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70)
270화
제온은 케일리가 내민 건틀렛을 바라봤다.
건틀렛 전체에 흐르는 은은한 붉은빛과 훨씬 복잡해진 파츠.
주먹을 꽉 쥐면 마치 드래곤의 발톱처럼 뾰족한 추가 튀어나온다.
송곳 모양의 추는 파괴력을 일 점에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엑스리움과 귀신 풍뎅이의 껍질이 결합돼 만들어진 파츠였다. 두 개의 서로 다른 성분이 결합되면서 강도가 말도 못 하게 단단해졌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손등 부위였다.
드래곤의 눈이 박힌 부위였다.
예전엔 드래곤의 눈이 박혀 있던 부분에서 강한 마나가 느껴졌었다. 레드 드래곤이 간직한 특유의 화기가 은연중 발산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제온이 의아한 표정으로 건틀렛을 착용했다.
순간 초열의 건틀렛에서 엄청난 기운이 느껴졌다.
제온이 자신도 모르게 놀라는 표정이 됐다. 그 모습을 본 케일리가 신나서 이야기했다.
“전에는 마나의 전도 효용성이 낮아 유실되는 것들이 많았어. 다른 사람이나 마수가 보기엔 위압감이 느껴지겠지만, 착용자 입장에서는 쓸데없이 마나가 허비되는 셈이지. 개선하면서 마나의 전도성이 몇 배나 좋아졌어. 덕분에 적은 마나로도 훨씬 더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지. 느껴져?”
“네! 확실히…….”
“두 번째는 드래곤의 눈을 이용한 스킬이야. 그건…… 나중에 직접 확인해 봐. 아마 깜짝 놀랄 거야.”
“그럴 것 같네요.”
제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오 서울에 갓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그를 화염 마법을 쓰는 마법계 각성자로 알았다.
그 이유가 바로 초열의 건틀렛이었다.
초열의 건틀렛에 박혀 있는 드래곤의 눈을 이용해 화염 스킬을 사용했던 것이다.
드래곤은 무한한 마나를 가지고 있었고, 레드 드래곤의 눈에도 그런 권능이 담겨 있었다.
덕분에 제온은 화염 스킬을 쉽게 사용할 수 있었다.
초열의 건틀렛에서 예전보다 훨씬 강력한 기운이 느껴졌다.
케일리가 개선하면서 마나의 효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직접 펼쳐 봐야 확실하겠지만, 이 정도라면 예전에 쓰지 못했던 스킬을 펼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서 빨리 확인하고 싶었지만, 강철 요새에서 스킬을 사용했다가는 내부가 불지옥이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케일리도 나중에 확인해 보라고 하는 것이다.
케일리가 제온을 보며 싱글싱글 웃었다.
“뭐, 또 놀랄 게 있나요?”
“있지.”
“뭔데요?”
“아공간!”
“아공간?”
“직접 확인해 봐.”
초열의 건틀렛엔 아공간이 인챈트 되어 있었다.
처음 케일리가 건틀렛을 만들었을 때 부가 옵션으로 붙은 것이었다.
제온은 이제까지 아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
평소 엄청난 양의 모래를 넣어 다녀 비상시에 무기로 활용했던 것이다.
덕분에 위기를 넘긴 것이 여러 번이었다.
제온이 케일리의 말대로 아공간을 열었다.
“와우!”
아공간을 확인하는 순간 제온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넓었던 공간이 믿을 수 없을 만큼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미쳤지?”
“이게…….”
“나도 이 정도로 아공간이 확장될 줄은 몰랐어. 거의 마을 하나 들어갈 크기 아냐?”
“그것보다 더 클 것 같은데요. 과장 조금 하면 강철 요새 내부 공간만 하네요.”
“내 말이…….”
“고마워요, 누나!”
다른 무엇보다 아공간의 확장이 반가웠다.
아공간이 넓어진 만큼 더 많은 모래를 집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래는 그의 힘의 근원이었다.
많으면 많을수록 더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원래의 아공간보다 족히 열 배는 확장된 아공간.
모래도 열 배를 더 담을 수 있었다.
