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01)
301화
“미친!”
부릅떠진 핫심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가 경악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대장, 왜 그럽니까?”
알톤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가 만든 폭발물은 제대로 폭발했다.
급조한 폭발물이지만, 그 위력만큼은 확실했다.
제아무리 강한 각성자라도 그 정도 폭발에서 무사할 수는 없었다.
핫심이 망원경을 알톤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제기랄! 아무래도 좆 된 것 같은데.”
“무슨?”
망원경으로 폭발 장소를 보던 알톤이 눈을 부릅떴다.
“저게 말이 됩니까?”
렌즈 너머로 멀쩡하게 서 있는 남자와 소녀, 그리고 부유하는 유선형의 물체가 보였다.
비록 너무 멀어 흐릿하게 보이지만, 그들이 건재하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마나를 있는 대로 다 때려 박아 터트렸는데 무사하다니. 뭐, 저런 괴물이…….”
알톤의 목소리가 절로 떨려 나왔다.
핫심이 그의 손에서 망원경을 빼앗아 품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어떤 괴물의 원한을 산 모양이다.”
언젠가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그들이 가진 것을 모두 빼앗았다.
그가 죽인 사람 중 누군가 저 괴물과 연이 닿아 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알톤이 저렇게 마나를 모두 때려 박은 함정은 그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망원경 너머의 존재는 엄청난 폭발에서도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그 말은 곧 그가 자신보다 강자라는 의미였다.
멀리서도 강렬하게 느껴지는 남자의 눈빛과 분위기, 무엇보다 핫심의 피부에 올라온 소름이 그의 강함을 증명했다.
스캐빈저로 활동하면서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그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무조건 도망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저런 상대와 정면으로 격돌하면 헬브린 용병대는 무조건 전멸이었다.
핫심이 부하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플랜 S로 전환한다.”
서바이벌 플랜(Survival Plan).
비상시 발동하는 생존 계획, 그래서 플랜 S다.
핫심은 헬브린 용병대의 생존을 위한 계획을 미리 준비해 두고 있었다.
이미 계획을 숙지하고 있던 부하들이 눈을 빛내며 핫심을 바라봤다.
“집결지는 네오 서울 빈민가다.”
“옛?”
“무슨?”
부하들이 잘못 들은 줄 알고 눈을 끔뻑였다.
스캐빈저에게 가장 위험한 곳이 바로 네오 서울이었다.
그나마 빈민가가 조금 자유롭긴 하지만, 그래도 위험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핫심은 단호했다.
“저런 괴물이 마음먹고 추적하는 이상 완전히 떨쳐 낸다는 것은 불가능해. 그럴 바엔 차라리 사람이 많은 곳에 숨는 게 낫지.”
“…….”
부하들은 숨을 죽인 채 핫심의 말을 들었다.
“거기에 거미 여왕과의 거래를 완수하면 빈민가나 네오 서울에 근거지를 마련할 수 있을 거다.”
“아직 그들이 원하는 노예를 마련하지 못했습니다만?”
이제까지 구한 노예는 겨우 사십 명 정도다.
거미 여왕 일라이가 원하는 수엔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핫심의 대답은 명쾌했다.
“부족한 것은 빈민가에서 해결하면 돼.”
“아!”
“음!”
그제야 부하들이 납득했다.
핫심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짝!
“시간이 없다. 저 괴물이라면 분명 금방 우리를 추적해 올 것이다. 어서 움직여.”
“옛!”
“그럼 모두 살아서 보자.”
핫심의 말이 끝나자마자 용병대가 세 개조로 나뉘어 흩어졌다.
극한의 상황에서 생존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핫심과 아카시, 알톤이 포함된 조가 노예들을 데리고 움직이고, 나머지 두 개 조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헬브린 용병대는 세 개로 나뉘어 사막을 질주했다.
그들이 떠나고 한참 후 제온과 브리엘, 가이아가 나타났다.
