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91)
291화
“여긴 어디?”
“난 누구?”
애론과 도미닉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보이는 거라곤 뜨겁게 달궈진 모래뿐이었다.
불과 반나절 전까지 그들은 빈민가에 있었다.
네오 서울에 비할 수는 없지만, 빈민가도 사람이 살 만한 곳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 버려지니 그 사실을 확실히 알겠다.
제온의 성장시켜 주겠다는 말에 홀렸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사막 한가운데였다.
“분명 모래바람에 휩싸였던 것까지는 기억하는데…….”
“나도…….”
아오오!
그때 저 멀리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두 사람의 표정이 싹 변했다.
“뭐야?”
“설마 마……수?”
오싹한 표정을 짓던 두 사람이 서둘러 자신들의 몸을 더듬었다.
다행히 도깨비 시장에서 어렵게 산 물건들이 그대로 있었다.
애론은 검을 꺼내 들었고, 도미닉은 스태프를 양손으로 쥐었다.
무기를 쥔 두 손이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으으!”
“씨발! 오줌 쌀 거 같아.”
아우우!
그 순간에도 울음소리는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에 두 사람의 떨림도 커졌다.
그때 모래 언덕 너머에서 울음소리의 주인이 나타났다.
크고 둥근 두 귀. 새까만 눈동자와 몸에 나 있는 얼룩무늬.
개와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큰 이빨을 가진 마수였다.
“저게 무슨 마수지?”
“들개를 닮았는데…….”
생각보다 약해 보이는 외모에 두 사람이 살짝 안도하던 그 순간이었다.
들개를 닮은 마수 뒤로 똑같이 생긴 마수들 수십 마리가 나타났다.
“헉!”
“씨발! 떼거리야?”
크왕!
그 순간 들개를 닮은 마수들이 두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아프리카 들개를 닮았다고 해서 리카온이라 불리는 마수였다.
등급은 F급.
마수들 중에서도 최약체에 속하는 녀석이었다.
E급 각성자라면 정신만 바싹 차리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마수였다. 하지만 정신이 반쯤 나간 애론과 도미닉에겐 케르베로스보다 무섭게 보였다.
리카온이 달려들자 애론이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이야앗!”
캐앵!
선두의 리카온이 그의 칼에 상처를 입고 쓰러졌다. 하지만 리카온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동족이 죽었음에도 리카온은 겁먹지 않고 달려들었다.
“으아아!”
애론은 살아남겠다는 일념으로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마법사인 도미닉은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친구가 마수를 상대로 피 터지게 싸우는 광경이 왠지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들려온 애론의 목소리가 그의 정신을 일깨웠다.
“씨발! 너도 공격해. 나 혼자서는 다 못 막아.”
“어?”
“개새끼야! 정신 차리라고.”
“어! 아, 알았어.”
그제야 도미닉이 허둥지둥 스태프를 들었다.
그동안 모은 돈을 모두 털어 산 스태프였다.
공방제이긴 하지만 나름 마나 전도율도 좋고, 스킬 발현 속도를 높여 주는 부가 옵션이 붙어 있다.
도미닉이 스태프로 바닥을 찍으며 외쳤다.
“쇼크 웨이브(Shock Wave)!”
쩌어엉!
순간 충격파가 터져 나와 리카온 무리를 덮쳤다.
깨갱!
크아앙!
애론을 공격하던 리카온들이 충격파에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좋았어!”
애론은 큰 충격을 받고 허우적거리는 리카온들의 목에 검을 찔러 넣었다.
도미닉은 스태프를 꼭 잡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헉! 허억!”
한 번 스킬을 펼친 것만으로 마나가 거의 절반은 닳은 것 같았다. 무작정 마나를 많이 욱여넣었기 때문이다.
그가 경험이 많은 각성자였다면 적당히 마나를 조절했을 테지만, 처음 겪는 전투에 정신이 없어 조절이 불가능했다.
