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89)
289화
귀환 후 제온은 사흘 동안 밖으로 단 한 발자국도 내딛지 않고 집 안에서만 뒹굴었다.
덩달아 브리엘과 레빈도 집에서만 머물렀다.
브리엘은 원래 집 밖으로 나도는 것보다 안에서 연구하는 것을 더 좋아했고, 복수를 끝낸 레빈도 굳이 외출할 이유를 찾지 못해 집에서만 머물렀다.
그렇게 세 사람은 집에 머물면서 각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거기에 새끼 고래 한 마리가 더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가이아가 집에 오면서 가장 밝아진 이가 브리엘이었다.
항상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던 브리엘이었다.
가이아의 등장은 그녀의 얼굴에 언제나 어려 있던 어둠을 몰아냈다.
“이건 말이지, 내가 최근에 만들어 낸 거거든.”
―삐이?
브리엘이 푸른 액체가 담긴 병을 흔들자 가이아가 커다란 머리를 갸웃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기에 브리엘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짜잔! 마나 회복 포션이야.”
―삐?
“예전 거와 뭐가 다르냐고? 당연히 효율이지. 이 하나에 마나를 잔뜩 농축시켜 놓았거든. 사실 이거 만드느라고 제온을 못 따라갔어. 따라갔으면 너를 더 빨리 만났을 텐데.”
지금 들고 있는 포션은 기존에 만들어 낸 포션과 달랐다.
기존의 마나 회복 포션에 비해 효율이 크게 개선됐다. 이 포션을 복용하면 C급 각성자 기준 두 시간 내에 마나를 오십 프로까지 회복시켜 준다.
겨우 오십 프로가 뭐 대단하냐 싶겠지만, 마나를 모두 소모한 상황에서 오십 프로의 회복은 생과 사를 가를 만큼 엄청난 차이다.
제온이 가지고 있는 엘루라의 눈물이 사기 아이템이라서 그렇지, 오십 프로만 돼도 엄청난 것이다.
A급 각성자나 B급 각성자는 마나 통이 너무 커서 효과가 미미하지만, C급 각성자 이하에게 이 정도의 성능이라면 또 다른 생명줄과 같았다.
당연히 D급과 E급 각성자는 더 많은 마나가 회복됐다.
제온이 떠나 있는 동안 그녀가 방에 처박혀 만들어 낸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가이아를 일찍 만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아쉬운 표정을 짓는 브리엘을 가이아가 괜찮다는 듯 가슴지느러미로 두들겨 줬다.
―삐이이!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어쨌거나 이렇게 만났으니까. 참, 또 얘기가 곁가지로 샜네. 중요한 것은 이 포션의 효율이 매우 좋다는 거야. 재료도 쉽게 구할 수 있고. 그러니까 가…… 심비, 아니, 가성비가 매우 좋다는 거야.”
―삐삐?
“그게 뭐가 좋냐고? 당연히 좋지. 싸게 만들어서 비싸게 팔 수 있거든. 그러면 돈을 아주 많이 벌 수 있어.”
―삐?
가이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돈을 많이 벌면 뭐가 좋은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령 생명체인 가이아에겐 ‘돈’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당연히 돈을 많이 벌면 뭐가 좋은지 알지 못했다.
“돈을 많이 벌면 편해. 하고 싶은 것도 다 할 수 있고, 사고 싶은 것도 다 살 수 있어. 물론 이 집도 넓힐 수 있고. 그리고 또 뭐가 좋냐면…….”
브리엘이 신나서 주저리주저리 떠들었고, 가이아는 곁에서 다 들어 줬다.
그때 제온이 말했다.
“그거 도깨비 시장에 레시피 판다고 했지?”
“응!”
“그럼 지금 가자. 나도 도깨비 시장에 갈 거니까.”
“알았어!”
브리엘이 일어나 바로 로브를 걸쳤다.
레빈도 옷을 걸치며 말했다.
“그럼 저도 가요. 그렇지 않아도 바람 쐬고 싶었는데.”
그렇게 해서 모두가 집 밖으로 나오게 됐다.
가이아는 제온의 아공간 속으로 들어갔다.
새끼 고래가 허공을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게 되면 각성자들이 어떤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었다.
가이아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게 좋았다.
다행히 가이아는 이에 대해 별 불만이 없는 것 같았다.