“기민한 놈들이군.”
제온이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헬브린 용병대가 학살극을 벌인 생존자 마을을 발견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폭발이 일어났다.
엄청난 폭발 속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그와 가이아의 능력 덕분이었다.
가이아의 역장이 브리엘을 보호해 줬고, 제온은 모래 아래로 파고들어 폭발을 피했다.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지만, 생존자 마을은 완전히 파괴된 후였다.
그 후 핫심 용병대의 흔적을 찾아 이곳까지 왔지만, 놈들은 이미 도주한 후였다.
무서울 정도로 빠른 판단력과 행동력이었다.
이 정도면 인정해야 했다.
“내가 너무 놈들을 우습게 본 모양이군.”
이들은 사막을 아주 잘 아는 자들이었다.
감당할 수 없는 강자를 맞닥트렸을 때 어떻게 해야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을지 뼛속 깊이 체득하고 있었다.
단순 무식한 A급 마수보다 이런 인간들이 훨씬 더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자신들의 한계를 명확히 알고, 물러설 줄 아는 존재.
이런 자들은 아슬아슬하게 생존을 위한 선을 타면서도 이득을 챙길 줄 안다.
제온이 바닥에 남은 흔적을 살폈다.
“여기서 셋으로 찢어졌군.”
그것도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세 부류 모두 잡을 수는 없었다.
선택해야 했다.
제온은 주의 깊게 바닥을 살폈다. 하지만 바닥은 어느새 모래로 뒤덮여 남아 있는 흔적이 거의 없었다.
결국 제온의 감에 의지해야 했다.
“동쪽으로 도주한 자들을 추적해야겠군.”
“특별한 이유가 있어?”
“그나마 발자국이 깊게 남아 있어.”
“그게 왜?”
“쌍봉낙타에 무거운 짐을 실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무거운 짐이라면 설마?”
“생존자 마을에서 납치한 사람일 확률이 높지.”
“아! 그렇겠네.”
“여유가 없어. 빨리 움직이자. 시간을 줄수록 놈들을 따라잡을 확률이 떨어질 거야.”
“응!”
브리엘이 대답과 함께 다시 가이아에 올라탔다.
제온과 가이아는 무서운 속도로 추적을 개시했다.
그렇게 반나절을 달려서 겨우 놈들의 흔적을 찾아냈다.
“이건 봐라.”
또다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바닥에 남은 흔적이 그를 허탈하게 만든 것이다.
그가 쫓던 무리가 다시 둘로 나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제온의 추적을 알아차려서라기보다는 애초 이렇게 계획되어 있었던 것 같았다.
세 개로 나누어진 무리가 다시 둘로 나뉘어 여섯 개가 남았다.
제온의 선택지가 그만큼 늘어난 셈이다.
제온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미친놈이 똑똑하기까지 하다니. 최악이군!”
이들을 잡아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그 전에 선택해야 했다.
제온의 선택은 오른쪽이었다.
그쪽에 남은 흔적이 더 깊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를 유인하려는 술책일 수도 있었지만,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무서운 속도로 사막을 내달리던 제온의 시야에 저 멀리 피어오르는 먼지가 보였다.
드디어 핫심 용병대를 따라잡은 것이다.
제온이 브리엘에게 말했다.
“나 먼저 갈 테니 따라와.”
“응!”
그 순간 제온이 모래를 박찼다.
순간 모래 기둥이 무서운 속도로 튀어나와 제온의 몸을 대포처럼 쏘아 버렸다.
펑!
폭음과 함께 제온의 몸이 새처럼 창공을 훌훌 날았다.
최고점에 도달한 제온의 몸이 서서히 하강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제온의 몸이 바닥에 닿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모래바람이 불어와 그의 몸을 떠받들어 줬기 때문이다.
슈우우!
마치 새처럼 활강한 제온이 순식간에 도주하는 자들의 후미에 접근했다.
“으악! 놈이다.”