도미닉이 스태프를 바라봤다.
‘이게 마법. 각성자의 힘…….’
생전 처음 느끼는 엄청난 고양감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리카온이 쓰러진 것을 보니 자신이 각성했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 났다.
그때 다시 애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씨발! 스킬 하나 펼치고 정신 놓을 거야?”
“어?”
“또 마수가 몰려오잖아.”
“또?”
도미닉이 정신을 차리고 앞을 바라봤다. 그러자 또다시 몰려오는 리카온 무리가 보였다.
크와앙!
컹컹!
마치 무언가에 쫓기기라도 하듯 리카온 수십 마리가 다시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애론이 리카온 무리를 향해 검을 겨누며 말했다.
“정신 바짝 차려. 아무래도 저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거니까.”
“그럼 또 온단 말이야?”
“내 예감이 그래. 그러니까 너도 스킬을 펼칠 때 마나 조절 잘해. 잘못하면 마나가 모두 고갈되어 스킬을 쓰지 못해 죽을 수도 있으니까.”
“아. 알았어!”
도미닉이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
언제까지 애론에게만 의지할 수는 없었다.
자신도 어엿한 마법사였다.
도미닉은 결연한 의지를 다지며 스킬을 펼칠 준비를 했다.
***
“이제 조금 정신을 차린 것 같군.”
“새끼들! 사람 간 떨어지게…….”
모래 언덕 위에서 제온과 레빈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이 있는 곳에서는 애론과 도미닉이 싸우는 광경이 환히 내려다보였다.
애론과 도미닉을 이곳에 데려다 놓은 이는 바로 제온이었다.
두 사람은 모르겠지만, 이곳은 네오 서울에서 꽤 떨어진 곳이었다.
일반적인 각성자라면 며칠을 걸어야 할 거리였지만, 제온과 레빈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제온이 그들을 이곳으로 데려온 이유는 간단했다.
이곳이 바로 F급 마수인 리카온 무리의 서식처였기 때문이다.
초짜 각성자를 성장시키기에 리카온만큼 적당한 마수는 없었다.
적당히 위협적이고, 적당히 강하다.
아직 애송이에 불과한 애론과 도미닉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제온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두 사람이 싸우는 것을 지켜보다가 말했다.
“슬슬 끝나 가네.”
“벌써요?”
“애론이 생각보다 잘 버티고, 도미닉의 스킬 위력이 제법이야. 무엇보다 두 사람의 궁합이 좋아!”
“짜식들! 역시 내 친구들답구나.”
레빈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만 웃고 슬슬 다른 리카온 무리들을 몰아와.”
“넵!”
레빈이 유령화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하늘 높은 곳에서 두리번거리던 그가 이내 리카온 한 무리를 발견했다.
“이번엔 너희들로 정했다.”
레빈은 리카온 무리들을 향해 날아갔다.
유령처럼 투명하게 변해 날아오는 레빈을 본 리카온 무리들이 우왕좌왕했다.
“좀 따끔할 거야.”
레빈이 미소를 지으며 퍼플 라이트닝을 펼쳤다.
번쩍!
그가 전력으로 펼치면 저깟 리카온 무리는 순식간에 전멸한다. 그래서 위력을 조절했다. 딱 죽지 않을 만큼으로만 말이다.
물론 레빈 입장에서만 그랬다는 것이다.
크엥!
깽!
갑작스럽게 전류에 강타당한 리카온 무리가 소스라치게 놀라 도주했다.
“그쪽이 아니에요. 이쪽으로 가주세요.”
번쩍!
레빈이 가볍게 전류를 날려 리카온 무리들을 애론과 도미닉이 있는 방향으로 몰았다.
리카온 무리는 레빈이 의도한 방향으로 달려갔고, 그곳에서 애론과 도미닉을 만났다. 그리고 레빈에게 당한 화풀이를 두 사람에게 풀어냈다.
크와앙!
컹컹!
