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299)
299화
헬브린 용병대는 사십 명 정도로 이뤄진 소규모 스캐빈저였다.
사막에 수백 명이 넘는 스캐빈저 무리들도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헬브린 용병대가 이제까지 살아남은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하지만 헬브린 용병대 그 누구도 생존을 기적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럴 만한 능력이 되기 때문이다.
대장인 핫심은 B급 무투계 각성자였고, 나머지 인원들도 C급과 D급 각성자로 이뤄져 있었다.
C급 각성자 정도 되면 네오 서울에서도 귀한 전력 취급받는다. 그런 C급 각성자가 헬브린 용병대에는 열 명이나 있었다.
협상을 위해서 네오 서울에 들어간 벅셔와 에틀리도 C급 각성자였다. 하지만 그들보다 더 귀한 취급을 받는 각성자가 헬브린 용병대에 있었다.
“어때 좀 느껴지냐?”
“동쪽 이 킬로미터 앞에 생명 반응이 있습니다.”
“몇 명이나 돼?”
“많지는 않습니다. 여섯 명 정도. 아무래도 한 가족 같습니다.”
핫심의 말에 대답하는 이십 대 초반의 남자는 아카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아카시는 일본계 각성자로 쫙 찢어진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마법계 각성자로 감지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생명체 탐지 스킬(Search for Extra)이 그것이었다.
그의 감지 범위 안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탐지할 수 있는 스킬.
일종의 레이더라고 보면 됐다.
아카시는 헬브린 용병대의 핵심 인력이었다.
그가 있기에 사막에 숨어 있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내 약탈할 수 있고, 또 마수들을 미리 감지해 피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소규모 무리인 헬브린 용병대가 이제까지 생존한 데에는 아카시의 역할이 컸다.
핫심이 미간을 찌푸렸다.
“얼마 안 되는군.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겠지. 가서 잡아 와.”
“옛!”
그의 명령에 십여 명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들 모두 쌍봉 낙타를 타고 있었기에 순식간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모래로 뒤덮인 언덕이었다.
잠시 주위를 훑어보던 그들은 곧 약간의 위화감이 느껴지는 지형을 발견했다.
“위장포군!”
모래와 비슷한 위장포가 교묘하게 덮여 있었다.
경사진 모래 언덕에 가느다란 쇠 봉 몇 개로 기둥을 세우고, 위장포를 덮어 만든 일종의 텐트였다.
확!
위장포를 걷자 숨어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가장으로 보이는 남자와 열대여섯 살 정도로 보이는 소년이 악을 쓰며 공격했다.
“씨발! 죽엇.”
“이야앗!”
그들의 손에 들린 것은 이름 모를 마수의 뼈로 만든 칼이었다.
두 사람 모두 F급 각성자였다.
당연히 보통 사람들보다 빠르고 강했지만, 헬브린 용병대를 당할 수는 없었다.
콰직!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두 사람이 제압당했다.
“우리 가족은 안 된다. 악마들아!”
“이것 놔!”
용병대의 발에 짓밟힌 두 사람이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었다.
“흐흐! 제법 발악하네.”
“그래 봤자 좆밥이지. 어디 쓸 만한 것들 있나?”
용병들이 그들을 비웃으며 가족들을 바라봤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한 명에 엄마로 보이는 여자, 어린아이 두 명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에게 다가간 용병이 바닥에 침을 뱉으며 말했다.
“여섯 명. 그중 하나는 재활용도 못 할 폐급이네. 제기랄!”
“사, 살려 주십시오.”
운명을 직감한 노인이 무릎을 꿇으며 애원했다.
“살려 줘 봐야 밥만 축낼 텐데 굳이?”
용병은 그대로 노인의 가슴에 칼을 찔러 넣었다.
푹!
“커헉!”
노인이 피를 토하며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용병을 바라봤다.
용병은 죽어 가는 노인을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
“아버님!”
“할아버지!”
눈앞에서 혈육을 잃은 가족들이 절규했다. 하지만 그들의 울부짖음은 용병들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다.
