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96)
296화
―삐!
어지러운 거실 안을 가이아가 날아다니고 있다.
“우하하!”
그런 가이아를 쫓아 브리엘이 내달렸다.
둘의 때아닌 숨바꼭질 놀이에 집안이 시끄러웠다.
가이아와 브리엘은 한시도 심심할 틈이 없었다.
브리엘이 연금술을 연구할 때면 가이아가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
그렇다고 가이아가 브리엘에게 무언가 도움을 주진 않는다. 말 그대로 머리를 맞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브리엘은 크게 영감을 얻곤 했다.
브리엘의 짧은 집중력이 끝나면 이렇게 방 안을 뛰어다니며 함께 놀곤 했다.
좁은 집 안을 날아다니는 가이아를 보고 있자니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껏 하늘을 날 수 있는 존재가 비좁은 집 안에 갇혀 산다는 것 자체가 비극이었다.
제온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오늘은 나가자.”
“응? 어디로?”
“가이아가 마음껏 날 수 있는 곳, 그리고 네가 뛰어놀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있어?”
“이제 찾아봐야지.”
“그럼 갈래.”
―삐!
브리엘과 가이아가 동시에 대답했다.
제온은 피식 웃으며 로브를 걸쳤다.
브리엘도 고깔모자와 로브를 쓰고 외출 준비를 했다.
가이아는 잠시 제온의 아공간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이들은 집을 나왔다.
두 사람은 금방 빈민가를 벗어나 사막으로 나왔다.
네오 서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나온 후에야 제온이 아공간을 열어 가이아를 나오게 했다.
―삐!
가이아가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드넓은 사막에 나온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가이아는 제온과 브리엘 주위를 마음껏 날며 자유를 만끽했다. 그런 가이아의 모습에 제온은 조금 더 일찍 나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브리엘도 가이아가 마음껏 나는 모습을 보고 활짝 웃었다.
“가이아!”
두팔을 벌리며 가이아를 쫓는 브리엘.
꼬리와 가슴지느러미를 흔들며 도망가는 가이아.
둘 다 무척 즐거워 보였다.
하지만 이곳은 네오 서울과 가까웠다.
혹시라도 지나가는 사람이 있을 수 있었다.
그들이 지금 이 광경을 본다면 분명 시청에 신고할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아예 없는 곳으로 가야 했다.
제온이 말했다.
“좀 더 먼 곳으로 가자.”
“응!”
―삐!
브리엘과 가이아가 동시에 대답했다.
이어 가이아가 브리엘을 빤히 바라봤다.
―삐!
“뭐, 등에 타라고?”
―삐이!
“그래도 돼? 진짜?”
―삐삐!
“알았어! 대신 무거우면 언제든 내려 줘.”
가이아가 알았다는 듯이 커다란 머리를 끄덕였다.
브리엘은 조심스럽게 가이아의 등에 올라탔다.
그녀가 탔음에도 가이아는 조금도 처지지 않고 비행 상태를 유지했다.
제온이 모래걸음을 펼쳐 앞서나가자 브리엘을 태운 가이아가 뒤를 따랐다.
가이아의 등에 올라탄 브리엘이 양팔을 활짝 벌리고 바람을 맞았다.
“꺄하하! 더 빨리 갈 수 없어?”
―삐!
가이아가 속도를 높여 순식간에 제온을 지나치더니 하늘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지만, 가이아는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자재로 비행할 수 있었다.
마치 물고기가 물속을 유영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늘 높은 곳으로 치솟아 오르는 가이아.
“으으!”
브리엘은 엄청난 압력이 자신을 짓누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숨 쉬는 것이 편해졌다.
가이아의 권능이 작용한 것이 분명했다.
더 이상 압력과 바람은 그녀를 괴롭힐 수 없었다.
브리엘이 가이아의 머리를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최고야! 고마워, 가이아! 이런 멋진 경험을 하게 해 줘서.”
―삐!
“그런데 너무 높이 올라왔어. 이러다 제온이 못 따라오겠어. 우리 내려가자.”
“난 괜찮으니까 계속 날아.”
그때 바로 옆에서 제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라 바라보니 제온이 모래바람을 타고 가이아 옆에서 비행하고 있었다.
“뭐야? 하늘도 날 수 있는 거야?”
“보다시피 모래바람을 타면…….”
“와! 개사기.”
브리엘이 자신도 모르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때 갑자기 제온의 표정이 굳었다.
“마수다.”
“뭐?”
브리엘이 놀라 전면을 바라봤다.
저 멀리서 새까만 물체들이 무서운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위이이잉!
아직 거리가 상당히 남아 있는데도 날갯짓 소리가 무섭게 들려왔다.
제온이 미간을 찌푸렸다.
“총알 벌새다.”
“뭐?”
“총알 벌새! 폭탄벌처럼 목표에 부딪혀 자폭하는 특성을 가진 하급 마수다.”
총알 벌새는 진짜 벌새처럼 무서운 속도로 날갯짓을 하며 하늘 수백 미터 위에서 산다.
죽기 전까지는 지상에 내려오는 법이 없어 평범한 사람들은 그들의 존재조차 모른다.
각성자 중에도 총알 벌새의 존재를 알고 있는 이는 제온이 거의 유일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총알 벌새를 만났던 이들이 모두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퍼버버버벙!
순식간에 날아온 총알 벌새는 그대로 가이아와 제온에게 부딪쳤다.
총알처럼 날아오는 속도 그대로 부딪쳐 폭발하는 것이 총알 벌새의 공격 방식이었다.
총알 벌새는 흔하디흔한 F급 마수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수천수만 마리가 총알이 날아오는 속도로 부딪쳐 폭발하면 역장이 없는 C급 이하의 마수는 순식간에 걸레쪽처럼 만들 수 있다.