밖에 나와서 브리엘과 함께 지내는 것도 좋지만, 제온의 아공간도 가이아에겐 매우 좋은 쉼터였다.
세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거리를 걸었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와서 그런지 브리엘과 레빈은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제온도 기분이 꽤 좋았다.
집에 처박혀 지내는 것도 좋았지만, 이렇게 밖에 나들이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요즘 동대문은 어때?”
“조용해요.”
“그래?”
“네! 시청에서 경고를 받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신촌엔 얼씬도 하지 않고 있어요.”
“다행이네.”
“그런데…….”
“왜?”
“더 폐쇄적으로 됐어요. 예전에는 그래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검문이 심해졌어요. 동대문에 해가 될 것 같은 사람들은 아예 출입 자체가 안 돼요.”
“그럼 나는 동대문에 영원히 들어갈 수 없겠네.”
“축하해요, 형! 동대문의 블랙리스트 최상단에 형이 올랐을 거예요.”
“고맙다.”
그렇게 농담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도깨비 시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세 사람 모두 도깨비 시장의 VIP였다.
가드들은 세 사람의 얼굴을 보자마자 바로 통과시켜 줬다.
도깨비 시장에 들어오자마자 떠들썩한 분위기가 바로 느껴졌다.
상인들은 물론이고, 물건을 사러 온 사람들도 활기가 넘쳐 보였다.
브리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평소보다 각성자가 많이 보이는데.”
“그러게. 뭔 일 있나?”
레빈도 도깨비 시장의 분위기가 평소와 다른 것을 눈치챘다.
도깨비 시장에 활력이 넘치는 것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평소보다 과열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때 누군가 그들의 의문을 해소해 주었다.
“제온에게 못 들었어? 새로운 마정석 광산이 발견됐잖아.”
“응?”
“마정석 광산?”
레빈과 브리엘이 뒤돌아보자 유세희가 흑사자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제온이 유세희에게 인사했다.
“오랜만입니다.”
“그러게. 바로 찾아올 줄 알았더니……. 사흘 동안이나 코빼기 하나 비치지 않을 줄은 몰랐어.”
“푹 쉬고 싶었거든요.”
“하긴! 피곤하긴 했겠다. 그래, 피로는 다 풀린 거야?”
“어느 정도는요.”
“다행이네!”
“지금 이 소동이 마정석 광산 때문이라고 했습니까?”
“어! 네오 서울의 패스파인더들이 새로운 마정석 광산 후보지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거든.”
제온도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가 직접 패스파인더 3팀을 도와 마정석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제온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이것과 무슨 상관입니까?”
“이쪽으로는 아예 관심이 없구나. 새로운 마정석 광산이면 얼마나 큰 이권이 걸려 있겠어?”
“아! 그래서 이권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각성자들이 움직인다는 거군요.”
“맞아! 큰 공을 세우면 그만큼 보상도 커질 테니까.”
마정석 광산은 네오 서울의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였다.
공급이 끊기는 순간 네오 서울은 다시 중세 시대로 돌아간다.
그 때문에 네오 서울에선 새로운 마정석 광산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아직 정식으로 공고가 난 것은 아니지만, 성공적으로 마정석 광산을 개발하기 위해 공격대를 곧 모집할 거란 소문이 암암리에 돌고 있었다.
그 때문에 던전 공략대를 비롯해 수많은 단체에서 이 공격대에 들어가기 위해 물자를 쓸어 담는 중이었다.
덕분에 도깨비 시장도 엄청난 호황을 누리는 중이었다.
상인들이 비축해 놓은 물건들이 거의 동났을 정도였다.
그 때문에 상인들도 물자를 확보하기 위해 비상이 걸린 상황이었다.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브리엘이 입을 열었다.
“지금 가장 잘 팔리는 물건이 뭐야?”
“마정석 광산에 있는 마수가 S급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있어서 아무래도 구급약 같은 포션이 잘 팔리고 있어.”
“포션 종류가 잘 팔린단 말이지?”
“꼬맹이, 너 무언가 만들어 냈구나.”
순간 유세희의 눈이 반짝였다.
하루 이틀 본 사이가 아니었다.
지금 도깨비 시장에서 유통되는 포션 중 상당수는 브리엘이 만들어 낸 것이었다.
때문에 도깨비 시장에서는 제온보다 오히려 브리엘을 귀한 손님 대접하고 있었다.
