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0)
30화
리오는 절대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는 데이오든 사냥에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었다.
원거리에서 저격하는 그의 능력은 절대적이었기에 네오 서울의 시장도 고심 끝에 내줬다. 그런데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에 그를 잃은 것이다.
장용범이 데이오든을 노려봤다.
데이오든은 사막 한가운데 서서 웃고 있었다.
그의 전신 어디에도 총탄에 충격을 받은 흔적 따윈 남아 있지 않았다.
마법으로 처리된 대 각성자 전용 총탄으로도 흠집조차 내지 못한 것이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지. 그래야 사냥할 맛이 나지.”
자신의 파티 외에도 일곱 개의 파티가 더 참여했다.
모두 각성자 사냥에 도가 튼 자들이었다.
전략 병기라 할 수 있는 S급은 없지만, A급과 B급 각성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네오 서울과 빈민가엔 수많은 각성자 파티가 존재한다.
그들은 네오 서울 주위에 위협이 될 만한 던전을 찾아내어 토벌한다. 하지만 개중에는 마수 사냥이 아니라 같은 각성자들을 사냥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그편이 훨씬 쉽게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될 수 있으면 서로와 얽히는 것을 경계했다.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이 이번 의뢰에 뭉친 것은 그만큼 대가가 크기 때문이다.
네오 서울의 최고 권력자인 시장이 직접 한 의뢰라는 것만으로 참여할 충분한 이유가 됐다.
“놈은 우리가 사냥한다.”
“드디어 학살자의 멱을 딸 수 있겠군. 흐흐!”
다른 버기카에 타고 있는 각성자들이 전의를 불태웠다.
데이오든에 대한 전설은 수도 없이 들었다.
학살자.
사막의 미치광이.
살아 있는 재앙.
그를 수식하는 단어는 수도 없이 많았다.
문제는 그 모든 단어들이 죄다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흥분했다.
전설의 데이오든을 사냥할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데이오든을 사냥하는 자가 모든 명예를 가져가고, 새로운 전설이 된다.
“제일 먼저 도착해야 한다. 어서 밟아.”
“다른 놈들에게 빼앗기면 안 돼.”
각성자들을 태운 버기카들이 앞다퉈 질주했다.
“저, 머저리들!”
장용범이 그들을 보며 인상을 썼다.
합심해도 상대가 될까 말까인데, 처음부터 이런 아사리판이라니.
조짐이 좋지 않았다.
에이든이 말했다.
“대장 조금 뒤로 처집시다.”
“제기랄!”
“냉정해져야 합니다.”
장용범 파티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에이든의 말이었다.
이 넓은 사막에서 데이오든을 찾아낸 것도 그의 공이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아직도 데이오든을 찾아 사막을 헤매고 있었을 것이다.
장용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맨 후미로 처진다.”
“네!”
에이든이 속도를 조금 늦췄다. 그러자 다른 버기카들이 그들을 앞질러 갔다.
그들은 순식간에 데이오든과의 거리를 좁혔다.
“늙은이! 목숨을 내놔라.”
선두의 버기카에 타고 있던 각성자가 데이오든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의 손에는 거대한 도끼가 들려 있었다.
도끼엔 강렬한 오러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가 도끼를 휘두르자 도끼 형상의 오러가 데이오든에게 날아갔다.
그는 이번 한 수로 데이오든에게 큰 상처를 입힐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데이오든은 빈손이었다.
무기 없이 그의 스킬을 막아 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때 데이오든이 맨주먹을 휘둘렀다.
쾅!
순간 각성자가 도끼로 날린 오러가 그대로 소멸했다.
“무슨?”
기세 좋게 달려들던 각성자가 눈을 부릅떴다.
그의 오러를 소멸시킨 데이오든이 시야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데이오든이 다시 나타난 곳은 바로 그의 코앞이었다.
마치 블링크를 펼친 것처럼 눈 깜빡할 사이에 공간을 이동한 것이다.
콰악!
데이오든의 커다란 손이 그대로 각성자의 얼굴을 감쌌다.
“큭!”