마수보다 방어력이 약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새끼에 불과한 가이아가 역장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수십 발의 작은 폭발에도 가이아와 브리엘은 멀쩡했다.
“제온은?”
브리엘이 급히 제온을 바라봤다.
퍼버버벙!
제온 앞에서도 무수한 폭발이 일어나고 있었다.
총알 벌새들의 공격에 노출된 것이다.
하지만 가이아와 마찬가지로 총알 벌새들의 공격은 제온에게 별 타격을 주지 못했다.
후우우웅!
제온을 휘감고 도는 모래막 때문이었다.
총알 벌새들은 모래로 이뤄진 막을 뚫지 못하고 앞에서 폭발했다.
덕분에 제온은 총알 벌새들의 공격에서도 무사할 수 있었다.
제온이 브리엘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이 이상 높은 곳에서 비행하는 것은 안 되겠다. 내려가자.”
“응!”
―삐이!
제온과 가이아는 서서히 고도를 낮춰 지상으로 내려왔다.
브리엘이 가이아의 등에서 내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와! 죽는 줄 알았네.”
―삐!
“고마워! 네 덕분에 살았어.”
―삐삐!
“아무것도 없어 보였는데, 하늘 위에 저런 무서운 것들이 살다니. 식겁했네.”
브리엘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지상에선 그렇게 무섭게 공격했던 총알 벌새 무리가 보이지 않았다.
만일 직접 총알 벌새의 공격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저 높은 곳에 그렇게 흉악한 마수들이 산다는 것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브리엘이 제온에게 물었다.
“하늘에 저런 마수들이 사는 거야?”
“높이에 따라 사는 마수들이 달라.”
“어떻게?”
“가장 낮은 곳엔 곤충형 마수들이. 조금 더 높은 곳엔 저런 하급 마수들. 강한 놈들일수록 높은 고도에 살지.”
“맙소사!”
“어떻게 보면 지상에 사는 마수들보다 하늘에 사는 놈들이 더 위험해. 놈들은 자신의 영역에 다른 생명체가 들어오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해. 그런데 놈들의 영역은 지상의 마수들보다 훨씬 광대해. 아마 이곳 일대가 총알 벌새의 영역인 모양이야.”
“그럼 하늘에 있는 마수들은 지상으로 내려오지 않는 거야? 평생을 하늘에서 살아?”
“총알 벌새 같은 경우는 하늘에서 태어나고 죽을 때도 하늘에서 죽어.”
“어떻게 그게 가능해? 아니, 아무리 마수라도 지상에서 쉬어야 할 때가 있는 거 아냐?”
“나도 그게 궁금하단다.”
아무리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게 마수라지만, 하늘에 사는 마수들은 더더욱 인간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지상이나 지하에 사는 마수들과 달리 그들의 생태계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제온이 모래바람을 타고 하늘을 올라갈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서도 잘 사용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언제 어떤 마수를 만날지 모르는데,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하늘로 올라갈 이유가 없었다.
저 높은 창공은 그에게도 미지의 대상인 것이다.
제온이 가이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가이아가 클 때까지 너무 높은 곳은 가지 않는 게 좋겠다.”
“응! 그래야지.”
―삐이!
가이아가 완전히 자란다면 하늘을 지배하는 마수들도 어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언제 어미인 모비딕만큼 자랄지는 알 수 없었다.
브리엘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지?”
신이 나서 비행하다 보니 네오 서울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곳까지 온 것 같았다.
“네오 서울에서 족히 수백 킬로미터는 온 것 같은데?”
“으엑! 잠깐 사이에 그렇게 멀리 왔단 말야?”
―삐?
브리엘과 가이아가 깜짝 놀랐다.
제온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놀랄 것 없어. 하늘을 날면 시간과 거리가 크게 단축되니까.”
“그럼 네오 서울엔 어떻게 돌아가? 또 하늘로 날아가?”
“가이아도 많이 놀란 것 같으니까 그냥 걸어가자.”
“시간이 오래 걸릴 텐데?”
“우리에게 남는 것은 시간뿐이잖아.”
“하긴, 피크닉 나왔다고 생각하고 걷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브리엘이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평범한 사람이 수백 킬로미터를 걸으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겠지만, 제온이나 브리엘 모두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존재들이었다.
또한 사막에서 걷는 것에 익숙했다.
“가자!”
“응!”
두 사람이 걸음을 옮겼다.
제온은 선두에서 움직이며 방향을 가늠했다.
브리엘은 제온을 따르면서도 가이아와 끝없이 대화했다. 덕분에 한시도 심심할 틈이 없었다.
“그래도 좋았어. 총알 벌새는 조금 무서웠지만, 하늘을 나는 기분은 끝내줬어.”
―삐이!
“또 가자고?”
―삐삐삐!
“네가 조금만 더 크면 그때 가 보자. 지금은 좀 위험한 거 같아.”
―삐이!
“너는 괜찮다고? 아니야! 그래도 모험은 하지 말자. 목숨은 소중한 거니까.”
브리엘이 가이아를 다독였다.
엘프와 하늘을 나는 조그만 고래가 열심히 대화하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다.
덕분에 뜨거운 뙤약볕 아래 걷는 것이 그렇게 지루하지 않았다.
“응?”
그때 제온의 감각에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발바닥을 간지럽히는 듯한 느낌에 제온이 멈춰서 아래를 바라봤다.
“왜?”
―삐이?
브리엘과 가이아가 그런 제온을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제온이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이 지하에 던전이 있는 것 같은데?”
“던전?”
―삐이?
“던전에 들어가 볼래?”
“응!”
―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