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93)
293화
제온과 브리엘은 아침 일찍 빈민가 공터로 나왔다.
커다란 공터에는 차량과 사람이 가득했다.
마정석 광산 공략에 동원된 공격대가 모여 있는 것이다.
차량만 사백 대, 각성자가 삼천 명,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인원이 수백 명이 넘었다.
시청에서 주도하는 임무였다.
당연히 보상도 후할 뿐 아니라 공을 가장 크게 세운 공격대엔 새로운 마정석 광산 도시의 운영권 일부를 주겠다고 했다.
당연히 수많은 공격대가 눈이 뒤집혀 참여했다.
마정석 광산의 운영권 극히 일부라도 어마어마한 이득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일단 운영권만 확보하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을뿐더러 새로운 마정석 광산에 근거지를 확보할 수 있다.
현 네오 서울 각 구역의 지배자들도 시작은 미약했다. 하지만 기존의 마정석 광산을 개척할 때 참여해 공을 세웠고, 마정석 광산의 운영권 일부를 얻었다.
이를 기반으로 지금의 거대 세력으로 성장했다.
반면교사가 있으니 수많은 공격대가 뛰어드는 게 당연했다.
거기에 기존의 구역에서도 공격대를 파견했다.
기존의 마정석 광산에 이어 새로운 마정석 광산의 지분도 확보해 세력을 확대할 의도였다.
그 때문에 수많은 공격대가 빈민가의 공터에 모여들었다.
레빈의 친구인 애론과 도미닉이 소속된 소규모 공격대도 그중 하나였다.
그들은 공터 가장 후미진 곳에서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잘것없는 소규모 공격대의 비애였다.
장용범 파티는 그들보다 훨씬 좋은 곳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S급 각성자가 대장으로 있는 공격대였다.
당연히 좋은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있었다.
동원된 차량도 좋은 것들이었다.
사막에 특화된 버기카, 장갑을 덕지덕지 붙인 수송 버스, 그리고 물자 운반 차량까지. 제대로 된 공격대의 모습이었다.
장용범은 버기카 지붕에 앉아 지루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여간 시청 새끼들은 일 처리가 더럽게 느려요. 그냥 출발하면 될 것을, 이렇게 기다리게 만드는 건지.”
“그만큼 위험한 임무라는 뜻이겠죠. 준비하고 검토할 것이 많을 겁니다.”
에이든의 대답에 장용범이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봤자 마수 한 마리 잡는 건데. 노천 광산에 있는 마수가 딱 한 마리라면서?”
“그 마수의 추정 등급이 S급이랍니다.”
“나도 S급이야.”
“그렇다고 혼자 S급 마수를 잡지는 못하잖습니까?”
“쯧!”
할 말이 없어진 장용범이 혀를 찼다.
S급 마수의 강함은 A급 마수와 차원이 달랐다.
제아무리 S급 각성자라도 S급 마수를 혼자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제온처럼 사기적인 권능을 갖지 않은 바에는 말이다.
“하하!”
두 사람 곁에서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자신도 모르게 크게 웃은 이는 바로 레빈이었다.
장용범이 레빈을 흘겨봤다.
“웃기냐?”
“죄송해요. 너무 재밌어서.”
레빈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웃음을 참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얼굴이 벌게지는 것까지 막진 못했다.
장용범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에이든을 바라봤다.
“쯧! 네가 이렇게 맞먹으니까 내 권위가 땅에 떨어진 거 아냐?”
“인간적이고 좋은데요, 뭘!”
“개뿔! 인간적이기는……. 하여간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마음에 안 든다니까.”
“어쨌거나 저 녀석 덕분에 포션을 충분히 지원받지 않았습니까? 기분 푸십쇼.”
“쯧!”
제온은 장용범 파티에게 포션을 지원해 주는 대가로 그의 공격대에 레빈을 임시 멤버로 받아 줄 것을 제안했다.
레빈은 친구들을 보호하길 원했다. 그렇다고 친구들이 들어간 공격대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소규모 공격대는 대개 폐쇄적이었고, 그들만의 문화가 있었다. 때문에 한 번 들어가면 탈퇴하기도 쉽지 않았다.
친구들 근처에 있으면서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곳.
그래서 장용범 공격대였다.
