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00)
300화
샌드 토네이도는 말 그대로 모래 회오리바람이었다.
샌드 스톰보다 범위는 작지만, 응집된 파괴력은 훨씬 강하다.
단일 개체를 상대할 때 더욱 위력이 증가한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가가가각!
샌드 토네이도가 회전하며 칼날 군함새의 몸체를 갈아 버렸다.
칼날 군함새는 날갯짓하며 샌드 토네이도를 벗어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는 샌드 토네이도는 칼날 군함새가 밖으로 도주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키에에에!
칼날 군함새가 비명을 터트렸다.
몸을 보호해 주던 강철보다 단단한 깃털이 모조리 뽑혀 나가고, 맨살이 모래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칼날 군함새가 초음속으로 날 수 있는 것은 전신을 보하는 깃털 덕분이었다.
다이아몬드에 필적하는 강도를 지니면서도 가벼운 깃털은 샌드 토네이도에도 멀쩡할 정도였다.
그런 깃털이 모조리 뽑혀 나간 칼날 군함새의 본체는 너무 연약했다.
콰가가가각!
칼날 군함새가 완전히 갈려 나가고, 허공엔 놈의 몸에서 뽑혀져 나온 깃털이 눈처럼 흩날렸다.
“이 깃털 쓸데가 있을 것 같은데?”
브리엘이 고깔모자를 벗어 떨어져 내리는 칼날 군함새의 깃털을 받았다.
그렇게 깃털을 아공간에 넣은 브리엘이 제온을 바라봤다.
칼날 군함새를 잡은 제온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제온의 시야에 지평선에서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누런 먼지가 보였다.
“저기군!”
제온이 스캐빈저들의 위치를 특정했을 때였다.
쐐애액! 쐐액!
소름 끼치는 파공음이 연신 울려 퍼졌다.
또 다른 칼날 군함새들이 나타난 것이다.
놈들은 동족의 죽음에 분노한 듯 무서운 속도로 제온을 향해 날아왔다.
제온이 브리엘에게 말했다.
“지상으로 내려가자.”
“응!”
스캐빈저 무리가 움직이는 방향을 알았으니 굳이 무리해서 칼날 군함새들을 상대할 필요가 없었다.
제온은 브리엘과 함께 빠른 속도로 지상으로 내려왔다.
다행히 칼날 군함새는 지상으로 내려온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일정 이하의 고도로는 절대 내려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저런 마수들이 지상까지 내려온다면 남아나는 사람이 없었을 것이 분명했다.
정수리에 눈이 달리지 않은 이상 창공에서 내리꽂히는 칼날 군함새의 공격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제온은 허공을 선회하던 칼날 군함새들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후 브리엘과 가이아에게 말했다.
“가자!”
“응!”
―삐!
제온은 창공에서 확인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모래 걸음을 펼쳐 쭉쭉 앞으로 치닫는 제온의 뒤를 가이아와 브리엘이 따랐다.
브리엘이 자꾸 뒤처지자 애가 탄 가이아가 아예 등에 태웠다.
“고마워!”
―삐이!
가이아는 괜찮다고 대답하며 빠른 속도로 제온의 뒤를 쫓았다.
‘이대로라면 두 시간 안에 놈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 거야.’
스캐빈저의 기동성이 아무리 좋아도 모래 걸음을 펼치는 제온보다 빠를 수는 없다.
지금이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 속도로 추적하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예상치 못한 방해물이 나타났다.
크워어어!
모래 속에서 갑자기 거대한 마수가 나타난 것이다.
풍뎅이를 수백 배로 뻥튀기시켜 놓은 것 같은 외형의 마수였다. 놈이 숨을 쉴 때마다 화염이 흘러나왔다.
“티탄 풍뎅이? 여기가 서식지였나?”
티탄 풍뎅이는 말 그대로 거대한 풍뎅이였다.
티타늄처럼 단단한 등껍질은 엄청난 방호력을 가지고 있었고, 입에서 발사하는 초고열 화염 브레스는 어지간한 마수 따윈 순식간에 녹여 버린다.
