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86)
286화
제온과 패스파인더 3팀은 높은 모래 언덕 위에 서서 아래를 바라봤다.
다른 곳에 비해 유독 푹 패인 거대한 분지가 보였다.
제온이 미간을 찌푸렸다.
네오 서울 근처에 있는 마정석 광산은 돌산 한가운데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광산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지형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제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노천 광산입니까?”
“네! 문제는 저곳이 마수의 서식지라는 겁니다.”
“마수?”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분지의 모래가 들썩이더니 무언가 슬쩍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뱀처럼 길고 미끈한 물체였는데, 아래쪽에 언뜻 빨판 같은 것이 보였다.
놈은 분지를 한바탕 휘젓고는 그대로 모래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런데 놈이 헤집은 자리에 어른 주먹만 한 광물들이 나뒹구는 것이 보였다.
“마정석?”
“네! 보다시피 모래 속에 마정석이 파묻혀 있습니다.”
“확인해 볼 가치가 있군요. 그런데…….”
“예! 마수가 문제입니다. 보다시피 일부만 보여 줘서 어떤 마수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세상엔 알려진 마수보다 알려지지 않은 마수가 더 많았다.
네오 서울 인근에 서식하고 있는 마수는 거의 다 파악됐지만, 이곳은 불행히도 네오 서울에서 무려 삼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이었다.
이곳의 마수 생태계 파악이 아직 덜 된 상태였다.
거기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수들의 생태계가 크게 변한 상태였다.
그들이 전멸당할 뻔했던 큰 뿔 하이에나도 원래 이곳에서 살던 놈들이 아니었다.
가끔씩 이렇게 마수들의 생태계가 크게 요동칠 때가 있었다. 이때가 패스파인더 팀들에겐 제일 위험한 순간이었다.
제온이 은소영에게 물었다.
“가까이 접근은 해 봤습니까?”
“일단 쉘터부터 만들고 차분히 접근해 볼 생각이었어요.”
“아직 접근 안 해 봤단 이야기군요.”
“부끄럽지만 그래요.”
은소영이 고개를 푹 숙였다.
꼭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패스파인더는 기본적으로 용맹해야 했다.
또 탐구심과 호기심이 가득해야 했다.
즉 호기심 앞에서 어떤 위험이라도 무릅써야 하는 용기가 필요한 직종이었다.
은소영과 3팀은 모두 위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책 없이 무모한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생전 처음 보는 마수의 앞마당을 무턱대고 들어가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시간을 두고 차분히 관찰하는 것이 은소영과 3팀의 스타일이었다.
제온이 그런 자신들을 겁쟁이라 여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였다.
“잘했네요.”
“네?”
“정체도 모르는 마수의 영역으로 무턱대고 들어가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죠. 잘했어요.”
“그……렇죠?”
“네! 그럼 어떤 마수인지 직접 확인해 보죠.”
“어떻게요?”
“이렇게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제온이 모래를 움직였다.
가아아앙!
분지의 모래가 고속으로 회전했다.
샌드 믹서를 펼친 것이다.
타다다당!
순간 쇳소리와 함께 모래 속에서 불똥이 튀었다.
모래가 금속성 물체와 부딪치면서 일어나는 반응이었다.
푸화학!
그 순간 모래 속에서 여덟 개의 다리를 가진 거대한 괴수가 몸체를 드러냈다.
문어를 꼭 닮은 거대 마수는 다리 길이만 수십 미터가 넘을 듯했다.
“크라켄인가?”
고대 바다를 지배했었다는 문어를 닮은 거대한 괴물.
지금 그들 앞에 나타난 마수가 크라켄을 똑 닮아 있었다.
맹렬히 회전하는 샌드 믹서에도 크라켄은 크게 타격을 받은 모습이 아니었다.
제온이 그 이유를 알아차리고 미간을 찌푸렸다.
“마정석 때문에 별 타격을 입지 않는군요.”
“네?”
“당신 말대로 이곳은 노천 광산입니다. 모래 아래 마정석이 깔린 셈이죠. 모래보다 많은 마정석 때문에 제 스킬이 놈에게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합니다.”
