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9)
29화
끝없이 펼쳐진 사막이 위험한 곳이라는 사실은 모든 생명체들이 알고 있었다.
심지어는 사막에서 생활하는 마수들조차도 항상 조심하고 주의했다.
사막의 모래알만큼이나 많은 마수들이 곳곳에 서식하고 있었고, 개중에는 위험도 S급의 마수도 다수 존재했다.
S급 마수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확고한 영역이 있었다.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영역 밖으로 나오는 일이 없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한번 나오면 사막을 뒤집어 놓는다.
그 때문에 사막의 마수들은 강하거나, 약하거나 항상 주의를 살피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왕관 들소도 그런 마수 중 하나였다.
체고만 삼 미터가 넘는 거대한 들소의 머리엔 왕관 모양의 뿔이 달려 있었다. 그래서 이름도 왕관 들소였다.
본래 소는 초식을 하지만, 왕관 들소는 육식을 했다.
사막뿐인 세상에서 풀을 구할 수 없으니 육식하는 쪽으로 진화한 것이다.
왕관 들소의 먹이는 조그만 마수나 벌레였다.
모래 속에 깊이 숨어 있는 먹잇감을 찾기 위해 항상 코를 땅에 박고 다닌다.
해가 중천에 떴지만, 왕관 들소는 아랑곳하지 않고 먹잇감을 찾고 있었다.
거대한 체구를 유지하기 위해선 많은 먹이가 필요했다. 때문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먹잇감을 찾아야 했다.
정신없이 먹이를 찾던 왕관 들소가 문득 자신의 앞발을 바라봤다. 이상한 느낌 때문이었다.
푸스스!
모래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모래가 흐르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더니 왕관 들소의 몸도 모래 언덕 아래로 같이 흘러내렸다.
음머!
심상치 않은 조짐을 감지한 왕관 들소가 서둘러 모래 속에서 빠져나오려 했다. 하지만 왕관 들소가 몸부림칠수록 모래가 흘러내리는 속도만 빨라질 뿐이었다.
결국 왕관 들소는 모래와 함께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쿵!
둔중한 소리와 함께 왕관 들소의 거대한 몸통이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왕관 들소는 고개를 흔들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모래가 딱딱하게 굳어 왕관 들소를 옥죄었다.
왕관 들소가 모래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칠수록 압력은 더 강해졌다.
그때였다.
퍼억!
어린아이 팔뚝만 한 크기의 샌드 미사일이 왕관 들소의 머리를 박살 냈다.
“좋았어! 당분간 식량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군.”
근처 모래 속에서 누군가 몸을 일으켰다.
그는 바로 제온이었다.
이 모든 게 제온의 작품이었다.
언덕 위에 있던 왕관 들소를 유사로 끌어내리고, 샌드 미사일로 끝냈다.
지극히 효율적인 방식으로 거대한 왕관 들소를 사냥한 것이다.
제온은 품에서 단검을 꺼내 왕관 들소의 가죽을 벗겼다.
덩치는 거대했지만, 실상 인간이 먹을 수 있는 부위는 그리 많지 않았다. 오직 가슴 부위, 그것도 극히 일부분만 마기가 없어 섭식이 가능했다.
제온은 단검으로 섭식 가능한 부위를 잘라 냈다.
가슴 부위의 일부분이라고 하지만, 제온의 몸통만큼이나 컸다.
제온은 고기를 들고 모래 걸음을 펼쳤다.
사막 위를 미끄러지듯 걸어 그가 도착한 곳은 거대한 선인장 앞이었다.
집채만 한 크기의 선인장 아래엔 데이오든이 앉아 있었다.
데이오든 앞에는 거대한 마정석이 놓여 있었다.
어제 사냥한 A급 마수 티타노보아의 마정석이었다.
티타노보아는 길이만 이십 미터가 넘는 거대 마수였다.
놈은 A급 마수답게 강력한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데이오든은 너무 쉽게 놈을 사냥했다.
티타노보아는 거대한 마정석을 품고 있었다.
A급 마수답게 강력한 기운을 품고 있는 마정석이었다.
데이오든은 마정석에 크레이온을 꽂았다.
크레이온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마정석에 담긴 기운을 흡수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워낙 마정석에 담긴 기운이 강대하다 보니 흡수하는 데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데이오든은 온 정신을 집중해 크레이온이 마정석의 기운을 흡수하는 것을 돕고 있었다.