각성자가 도끼를 휘둘러 데이오든의 몸통을 공격하려 했다. 하지만 데이오든이 그의 얼굴을 잡은 손에 힘을 주는 것이 훨씬 빨랐다.
퍼석!
도끼를 휘두르던 각성자의 머리가 마치 과자처럼 부서졌다.
각성자의 선혈과 뇌수가 데이오든의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흐흐! 진금호가 보낸 자들이냐?”
진금호는 네오 서울의 시장이었다.
데이오든과 똑같이 격랑의 시대를 헤쳐 온 살아 있는 거인이었다.
지금의 네오 서울을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스스로 시장이 됐다.
네오 서울의 정점에 서 있는 최고의 권력자가 바로 진금호였다.
한때 데이오든의 동료였고, 같은 길을 가던 벗이었다.
그러나 백 년이란 세월은 그들을 갈라 놨고, 이젠 원수보다 못한 사이가 됐다.
“닥쳐랏! 괴물.”
“총공격해!”
각성자들이 버기카에서 뛰어나오며 총공격했다.
콰콰콰!
각성자들의 스킬이 사막의 모래를 헤집어 놨다.
하지만 그들의 스킬이 작렬했을 때는 이미 데이오든은 그 자리에 없었다.
그가 다시 나타난 곳은 각성자 무리 한가운데였다.
콰직!
그의 주먹질 한 방에 B급 각성자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다음 희생자는 마법을 쓰는 여자 각성자였다.
그녀가 자랑하는 스킬, 플레임 윈드는 미처 펼쳐 보지도 못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광기 어린 데이오든의 눈동자였다.
“아, 안…….”
쾅!
그 순간 그녀의 몸통이 터져 나갔다.
“크아악!”
“다, 당황하지 말고…….”
“악!”
비명과 당혹한 음성이 사막의 하늘에 울려 퍼졌다.
‘이대로는 안 돼!’
그 순간 나선 이는 노지광이라는 각성자였다.
“플레임 랜스(Flame Lance).”
허공에 화염의 창이 여러 개 나타났다.
노지광의 손짓에 화염의 창들이 데이오든에게 날아갔다.
콰콰콰쾅!
폭음과 함께 데이오든이 화염에 휩싸였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른 각성자들이 일제히 스킬을 펼쳤다.
무투계는 오러를 피워 올리며 달려들었고, 마법계는 원거리에서 포격했다.
화염과 모래가 사막을 가득 뒤덮었다.
누군가 마른침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이 정도면 죽었겠지?”
그때였다.
쐐애액!
갑자기 소름 끼치는 파공음이 울려 퍼졌다.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저 멀리서 거대한 장검이 날아오고 있었다.
데이오든이 던졌던 크레이온이었다.
크레이온은 맹렬히 회전하며 각성자들을 휩쓸었다.
콰가가각!
“크악!”
“살려 줘!”
크레이온에 휩쓸린 모든 것이 잘려 나갔다.
각성자들도, 무기도.
등급 따윈 그들을 지켜 주지 못했다.
A급이건, B급이건, C급이건 공평하게 찢겨 나갔다.
순식간에 공격대에 참여한 각성자 절반이 죽어 나갔다.
“맙소사!”
“이게 학……살자?”
살아남은 각성자들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렸다.
각성자들을 도륙한 크레이온은 데이오든의 손에 안착했다.
각성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공격했건만 데이오든은 상처 하나 입지 않고 건재했다.
“흐흐흐!”
데이오든의 광기 어린 웃음소리가 각성자들을 소름 끼치게 만들었다.
이제야 그들은 데이오든이 왜 살아 있는 재앙이라 불리는지, 또 학살자라는 소리를 듣는지 알게 됐다.
데이오든은 강했다.
단순히 강한 게 아니라 소름 끼치게 강했다.
그에게 등급을 나누는 것은 무의미했다.
이제야 그들은 왜 이번 공격대에 S급 각성자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지 깨달았다.
데이오든 앞에선 S급 각성자라고 해도 감히 생존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네오 서울의 시장은 이번 공격대가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우리를 왜 보낸 거지?”
“씨발 시장 새끼!”