“그런…….”
마정석은 굉장히 단단한 금속이었다.
소량이라면 모르겠지만, 대량의 마정석이 모래 아래를 거의 차지하고 있기에 샌드 믹서를 분산시키고 있었다.
그 때문에 마정석 광산 안에 도사리고 있는 크라켄에겐 별 타격을 입히지 못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크라켄의 몸 주위엔 선명한 역장이 어려 있었다.
최소 A급 마수라는 의미다.
어쩌면 S급 이상일 수도 있다.
물론 제온이 제대로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못 잡을 것도 없었다. 하지만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다.
마정석 광산을 확보하고 안정시키는 것은 어디까지나 시청의 일이기 때문이다.
제온이 모래를 움직여 마정석 하나를 자신이 있는 곳으로 은밀히 이동시켰다.
크라켄을 닮은 마수는 커다란 두 눈을 희번덕거리며 주위를 둘러봤지만, 제온과 각성자들을 발견하진 못했다.
제온이 샌드 믹서를 멈추자 크라켄이 다시 모래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으으! 저런 괴물이 마정석 광산을 차지하고 있었다니.”
“멋모르고 들어갔으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이 패스파인더 3팀 전원이 진저리를 쳤다.
그사이 제온이 마정석을 집어 들었다.
“일단 순도는 꽤 좋은 것 같은데 자세한 것은 네오 서울에서 분석해 봐야 알 것 같습니다.”
햇볕에 비친 마정석은 흠집 하나 없이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겉보기엔 일단 순도가 꽤 높아 보였다.
이런 마정석이 저 모래 속에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네오 서울에서 당연히 욕심낼 만했다.
‘다만…….’
제온이 주위를 둘러봤다.
지형이 그리 좋지 않았다.
천혜의 요새인 돌산에 자리 잡은 기존의 마정석 광산과 달리 이곳은 사방이 확 트여 있어 마수의 공격을 막기 힘들었다.
‘뭐,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
이건 어디까지나 시청에서 고민해야 할 일이다.
패스파인더 3팀에게 마수와 마정석이 있다는 증거를 확인시켜 준 것만으로도 제온은 밥값을 다한 셈이었다.
제온이 마정석을 은소영에게 던졌다.
“그거면 이곳에 마정석 광산이 있다는 증거가 되겠죠?”
“물론이에요.”
“그럼 이제 돌아갑시다.”
“네!”
은소영이 마정석을 배낭에 집어넣으며 대답했다.
임무를 완수했으니 그녀 역시 한시라도 빨리 이 위험한 곳을 벗어나 네오 서울로 돌아가고 싶었다.
제온과 패스파인더 3팀은 마수가 도사리고 있는 마정석 광산 영역을 벗어났다.
조금 더 걸어가자 패스파인더 3팀이 타고 온 차량이 보였다.
두꺼운 장갑을 덕지덕지 붙인 차량이었다.
그런데 장갑차가 마치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었다.
아마 마수의 습격을 받은 것 같았다.
“제기랄! 꼼짝없이 걸어가야겠군.”
“후!”
각성자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뜨거운 사막을 걸어서 네오 서울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한숨부터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워낙 자주 겪는 일이다 보니 실망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네오 서울에서 차를 타고 나와도 멀쩡하게 돌아가는 경우는 드물었다.
모래에 구동축이 망가지거나, 마수의 습격을 받아 부서지는 경우가 태반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메카닉이 있다면 차를 고쳐 탈 수 있었지만, 아예 원거리 원정이 아니면 메카닉이 대동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래도 이번엔 제온 님이 함께하니 조금 낫겠군.”
패스파인더 팀원들도 기본적으로 길을 찾을 줄 안다. 하지만 내비게이터에 비할 수는 없었다.
제온이 내비게이터보다 더 뛰어난 길잡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가 함께하는 여정이니 오히려 올 때보다 편하게 돌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상상은 현실이 됐다.
“저 앞에 샌드웜이 있는 것 같군요. 이쯤에서 돌아가죠. 배부른 것 같으니 자극만 안 하면 우리를 공격할 일은 없을 겁니다.”
