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85)
285화
“씨발! 여기서 밀리면 안 돼. 전위, 더 단단하게 막아야지. 너희들이 뚫리면 다 죽는다고.”
“새끼들이 미쳤나 봐. 그냥 무작정 치고 들어온다고.”
한 무리의 각성자들이 마수들과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네오 서울에서 파견 나온 패스파인더 팀이었다.
패스파인더들이 상대하는 마수는 사막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큰 뿔 하이에나 무리였다.
일단 먹이를 점찍으면 죽을 때까지 달려드는 습성 때문에 가장 골치 아픈 마수였다.
그 때문에 사막에서 큰 뿔 하이에나 무리와 맞닥뜨리면 어느 한쪽이 전멸할 때까지 싸워야 한다.
패스파인더 3팀을 이끄는 은소영은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렀다.
그녀는 무투계 C급 각성자였다.
한국계로 여자치고 꽤나 건장한 체구를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강력한 힘을 소유하고 있어 자신의 몸만큼이나 큰 검을 자유자재로 휘둘렀다.
“씨발! 여기서 왜 큰 뿔 하이에나가 튀어나오냐고?”
패스파인더 팀들은 기본적으로 네오 서울 인근 있는 마수의 서식지와 생태계를 파악하고 있었다.
엊그제 이곳을 지나갈 때만 하더라도 분명 큰 뿔 하이에나를 보지 못했다.
큰 뿔 하이에나의 서식지도 아니었기에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귀환할 때도 당연히 이쪽 길을 택했다. 그런데 그것이 패착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어디선가 갑자기 큰 뿔 하이에나 무리들이 나타나 맹렬히 공격해 온 것이다.
은소영은 팀장답게 전위에 나서 큰 뿔 하이에나들을 막았다. 거기에 무투계 팀원들이 함께 벽을 쌓았다.
그사이 마법계 각성자들이 마법을 날려 큰 뿔 하이에나들을 격살했다.
쾅!
퍼억!
깨개갱!
마법이 적중하면서 큰 뿔 하이에나들이 죽어 나갔다.
동족들이 죽어 나감에도 큰 뿔 하이에나들은 겁먹은 기색 하나 없이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은소영과 무투계 각성자들이 분전했지만, 방어벽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씨발! 이대로 가다가는 모두 죽고 말 거야.”
“제기랄!”
패스파이더 팀원들의 얼굴에 공포의 빛이 떠올랐다.
언젠가 이런 일이 닥칠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절망적인 상황을 맞닥트리자 죽음의 공포가 엄습했다.
실제로 많은 동료가 마수의 배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는 자신들 차례인 것 같았다.
콰지끈!
“크억!”
그 순간 전위에 섰던 각성자 한 명이 큰 뿔 하이에나에게 어깨를 물리고 말았다.
큰 뿔 하이에나의 커다란 이빨이 갑옷을 뚫고 들어와 깊은 상처를 냈다.
“윌리엄!”
“이 하이에나 새끼가…….”
곁에 있던 동료들이 그를 구하려고 칼을 휘둘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상처를 입으면서도 큰 뿔 하이에나가 악착같이 물고 늘어졌기 때문이다.
큰 뿔 하이에나는 각성자를 물고 자기 무리 속으로 돌아가려 했다. 이대로 놈이 무리로 돌아가면 각성자는 갈가리 찢겨 놈들의 배 속에 들어갈 것이 분명했다.
그 때문에 은소영이 무리해서 그를 구하려던 순간이었다.
쿵!
갑자기 대지에 강렬한 진동이 울려 퍼졌다.
또 다른 마수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해서 패스파인더 각성자들이 긴장한 그 순간이었다.
쿠웅!
또다시 둔중한 발소리와 함께 모래 언덕 너머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씨발! 우린 끝이야.”
거대한 물체를 확인하는 순간 은소영과 각성자들이 절망했다.
모래 언덕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거대한 괴물 거북이었다.
등껍질과 머리에 날카로운 가시가 삐쭉삐쭉 튀어나온 괴물 거북을 보는 순간 패스파인더 팀원들은 그만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압도적인 덩치에 아예 싸울 의지마저 잃어버린 것이다.
그만큼 모래 언덕 너머로 나타난 괴물 거북의 크기는 엄청났다.