제온은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아 들고 온 고기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고기를 잘게 잘라 그늘에 널어놓았다.
금세 수분이 증발해 고기가 꾸덕꾸덕해졌다.
육포가 된 것이다.
제온은 육포를 하나만 남겨 두고 모두 아공간에 수납했다.
그는 남겨 둔 육포를 입에 물고 데이오든을 바라봤다.
이제 마정석을 흡수하는 것이 막바지에 다다랐는지, 크레이온이 강렬한 열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검은 숲을 떠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그동안 데이오든은 던전을 두 곳이나 토벌했다.
두 던전 모두 모래 깊은 곳에 파묻혀 있었는데, 제온의 도움 덕분에 입장할 수 있었다.
티타노보아는 어제 들어간 던전의 보스였다.
던전의 주인답게 강력한 위용을 자랑했지만, 데이오든에겐 한낱 지렁이만도 못했다.
‘불합리하단 말이야. 어떻게 저런 괴물이 존재하는지.’
제온의 눈엔 데이오든이 인간이 아니라 괴물처럼 보였다.
한 달 동안 제온도 눈부시게 성장했다.
모래를 활용하는 법에 눈을 떠 어지간한 마수들은 손쉽게 사냥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도 감히 데이오든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
츠으으!
마침내 마정석의 모든 기운이 크레이온에 갈무리됐다.
기운을 모두 잃은 마정석은 평범한 돌이 되었다.
철컥! 철컥!
그때 크레이온이 허공에서 저절로 분해되었다.
각 파츠별로 분해된 크레이온은 데이오든의 주위를 맴돌다가 다시 하나로 합체됐다.
마정석의 기운을 빌려 새롭게 진화한 것이다.
진화한 크레이온은 더 무서운 예기를 발산했다. 하지만 크레이온을 바라보는 데이오든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아직 부족해.”
그의 읊조림을 들은 제온은 어이가 없었다.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 크레이온은 이미 세계 최강의 무기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부족하다고 하니 기가 막혔다.
‘대체 뭐를 상대하려는 거야?’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미치광이의 행보에 불과했지만, 가까이서 지켜본 제온은 그의 행보에 일관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데이오든의 모든 행보는 강해지는 것과 연관이 있었다.
본인이 강해지든, 크레이온을 강화하든 둘 중 하나인 것이다.
마치 강박증에 시달리는 사람처럼 데이오든은 강해지는 것에 집착했다.
제온이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데이오든은 전쟁 준비 중이었다.
상대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지금의 데이오든에겐 버거운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제기랄! 괜히 끝까지 따라가겠다고 했나?’
살짝 후회되기도 했지만, 이제 와 결정을 되돌릴 생각은 없었다.
제온은 아까 만들어 둔 육포 하나를 데이오든에게 던져 줬다. 데이오든은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육포를 씹었다.
“가자!”
육포를 다 먹은 데이오든이 일어섰다.
제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육포를 마저 삼켰다.
데이오든은 이미 저만치 앞서 나가고 있었다. 제온은 급히 모래 걸음을 펼쳐 데이오든을 따랐다.
방향은 또 동쪽이다.
도대체 이 끝에 뭐가 있는지 궁금했다.
‘예전에는 이쪽에 바다가 있었다는데.’
바다.
구전되는 이야기 속에서나 들었지, 실제로 본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오든처럼 오래 산 사람 정도나 되어야 바다를 봤을 것이다. 그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에겐 불행히도 바다를 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후웅!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제온은 로브를 여몄다.
엘프들이 만든 로브는 가볍고 활동성이 좋았지만, 모래 아귀 가죽으로 만들었던 로브보다는 방호성이 떨어졌다. 그래서 꽉 여며야 바람을 겨우 막을 수 있었다.
‘모래 아귀가 또 안 나타나나?’
그때는 진짜 안 홀리고 잡을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제온이 투덜거리며 걷고 있을 때였다.
앞서 걷던 데이오든이 갑자기 쓰러졌다.
탕!
뒤이어 사막 한가운데서 총성이 울려 퍼졌다.
“뭐야?”
제온이 급히 바닥에 엎드렸다.
그는 몸 주위에 모래 장벽을 만들어 총격에 대비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두 번째 총성은 울려 퍼지지 않았다.
“어디서 날아온 거지?”
