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69)
269화
“대단하군!”
강철 요새 안을 둘러본 이정호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넓은 내부 공간이 절로 감탄을 자아낸 것이다.
“이 정도면 족히 수만 명 이상 살 수 있겠군. 충분한 수원만 확보된다면 말이야.”
보면 볼수록 탐나는 곳이었다.
이곳을 위성 도시로 삼을 수 있다면 그만큼 네오 서울의 영역이 확장되는 셈이었다.
문제는 제온이었다.
제온은 이곳이 네오 서울의 위성 도시로 들어가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협조 없이 이곳을 위성 도시로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의 협조를 얻든가, 아니면 제거하든가.’
어느 쪽이든 쉽지 않은 방법이었다.
그만큼 제온은 버거운 존재였다.
이정호는 그에 대한 생각은 이쯤에서 멈추기로 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모비딕의 심장을 얻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강철 요새의 주민이 이정호와 클레어를 빈집으로 안내했다.
“이곳에서 쉬시면 됩니다. 식사 때는 우르티안 님이 따로 부르실 겁니다.”
“식사가 준비될 동안 안을 둘러봐도 되나?”
“죄송합니다. 두 분에게 허락된 공간은 이곳뿐입니다.”
주민은 이정호의 요청을 정중히 거부했다.
이정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손님으로 온 이상 주인의 뜻을 따라야 했기에 더 이상 요청하지는 않았다.
“그럼 푹 쉬십시오.”
주민이 두 사람에게 인사한 후 밖으로 나갔다.
둘만 남자 클레어가 이정호에게 말했다.
“그럼 저는 먼저 씻을게요.”
오랜만에 샤워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클레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마음대로 해.”
“네!”
클레어는 냉큼 욕실로 들어갔다.
혼자 남은 이정호가 창밖을 바라봤다.
집 밖에 주민들이 서성이는 것이 감지됐다,
두 사람이 머무는 집을 감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군.”
마음먹으면 저들의 눈을 피해 얼마든지 밖으로 나갈 수 있었지만, 만에 하나 들키면 제온의 불신만 사게 된다.
모비딕의 심장을 얻으려면 제온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때까지 그의 눈 밖에 나는 행동은 자제해야 했다.
***
“그의 눈빛이 심상치 않던데 문제를 일으키진 않을까?”
“그렇진 않을 겁니다. 아직은 제가 필요하니까요.”
“그러면 다행이고…….”
제온의 대답에 파빌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정호를 보는 순간 그는 마치 칼이 목에 닿은 것 같은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한평생 사막을 유랑하며 수많은 각성자를 만나 본 파빌사조차도 이정호와 같은 느낌을 주는 강자는 처음이었다.
그가 만나 본 최고의 강자는 바로 데이오든이었다.
이정호가 감히 데이오든에 비할 수는 없었다.
데이오든은 앞에 있는 모든 것을 부수는 초강력 태풍 같은 느낌을 줬다. 반면 이정호는 앞에 있는 생명체는 단숨에 썰어 버릴 것 같은 살벌한 느낌을 줬다.
위압감이나 실력은 데이오든이 훨씬 위였지만, 그가 파빌사를 공격할 이유가 없었다. 반면 이정호에게선 수틀리면 언제든 검을 뽑아 자신의 목을 날려 버릴 것 같은 살벌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더 위협적이었다.
‘물론 위험하기로 따지면 이 녀석이 제일이지.’
파빌사가 새삼스러운 표정으로 제온을 바라봤다.
그때 곁에 있던 케일리가 제온의 오른팔을 가리켰다.
“그 건틀렛, 내가 만들어 준 것 아냐?”
“맞습니다.”
“그런데 뭔가 좀 달라진 것 같은데 내가 봐도 돼?”
케일리는 제온이 착용하고 있는 초열의 건틀렛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드래곤의 눈알을 박은 초열의 건틀렛은 이전과 사뭇 다른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직접 만든 물건이기에 건틀렛의 변화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누나가 만들어 준 건틀렛에 드래곤의 눈을 장착했어요.”
“진짜? 그게 드래곤의 눈이라고?”
“네! 직접 살펴보세요.”
제온이 초열의 건틀렛을 빼서 케일리에게 건네줬다.
초열의 건틀렛을 건네받은 케일리가 은은하게 느껴지는 열기에 놀랐다.
“이 강렬한 열기는 설마 레드 드래곤?”
“맞습니다.”
“미쳤다.”