놈이 한 발씩 움직일 때마다 일대가 지진이 난 것처럼 들썩였다.
괴물 거북의 등장에 각성자들을 미친 듯이 공격하던 큰 뿔 하이에나들도 놀라 뒤로 물러났을 정도였다.
자신들보다 강한 마수를 만나도 쉽게 물러서는 법이 없는 큰 뿔 하이에나들조차도 거대한 괴물 거북의 위용에 겁을 집어먹은 것이다.
“어디서 저런 괴물이…….”
은소영이 이빨을 딱딱 부딪치며 떨었다.
그때였다.
거대 괴물 거북의 등껍질 쪽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르켈론! 쓸어버려라.”
그 순간 거대 괴물 거북이 입을 쩍 벌리더니 공기 압축탄을 발사했다.
퍼엉!
크웨엑!
커헝!
큰 뿔 하이에나 무리 속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공기 압축탄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큰 뿔 하이에나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야말로 엄청난 위력이었다.
거대 괴물 거북은 연속으로 공기 압축탄을 쏘아 댔다.
퍼버버벙!
폭음과 함께 수많은 큰 뿔 하이에나들이 쓸려 나갔다.
큰 뿔 하이에나들은 도주하기 시작했다.
제아무리 겁이 없는 큰 뿔 하이에나들이라도 압도적인 체급과 위력 앞에서는 도주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은소영과 각성자들은 겨우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안심할 수 없었다.
큰 뿔 하이에나보다 더 무서운 괴물 거북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쿵! 쿵!
놈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진동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그들이 꼼짝없이 괴물 거북에게 잡아먹힐 거라고 생각하던 그때 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네오 서울 각성자들이었군.”
거대 괴물 거북의 등껍질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노인은 바로 파빌사였다.
파빌사의 곁에는 제온과 케일리가 서 있었다.
제온이 아직도 넋이 나간 상태로 주저앉아 있는 각성자들을 보며 말했다.
“많이 놀랐나 봅니다. 아직 정신 못 차리는 것을 보면.”
“누구나 아르켈론을 처음 보면 놀랄 수밖에 없지.”
“저들과 함께 네오 서울로 돌아가면 될 것 같습니다. 이곳까지 태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더 감사하지. 덕분에 우리 아르켈론이 멀쩡하게 회복한 것도 모자라 한 단계 등급이 오르지 않았는가.”
A급이 된 아르켈론은 공기 압축탄이라는 공격 스킬을 갖게 됐다.
스킬 자체는 평범하지만, A급 마수가 펼치는 스킬은 차원이 다른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공기 압축탄은 어지간한 마수들 따윈 흔적도 없이 날려 버릴 만큼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이동 요새라는 별명에 걸맞은 위용을 갖추게 된 것이다.
덕분에 제온은 이곳까지 아르켈론을 타고 편히 올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아르켈론을 타고 네오 서울까지 갔으면 좋겠지만, 그랬다가는 아르켈론이 진금호의 관심을 끌게 될 것이 분명했다.
진금호의 관심을 끌어 좋을 것이 하나 없었다. 그가 어떤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제온이 케일리를 바라봤다.
“누나도 잘 가요.”
“응! 너도 잘 지내. 네오 서울에서 힘들면 언제든 아르켈론을 찾아오고.”
“그럴게요.”
“잘 가!”
케일리가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대로 제온과 헤어지기엔 미련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쯤에서 헤어져야 했다.
자신들은 사막을 떠도는 유목민이었다.
아르켈론이 건재해졌으니 강철 요새에 잠시 맡겨 둔 주민들을 다시 태우고 사막을 떠돌아야 했다.
그것이 모트 일족의 숙명이었다.
두 사람에 작별 인사를 한 제온이 아르켈론에서 내려 패스파인더 팀에게 다가갔다.
은소영과 각성자들은 제온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실감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제온이 그들에게 물었다.
“괜찮습니까?”
“아, 아! 그게…….”
은소영이 말을 더듬었다.
“제 이름은 제온입니다.”
“제온? 설마 모래술사?”
은소영이 깜짝 놀라 제온을 올려다봤다.
시청 소속의 각성자들은 네오 서울의 주요 각성자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
제온의 이름은 명단 상위에 올라 있었다.
당연히 모를 수가 없었다.
“당신이 어떻게 이곳에?”
