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92)
292화
“하아! 하아! 네오 서울이다.”
“씨발! 드디어 돌아왔다.”
애론과 도미닉이 저 멀리 보이는 네오 서울을 보며 감격 어린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 모두 꼴이 말이 아니었다.
옷은 다 찢어져 있었고, 머리는 산발한 데다가 적잖은 상처를 입어 패잔병을 연상케 했다.
지난 사흘은 그들에게 지옥이었다.
마나를 회복하는 시간, 쪽잠을 자는 시간을 빼곤 계속 마수들이 습격해 왔기 때문이다.
제온과 레빈은 악랄하게도 그들의 마나가 회복되는 시간에 맞춰서 마수들을 보냈다.
그 때문에 그들은 거의 쉬지도 못하고 계속 전투를 치러야 했다.
남들이 몇 달 걸릴 경험을 불과 사흘 만에 압축해서 쌓은 것이다.
덕분에 몸은 만신창이가 됐지만, 자신감만큼은 최고로 올라왔다.
“이제 우린 전투 경험자야.”
“그래! F급 마수 따윈 두렵지 않다고.”
그때 등 뒤에서 그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목소리라 들려왔다.
“그럼 이제 E급 마수하고 붙어도 되겠네?”
“헉!”
두 사람이 놀라 뒤를 바라보자 유령처럼 다가온 레빈이 보였다.
레빈이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지금이라도 E급 마수 보내 줘?”
“그건 아니지.”
“에이! 또 왜 그래?”
애론과 도미닉이 기겁해서 레빈의 양팔을 붙잡았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레빈은 끝없이 양몰이 견처럼 마수를 몰아왔고, 덕분에 두 사람은 피똥을 싸야 했다.
그들의 눈에 비친 레빈은 악마였다.
레빈이야 제온의 사주를 받아서 한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굳이 변명할 생각은 없었다.
이렇게라도 해야 친구들이 살 확률이 조금이라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레빈이 두 사람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다 너희들을 위해서 한 일이야. 알지?”
“물론이지.”
“그럼! 알지.”
애론과 도미닉이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제온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제 들어가자.”
“네! 형.”
세 사람이 일제히 대답했다.
그들은 같이 빈민가로 들어왔다.
불과 며칠 사이 빈민가의 분위기는 또 달라져 있었다.
마정석 광산 토벌이 정식으로 공표되었기 때문이다.
뒤늦게 정보를 입수한 각성자나 소규모 파티들은 그제야 물자를 확보한다고 비상이 걸렸다.
네오 서울에서 원하는 물자를 얻지 못한 소규모 파티들은 빈민가 상점까지 뒤졌다.
그 때문에 빈민가 전체가 떠들썩했다.
레빈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공격대가 출발하기 전까지 시끄럽겠군. 너희들도 괜히 들떠서 놀러다니지 말고, 휴식 취하고 있어.”
“돌아다닐 힘도 없다.”
“그동안 못 잤던 잠을 잘 거야.”
아닌 게 아니라 두 사람의 얼굴엔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었다. 두 눈에 졸음이 가득한 것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그들은 이어 제온에게도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감사했습니다, 형님!”
“저희 때문에 고생했습니다. 이 은혜 꼭 갚을게요.”
“그래! 피곤할 텐데 어서 들어가 쉬어.”
제온이 어서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두 사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제온이 레빈에게 말했다.
“우리도 들어가자.”
“네! 형. 어서 씻고 쉬어야겠어요.”
애론과 도미닉만큼 고생한 사람이 레빈이었다.
사흘 동안 두 사람 수준에 맞는 마수를 찾아서 양몰이 견처럼 몰았더니, 적잖게 피로가 쌓였다.
어서 빨리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고 푹신한 침대에서 쉬고 싶었다.
제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어서 집에 가서 좀 쉬자.”
“브리엘은 잘 있겠죠?”
“왜, 보고 싶으냐?”
“하하!”
레빈이 대답 대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음을 옮겼다.
“어서 와!”
집에 돌아오자마자 브리엘이 두 사람을 격렬히 맞아 줬다.
