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82)
282화
모래가 해일처럼 일어났다.
거대한 모래는 모비딕과 마수들을 완전히 뒤덮은 채 초고속으로 회전했다.
가가가가각!
미세한 모래 입자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마수들의 껍질과 가죽을 갉아 냈다.
키에에!
크아!
오우거와 자이언트 스파이더, 크림슨 드레이크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아무리 고통에 무감각한 마수라고 하지만, 표면이 갈려 나가는 고통까지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나마 A급 마수들의 사정은 좀 나았다.
역장이 어느 정도 버텨 줬기 때문이다.
B급 마수들은 역장과 함께 순식간에 갈려 나갔다.
전력으로 펼치는 샌드 믹서였다.
그 위력은 이제까지 펼친 것과 차원이 달랐다.
B급 마수들이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역장과 함께 그들을 보호해 주던 가죽과 표피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시뻘건 내부 조직이 모습을 드러냈다.
화하학!
방어막이 사라진 근조직에 불이 붙었다.
제온이 초열의 건틀렛으로 일으킨 불길이었다.
초고열의 화염은 순식간에 B급 마수들의 내부를 불태웠다.
외부에서는 모래가, 내부에서는 초고열의 화염이 동시에 공격하니 B급 마수 따윈 순식간에 증발했다.
A급 마수들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제온을 공격하려 했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이 제온에게 닿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샌드 게헤나!”
그들이 딛고 있는 모래가 녹으면서 용암처럼 변했다.
끈적한 용암은 놈들의 하체를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마치 한번 빠지면 두 번 다시 빠져나올 수 없는 늪 같았다.
발버둥 칠수록 A급 마수들은 더욱 깊이 샌드 게헤나 속으로 빠져들었다.
막강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그레이 오우거와 자이언트 스파이더가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그나마 불속성을 가지고 태어난 크림슨 드레이크가 화염에도 악착같이 버텼다.
크림슨 드레이크는 앞발을 뻗어 새끼 고래를 잡았다.
그나마 약한 새끼 고래를 잡아먹어 힘을 보충하려는 것이다.
―삐이이!
크림슨 드레이크에 사로잡힌 새끼 고래가 구슬픈 울음소리를 냈다.
모비딕은 커다란 눈을 끔뻑이며 제온을 바라봤다.
그 모습이 꼭 자기 새끼를 구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 같았다.
제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네 새끼만큼은 내가 지켜 주마.”
쐐애액!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닥에서 모래 수십 줄기가 치솟아 올라 크림슨 드레이크를 공격했다.
퍼버버벙!
무차별적으로 포격하는 샌드 블라스터에 크림슨 드레이크가 새끼 고래를 놓고 뒤로 밀려났다.
쿠워어어!
화가 나 포효하는 크림슨 드레이크의 입에 제온이 모래를 퍼부었다. 배 속에 모래가 가득 들어가자 크림슨 드레이크가 꺽꺽대며 토악질했다.
그 순간 제온이 명령을 내렸다.
“크레모아!”
퍼엉!
크림슨 드레이크의 배 속에 있던 모래가 그대로 폭발했다.
제아무리 막강한 방호력을 지닌 크림슨 드레이크라지만 배 속에서 일어난 폭발까지 감당할 수는 없었다.
크림슨 드레이크가 폭발해 잔해가 사방으로 튀었다.
다음은 그레이 오우거와 자이언트 스파이더였다.
제온이 손짓하자 용암 덩어리가 그대로 놈들의 입을 비집고 들어갔다.
크아아!
키엑!
뜨거운 용암이 식도를 녹이며 들어오자 그레이 오우거와 자이언트 스파이더가 미친 듯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놈들은 배 속에 들어온 용암 덩어리를 토하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제온은 고통스러워하는 A급 마수들에게 마지막 사형 선고를 내렸다.
“파이어 레인!”
콰콰콰콰쾅!
초고열의 화염비가 내렸다.
역장이 완전히 사라진 그레이 오우거와 자이언트 스파이더는 화염비에 녹아내렸다.
“미친!”
클레어가 눈을 크게 치떴다.
제온이 등장해 마수들을 완전히 정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일 분 남짓이었다.
그 짧은 시간 A급 마수 세 마리와 B급 마수들을 전멸시킨 것이다.