이 정도라면 네오 서울에 들어가서도 무리 없이 모든 스킬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제온에겐 그 무엇에 비할 수 없는 희소식이었다.
케일리가 코끝을 귀엽게 찡그렸다.
“다행이야. 성능을 개선할 수 있어서……. 괜히 큰소리쳐 놓고 망칠까 얼마나 걱정했는데.”
케일리가 처음 만들었을 때의 건틀렛과 지금의 초열의 건틀렛은 외관에서부터 성능, 모든 것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화했다.
이 정도면 던전에서 나오는 어지간한 S급 아이템에 뒤지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는 훨씬 낫다고 볼 수도 있었다.
“진짜 고마워요.”
“아무 대가 없이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달려왔는데, 이 정도 보답은 해야지.”
“고생했는데 쉬세요. 전 밖에 나갔다 올게요.”
“그래!”
제온은 강철 요새 입구로 나왔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서 세상이 어두웠다.
“어, 제온 님?”
“이 시간엔 무슨 일로…….”
입구를 지키던 각성자들이 제온을 알아봤다.
“잠시 밖에 좀 나갔다 올게요.”
“그럼 바구니를 내려 드리겠습니다.”
“아, 괜찮아요. 그럴 필요 없어요.”
제온이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요새 밖으로 몸을 날렸다.
순간 모래가 일어나 그의 몸을 부드럽게 떠받들었다.
제온은 깃털처럼 부드럽게 사막에 안착했다.
멀어지는 제온의 뒷모습을 보며 각성자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언제 봐도 저 능력은 사기라니까.”
“모래가 마치 그를 사랑하는 것 같지 않아?”
“그러니까 모래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거겠지. 아무튼 부럽다. 내게도 저런 능력이 있었다면 사막에 나만의 왕국을 세웠을 텐데.”
“왕국의 모든 주민은 여자로 채우고?”
“말해 뭐해?”
“크흐흐! 상상만 해도 좋다.”
각성자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제온의 귀에 선명히 들려왔다.
제온이 피식 웃었다.
‘나만의 왕국을 만든다?’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제온의 능력을 활용한다면 사막에서 수원을 찾아내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물만 있다고 해서 사람이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수를 막을 방벽, 사람들이 먹을 충분한 식량, 생활에 필요한 물품, 정교한 시스템, 그 외 생각할 요건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제온은 진금호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맨땅에서 시작해 지금의 네오 서울을 만든 것은 제온이 감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였다.
마수의 세상에 다시 인간의 영역을 만들고, 문명을 꽃피워 낸 진금호의 의지엔 제온조차 경의를 표할 정도였다.
그만큼 진금호의 의지는 대단했다.
강철보다 단단한 의지로 이번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 제온에게 중요한 것은 진금호의 의지가 아니었다.
바로 한층 진화한 초열의 건틀렛 성능이었다.
“일단 아공간부터…….”
제온이 아공간을 활짝 개방했다.
아공간 입구가 개방되면서 가공할 흡입력이 생성됐다.
츄화학!
일대의 모래가 아공간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치 파도처럼 밀려 들어와 아공간을 채우는 모래.
예전이었다면 일 분도 되지 않아 아공간을 가득 채웠을 것이다. 하지만 열 배 이상 확장된 아공간은 마치 아귀처럼 게걸스럽게 모래를 빨아들였다.
결국 십 분 정도가 지나서야 아공간이 모래로 거의 다 찼다.
남은 공간은 제온이 아이템을 보관하기 위해 분류한 곳이었다.
“좋군!”
제온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아공간의 확장으로 아이템을 보관하는 공간에도 여유가 생겼다. 덕분에 질서 없이 잡다하게 쌓아 뒀던 아이템을 정리할 수 있게 됐다.
“아이템 분류는 나중에 하고…….”
제온이 아공간을 닫고 초열의 건틀렛에 마나를 주입했다.
순간 손등에 박힌 드래곤의 눈이 열리면서 가공할 열기가 흘러나왔다.
마치 손등에서 화산이 폭발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 느끼는 마나의 폭발에 제온은 엄청난 고양감을 느꼈다.
제온은 애써 흥분을 가라앉히며 냉정을 유지했다.
