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64)
264화
그림자 부대는 크게 네 팀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네오 서울의 정보를 수집하는 1팀, 빈민가의 정보를 수집하는 2팀, 이들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대응책을 수립하는 3팀. 그리고 무력을 투사하는 4팀.
물론 정보를 수집하는 1팀과 2팀원들도 모두 각성자다.
D등급으로 무력은 강하지 않지만, 전원 은신 관련 스킬을 가지고 있었고, 아이템의 도움으로 C급 각성자에 가까운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제온을 감시하던 이들은 원래부터 빈민가를 감시하던 2팀이다.
제온이 위험인물로 판정받은 그 순간부터 원거리에서 감시해 왔다. 방법은 간단했다.
아예 제온의 집 근처에 있는 집과 주요 동선에 있는 집들을 매입해 안가로 활용한 것이다.
안가에서 원주민인 척 자연스럽게 살면서 동향만 살피니 제온이 눈치채지 못한 것도 당연했다.
이제까지 임무를 성공적으로 진행해 왔던 2팀이었다.
제온이 두두얀 등과 접촉한 것을 파악한 것도 그들이었다.
그런 만큼 제온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모래가 있는 환경에서는 거의 무적이나 다름없는 존재. 그런데 지구의 거의 대부분이 모래다.
어떻게 보면 지구 전체가 제온의 무기인 셈이다.
모래바람이 불어닥치는 그 순간 2팀원들이 제온을 떠올린 것은 당연했다.
거기에 사람 형상을 한 모래 인간까지 나타났다.
그 순간 그들은 약속되었던 대로 행동했다.
바로 사방으로 흩어져 도주하는 것이다,
그동안 확보한 안가는 버리고, 바로 네오 서울로 향한다.
제아무리 제온이라도 네오 서울에서는 함부로 살인할 수 없다. 네오 서울은 제온의 영역이 아니다.
‘네오 서울에만 들어가면 돼.’
‘최단 거리로 움직여야…….’
그들은 미리 파악해 둔 도주로를 전력으로 달렸다.
괜히 제온을 따돌리겠다고 요리조리 방향을 꺾는 것보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이 살 확률이 높았다.
2팀원 로빈슨이 진땀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제기랄! 어떻게 알아챈 거지? 그렇게 조심했는데. 혹시 심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가능성은 그것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렇게 조심하라고 했는데…….”
츠으으!
그 순간 자욱한 모래바람이 로빈슨을 집어삼켰다. 하지만 달리는 데 집중하느라 로빈슨은 미처 그런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타다닥!
로빈슨이 이상함을 느낀 것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발소리 때문이었다.
누군가 그와 보폭을 맞춰 뛰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니 모래 인간이 그와 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샌드 솔저였다.
“뭐야?”
그 순간 샌드 솔저가 로빈슨을 덮쳤다.
단순한 몸통 박치기였다.
하지만 육중한 모래 무게에 달리는 속도까지 더해지자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했다.
쾅!
“크악!”
샌드 솔저는 그대로 모래가 되어 부서졌고, 로빈슨은 차에 치인 것 같은 충격에 멀리 나가떨어졌다.
제아무리 D급 각성자라도 이 정도 충격을 받으면 정신을 차리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게 로빈슨이 잠깐 정신을 놓은 사이 모래바람이 그를 휘감아 사라졌다.
“컥!”
“흐억!”
빈민가 곳곳에 그와 같은 비명이 울려 퍼졌다.
모두 2팀원들이 샌드 솔저에게 당하는 소리였다.
그렇게 순식간에 2팀원들 대부분이 정리됐다.
남은 이는 2팀의 팀장인 보이드였다.
보이드는 2팀을 이끄는 팀장답게 C급 각성자였다.
당연히 다른 팀원들보다 월등히 강했다.
퍼엉! 펑!
그를 공격하던 샌드 솔저들이 오히려 파괴되고 있었다.
부서진 샌드 솔저는 모래로 돌아갔다.
문제는 모래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고, 제온은 부서진 샌드 솔저마저 재활용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부서졌던 샌드 솔저가 다시 일어나는 모습에 보이드가 욕을 내뱉었다.