“잠시 밖에 나갔다가 네오 서울로 귀환하는 중이었습니다.”
“아!”
“그보다 이쪽 분 상처가 심한 것 같은데…….”
제온이 아까 큰 뿔 하이에나에게 물렸던 각성자에게 다가갔다.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고 있었지만, 그의 상태는 무척 심각했다.
제온은 아공간에서 브리엘이 만들어 준 힐링 포션을 꺼내 각성자에게 건네줬다.
“반은 마시고, 나머지는 상처에 뿌리십시오.”
“크윽! 가, 감사합니다.”
각성자가 제온이 시키는 대로 힐링 포션을 사용했다.
힐링 포션을 사용하자 고통이 사라지고, 커다란 구멍이 뚫렸던 상처에 새살이 차올랐다.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었지만, 위기 상황만은 확실히 넘긴 것이다.
“휴우!”
그제야 상처 입었던 각성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신기하단 표정으로 상처 부위를 바라봤다.
불완전하게 새살이 차올라 나중에 따로 외과 수술을 받아야겠지만, 이 정도 봉합된 것만 해도 기적이었다.
네오 서울에도 힐링 포션이 개발되고 있지만, 이 정도로 극적으로 상처를 호전시켜 주는 포션은 없었다.
제온이 건네준 힐링 포션의 효과는 정말 놀라웠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목숨을 구했습니다.”
“별말씀을.”
“갑자기 큰 뿔 하이에나 무리들이 나타나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제온 님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모두 전멸했을 겁니다.”
“늦지 않아 다행입니다.”
제온과 아르켈론이 도착하는 게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패스파인더 3팀은 흔적도 없이 전멸했을 것이다.
쿵! 쿵!
그때 둔중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아르켈론이 움직이면서 나는 소리였다.
둔중한 발소리와 함께 아르켈론은 서서히 멀어져 갔다.
아르켈론 위에서 손을 흔들던 파빌사와 케일리의 모습도 조금씩 희미해졌다.
은소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저건 뭡니까? 저 거대한 마수를 인간이 길들여 타고 다니는 게 가능한 거였습니까?”
“다른 사람들에겐 불가능한 일입니다.”
제온은 그 이상 아르켈론에 대해 말해 주지 않았다.
괜히 자세한 정보를 말했다가 네오 서울에서 아르켈론을 추적하면 골치만 아파진다.
그 사실을 알기에 파빌사와 케일리도 서둘러 자리를 뜬 것이다.
제온이 은소영에게 물었다.
“임무를 수행 중이었습니까?”
“네! 이 근처에 쉘터를 만들 수 있을지 확인하는 중이었습니다.”
“쉘터? 굳이 이곳에 말입니까?”
“그게…….”
은소영이 잠시 머뭇거렸다.
동료들을 바라보던 그녀가 이내 결심했다는 듯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마정석이 묻혔을 곳으로 짐작되는 장소를 발견했습니다.”
“마정석 광산 말입니까?”
제온이 놀랐다.
네오 서울에 마정석 광산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가 있는지 알기 때문이다.
초창기에 발견된 마정석 광산 덕분에 네오 서울이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다.
마정석 광산에서 안정적으로 마정석이 수급된 덕분이다.
다만 시간이 오래 흐르면서 점점 마정석 채굴이 어려워지고 있었다. 지표 가까이 있던 마정석은 모두 채굴했고, 남은 것은 갱도 깊은 곳에 있는 것들뿐이었다.
채굴 난도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채굴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예전과 같은 양의 마정석을 채굴하려면 더 많은 광부와 장비를 투입해야 했다.
그만큼 네오 서울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네오 서울이 유지되려면 반드시 양질의 마정석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했다.
그러던 차에 패스파인더 3팀이 이 근처에서 마정석 광산을 발견한 것이다.
“확실한 겁니까?”
“일단 지표에 마정석이 분포된 것은 확인했습니다. 채굴량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확실히 알아보기 위해 쉘터를 꾸릴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놈의 하이에나 새끼들이 습격해서…….”
은소영이 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행히 제온 덕분에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전멸할 뻔했었다는 사실 자체가 그녀에겐 수치였다.
제온이 은소영에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제온 님이 도와주신다면 마정석 광산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가지고 네오 서울로 귀환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뭔가 문제가 있군요?”
“네!”
은소영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