“또 뭘 만들었는데?”
“마나 포션!”
“효과는?”
“C급 각성자의 마나를 두 시간 내 오십 프로 회복시켜 줘.”
“진짜?”
“자세한 것은 시험해 봐야 알겠지만, 내 계산으로는 그래.”
“제조 비용은?”
“그렇게 비싸진 않아.”
“그래?”
유세희는 냄새를 맡았다.
진한 돈 냄새를.
“꼬맹아! 큰돈을 벌 기회다.”
“알고 있어.”
“레시피를 넘겨. 값은 잘 쳐줄 테니까.”
“장사 하루 이틀 하나? 선 제시해.”
“엘프가 까져서……. 원래 욕심 없는 종족이라며?”
“이 빌어먹을 도시에서 살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거든.”
“타락한 엘프 같으니라구.”
“거기엔 아줌마도 일조했단 사실을 명심하라고.”
“아줌마?”
“아니면 말고.”
“이익!”
유세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다른 사람들에겐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편인데, 이상하게 브리엘과 엮이면 말리고 만다.
그녀가 겨우 감정을 다스리며 말했다.
“좋아! 기존 조건에 오 프로 더 얹어 줄게.”
“십 프로!”
“말도 안 돼! 그럼 우리가 손해야. 육 프로!”
“그럼 깔끔하게 칠 프로. 이거 안 받아 주면 나도 레시피 못 넘겨줘.”
“하아! 뼛속까지 인간이 다 되었구나.”
“칭찬으로 알게.”
“좋아! 칠 프로. 어서 레시피 넘겨줘. 지금부터 찍어 내려면 서둘러야 하니까.”
“자!”
브리엘이 미리 준비해 온 레시피 종이를 유세희에게 넘겨줬다.
유세희는 그걸 또 바로 흑사자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생산 서두르라고 해. 수량 맞추려면 며칠 밤을 새워도 모자랄 거야.”
“알겠습니다, 아가씨!”
흑사자가 레시피를 받아 도깨비 시장 안쪽으로 달려갔다.
브리엘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레시피 검증도 안 하고 바로 생산하려는 거야?”
“네 실력은 내가 알고 있으니까. 싸가지 없는 것관 별개로 말이야.”
“훗!”
브리엘의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그 모습이 얄밉게 느껴지기보단 귀엽게 보여 유세희가 피식 웃었다.
“그래! 네가 제일 잘났다.”
“후훗!”
“하여간 칭찬을 못 한다니까.”
“참! 도깨비 시장에 속성 관련 아이템 들어온 거 있어?”
“속성 관련이라니?”
“아이템 중에 드물게 속성이 붙은 거 있잖아.”
“아!”
유세희가 미간을 찌푸렸다.
도깨비 시장에 유통되는 아이템 상당수는 네오 서울의 공방에서 만든 것들이었다.
공방에서 만든 아이템엔 속성이 거의 붙지 않는다.
솜씨 좋은 인챈터나 장인이 만든 물건이 아닌 이상 말이다.
제일 좋은 것은 던전에서 발굴된 아이템이었다.
던전제 아이템엔 가끔 상상도 못 한 속성이 붙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속성이 붙은 아이템은 무척 귀해 시중에 거의 유통되지 않는다.
제아무리 도깨비 시장이라도 그런 물건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속성 붙은 아이템이 필요해?”
“응!”
“이유는 말해 주지 않을 거지?”
“응!”
“망할 엘프!”
“있어?”
“얼마 전에 들어온 게 하나 있을 거야. 코나의 팔찌라는 물건인데, 특이하게 불 저항이 붙어 있어. 쉽게 말해 이 팔찌를 차면 불에 관련된 공격을 받았을 때 조금 더 오래 버틸 수 있어.”
“가격은?”
“던전제라서 꽤 비싼데 살 거야?”
“응!”
“오케이! 그럼 마나 포션 수익에서 알아서 제한다?”
“그렇게 해.”
마나 포션 레시피 수익을 흥정할 때는 그렇게 깐깐하던 브리엘이 너무 쉽게 응하는 것이 이상해서 유세희가 물었다.
“속성 붙은 아이템은 어디에 쓰려는 거야?”
“친구 주려고.”
“친구?”
“응! 친구!”
브리엘이 해맑은 표정으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