그만큼 상대하기 까다로운 마수였다.
평상시라면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놈을 피해 가거나, 시간을 두고 상대하면 되니까.
하지만 스캐빈저들을 빨리 따라잡으려면 반드시 이곳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티탄 풍뎅이가 제온을 향해 다짜고짜 화염 브레스를 발사했다.
푸화하학!
제온이 모래 벽을 세워 놈의 브레스를 막았다. 그러자 놈이 거대한 몸체로 돌진해 왔다.
티탄 풍뎅이는 자신의 거대하고 단단한 몸체가 무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온몸을 던져 공격해 오는 것이다.
쾅!
제온이 물러난 자리에 티탄 풍뎅이의 거대한 몸체가 바위처럼 처박혔다.
그 순간 제온이 샌드 믹서를 펼쳤다.
가아아앙!
티탄 풍뎅이를 중심으로 고속 회전하는 모래 입자.
어지간한 마수들 따윈 순식간에 갈아 버리는 샌드 믹서였지만, 티탄 풍뎅이에겐 통하지 않았다.
그만큼 티탄 풍뎅이의 껍질 강도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제온과는 상극인 마수였다.
이렇게 모래로도 갈리지 않는 마수를 사냥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티탄 풍뎅이는 화염 브레스까지 쓸 수 있다.
그 말은 곧 화염에 저항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였다.
평범한 화염 마법을 쓰는 각성자는 절대 티탄 풍뎅이를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제온은 평범한 각성자가 아니었다.
“샌드 게헤나!”
고속으로 회전하는 모래 입자가 붉게 달아올랐다.
모래 입자가 녹아내리며 용암처럼 변했다.
화염에 내성이 있어 큰 타격을 받진 않았지만, 초고열의 용암은 티탄 풍뎅이를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거대한 몸체 절반 이상이 용암에 잠겨 허우적거렸다.
덩달아 놈의 몸도 붉게 달아올랐다.
그때 제온이 가이아를 불렀다.
“가이아!”
―삐이?
“원소를 움직여 놈의 주위를 차갑게 냉각시켜. 할 수 있지?”
―삐!
가이아가 짧게 대답했다.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명색이 정령 생명체인 가이아에겐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바로 급속 냉각시켜.”
―삐삐!
가이아가 대답과 함께 티탄 풍뎅이 주위의 공기를 냉각시켰다.
쏴아아!
순식간에 떨어져 내리는 기온.
뜨겁게 달궈졌던 화염 풍뎅이의 등껍질에 서리가 내려앉았다.
그 모습을 확인한 제온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뜨겁게 달궈졌다가 식은 물체는 그만큼 파괴되기도 쉽지. 크레모아!”
콰아아앙!
순간 티탄 풍뎅이 바닥의 모래가 폭발했다.
초고온과 초저온의 공격에 약해진 티탄 풍뎅이의 껍질이 같이 폭발했다.
마치 화산처럼 터져 나가는 거대한 티탄 풍뎅이의 몸체를 제온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나쳐 갔다.
그 와중에 브리엘은 티탄 풍뎅이의 껍데기 파편을 고깔모자 속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언젠가 필요할 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
쿠와앙!
폭음과 함께 저 멀리서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뭐야?”
“화산이라도 폭발한 건가?”
한참 약탈에 열중하던 헬브린 용병대의 각성자들이 깜짝 놀라 지평선을 바라봤다.
족히 수십 킬로미터는 떨어진 곳이었다.
그런데도 진동과 압력이 느껴질 만큼 폭발은 엄청났다.
그들이 화산이 폭발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핫심이 미간을 찌푸렸다.
“화산? 그랬다면 지진 따위의 전조가 있었겠지.”
“그럼 뭘까요?”
곁에 있던 부하의 멍청한 질문에 핫심의 눈빛이 더 사나워졌다.
“이 사막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증거지. 아카시!”
“넷! 대장.”
“저곳 혹시 네가 말한 마수가 숨어 있었던 장소 아니야?”
“맞는 것 같습니다.”
