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97)
297화
“미로형 던전이네.”
던전 내부를 둘러보던 제온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미로형 던전은 꽤 흔한 편이었다.
침입자를 방어하기에 미로만큼 편리하고 가성비 좋은 방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덤으로 미로 곳곳에 함정을 깔아 두면 그럴싸한 죽음의 함정으로 업그레이드된다.
지금 제온과 브리엘이 들어온 던전이 그런 곳이었다.
쾅!
미로에 발을 들이자마자 폭발이 일어났다.
발판 아래쪽에 마나 폭발을 일으키는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폭발 직전 제온이 뒤로 물러났기에 타격은 받지 않았다.
브리엘과 가이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제온을 바라봤다.
“괜찮아?”
―삐이?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제온이 그들을 안심시키며 바닥을 바라봤다.
“무게를 감지해 작동하는 방식 같은데?”
“내가 확인해 볼게.”
브리엘이 고깔모자 안 아공간에서 금속으로 된 조그만 물체를 꺼냈다.
“뭐야?”
“새로 만든 장난감.”
“장난감?”
“응! 보면 알아.”
브리엘이 금속 물체의 단추를 누르자 갑자기 다리 네 개가 튀어나왔다.
―삐이?
가이아가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자 브리엘이 웃으며 말했다.
“강철 요새에서 얻은 금속으로 만든 장난감이야.”
―삐이?
“너무 단단해서 다른 형태론 가공이 쉽지 않더라고. 그래서 다리 네 개만 추가했어.”
원래는 귀여운 강아지 형태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현재 브리엘의 수준으로는 이 금속을 완벽하게 가공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대충 몸통에 다리 네 개만 추가해서 걷게만 만든 후 연구를 멈췄다.
나머지는 시간을 두고 차차 보완할 계획이었는데, 가이아를 만나면서 아예 연구 자체를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다.
가이아와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 즐거웠기 때문이다.
브리엘이 오랫동안 방치했던 장난감을 꺼낸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걸을 수 있다는 것.
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다는 것.
발판 곳곳에 폭발 마법진이 새겨져 있는 미로를 통과하는 데 이보다 좋은 물건은 없었다.
쾅!
장난감이 바닥을 밟자 마법진이 폭발을 일으켰다.
다행히 폭발 범위가 그리 넓지 않았다.
미로 전체를 날려 버리는 게 아닌 침입자만 제거할 목적으로 폭발 범위를 한정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장난감은 폭발을 견딜 만큼 튼튼했다.
표면에 약간 흠집이 났지만, 걷는 데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쾅!
대략 스무 걸음에 한 번씩 폭발이 일어났다.
바닥이 폭발할 때마다 장난감이 크게 들썩였지만, 부서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제온이 장난감의 뒤를 따르며 브리엘에게 말했다.
“대단하네. 골렘이라도 만들려고 하는 거야?”
“응! 개를 닮은 골렘을 만드는 게 목표야.”
“왜 하필 개야?”
“귀엽잖아.”
“그렇구나.”
제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완용 개는 매우 희귀했다.
사람도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었다. 개까지 챙겨 줄 여유가 있을 리 없었다.
당연히 빈민가에서는 개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네오 서울에서도 극히 일부만이 개를 애완용으로 키웠다.
당연히 개를 키우는 데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브리엘이 키우기엔 여러모로 무리가 갔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개를 닮은 골렘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소중한 골렘을 저렇게 막 다뤄도 돼?”
“돼!”
“응?”
“그 계획은 폐기했거든.”
“왜?”
“이렇게 귀여운 가이아가 옆에 있는데 뭐 하러 개를 닮은 골렘을 만들어?”
브리엘이 바로 곁에서 날고 있던 가이아를 꽉 껴안았다.
―삐이이!
가이아도 브리엘의 말이 맞다는 듯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아무리 골렘을 그럴싸하게 만들어도 가이아만큼 귀여울 수는 없어.”
“그럼 저 골렘은 그냥 내버려 둘 거야?”
“아니! 나중에 전투 골렘으로 개조할 거야.”
“그게 가능해?”