용병들은 그들을 무참히 짓밟았다.
“아악!”
“흑!”
그들의 발길질에 가족들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용병들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그들을 잘근잘근 다졌다.
이렇게 해 놔야 끌고 가는 동안 반항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새끼들인데…….”
용병들의 시선이 밟고 있는 가장과 소년을 향했다.
제일 아래 등급인 F급이라도 일단 무투계 각성자였다. 기존에 잡은 하급 연금술사와는 위험도가 다르다.
살려 두면 언제든 그들에게 칼날을 들이밀 수 있는 위험 요소인 것이다.
마나 구속구가 없는 이상 그들을 완벽하게 제압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뭐,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그들은 혀를 차며 그대로 칼을 가장과 아들의 가슴에 찔러 넣었다.
푸욱!
푹!
마치 마수를 도살하는 것처럼 아무런 망설임 없이 기계적으로 사람을 죽인 것이다.
부자는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숨이 끊어졌다.
그 모습을 본 가족들이 비명을 지르려 하자, 용병들이 싸늘히 말했다.
“지금부터 입을 여는 것들은 모조리 똑같이 될 줄 알아.”
“…….”
그들의 말에 가족들은 입을 틀어막아야 했다.
그제야 용병들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생존자들을 포박한 후 핫심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세 명 죽이고 세 명 잡아 왔습니다.”
“그것밖에 안 돼?”
“죄송합니다. 나머지는 살려 둬 봐야 밥을 축내거나 반항할 거 같아서.”
“쯧! 어쩔 수 없지. 아카시!”
핫심이 아카시를 불렀다.
“네! 대장.”
“네가 수고를 조금 더 해 줘야겠다.”
“뭐, 어쩔 수 없죠.”
생명체 탐지 스킬을 계속 펼치려면 마나가 많이 소모된다. 제아무리 아카시가 C급 각성자라지만 온종일 마나를 소모하면 저녁엔 그냥 쓰러져 버리고 만다.
항상 전투에 대비해야 하는 용병에겐 그다지 달가운 상황은 아니었다.
“어떻게든 백 명을 채워야 하니까, 그때까지만 수고해,”
“대신 나중에 잘 챙겨 주는 거 잊지 마십쇼.”
“내가 언제 그냥 넘어가는 것 봤냐? 강철 요새만 점령하면 여자들 마음껏 즐기게 해 줄 테니까 기대해.”
“넵! 대장.”
그제야 아카시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헬브린 용병대는 다시 노예들을 구하기 위해 움직였다.
***
“후!”
제온이 시신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모래에 덮여 있던 것을 제온이 발견해 끌어낸 것이다.
발견된 시신은 모두 세 구였다.
노인, 장년인, 소년.
얼굴이 닮은 것이 한 가족으로 보였다.
“노인은 끌고 가기 귀찮으니까, 아들과 손자는 반항할 것 같으니까 죽인 거군.”
부자의 골격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들이 무투계 각성자라는 것을 말이다.
“안타깝군.”
제온은 진심으로 이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서 생존한다는 게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인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혹독한 환경과 싸워 왔을 텐데, 너무나 허무하게 죽었다.
“후우!”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브리엘은 차마 시신을 마주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너무해! 어떻게 같은 인간끼리 이럴 수가 있지? 서로 지켜 주고 도와줘도 모자랄 판에…….”
“그러게 말이다.”
제온이 고개를 저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어디서도 이런 비극을 만들어 낸 당사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제온이 샅샅이 일대를 훑었지만 흔적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모래가 그들의 흔적을 모두 묻어 버렸기 때문이다.
제온이 제아무리 사기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감지 범위를 벗어난 자들까지 쉽게 찾을 수는 없었다.
헬브린 용병대는 이미 제온의 감지 범위를 벗어나 있었다.
그야말로 엄청난 기동력이었다.
“아무래도 스캐빈저들이 모두 쌍봉 낙타를 타고 있는 것 같군.”
