벌어졌습니다. 시청에서 파견한 두 사람이 우리와 함께 움직일 겁니다. 정보 누출은 최대한 막고, 저들을 최대한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합니다.”
“네! 제온 님.”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
제온은 혼자 거리를 걸었다.
‘빨라도 너무 빨라.’
아슬란과 두두얀이 제온과 접촉한 것은 겨우 어제였다. 그런데 벌써 진금호는 그 사실을 안 것뿐만 아니라 아슬란 등이 왜 제온을 만난 것인지 이유까지 알아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대응이었다.
‘나에게 감시를 붙여 뒀단 건데…….’
그러지 않고서는 말이 안 되는 대응 속도였다.
제온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평소에도 주변을 파악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몸에 밴 습관이었다.
그런데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다는 것은 특수한 능력을 가진 자들이 붙었다는 건데…….’
어차피 진금호에게 장단을 맞춰 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맥없이 그의 뜻대로 움직일 생각은 없었다.
얕보이는 순간 상대는 더 깊숙한 곳까지 파고든다.
적당히란 존재하지 않는다.
아예 상대의 바닥까지 파고들어 골수 한 방울 남기지 않고 파먹는 것이 이 바닥 생리다.
한 번은 당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은 당할 수 없다.
이쪽에도 한 칼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우습게 보지 못한다.
제온이 암암리에 지배력을 끌어 올렸다.
솨아아!
순간 모래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제온이 모래를 움직여 바람에 실은 것이다.
“씨발!”
“뭐야? 갑자기 모래바람이…….”
거리를 걷던 사람들이 갑작스레 불어닥친 모래바람에 기겁했다. 그렇다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빈민가엔 수시로 모래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모래바람은 평소와 달리 더 거칠고 짙었다.
자욱한 모래에 도저히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였다.
사람들은 코와 입으로 들어간 모래에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어 켁켁거렸다.
급히 목에 두른 천으로 입과 코를 막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사람들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웅크린 채 모래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몇몇 이들의 대응은 달랐다.
모래바람이 부는 순간 그들은 정화 장치가 달린 마스크를 착용했다.
그들 모두 그림자 부대의 일원들이었다.
그들은 제온을 원거리에서 감시하고 있었다.
원하는 정보를 캐냈지만, 아직 제온에 대한 감시는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제기랄! 갑자기 무슨 모래바람이…….”
“넘버 파이브가 보이지 않아.”
마스크를 착용하는 그 짧은 순간 제온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그들 앞에서 모래가 뭉쳐 일어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모래가 사람 형상이 됐다.
모래로 이뤄진 병사, 샌드 솔저였다.
샌드 솔저를 본 순간 감시자들은 들켰음을 직감했다.
“튀엇!”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주했다.
모래바람이 거머리처럼 그들을 따라붙었다.
감시자들은 몰랐다.
제온이 모래바람을 타고 쫓아온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