장용범은 포션이 필요했고, 레빈에겐 친구들 근처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격대가 필요했다.
그것이 레빈이 장용범 공격대의 임시 멤버로 있는 이유였다.
서로가 윈윈인 거래였다.
투덜댔지만, 장용범도 레빈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그의 능력이 얼마나 유용한지도 말이다.
레빈의 능력을 잘만 활용한다면 이번 임무에 큰 공을 세울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마정석 광산의 운영권 일부를 가질 수도 있었다.
에이든은 지금 이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니, 엄청나게 좋은 거지. 그 모래술사와 더 깊은 연을 맺게 되는 거니까.’
누가 뭐래도 제온은 사기급 각성자였다.
사막에서 그가 얼마나 강력한지 자신의 눈으로 확인했다.
그와 깊게 얽혀서 나쁠 일이 없었다.
그때였다.
부릉!
우렁찬 엔진음과 거대한 차량이 공터로 들어왔다.
시청에서 보낸 수송 차량이었다.
차에서 각성자들이 내렸다.
제일 먼저 패스파인더 3팀이 보였다.
현재 마정석 광산의 위치를 알고 있는 자들은 그들이 유일했다.
길잡이를 해 줘야 했기에 당연히 패스파인더 3팀이 참여했다.
그 외에 익숙한 얼굴이 또 있었다.
“어! 맨디 누나다.”
레빈이 패스파인더 3팀과 함께 내린 맨디를 보고 반색했다.
맨디도 이번에 슈퍼바이저로 참여하는 것이다.
그녀도 레빈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그때 맨디와 함께 내린 사십 대 남자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가 보고 있는데 경망스럽게 무슨 짓이야? 손 내려.”
“네!”
맨디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남자의 이름은 고민우.
시청 소속의 분석관으로 이번 원정의 책임자였다.
분석관은 말 그대로 시청에 들어온 정보들을 모아 분석하는 자였다. 보통은 시청사에서 일하지, 현장에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소문으로는 고민우가 강력하게 원해서 이번 임무의 책임자가 된 것이라고 했다.
고민우는 야망이 매우 큰 자였다.
그의 목표는 현재 공석인 시청의 부시장이 되는 것이었다.
공식적으로 네오 서울엔 두 명의 부시장이 존재한다. 그런데 두 자리 모두 공석이었다.
그중 하나만 차지해도 네오 서울의 이인자가 되는 것이다.
네 구역의 주인들만큼이나 엄청난 권력이 보장되는 자리.
야망이 있는 자라면 누구나 탐낼 수밖에 없었다.
‘마정석 광산을 성공적으로 개척하면 시장님도 분명 나를 잘 봐주실 거야. 그러면 부시장이 되는 것도 꿈만은 아니야.’
고민우는 B급 각성자였다.
비록 넘버즈보단 등급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어디 가서 무시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고민우는 이번 원정의 성공을 자신했다.
성공할 수밖에 없는 전력이었다.
제아무리 마정석 광산을 차지하고 있는 마수의 등급이 S급으로 추정된다지만 이곳에 있는 전력이라면 분명 놈을 처치할 수 있을 것이다.
고민우가 거들먹거리며 맨디에게 말했다.
“인원은 다 모인 건가?”
“네! 신청한 공격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모인 것 확인했습니다.”
“흐흐! 그럼 바로 출발하면 되겠군.”
“인원과 장비 직접 체크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까?”
“그런 건 자네가 알아서 하라고. 지휘관이 지휘만 잘하면 되지, 뭐하러 그런 사소한 것까지 챙기나? 그건 자네 책임이야. 알겠나?”
“네!”
맨디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녀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이러다가 엘로이가 튀어나오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화가 나는 것이다.
‘이 무능한 인간. 도대체 어디까지 내게 짬 처리를 시키려는 거야.’
그녀가 시청에서 제일 싫어하는 인물이 바로 고민우였다. 그런데 하필 그와 함께 새로운 마정석 광산으로 가야 하는 이 상황이 끔찍하게 싫었다.
‘하아!’
그녀가 남몰래 한숨을 내쉬며 제온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제온과 브리엘은 그녀의 썩어 들어가는 속도 모르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도 저기에 있고 싶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레빈이 같이 간다는 것이다.