“불가능할 것도 없잖아. 북 구역 각성자들은 다 기계로 된 파츠를 쓰잖아. 쓸 만한 부품 좀 구하고, 여러 가지 보강하면 그럴싸해질 거야. 문제는 에고인데…….”
“에고?”
“응! 스스로 판단해서 전투하려면 에고가 있어야 하잖아. 에고가 없으면 저렇게 걷는 것밖에 못 해.”
멸망하기 전 쿠라얀은 마법이 극도로 발달했었다.
그들은 자아를 가진 골렘을 만들어 전투에 활용했었다. 하지만 지구로 넘어오면서 골렘 만드는 기술을 상당 부분 잃어버렸다.
하지만 몇몇 던전에는 쿠라얀에서 만들었던 골렘들이 남아 있었다. 차원의 틈에 유리된 골렘은 아직도 멀쩡하게 움직였다.
실제로 북 구역의 슈퍼컴퓨터인 삼족오도 베이스는 던전에서 사냥한 골렘의 두뇌였다.
브리엘은 그 정도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조금만 생각할 줄 아는 하급 골렘의 에고 정도면 됐다.
제온이 웃으며 말했다.
“언젠가는 구할 수 있을 거야.”
“응! 뭐,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니니까 급하게 구할 이유도 없어.”
“일단은 이 던전에 집중하자.”
“응!”
언제부턴가 발판이 폭발하지 않았다.
아마도 폭발 마법진이 새겨진 지역을 통과한 것 같았다.
그래도 브리엘은 장난감을 아공간에 집어넣지 않았다.
아직 미로는 끝나지 않았고, 어떤 함정이 남아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개를 닮은 장난감은 묵묵히 앞으로 향했다.
장난감을 향해 각종 공격이 퍼부어졌다.
어떤 때는 독가스가 살포되기도 했고, 또 어떤 때는 바닥이 꺼지기도 했다.
모두 기초적인 수준의 함정이었기에 브리엘의 장난감은 별 타격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브리엘의 장난감이 워낙 단단한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지, 인간이었다면 분명 큰 낭패를 당했을 것이다.
평범한 각성자가 멋모르고 이 던전에 들어왔다면 벌써 죽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수많은 함정을 돌파한 끝에 결국은 던전의 핵이 있는 중심부에 들어올 수 있었다.
“이게 뭐야?”
핵이 있는 곳에 도착한 브리엘이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보통 핵이 있는 곳엔 보스가 있기 마련인데 이곳엔 그런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은 벽을 장식한 평범한 무기들뿐이었다.
혹시나 해서 확인해 봤지만, 특별한 힘이 깃들어 있는 아이템은 아니었다.
그런데 무기 종류가 특이했다.
제압봉, 수갑, 포승줄 등 교도관들이나 쓸 법한 무기들이 진열된 것이다.
“아무래도 이 던전은 감옥 일부였나 보네.”
“일부? 보통 던전은 통째로 차원에 유리되는 거 아냐?”
“그러게!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보네.”
분명 이 방은 교도관들이 장비를 보관하는 장소로 사용했던 것이 분명했다.
미로도 침입자나 탈주자를 막기 위한 용도로 사용했다면 이해가 됐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정작 죄수들을 가둬 두는 감방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례적인 경우는 제온도 처음이었다.
“에이! 이게 뭐야? 빈털터리 던전이네.”
브리엘이 김이 팍 샜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온이 웃으며 말했다.
“모든 던전이 다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너무 실망하지 마. 그냥 재밌는 경험했다고 생각해.”
“알았어!”
―삐이!
제온은 던전의 핵이 되는 아이템을 바라봤다.
아이템은 바로 책이었다.
아무래도 교도관의 일지 같아 보였다.
일지를 펼쳐 봤지만, 쿠라얀의 문자로 되어 있어 읽을 수 없었다. 혹시나 해서 브리엘에게도 보여 줬다.
“아무래도 쿠라얀의 고어 같아. 못 읽겠어.”
“고어? 오래된 글자?”
“응! 아주 옛날에 사용하던 글자 같아.”