“놈이 쫓아왔다.”
뒤늦게 제온의 접근을 알아차린 용병대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모래바람을 타고 활강해 접근하는 제온의 모습이 악마처럼 보였다.
그들은 깨달았다.
여기까지 따라잡힌 이상 제온의 마수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제기랄!”
“공격해!”
결국 그들은 도주를 포기하고 제온을 공격했다.
무투계 각성자가 전면에 나서 몸빵을 했고, 마법계 각성자들이 공격 스킬을 날렸다.
콰콰콰!
각종 스킬이 무서운 속도로 날아왔다.
어지간한 각성자라면 그들의 공격에 당황했겠지만, 제온은 아니었다.
“샌드 블라스터!”
퍼버버버벙!
용병대가 펼친 스킬은 모두 샌드 블라스터에 요격당했다.
“제기랄!”
“이상한 스킬을 쓴다.”
“몸빵에 집중해.”
전방에 나선 무투계 각성자들이 방패로 제온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들이 딛고 있던 바닥의 모래가 폭발했다.
퍼엉!
“크악!”
“우와악!”
무투계 각성자들이 비명과 함께 볼링핀처럼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제온이 크레모아를 펼쳤기 때문이다.
제온은 튕겨 나간 무투계 각성자들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마법계 각성자들을 향해 바이퍼를 펼쳤다.
슈슈슈!
십여 마리의 모래 뱀이 날아가 마법계 각성자들을 강타했다.
“으악!”
“컥!”
마법계 각성자들이 변변한 대응 한번 하지 못하고 바이퍼에 당했다.
그들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만큼 제온의 스킬 위력이 뛰어난 데다가 운용 방식이 그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가떨어진 각성자들도 보통 독종이 아니었다.
“제기랄!”
“개새끼가…….”
그들은 고통을 참으며 제온에게 악귀처럼 달려들었다. 하지만 제온은 그들보다 더 독하고, 강했다.
“파이어 레인.”
화르륵!
초열의 건틀렛을 휘두르자 불비가 내렸다.
초고열의 불비는 제온에게 덤벼들던 각성자들에게 죽음을 내렸다.
“살려 줘!”
“뜨, 뜨거워!”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통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불에 타면서 느끼는 작열통이었다.
각성자들은 모래에 나뒹굴며 몸에 붙은 불을 끄려고 했다. 하지만 제온이 만들어 낸 불은 그렇게 해서 꺼질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백린처럼 한번 붙으면 대상의 모든 것을 불태우기 전에 절대 꺼지지 않는다.
오러 실드를 펼칠 수 없는 각성자들에겐 그야말로 지옥과 같은 공격이었다.
곳곳에서 처참한 비명이 흘러나왔다.
제온은 그제야 한숨을 내쉬며 멈춰 섰다.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가 뿌린 불비에 불타고 있었다.
산 사람이 불타는 모습은 차마 꿈에서 보기 두려울 정도로 끔찍했다.
제온도 어지간해서는 이런 식으로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쫓는 이들이 얼마나 영리하고, 빠른 대응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약간의 틈이라도 주면 분명 쥐새끼처럼 빠져나가려 할 것이다.
무엇보다 잔혹한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을 살해한 그들에게 최악의 고통을 선사하고 싶었다.
“사, 살려 줘!”
“크아악!”
제온은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에게 다가갔다. 그래도 다른 이들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가졌는지 한쪽 팔이 통째로 불타는 고통에도 이를 악물고 견디고 있었다.
제온이 그에게 물었다.
“당신들 무리 정보를 모두 말해요. 그럼 고통 없이 죽여 드리죠.”
“좆까! 시발 새끼야! 내가 겨우 이 정도로……. 크아악!”
푸화학!
그 순간 불길이 더욱 강렬하게 치솟아 올랐다.
조금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통에 우두머리 남자가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제온이 그런 남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묻죠. 당신들 정보 모두 털어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