최소한 제온의 감각이 미치는 곳에선 생명체가 탐지되지 않았다.
제온의 지배력이 미치지 않는 먼 거리에서 저격한 것이 분명했다.
그때였다.
아득히 먼 저 평원 위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인간이었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었다.
대충 세어 봐도 백 명이 넘어 보였다.
그들은 사막에서 주로 사용하는 버기카를 타고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스캐빈저인가?”
제온은 눈에 마나를 집중했다.
그러자 저 멀리서 다가오는 인간들의 모습이 선명히 보였다.
“저자들은?”
선두에서 달려오던 버기카를 바라보던 제온은 익숙한 얼굴들을 발견했다.
샌드웜에게서 그를 구해 줬던 장용범 파티였다.
장용범, 에이든, 마운틴, 지젤 네 명이 같은 차를 타고 있었다.
그들이 탄 차 뒤로 스무 대 정도의 버기카가 따라오고 있었다.
제온이 주목한 것은 장용범 바로 뒤에 따라오는 버기카였다.
버기카 위로 거대한 총을 들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아직도 총구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것으로 봐서 그가 데이오든을 저격한 것이 분명했다.
“마탄의 사수인가?”
극히 희귀하지만, 각성자 중에는 총기를 사용하는 자들도 있었다.
아무리 먼 거리에서도 백 퍼센트의 확률로 저격을 성공시키는 자들.
거대 마수나 역장을 가진 마수들에겐 별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인간을 상대로는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는 살상 병기였다.
네오 서울은 그들을 위해 마법과 과학이 결합된 총기를 제작했다.
각성자의 감지 범위 밖에서 저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저격총은 사거리가 무려 십 킬로미터가 넘었다.
총기 각성자의 특성인 매의 눈과 정교한 감각이 어우러지면 절대의 위력을 발휘한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무려 십 킬로미터 밖에서 데이오든을 저격한 자는 리오 팔로나였다.
리오는 네오 서울 시장 직속의 처형 부대 넘버즈에 속해 있는 저격수였다.
네오 서울의 시장은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었는데, 처형 부대를 운영해서 정적들을 제거했다.
철컥!
“학살자라고 해서 조금 긴장했는데, 별거 아니었군.”
리오가 탄피를 빼내며 미소 지었다.
무려 십 킬로미터 밖에서 이뤄진 저격이다.
제아무리 대단한 각성자라도 총탄이 날아오는 것을 감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때 앞차에 타고 있던 장용범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방심하지 마라. 상대는 데이오든. 미친 늙은이니까.”
“흐흐! 이미 뒈진 늙은이가 뭐 무섭다고 긴장해?”
리오가 장용범을 비웃었다.
그는 데이오든의 죽음을 확신하고 있었다.
위험에 대비하겠다고 다른 각성자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온 것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그나저나 한 놈이 더 있었는데.”
리오가 저격총에 총알을 장전하며 중얼거렸다.
이 저격총은 다 좋은데, 한 번에 한 발밖에 쏠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그 때문에 저격과 저격 사이에 딜레이 되는 구간이 있었다. 그러나 리오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아직 제온과의 거리는 상당히 남아 있었고, 그 정도라면 자신의 저격총으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제온을 찾아 스코프에 눈을 갖다 댔다.
마법 스코프 너머 무언가 꿈틀거리며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스코프에 맺힌 상을 확인하는 순간 리오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분명 머리를 겨냥했는데?”
꿈틀거리며 일어선 존재는 방금 전 그가 저격을 성공시켰던 노인이었다.
츠으으!
총탄이 작렬했던 데이오든의 이마에선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흐흐!”
스코프 안에서 데이오든은 웃고 있었다.
데이오든이 팔을 힘껏 뒤로 젖혔다가 전력으로 휘둘렀다.
쐐액!
순간 가공할 파공음이 사막에 울려 퍼졌다.
장용범이 급히 외쳤다.
“모두 조심해!”
쾅!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리오가 타고 있던 차가 폭발했다.
폭발한 차에는 거대한 장검이 꽂혀 있었다.
크레이온이었다.
장용범이 급히 리오의 행방을 찾았다.
리오를 확인한 장용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리오는 크레이온에 관통당해 마치 개구리처럼 대자로 뻗어 있었다.
굳이 생사를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확실한 즉사였다.
장용범의 입매가 뒤틀렸다.
“이 괴물 같은 늙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