갑작스러운 제온의 말에 각성자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온이 가리킨 곳을 자세히 바라보자 모래가 조금씩 움직이는 게 보였다.
마치 모래 아래서 무언가 숨을 내쉬는 것처럼 말이다.
그제야 각성자들은 제온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부터는 절대 제온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제온이 가자고 하는 방향으로만 걷다 보니 마수들과 마주치는 일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 편하네.”
“이래서 모래술사, 모래술사 하는구나.”
노숙할 자리도 제온이 정했다.
겉보기엔 사방이 확 트여 밤에 마수가 습격해 오면 무방비로 당할 것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제온의 생각은 달랐다.
“이곳은 마수들의 영역이 겹치는 곳이에요.”
“그럼 더 위험한 것 아닙니까?”
“마수들은 확실한 전력 차이가 나지 않는 이상 서로를 잘 공격하지 않아요. 물론 경계는 열심히 하지만요.”
“서로를 견제해서 더 접근하지 않을 거라는 뜻인가요?”
“네!”
제온의 대답에 은소영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여전히 의문이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제일 궁금한 것은 제온이 어떻게 마수의 영역을 정확히 구분하느냐였다.
마수들의 생태계는 매우 복잡하고, 시시각각 변화해서 정확하게 영역을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패스파인더로 오래 활동해 온 은소영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제온이 이렇게 단호히 말하니 조금 의심이 드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제까지 제온의 말이 틀린 적이 없으니 이번에도 믿어 보기로 했다.
몇몇 각성자는 불안감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는데, 제온의 말처럼 마수가 습격해 오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때부터 패스파인더 3팀은 제온을 완전히 믿었다.
제온이 말하는 대로 가고, 쉬었을 뿐인데 마수와의 전투 한 번 없이 네오 서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뭐야? 이거! 벌써 도착한 거야?”
“꿈을 꾼 것 같네.”
각성자들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보통 삼백 킬로미터 거리를 이동하려면 일주일 정도 걸린다.
걷는 속도가 느려서가 아니라, 그만큼 마수들의 습격을 자주 받기 때문이다.
안전을 확보하면서 이동하려면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제온과 동행하니 그렇게 허비하는 시간 하나 없이 온전히 걷는 데만 쓸 수 있었다.
덕분에 충분히 쉬면서 왔는데도 사흘 만에 네오 서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혹시 제온 님은 패스파인더 하실 생각 없을까요?”
“있겠냐?”
“혹시 모르잖아요?”
“모르긴 뭘 몰라? 저 사람이 뭐가 아쉬워 패스파인더처럼 고달픈 일을 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럴까요?”
“당연하지.”
“쩝!”
은소영의 타박에 말을 꺼냈던 각성자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그때 제온이 은소영에게 다가왔다.
“시청으로 곧장 가실 거죠?”
“네! 그렇습니다.”
“잘됐군요. 저도 시청에 볼일이 있으니 거기까지 같이 가죠.”
“제온 님이요?”
“네! 시장님께 용건이 있어서요.”
“아, 알겠습니다. 그럼 같이 가시죠.”
은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제온의 안내나 보호는 필요 없어졌지만, 그래도 시청까지 같이 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든든해졌다.
제온이 은소영과 함께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과연 어떻게 나올까?’
진금호가 딸려 보냈던 이정호와 클레어 모두 죽고, 제온 혼자만 귀환했다.
보통의 지배자라면 화를 내거나 진상 조사를 빌미로 제온을 구금하거나 징벌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제온은 진금호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이번 반응을 통해 진금호라는 인간의 바닥이 어디인지 가늠해 보고 싶었다.
제온이 은소영과 함께 시청 앞에 도착했을 때였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빨간 정장을 입은 서태란이 제온을 제일 먼저 맞이했다.
그녀는 은소영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제온에게 인사했다.
“오랜만입니다, 제온 님! 시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래요?”
“바로 올라가시죠.”
“네!”
제온이 그녀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탔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는 순식간에 시청사 최상층에 도착했다.
띵!
문이 열리자 진금호가 제온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진금호의 푸른 두 눈에 은은한 광채가 어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