지금은 흥분할 때가 아니라 초열의 건틀렛 성능을 냉정하게 확인해야 할 때였다.
성능을 확인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스킬을 펼치는 것이었다.
“어디…….”
제온이 이미지를 떠올리자마자 그의 몸 주위로 수백 개의 파이어 미사일이 떠올랐다.
파이어 미사일 하나하나의 위력은 그리 크지 않지만, 수백 개가 한꺼번에 펼쳐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온이 사막 한가운데로 파이어 미사일을 날렸다.
퍼버버버벙!
연이어 폭발이 일어났다.
마치 그 옛날 폭격기가 목표 대상을 폭격하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예전의 파이어 미사일과 비교할 수 없는 위력이었다.
제온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떠올랐다.
체감상 최소 두 배 이상 위력이 증가한 것 같았다.
“다음엔…….”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었다.
제온은 자신이 터득한 모든 스킬을 하나씩 펼쳐 볼 생각이었다.
***
쾅! 콰콰쾅!
사막에서 들려오는 폭음에 이정호가 눈을 떴다.
“뭐지?”
그가 로브를 걸쳐 입고 밖으로 나왔다.
강철 요새 내부는 어둠에 잠겨 있었다.
이곳은 네오 서울과 달리 마정석을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기가 없었다.
당연히 네오 서울처럼 밤새 불을 밝힌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한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사람들은 제집으로 돌아가 각자 휴식을 취한다. 당연히 생산적인 활동은 기대할 수 없다.
그것이 네오 서울과 강철 요새의 차이점이었다.
네오 서울은 스물네 시간 불이 꺼지지 않고 돌아가며 무언가를 연구하거나 만들어 낸다.
무려 백 년 이상 그렇게 네오 서울은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그 결과 어떤 콜로니도 따라올 수 없는 초고도 문명을 만들어 냈다.
논리적으로 보면 강철 요새도 네오 서울을 따라잡으려면 최소 백 년, 그사이 네오 서울이 발전할 것을 감안하면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강철 요새가 네오 서울만큼의 시간과 연구를 한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이정호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강철 요새는 제법 안전한 곳에 만들어진 콜로니였지만, 폐쇄되어 있어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네오 서울의 위성 도시 정도가 이곳의 한계야.’
물론 그것만 해도 대단하다.
네오 서울의 위성 도시만 돼도 이곳은 엄청난 발전을 이룰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 상황이었다.
제온이 왜 반대하는지 이정호는 이해할 수 없었다.
‘힘은 강할지 모르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애송이야. 이게 얼마나 큰 기회인지 모르고 반대를 한다니.’
그에게 만일 시간이 더 있었다면, 차근차근 계획을 진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겐 진금호가 내준 임무가 우선이었다.
‘이 일은 모비딕의 심장을 얻은 후 생각하자.’
이정호가 향한 곳은 강철 요새 입구였다.
새벽부터 들려온 폭음이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입구에 도착하자 각성자들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거기 멈추십시오.”
그들이 경계심이 담긴 눈빛으로 이정호를 바라봤다.
이정호는 어제 처음 요새에 들어온 손님이었다.
당연히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새벽부터 무슨 일입니까?”
“아까부터 사막에서 폭음이 들리던데 괜찮은 건가?”
“괜찮습니다.”
“괜찮다?”
“네!”
“확실한가?”
“손님이 신경 쓰실 일이 아닙니다.”
“흠!”
이정호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입구를 지키던 각성자들이 움찔했다.
순간적으로 바뀐 이정호의 분위기에 압도당한 것이다.
A급 각성자인 이정호의 칼날 같은 기세를 일개 각성자가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각성자들은 감히 이정호의 눈을 마주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도망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게 용할 정도였다.
“무슨 일입니까?”
그때 입구 밖에서 제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정호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모래를 타고 올라온 제온이 입구에 내려서고 있었다.
이정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너였군! 내 잠을 깨운 자가…….”
“죄송합니다. 개인적으로 알아볼 게 있어서…….”
“그래서 소득은 좀 있었나?”
“뭐, 조금요.”
제온이 슬쩍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