케일리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그녀에게도 드래곤은 전설과 같은 존재였다.
당연히 드래곤을 본 적도 없거니와, 눈 같은 물건을 손에 넣은 적도 없었다.
호기심이 동하는 것이 당연했다.
“이건 누가 장착해 준 거야?”
“우연히 만난 인챈터가 해 줬습니다.”
“고위 인챈터였나 봐?”
“그렇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직접 만든 건틀렛이 아니라서 그런지, 성능을 백 퍼센트 끌어올리진 못했네.”
“완전하지 않다는 말인가요?”
“응! 개선의 여지가 있어.”
케일리가 코를 벌름거렸다.
그녀가 흥분할 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자신이 만들었을 때보다 한층 진화한 초열의 건틀렛이었다. 지금도 대단하지만, 더 완벽해질 가능성이 존재했다.
지금 케일리는 예전의 그녀가 아니었다.
제온과 헤어지고 수많은 물건을 만들면서 그녀 역시 진보했다.
지금 그녀는 S급 인챈터였다.
인챈터로서 최고 등급에 오른 것이다.
비록 전투력 따윈 조금도 없지만, 최소 아이템을 만들고 특별한 성질을 부여하는 데 있어선 그녀를 따라올 자가 없는 것이다.
그녀가 S급에 올랐다는 사실을 아는 자는 파빌사밖에 없었다. 그만큼 철저하게 비밀을 지켰다.
“오늘 밤 내게 맡겨 줄래? 내가 최고 상태로 만들어 줄게.”
“제가 오히려 부탁하고 싶네요.”
“그럼 진행한다?”
“네!”
“좋았어!”
케일리가 초열의 건틀렛을 들고 아이처럼 좋아했다.
파빌사가 그 모습을 보고 혀를 찼다.
“저 말괄량이! 저리 좋을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의 얼굴엔 흐뭇한 빛이 어려 있었다.
최고의 재료를 만났을 때 장인은 열정을 불태우는 법이었다. 인챈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역작인 건틀렛에 최고의 재료가 더해졌다.
인챈터로서 흥분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했다.
케일리는 초열의 건틀렛을 들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제온이 오른손을 꼼지락거렸다.
지난 팔 년 동안 한시도 떼지 않고 착용했던 건틀렛이 없으니 허전한 것이다.
마치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간 기분이었다.
이런 게 상실감인가 싶었다.
그래도 더 진보하기 위한 과정이었기에 참아야 했다.
파빌사가 말했다.
“피곤할 텐데 일단 푹 쉬게.”
“네! 영감님도 쉬고 계십시오.”
“저녁때 다시 보자고.”
파빌사가 밖으로 나가고 제온 혼자 남았다.
그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허전하군.”
***
지신의 방으로 돌아온 케일리는 초열의 건틀렛을 황홀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자신이 직접 만든 역작이었다.
비록 후에 드래곤의 눈을 인챈트해 더 진일보했다지만, 그 베이스는 그녀가 만든 그대로였다.
“누군지 모르지만, 정말 대단한 인챈터가 손을 댔구나.”
남이 만든 물건을 손보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각 인챈터마다 고유의 작업 방식과 스킬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자신이 처음부터 만드는 게 낫지, 남이 만든 것을 손보려면 굉장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더구나 드래곤의 눈과 같은 등급 외 아이템을 장착하려면 초고도의 집중력과 능력이 있어야 했다.
레드 드래곤의 눈을 그녀가 만든 건틀렛에 장착한 인챈터는 굉장한 실력자였다.
당시의 그녀와 비교도 되지 않는 실력자.
하지만 그때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고, 케일리 역시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었다. 바로 S급 인챈터가 된 것이다.
S급 인챈터가 된 그녀의 눈에 초열의 건틀렛 개선점이 들어왔다.
자신이 만든 물건이기에 어떻게 하면 성능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선 적잖은 재료가 필요했다.
하나같이 쉽게 구하기 힘든 희귀한 재료들이었다. 하지만 케일리는 걱정하지 않았다.
필요한 재료들은 이미 그녀의 아공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르켈론을 타고 사막을 유랑하면서 희귀한 재료라면 기를 쓰고 구했다. 그 덕분에 그녀의 아공간은 각종 희귀한 재료로 넘쳐났다.
“어디 보자. 일단 귀신 풍뎅이의 껍질로 강도를 보강하고, 무지개 나비의 날개로 마나 흐름을 안정화하면 되겠네. 레드 드래곤의 눈 권능을 다 끌어내려면 화산 던전에서 얻은 희귀 금속인 엑스리움이 좋겠어.”