“씨발! 이건 반칙이지. 무슨 자원도 아니고, 재활용이라니.”
그래도 이렇게 당할 수는 없기에 공격 스킬을 날려 샌드 솔저를 부쉈다.
퍼억!
모래가 터져 나가며 샌드 솔저가 부서진다.
하지만 부서진 샌드 솔저는 보이드를 약 올리기라도 하듯이 다시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더 큰 문제는 그를 공격하는 샌드 솔저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다른 팀원들이 모두 당했다는 것이다.
팀원들이 당한 만큼 샌드 솔저가 늘어난다.
그를 에워싼 샌드 솔저는 모두 스무 기.
2팀의 숫자와 똑같다.
팀원 한 명당 한 기씩 붙었던 샌드 솔저가 모두 자신에게 붙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정도로 보이드는 바보가 아니었다.
‘모두 당했다는 건가?’
강해도 너무 강하고, 빨라도 너무 빨랐다.
불리한 상황에서 변수를 만드는 데 이골이 난 그들이 어떻게 대응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파파팍!
샌드 솔저 스무 기가 일제히 그를 공격해 왔다.
육중한 몸체를 이용한 몸통 공격이나 단순한 주먹질이었다.
그들의 공격은 무섭도록 빠르고 간결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
보이드는 C급 각성자였으니까.
문제는 샌드 솔저가 무려 스무 기라는 것과 그들이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퍼억!
선두의 샌드 솔저가 그의 주먹질에 모래가 되어 사방으로 비산했다. 이어 강력한 무릎 공격으로 두 번째 샌드 솔저마저 모래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샌드 솔저는 아직도 열여덟 기나 남아 있었다.
그들에겐 동료가 죽었다거나 파괴되었다는 개념이 없었다. 그렇기에 보이드의 강력한 공격도 두려워하지 않고 저돌적으로 돌진했다.
퍼버버버벅!
보이드에게 집단 린치가 가해졌다.
보이드는 최선을 다해 그들의 공격을 막으려 했지만, 두 주먹으로 서른여섯 개의 주먹을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살이 찢기고, 근육이 파열되어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팔 한쪽이 부러지고, 무릎 연골이 파괴되어 힘을 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보이드는 최선을 다해 저항했다.
그 결과 무려 샌드 솔저 열기를 더 파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크억!”
무자비한 린치에 보이드는 결국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보이드가 쓰러지자 모래가 밀물처럼 밀려와 그를 집어삼켰다.
다시 모래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보이드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림자 부대 2팀 전원이 빈민가에서 모습을 감췄다.
***
“그게 무슨 말이냐?”
“2팀 전원이 연락이 끊겼습니다.”
“전원이?”
3팀장의 보고에 호청연이 미간을 찌푸렸다.
“2팀장은?”
“마찬가지로 연락이 완전히 끊겼습니다.”
“비상용 연락 장치가 있었을 텐데?”
“네! 하지만 아무런 신호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연락할 사이도 없이 당했다는 건가?”
호청연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그림자 부대의 대장으로 수많은 위험인물을 감시한 이가 바로 그였다.
그만큼 위험한 순간도 많이 겪었다. 하지만 그는 끝내 살아남아 그림자 부대의 대장이 됐다.
그가 생존해 그림자 부대의 대장이 되기까지 가장 도움이 된 것이 바로 위기 감지 능력이었다.
남들보다 몇 배는 예민한 감각이 지금 그에게 위험을 경고하고 있었다.
“빈민가에 안가가 몇 개나 있지?”
“일곱 개입니다.”
“모두 폐쇄하고, 우리도 철수한다.”
“대장님? 그럼 2팀은?”
“모두 제온에게 당했을 것이다.”
“그럼 구출은 포기해야겠군요.”
3팀장 역시 보이드만큼 빠른 판단력의 소유자였다.
그들은 양지에 나설 수 없는 그림자였다.
그림자 부대라는 이름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순간 그들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죽어도 조용히 죽어야 한다.
이름 한 줄 남겨서도 안 되는 것이 그들 세계의 불문율이었다.