네오 서울의 그 어떤 각성자도 할 수 없는 신위였다.
눈앞의 인간이 정말 인간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껍데기만 인간이지 사실은 드래곤이 폴리모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만큼 제온의 무력은 그녀의 상식을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제온을 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벌벌 떨리고 호흡이 가빠졌다.
그만큼 엄청난 공포가 느껴지는 것이다.
그때였다.
“제온!”
무방비 상태로 저 멀리 날려 갔던 이정호가 제온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달려오는 이정호의 얼굴엔 분노가 가득했다.
모래 기둥에 날려 바닥에 처박힌 것이 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것이다.
이정호의 검에는 오러 블레이드가 만들어져 있었다.
쉬가악!
오러 블레이드가 제온의 숨통을 노리고 날아왔다.
제온은 모래 걸음을 펼쳐 그의 공격을 피했다.
이정호가 제온을 따라붙으며 검을 연거푸 휘둘렀다.
쉬시식!
절삭력으로 따지면 현시대의 그 어떤 병기도 오러 블레이드를 따라가지 못한다.
일단 한 번이라도 격중당하면 최소 중상이었다.
“챠앗!”
이정호의 기합과 함께 그의 검이 기묘한 곡선을 그렸다.
마치 제비가 수면 위를 낮게 비행하는 것처럼 낮은 궤적으로 날아오는 검.
어디에도 피할 곳이 없었다.
제온이 피하는 즉시 궤적을 바꿀 수 있는 이정호만의 스킬이었다.
‘제비 칼날 비검.’
수천, 수만 번을 고련해서 깨달은 그만의 스킬.
제온이 모래 걸음을 펼치는 그 순간 허공에서 검이 선회해 추적해 온다.
“샌드 블라스터.”
제온의 손짓에 샌드 블라스터 수십 줄기가 쏘아졌다.
일반적인 각성자라면 고압의 모래 공격에 당황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정호는 평범한 각성자가 아니었다.
“챠앗!”
기합과 함께 그가 무서운 속도로 검을 회전시켰다.
검과 함께 회전하는 오러 블레이드가 이정호의 전면을 방패처럼 막았다.
퍼버버버벙!
오러 블레이드에 부딪힌 샌드 블라스터가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순식간에 샌드 블라스터를 무력화시킨 이정호가 제온 가까이 접근했다.
이정호가 제온의 팔을 노리고 검을 찔러 들어왔다.
“양팔을 잘라도 길 안내는 문제없겠지?”
“자를 수는 있구요?”
까앙!
제온이 차갑게 대꾸하며 건틀렛으로 이정호의 검을 튕겨 냈다.
오러 블레이드를 튕겨 냈음에도 초열의 건틀렛엔 흠집조차 생기지 않았다.
제온은 단순히 이정호의 검을 튕겨 내는 데 그치지 않고 바이퍼를 날렸다.
수십 마리 모래뱀이 먹이를 노리는 독사처럼 이정호에게 날아왔다.
쐐애액!
이정호는 검을 휘둘러 모래뱀을 단숨에 베어 냈다.
그 순간 그의 주위로 자욱한 모래 먼지가 일어났다.
제온이 바닥의 모래를 일제히 부유하게 만든 것이다.
모래가 눈, 코, 입으로 들어왔다.
이정호는 그 즉시 눈을 감고, 호흡을 참았다.
보통의 각성자라면 눈을 감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겠지만, 이정호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애초 육체의 눈은 그냥 장식품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심안으로 세상을 보는 그에겐 눈에 모래가 조금 들어간 것따윈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심안에 집중하니 오히려 제온이라는 목표가 선명히 보였다.
제온을 향해 비기를 펼쳤다.
‘일 점 찌르기.’
퍼엉!
‘찌르기’보다는 차라리 ‘발사’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공격이었다.
마치 총탄이 발사된 것처럼 그의 검이 무서운 속도로 쏘아졌다.
목표는 제온의 미간이었다.
그의 검이 도달하기 직전 제온의 앞에 누군가 나타났다.
샌드 솔저였다.
쾅!
샌드 솔저가 이정호의 공격을 대신 맞고 부서졌다.
샌드 솔저를 뚫고 나오는 이정호의 검.