그녀는 계속해서 상상했다.
무한한 상상력이야말로 그녀가 가진 가장 큰 무기였다.
상상하고, 계획하고, 구현한다.
인챈터가 가져야 할 기본 덕목이었다.
케일리는 밤새 초열의 건틀렛의 최종 진화 형태를 머릿속으로 그렸다. 그리고 마침내 마음에 드는 모양과 성능이 그려졌을 때 비로소 작업을 시작했다.
“첫 번째는 귀신 풍뎅이의 껍질.”
귀신 풍뎅이의 등껍질엔 귀신을 닮은 문양이 있었다. 그래서 이름도 귀신 풍뎅이였다.
귀신 풍뎅이의 등껍질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데다가 마나 전도율도 높았다. 그만큼 희귀해서 구하기 쉽지 않아 소중히 보관해 두었던 물건이다.
케일리가 마나를 끌어올리며 중얼거렸다.
“변형(Modify)!”
순간 그녀의 손에서 발출된 마나가 귀신 풍뎅이의 등껍질에 스며들며 변형되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귀신 풍뎅이의 등껍질을 자르거나 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S급 인챈터인 그녀에게 귀신 풍뎅이의 껍질을 원하는 모양으로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인챈터의 스킬 중 변형은 재료를 원하는 형태로 재단해 줬다. 필요한 것은 마나와 선명한 심상, 그리고 이루고자 하는 의지뿐이다.
케일리는 이 세 가지를 다 가지고 있었다.
잠시 후 귀신 풍뎅이의 껍질이 그녀가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케이는 그 위에 초열의 건틀렛을 올려놨다.
“융합(Combine)!”
귀신 풍뎅이의 껍질이 서서히 초열의 건틀렛에 녹아들면서 강렬한 붉은빛이 터져 나왔다.
케일리는 눈을 뜨기도 힘들 만큼 강렬한 빛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녀의 눈에는 빛 속에서 융합되고 있는 두 물체가 보였다.
정확히는 귀신 풍뎅이의 껍질이 초열의 건틀렛에 흡수되는 것이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지금은 이 기세를 이어 가야 했다.
귀신 풍뎅이의 껍질이 어느 정도 흡수되자, 그녀가 꺼내 든 것은 마치 무지개가 어린 것처럼 일곱 가지 색깔이 화려하게 빛나는 반투명한 물체였다.
바로 무지개 나비의 날개였다.
예쁜 이름과 달리 무지개 나비는 무자비한 포식자였다.
바람을 타고 사막을 날아다니다가 먹잇감을 발견하면 날개를 흔들어 신경독을 뿌린다.
미세한 신경독을 흡입한 생명체는 불과 수 초 만에 죽음에 이른다.
사람은 물론이고, 마수도 예외가 없었다.
무지개 나비는 대롱처럼 말린 촉수를 빨대 삼아 먹잇감의 체액을 빨아들인다.
제아무리 큰 마수라도 채 십 분이 지나기 전에 바싹 마른 미라 꼴이 되고 만다.
‘그나마 무지개 나비가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먼 사막에서 서식하기 망정이지, 이 근처에 있었다면 살아 있을 사람이 없었을 거야.’
무지개 나비는 날갯짓해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바로 머리 위까지 다가와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은밀하게 접근하는 것이다.
당하는 입장에선 뭐에 죽는지도 모르고 정신을 잃는다.
거대한 마수보다 이런 종류의 마수가 인간에겐 더 위험했다.
하늘엔 이와 같은 마수가 얼마나 더 존재하는지 몰랐다.
겉보기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지만, 인간의 시력이 닿지 않는 높은 고도에 올라가면 무지개 나비 같은 위험한 마수가 득실거렸다.
케일리는 상념을 지우고 다시 무지개 나비의 날개에 집중했다.
능력을 발현하자 그녀의 몸에서 마나가 뭉텅이로 빠져나갔다.
케일리의 얼굴에서 굵은 땀방울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녀는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한 채 스킬을 펼쳤다.
번쩍!
마지막으로 엑스리움이 더해지는 순간 초열의 건틀렛에 박힌 드래곤의 눈이 이제까지와 비교도 할 수 없는 강렬한 빛을 발산했다.
완성된 건틀렛을 확인하던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크게 들썩였다.
“딸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