호청연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입술에서 뜨거운 피가 흘러내렸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제온이 왜 갑자기 공격한 거지?”
“혹시 아슬란과 관련된 일을 알아서 보복한 게 아닐까요?”
“그가 어떻게?”
3팀장의 말에 의문을 표하던 보이드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상대는 상식을 벗어난 남자.
그렇다면 자신의 상식으로 재단하면 안 된다.
3팀장의 말처럼 그가 갑자기 그림자 부대를 공격할 이유는 아슬란 관련된 일밖에 없었다.
“분명 흔적을 잘 지웠을 텐데 어떻게 알아낸 거지?”
아슬란 본인조차도 자신이 자백제에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자백제 성분도 하루가 지나기 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런데도 제온은 그 사실을 알아내 그림자 부대에 복수했다.
소름 끼칠 만큼 단호한 대응이었다.
“우리가 그를 과소평가했군.”
이제까지 제온이 늘 자중하는 모습만 보여 솔직히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자신도 한 칼 있으니, 건드리면 이쪽도 찔릴 각오를 하라는 거군.”
“감시 방법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음!”
호청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실패한 방법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당장은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지만, 여럿이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 분명 새로운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철수해야 할 때였다.
그들이 있는 곳도 빈민가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제온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동대문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제온이라도 동대문에 무작정 쳐들어오지는 못할 것이다.
이곳을 들쑤시면 요한에게 빌미를 주기 때문이다.
3팀원이 뛰어 들어와 말했다.
“모든 자료 폐기하고 철수 준비 완료했습니다.”
“그럼 철수한다.”
호청연이 바로 명령했다.
3팀 전원이 안가 비상구로 빠져나갈 때였다.
후웅!
갑자기 강력한 바람이 불어왔다.
모래가 섞인 바람이었다.
순간 호청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모래바람? 놈이다.”
쾅!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커다란 폭음이 터져 나왔다.
그림자 부대원들이 제온의 공격에 대비해서인지 다행히 어떤 충격도 느껴지지 않았다.
“뭐냐?”
“무슨 일이…….”
하지만 그 누구도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지 못했다.
아직도 뿌연 모래바람이 그들의 시야를 완전히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청연이 눈을 치떴다.
“도대체…….”
그 순간 모래바람이 서서히 걷혔다.
시야가 완전히 회복되자 폭음의 정체가 드러났다.
바로 거대한 암석이었다.
모래를 고압으로 압착해서 만든 거대한 둥근 암석이 그들 앞에 놓여 있었다.
호청연의 등줄기로 식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누구도 알려 주지 않았지만, 이것이 제온의 작품이라는 것 정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문제는 둥근 암석의 정체였다.
단순히 모래를 뭉친 거라면 제온이 이렇게 번거롭게 날릴 이유가 없었다.
분명 이유가 있으니 이 암석 덩어리를 그들에게 남겼을 것이다.
“제온…….”
잠시 고민하던 호청연이 돌연 둥근 암석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암석 안에서 사람의 숨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콰앙!
거대한 암석이 산산이 부서져 사방으로 튀었다. 그러자 둥근 암석 안에 들어 있던 것들이 튀어나왔다.
그것은 인간이었다.
제온을 직접 감시하기 위해 파견했던 2팀 전원이 둥근 암석 안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이럴 수가!”
“이 미친 새끼! 멀쩡한 사람을 이렇게 가두다니.”
다행히도 2팀 전원이 살아 있었다.
만일 호청연이 암석을 부수는 것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전원 질식해 죽었을 것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제온의 수법에 3팀 전원이 큰 공포를 느꼈다.
“철저히 농락당했군.”
차라리 2팀 전원을 죽였다면 복수심을 불태웠을 것이다. 하지만 제온은 2팀 전원을 살려 보냄으로써 3팀에게 너희들도 이렇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공포를 맛본 이상 이전처럼 평정심을 유지한 채 제온을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불공평하군. 지구 유일한 능력을 가진 자가 두뇌마저 이렇게 뛰어나다니.”
호청연은 처음으로 거대한 벽을 느꼈다.
제온이라는 이름의 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