아카시가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지금 버섯구름이 일어나는 장소는 아카시의 경고에 헬브린 용병대가 우회한 곳이었다.
당시 아카시는 탐지 마법으로 거대한 마수가 모래 밑에 숨어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거대한 마수를 굳이 상대할 필요가 없기에 헬브린 용병대는 크게 우회했다.
덕분에 마수를 건드리지 않고 무사히 일대를 지나갈 수 있었다.
“B급 마수라고 했던가?”
“생체 반응과 마나 밀도로 보아 B급 이상의 마수가 확실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핫심의 표정이 더욱 심각해졌다.
모래 아래 숨어 있는 B급 마수를 상대하는 것은 그에게도 버거운 일이었다.
헬브린 용병대 전부가 달려들면 못 잡을 것도 없었지만,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또 많은 사상자가 나올 것이다.
그만큼 거대 마수는 상대하기 힘들었다.
오죽하면 헬브린 용병대가 상대하기보단 피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 거대 마수가 누군가에 의해 사냥당한 것이 분명했다.
“다른 마수가 영역을 침범해서 싸운 걸 수도 있지만, 그럴 확률은 드물지.”
저렇게 거대한 마수의 영역에는 어지간해서 다른 거대 마수가 침범하지 않는다.
확실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지 않은 이상에 말이다.
그런데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을 핫심은 잘 알고 있었다.
“저건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사냥한 거다.”
“사냥? 그럼 사람의 짓이란 말입니까?”
“사람일 수도 있고, 엘프일 수도 있지. 하지만 너희들도 알잖아? 가끔 말도 안 되는 존재가 나타난다는 것을.”
헬브린 용병대가 이제까지 사막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런 존재들을 피했기 때문이다.
“그럼 누군가 티탄 풍뎅이를 사냥했단 말입니까?”
“내 생각은 그래.”
“누가요?”
“그걸 모르니까 답답한 거지. 아무래도 예감이 안 좋아.”
핫심의 말에 각성자들 전원이 심각한 표정이 됐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핫심의 감이 얼마나 정확하게 맞는지 말이다.
그가 안 좋다고 하면 정말 안 좋은 것이었다.
핫심이 수하 한 명을 불렀다.
“알톤!”
“예! 대장.”
“그거 한번 하자.”
“그거 말입니까?”
“그래! 마침 환경도 딱 좋잖아.”
핫심이 주위를 둘러봤다.
그들이 있는 곳은 생존자 마을이었다.
서른 명 정도가 모여 살던 마을.
그중에 노예로 쓸만한 자들은 열 명 정도.
나머지는 나이가 너무 많거나 어렸다.
그런 자들은 깡그리 죽였다.
그 때문에 생존자 마을엔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있었다.
알톤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대장! 한번 솜씨를 부려 보죠.”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해.”
“걱정하지 마십쇼.”
알톤이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핫심 용병대는 노예로 잡은 자들을 데리고 생존자 마을을 빠져나와 알톤이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알톤은 인챈터였다.
그것도 폭발 한 가지를 파고든 인챈터.
그는 사물에 자신의 마나를 주입해 폭발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직 D등급에 불과한 데다가 작업을 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보통 약탈 현장에서는 능력을 잘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을 주면 누구보다 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는 생존자 마을 곳곳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알톤의 작업이 끝나자 헬브린 용병대는 마을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거대한 모래 산으로 물러났다.
핫심이 망원경을 꺼내 생존자 마을을 감시했다.
인챈터가 작업한 이 망원경은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들이 약탈했던 마을에 누군가 나타났다.
너무 멀어 자세한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성인 남자와 어린 소녀 같았다. 그 곁에는 풍선 같은 큰 물체가 둥실 떠올라 있었다.
“내 예상대로 추적자가 붙었군. 알톤!”
“예! 대장.”
“날려 버려!”
“지금요?”
“당장!”
“알겠습니다.”
알톤이 대답과 함께 능력을 발동시켰다.
콰아앙!
거대한 폭발이 남자와 소녀, 그리고 풍선을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