레빈이 웃으며 뭐라 말하려는 순간 브리엘이 그를 쌩 지나쳐 제온 앞에 섰다.
제온이 초롱초롱한 브리엘의 눈동자를 보며 말했다.
“가이아?”
“응!”
“알았어!”
제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공간을 열었다. 그러자 가이아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가이아!”
―삐이!
“보고 싶었어.”
브리엘이 가이아를 와락 끌어안았다.
가이아도 오랜만에 보는 브리엘이 반가운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좋아했다.
제온이 피식 웃으며 레빈에게 말했다.
“우리는 아무래도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 같구나.”
“그런 것 같네요. 어서 씻고 쉬어야겠어요.”
“그래라.”
“형도 얼른 쉬어요.”
“알았어.”
레빈이 방안으로 먼저 들어갔다.
브리엘은 가이아를 붙잡고 자신이 무엇을 연구하고 있는지 조잘조잘 떠들었다.
“좋네!”
역시 집이 최고였다.
***
에이든이 심각한 표정으로 창고를 바라봤다.
커다란 창고가 반 정도 비어 있었다.
“제기랄!”
“왜?”
곁에 있던 지젤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몰라서 묻는 거야? 비축 물자가 턱없이 부족하잖아.”
“평상시에도 이 정도 차 있잖아. 뭐가 문제야?”
“평소라면 아무 문제 없겠지. 하지만 마정석 광산 토벌을 앞두고 있잖아.”
“응?”
“소비되는 물자가 평소보다 몇 배나 더 소모될 거야. 거기다 식구도 늘었잖아. 제기랄! 내가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에이든이 뒤늦게 실수를 자책했다.
장용범이 S급 각성자가 되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가장 큰 변화는 장용범 파티의 규모가 몇십 배나 커졌다는 것이다.
장용범 파티는 본래 장용범, 에이든, 지젤, 마운틴 네 명으로 이뤄져 있었다. 그 때문에 물자를 비축할 필요가 없었다.
소수 정예로 이뤄진 만큼 많은 물자가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변했다.
장용범이 S급 각성자가 된 데다가 페가수스 공략대가 무너지면서 꽤 많은 각성자들이 유입됐다.
네 명이었던 파티가 이제 백 명이 넘어갔다.
어지간한 중소 공략대로 거듭난 것이다.
문제는 늘어난 인원만큼 행정력이 뒤따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페가수스 공략대에서 받아들인 이들은 대부분 전투에 특화된 각성자들이었다.
공략대를 운영하는 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때문에 지금 장용범 파티의 행정은 개판이 되었다.
에이든이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수습하기 힘들 정도였다.
지젤이 에이든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해?”
“부족한 물자부터 챙겨야지.”
“시중에 풀린 물자는 다른 공략대가 싹 쓸어 갔을 텐데.”
“마수를 상대할 때 가장 필요한 게 뭐지?”
“포션 종류지. 해독, 힐링, 마나 포션! 다른 물자들이야 웃돈 주면 충분히 구할 수 있지만, 포션들은 물자가 부족해 아예 구할 수 없는 게 문제지.”
“그래! 포션을 구하는 게 급선무야.”
“그러니까 어떻게 구하려고?”
“꼬맹이 있잖아.”
“꼬맹이?”
“이럴 게 아니라 대장한테 가 봐야겠어.”
에이든이 바로 창고를 나섰다.
지젤이 따라붙으며 물었다.
“대답은 해 줘야지. 꼬맹이라니?”
“제온과 함께 다니는 꼬맹이 있잖아.”
“그 건방진 꼬맹이?”
“그래! 그 꼬맹이가 만든 포션이 아주 효과가 좋았어.”
“아!”
지젤은 그제야 에이든이 왜 브리엘을 언급했는지 깨달았다.
브리엘이 대놓고 실력을 자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장용범 파티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뛰어난 연금술사인지 말이다.
“그런데 그 꼬맹이가 우리 부탁을 들어줄까? 아주 건방지잖아.”
“그래도 대장한테 말해 봐야지.”
“하긴 지금으로서는 그 수밖에 없겠네. 마음에 들진 않지만…….”