그들은 이번 공격대에 의뢰를 맡긴 시장 진금호를 원망했다.
데이오든은 오합지졸처럼 어찌할 줄 모르는 공격대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고 말했다.
“봤느냐?”
“당신한테 병신이라고 불린다고, 눈깔도 병신은 아닙니다.”
퉁명스럽게 대답한 이는 제온이었다.
“다들 네오 서울에서 한가락 한다고 자부하는 놈들이다.”
“그래서요?”
“네놈의 실력이라면 네오 서울에서 저놈들 정도 대접은 받을 거다.”
“그래서요?”
“네오 서울로 돌아갈 마지막 기회라는 말이다. 병신아!”
“그래서요?”
“지금 나를 따라가면 두 번 다시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니까 네오 서울로 돌아가려면 지금 가라. 마지막 기회니까.”
“평범한 삶?”
“그래! 남들과 똑같은 삶.”
“씨발! 장난해요?”
“뭐?”
“이제 와서 내가 평범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개 같은 늙은이!”
데이오든을 만난 그 시점, 아니 모래술사로 각성한 그 순간부터 제온에게 평범한 삶 따위는 어울리지 않게 됐다.
마음속에 강해지고 싶은 열망이 가득한데, 어떻게 저들을 따라 네오 서울로 돌아간단 말인가?
돌아가 봐야 권력자들의 도구가 되거나, 샅샅이 해부될 것이 분명했다.
그에게 네오 서울로 귀환하는 것은 죽음의 또 다른 말과 다름없었다.
데이오든이 웃었다.
“흐흐! 병신이 드디어 머리마저 고장 났구나. 진정한 병신이 된 것을 축하한다.”
“그것참 더럽게 고맙네요.”
제온이 데이오든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올렸다.
“흐흐!”
데이오든이 웃음을 터트리며 각성자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맨손일 때도 감히 데이오든을 막지 못했는데, 크레이온을 손에 든 그를 막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데이오든은 양 떼 속에 뛰어든 사자였다.
콰직!
그가 크레이온을 휘두를 때마다 각성자들이 부러지고, 찢겨 나가고, 짓이겨졌다.
순식간에 사막이 각성자들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
“씨발! 저게 어떻게 인간이야?”
“그냥 뒤로 빠지는 게 좋겠습니다. 괜히 저 인간의 표적이 되기 전에.”
불길한 마음에 뒤로 처져 있던 장용범 파티는 다행히 데이오든의 학살극에서 벗어났다.
거대한 덩치와 엄청난 힘 덕분에 세상 두려운 것 없던 마운틴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고, 에이든과 지젤의 얼굴 또한 그와 다를 것 없었다.
장용범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데이오든을 바라봤다.
“저런 인간을 사냥하라고? 시장이 단단히 미쳤군.”
데이오든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직접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명색이 A급 각성자인 장용범이었다.
네오 서울 안의 그 어떤 각성자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S급 각성자라면 조금 쫄리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아예 싸울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하면 어떻게든 비벼 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 멀리서 각성자들을 학살하는 데이오든에겐 감히 비벼 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팔뚝에 소름이 오소소 올라왔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지젤이 말했다.
“대장, 이러다가 우리도 학살자의 먹이가 될 거야. 어서 벗어나자.”
그녀의 얼굴엔 조급한 빛이 가득했다.
데이오든과의 거리는 이 킬로미터.
멀다면 먼 거리였지만, 데이오든과 같은 각성자에겐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가 마음먹는다면 눈 깜빡할 사이에 이곳에 나타날 것이다.
장용범이 말했다.
“네오 서울로 돌아간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시장과 관계된 의뢰는 받지 않는다.”
“알았습니다.”
“어서 갑시다.”
에이든이 서둘러 핸들을 돌렸다.
버기카가 빠른 속도로 데이오든이 있는 곳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장용범은 전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의 시선이 문득 데이오든의 뒤쪽에 있는 로브를 뒤집어쓴 인영을 향했다.
너무 멀리 있는 데다가 로브에 달린 모자까지 눌러써서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누구지? 데이오든의 동행이라면 분명 평범한 인간은 아닐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