“그럼 읽을 줄 아는 사람도 거의 없겠네?”
“우리 마을에도 거의 없을걸.”
“그럼 파괴해도 상관없지?”
“응!”
브리엘은 이미 이 던전에 관심이 팍 식은 상태였다.
끽해야 교도관이 작성한 것 같은 일지가 파괴되건 말건 상관없었다.
제온이 손을 휘두르자 푸른 화염이 생겨났다.
푸른 화염은 교도관의 일지를 맹렬히 불태웠다.
쿠쿠쿵!
핵이 되는 일지가 불타자 던전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던전이 붕괴되는 것이다.
스르륵!
그들 앞에 외부로 통하는 출구가 나타났다.
브리엘이 말했다.
“우리 먼저 나간다.”
“응!”
제온이 대답하자마자 브리엘이 가이아와 함께 먼저 탈출했다.
뒤따라 나가려던 제온이 멈칫했다.
쩔그렁!
교도관의 일지가 불타고 웬 열쇠가 그 자리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제온은 열쇠를 주워 들었다.
“감방 열쇠인가?”
형태나 크기가 아무리 봐도 열쇠 같았다.
진짜 감방 열쇠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확인하기엔 시간이 없었다.
제온은 열쇠를 아공간에 집어넣고 던전을 탈출했다.
콰콰콰!
제온이 나간 직후 던전이 완전히 붕괴했다.
밖에 나오니 브리엘과 가이아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늦었네.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어서 움직이자.”
“응!”
―삐!
별로 한 일은 없었지만, 던전에서 상당히 시간을 잡아먹었다.
벌써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완전히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찾아올 것이다.
어서 머물 곳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 던전 안에서 체력을 거의 소모하지 않아 제온과 브리엘, 가이아 모두 쌩쌩했다.
무엇보다 모두가 함께하는 여정이라 지루하지 않았다.
브리엘과 가이아는 뭐가 그리 신난지 수다를 떨며 제온을 따랐다.
―삐이?
“왜 전투 골렘을 만들려 하느냐고? 그야 당연히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지.”
―삐?
“그냥은 못 지키냐고? 미안! 나는 싸움에 영 소질이 없어. 간단한 마법은 쓸 수 있지만, 별 도움은 안 돼.”
―삐이이이!
“위로해 줘서 고마워! 역시 너밖에 없어. 히히!”
그 후로도 둘은 한참을 떠들었다.
제온은 그들의 목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계속 걸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제온은 공기 중에 섞인 묘한 냄새를 맡았다.
‘탄내?’
무언가 타는 냄새가 공기 중에 섞여 있었다.
보이는 모든 것이 모래였다.
보통 모래는 이렇게 탄내를 풍기지 않는다.
제온은 가장 높은 모래 산으로 올라가 주위를 살폈다.
문득 그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저 멀리서 검게 피어오르는 연기가 보였기 때문이다.
“뭐가 타고 있네?”
―삐!
뒤늦게 모래 산에 올라온 브리엘과 가이아도 연기를 보고 놀랐다.
제온이 그들에게 말했다.
“가보자!”
“응!”
―삐!
셋은 모래 산을 내려와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으로 달려갔다.
현장에 도착한 제온이 미간을 찌푸렸다.
검은 연기가 모래에서부터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래 아래 탈 게 있는 건가?”
제온이 손을 휘두르자 모래가 썰물처럼 밀려 나갔다. 그렇게 모래가 사라진 자리에 제법 큰 지하 공간이 나타났다.
검은 연기는 지하 공간에서부터 피어오르고 있었다.
제온은 잠시 호흡을 골랐다.
지하 공간을 보는 순간 이곳이 어떤 곳인지 본능적으로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생존자 마을이군.”
“마을? 그럼 지하에 사람들이 있단 말이야?”
“그랬던 것 같다.”
제온과 브리엘은 검은 연기를 뚫고 지하로 내려왔다. 그러자 처참한 마을 전경이 보였다.
무참히 무너진 폐허 사이로 사람들의 시신이 보였다.
“스캐빈저의 습격을 받았나 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