비록 차량은 다르지만, 그래도 같이 움직인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은 위로가 됐다.
고민우가 지휘 차량 지붕에 올라가 크게 말했다.
“자, 출발합시다. 이번 임무만 성공하면 우린 네오 서울 역사에 큰 획을 긋게 됩니다. 그만큼 보상도 달달할 테니 모두 열심히 해 봅시다.”
“와아아!”
“가자아!”
큰 함성과 함께 수백 대의 차량이 일제히 움직였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브리엘이 문득 입을 열었다.
“레빈, 무사히 돌아오겠지?”
“걱정되면 따라가지 그랬어?”
“사실 걱정은 안 돼. 레빈이 마음먹고 도망가면 그 누구도 잡을 수 없으니까.”
“그건 그렇지.”
제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빈이 유령화해 도주하면 잡을 수 있는 존재가 거의 없었다. 아마 이번 원정대가 모두 전멸해도 그만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레빈의 친구들이었다.
비록 제온이 짧은 시간 그들에게 많은 경험을 쌓게 해 줬지만, 그래도 다른 각성자들에 비하면 한참이나 모자랐다.
그들이 과연 생존해 귀환할 수 있을지는 제온도 장담할 수 없었다.
“저들에게 운이 따르길 기대하는 수밖에…….”
“그러지 말고 우리가 따라가면 안 돼?”
“그건 시청에서 원치 않을걸.”
“그런가?”
“내가 큰 공을 세우면 마정석 광산 운영권 일부를 줘야 하는데, 진금호가 그걸 원할까?”
“안 원하려나?”
“나에게 참여 권유를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잖아. 그는 더 이상 내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아.”
“그럴 수도 있겠네.”
브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온은 네오 서울이나 빈민가의 권력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네오 서울의 모든 권력자가 제온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만큼 제온이 파괴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제온이 네오 서울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제온은 욕심 없어?”
“무슨 욕심?”
“아니, 네오 서울에 제온만의 영역을 구축한다거나, 혹은 시장이 된다거나 하는 욕심.”
“그런 귀찮은 일을 왜 해? 나는 그냥 이곳에서 생활하는 게 좋아.”
“그치? 사실은 나도 그래! 귀찮은 일 엮이지 않고 편하게 연금술에만 몰두하는 게 좋아.”
“연구하는 틈틈이 가이아하고 놀고?”
“응!”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브리엘의 대답에 제온이 피식 웃었다.
“모두 떠났으니 이제 우리도 집에 가자.”
“응!”
공터를 가득 채웠던 수백 대의 차량은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모두 마정석 광산으로 떠난 것이다.
집으로 가기 전 공터를 잠시 둘러보던 브리엘이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다.
“응?”
“왜 그래?”
“아, 아니…….”
대답하는 브리엘의 목소리가 떨렸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제온이 브리엘의 시선이 향한 곳을 바라봤다.
원정대가 출정하는 것을 지켜보던 빈민들이 많이 모여 있던 곳이었다.
원정대가 모두 떠나자 구경하던 사람들도 모두 뿔뿔이 흩어지고 있었다.
“저기에 뭐가 있어?”
“그게…….”
“뭔데?”
“내가 잘……못 본 거 같아. 그들이 이곳에 있을 리 없지.”
“그들? 누구를 말하는 거야?”
“사냥꾼들.”
“무슨 사냥꾼?”
“…….”
브리엘이 대답 대신 입술을 깨물었다.
입술에서 피가 흐르는 것도 느끼지 못할 만큼 그녀는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제온이 부드럽게 말했다.
“브리엘!”
“어?”
“무슨 사냥꾼을 말하는 거야?”
“그게…….”
“혹시 하이 엘프 마을에서 너를 잡아온 이들을 말하는 거야?”
“그런 거 같아!”
“그럼 확인해 봐야지.”
“하지만 내가 잘못 본 걸 수도 있어.”
“네가 제대로 본 걸 수도 있지. 그러니까 말해 줄래? 너를 잡아 온 자들에 대해서.”
제온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브리엘이 용기를 얻어 대답했다.
“나를 납치한 자들 중에 특이한 자들이 몇 명 있었어.”
“어떻게 특이한데?”
“수인과 드워프가 같이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