사막에서 그 정도의 기동력을 발휘할 탈것은 쌍봉 낙타밖에 없었다.
“골치 아프게 됐군.”
이렇게 기동력이 좋은 이들을 따라잡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하늘로 올라가 봐야겠네.”
“높은 곳에서 찾아보려고?”
“현재로서는 그것밖에 방법이 없는 거 같아.”
“그럼 어쩔 수 없지.”
“모두 대비 단단히 해. 어떤 마수가 습격해 올지 모르니까.”
“응!”
―삐!
브리엘과 가이아가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브리엘이 가이아의 등에 올라타며 말했다.
“걱정 마! 너는 내가 지킬게.”
―삐삐!
“그래! 우리 같이 힘내자.”
그 순간 제온이 서서히 하늘로 올라갔다.
바닥의 모래가 기둥처럼 일어나 그의 몸을 하늘로 밀어 올리는 것이다.
가이아도 제온과 보조를 맞춰 하늘로 날아올랐다.
다행히 오백 미터 정도 올라갈 때까지 마수들은 습격해 오지 않았다.
제온은 오백 미터에 멈춰서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헬브린 용병대는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조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겠군.”
쿠우우!
짙은 모래바람이 그를 더 밀어 올렸다.
이백 미터 정도 더 올라갔을 때였다.
쐐액!
갑자기 엄청난 파공음이 저 멀리서 터져 나왔다.
“악! 뭐야.”
브리엘이 인지하고 비명을 터트렸을 때는 희끗한 무언가가 이미 그들을 덮치고 있었다.
콰앙!
폭음과 함께 가이아의 몸체가 크게 요동쳤다.
무언가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날아와 충돌한 것이다.
그나마 가이아가 역장을 펼쳐 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번 공격 한 번에 골로 갈 뻔했다.
가이아와 충돌한 물체는 무서운 속도로 멀어졌다.
그 때문에 형체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저 멀리 날아간 녀석은 크게 선회하더니 다시 무서운 속도로 날아왔다.
퍼엉!
음속을 뛰어넘는 속도에 소닉붐이 발생했다.
그 순간 제온이 앞에 모래 벽을 세웠다.
쾅!
음속을 뛰어넘는 속도로 날아온 물체가 모래 벽을 꿰뚫으면서 방향이 살짝 바뀌었다.
덕분에 제온과 브리엘, 가이아가 무사할 수 있었다.
모래 벽이 뚫리는 짧은 순간 제온은 초음속으로 날아온 마수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칼날 군함새군.”
군함새를 열 배로 뻥튀기시켜 놓은 것 같은 비행형 마수였다.
활짝 편 날개의 길이만 무려 오 미터에 이를 정도로 거대했다.
놈은 하루 이십사 시간 바람을 타고 비행하며 총알 벌새 같은 하급 마수들을 사냥해 잡아먹는다.
순수 전투력만 따지면 C급 정도에 불과했다.
문제는 놈이 빠르다는 것이다.
그것도 지랄맞게 빨랐다.
무려 음속을 뛰어넘는 속도로 비행했다.
거기다가 놈의 날개는 칼날처럼 날카롭고 단단했다.
초음속으로 날아와 날개로 베어 버리면 잘려 나가지 않는 물체가 없을 정도였다.
아무래도 이곳이 칼날 군함새의 영역 같았다.
대부분의 마수가 그렇듯 칼날 군함새도 자신의 영역에 다른 존재가 들어오는 꼴을 두고 보지 못한다.
퍼엉!
놈이 다시 소닉붐을 일으키며 날아왔다.
소닉붐을 인지했을 때는 벌써 칼날 군함새가 제온 코앞까지 다가온 상태였다.
놈의 칼날 같은 날개가 제온의 목을 노리고 날아오고 있었다.
그 순간 미리 대비하고 있던 제온이 입을 열었다.
“샌드 토네이도!”
순간 제온 앞에 거대한 모래 회오리바람이 일어나 칼날 군함새를 집어삼켰다.
콰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