또 나타난 리카온 무리에 애론과 도미닉이 눈을 크게 떴다.
“또?”
“씨발! 숨 좀 돌리자.”
하지만 리카온 무리가 그들의 말을 들어줄 리 없었다.
커다란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드는 리카온 무리를 애론이 막아섰고, 그사이에 도미닉이 마법을 날렸다.
그래도 몇 번 합을 맞췄다고 두 사람의 움직임이 딱 맞아떨어졌다.
애론이 버티고, 도미닉이 공격한다.
무투계 각성자와 마법계 각성자가 손발을 맞추는 가장 정석적인 방법이었다.
검을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애론의 검은 더 날카로워졌다.
처음엔 정신이 없어 그냥 검만 휘둘렀지만, 이젠 간간이 스킬을 섞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도미닉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처음처럼 무작정 마나를 잔뜩 퍼붓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조절할 줄 알게 됐다.
물론 그렇다고 두 사람이 편한 것은 아니었다.
달려드는 리카온 무리들을 처리하고, 숨 좀 돌릴 만하면 또다시 어디선가 새로운 무리가 나타나 공격했다.
이쯤 되자 그들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치챘다.
“이거 형님하고 레빈 짓이지?”
“아니겠냐?”
“씨이!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잔말 말고 검이나 들어. 이제 슬슬 나타날 때가 되었으니까.”
“마나는?”
“간당간당한데 한 무리 정도는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럼 뺑이 쳐라.”
“어, 너도.”
쿵!
그들은 주먹을 부딪친 후 다시 전투 준비를 했다.
***
“이젠 제법 능숙해졌네.”
“바보라도 저렇게 굴리면 익숙해지죠. 육포 하나 더 줄까요?”
“응!”
제온의 대답에 레빈이 바로 육포 하나를 더 꺼내 제온에게 건네줬다.
클렉시 영감 가게에서 산 육포였다.
다른 가게에서 산 육포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맛있었다.
육포의 재료는 일부러 물어보지 않았다.
‘뭐, 맛있으면 되니까.’
제온은 육포를 질겅질겅 씹으며 애론과 도미닉을 바라봤다.
캥!
애론이 마지막 리카온을 죽이는 것으로 치열했던 전투가 마무리되고 있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두 사람을 보자니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다고 봐줄 생각은 없었다.
이 정도면 정말 편하게 경험을 쌓는 것이었다.
제온은 데이오든에 의해 혹독하게 경험을 쌓았고, 레빈도 제온 덕분에 강하게 컸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에 비하면 이 정도는 어린아이 장난에 불과했다.
“일단 저 둘은 조금 쉬게 놔두고, 다른 마수들을 찾아보자.”
“리카온 말고요?”
“리카온은 더 이상 저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아. 위협이 되지 않는 상대로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지.”
“그럼 뭐가 좋을까요?”
“리카온보다는 조금 강한 놈으로 찾아봐.”
“역시 F급 마수가 좋겠죠?”
“아직은 F급이 저들의 한계니까.”
F급 마수라고 해서 다 같은 힘을 가진 것은 아니다.
같은 등급 내에서도 힘의 격차는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제온은 레빈에게 그런 마수를 찾으라고 주문한 것이다.
레빈이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알았어요.”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친구들을 성장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레빈은 정말 최선을 다해 친구들의 수준에 맞는 마수들을 몰아올 생각이었다.
두두두!
잠시 후 마나를 간신히 회복한 애론과 도미닉을 향해 또다시 한 무리의 마수들이 먼지를 피워 올리며 달려왔다.
친구의 지극한 정성 덕분에 애론과 도미닉은 지옥을 경험해야 했다.
나중엔 그들의 악쓰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씨발! 레빈.”
“도대체 우리한테 왜 이러는 건데?”
그들의 절규에 레빈이 웃으며 중얼거렸다.
“이게 다 너희들을 살리기 위한 형님의 간절한 마음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