그러나 이정호의 검에 제온의 미간에 닿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샌드 솔저가 또다시 소환되어 제온 앞을 막아선 것이다.
그것도 무려 세 기나 말이다.
푸푸푹!
이정호의 검은 샌드 솔저 세 기를 모두 뚫고 난 후에야 멈춰 섰다. 제온의 미간에 닿기 직전이었다.
이정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회심의 일격이 겨우 모래로 만들어진 병사 따위에 막혔기 때문이다.
제온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그의 화가 폭발했다.
“감히!”
퍼버버버벙!
그 순간 그가 딛고 서 있던 모래가 폭발했다.
제온이 크레모아를 펼친 것이다.
엄청난 충격에 그의 몸이 마치 갈대처럼 흔들렸다.
그나마 폭발 순간 본능적으로 오러 실드를 펼쳐 전신을 보호한 것이다.
오러 실드는 무투계 각성자가 펼칠 수 있는 최강의 보호 수단이었다.
다만 마나 소모가 심하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어지간한 공격 따위엔 꿈쩍도 하지 않는단 장점이 있었다.
이정호는 지옥 같은 모래 폭발이 끝나는 대로 오러 실드를 해제하고 제온을 공격할 생각이었다.
‘최강의 스킬인 유성 가르기로 승부를 본다.’
유성이 낙하하는 에너지와 속도를 구현해 낸 최강의 스킬.
이제까지 남들 앞에서 한 번도 펼친 적이 없는 스킬을 펼쳐야 할 정도로 제온은 최강의 적이었다.
이정호는 심안으로 제온의 동향을 살피며 기회가 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제온에게 온 정신을 집중하느라 자신의 하체가 모래에 깊이 파묻혔다는 사실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
그가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은 소름 끼치는 소리를 들은 직후였다.
가아아앙!
그의 하체를 중심으로 모래가 맹렬히 회전하고 있었다.
“이런?”
샌드 믹서였다.
그는 제온이 이 스킬을 이용해 마수들을 갉아 버리는 모습을 봤다. 막강한 역장과 방어력을 가진 마수들마저 이 스킬에 갈려 나갔다.
평범한 인간의 육체 따윈 순식간에 가루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무서운 스킬이었다.
그나마 오러 실드를 펼쳤기에 잠시나마 견딜 수 있는 거지, 시간이 지체되면 분명 깨지고 말 것이다.
이정호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몸은 점점 더 깊은 모래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이대로 머리까지 잠기면 진짜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제기랄!’
이정호가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전신의 피가 싸늘히 식는 느낌이었다.
그제야 자신이 제온을 얼마나 과소평가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대인전이라면 자신이 제온을 아득히 능가할 거라는 생각 자체가 오산이었다.
제온은 마수뿐 아니라 자신 같은 각성자를 상대하는 것에도 매우 익숙한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선 지금의 대응 방식이 말이 되지 않았다.
가아앙!
그 순간에도 샌드 믹서는 맹렬히 회전하며 그의 오러 실드를 갉아 내고 있었다.
오러 실드 곳곳에 균열이 감지됐다.
이대로라면 아무것도 못 해 보고 모래에 갈려 나갈 것이다.
무기력하게 당할 바엔 뭐라도 모험을 해 보는 것이 나았다.
“챠앗!”
이정호가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순간 그의 검에 어려 있던 오러가 폭발했다.
콰아앙!
강렬한 폭발에 그를 에워싸고 있던 모래가 뒤로 밀려났다.
그 순간 이정호가 모래를 벗어나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유성 가르기!”
이어 펼쳐지는 비장의 스킬.
마치 유성이 대지로 낙하하듯 그의 검이 제온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거대한 유성처럼 이정호와 검은 붉게 빛나고 있었다.
살 떨리게 무서운 광경이었다.
저 공격에 당하면 제아무리 제온이라도 무사할 수 없었다.
‘공격에 당한다면 말이지.’
물론 제온은 저 공격을 허용할 생각이 없었다.
저쪽이 위력적인 한 방을 가지고 있다면, 이쪽은 물량 공세로 나서면 된다.
다행히 사막엔 무한대의 모래가 존재했다.
제온은 물량 공세의 끝판왕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샌드 블라스터. 무한 포격!”
슈슈슈슈슉!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백, 수천 줄기의 샌드 블라스터가 이정호에게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