“이번 마정석 광산 토벌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해. 만일 이번에 큰 공을 세우면 우리도 정식 공략대로 인정받을 거야.”
장용범이 S급이 되면서 파티가 아닌 공략대가 되었지만, 아직은 기반이 미약했다.
더 높이 비상하려면 이번 기회에 큰 전공을 세워 사람들의 뇌리에 장용범 공략대라는 이름을 각인시켜야 했다.
“잘하면 새로운 마정석 광산의 지분을 얻을 수도 있어.”
“그게 가능하겠어?”
“가능하게 만들어야지. 그게 내 역할이니까.”
에이든이 의지를 불태우며 장용범을 찾았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장용범이 한숨을 내쉬었다.
“휴! 또 그 녀석에게 고개를 숙여야겠군.”
“그에게 고개를 숙이는 게 큰 흠은 아니잖습니까?”
에이든의 말에 장용범의 인상이 구겨졌다.
“야! 너, 나 무시하냐? 나도 S급이라고.”
“하지만 그는 모래술사잖습니까?”
“제기랄!”
“그냥 인정하시면 마음이 편합니다.”
“나도 인정해. 인정한다고. 하지만 나도 무시당할 급은 아니다, 이거지!”
“누가 감히 우리 대장을 무시합니까?”
“그치? 안 무시하지?”
“그럼요.”
“큿!”
장용범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에이든과 시답지 않은 대화를 나누면서 머릿속이 차분하게 정리되었기 때문이다.
장용범이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에이든이 놀라 눈을 끔뻑거렸다.
“왜 그럽니까?”
“어차피 고개 숙여야 하는데 미룰 거 뭐 있어?”
“당장 가자는 겁니까?”
“그래!”
“가시죠.”
“나도 같이 가.”
장용범과 에이든에 지젤까지 따라붙었다.
세 사람은 네오 서울을 벗어나 빈민가로 들어섰다.
빈민가에 들어서자 공기 자체가 달라졌다.
벌써부터 목이 텁텁했다. 그래도 세 사람은 별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이 정도 환경 변화는 익숙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곧장 제온의 집을 찾았다.
제온의 집이 어딘지는 이미 알고 있었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쿵쿵!
문을 두드리자 잠시 후 제온이 나왔다.
그가 의아한 표정으로 세 사람을 바라봤다.
“세 분이 여긴 어쩐 일입니까?”
“부탁할 것이 있어 찾아왔다.”
“부탁입니까?”
“그래! 부탁. 잠시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음!”
제온이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집 안에서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손님이 온 것을 알아차린 브리엘이 가이아와 함께 자신의 방으로 뛰어 들어가는 소리였다.
둘이 방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제온이 문을 열어 줬다.
“들어오시죠.”
“고맙다.”
장용범과 에이든, 지젤이 조심스럽게 제온의 집으로 들어왔다.
요새라고 소문난 제온의 집이었다.
동대문의 요한과 광신도들조차 뚫지 못한 요새.
그래서 모두가 제온의 집 내부가 어떤지 궁금해했다.
직접 본 제온의 집은 평범했다.
여느 집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거실 한쪽에 있는 마력 발전기를 보는 순간 변했다.
마력 발전기에서 심상치 않은 마력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평범한 발전기가 아니란 건가?’
장용범은 본능적으로 제온이 마력 발전기에 무언가 장난을 쳤음을 눈치챘다. 하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제온이 슬쩍 장용범의 앞을 막아섰다.
의도적으로 그의 시야를 가린 것이다.
“부탁이 뭡니까?”
“포션 좀 다오.”
“포션요?”
“그래! 꼬맹이가 만든 포션이 필요하다.”
“흐음!”
“대가는 얼마든지 치르겠다. 그러니 꼬맹이가 만든 포션을 공급해다오.”
장용범의 부탁에 제온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그의 부탁이 자신에게도 그리 나쁘지 않단 사실을 깨달았다.
“대가는 필요 없으니, 대신 저도 부탁 하나 할게요.”
“부탁?”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에요.”
제온이 웃으며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