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05)
305화
클렉시 영감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이게 무슨 소리냐?”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 같네요?”
“그러니까 그게 왜 지하에서 들리냔 말이냐? 설마 내 가게 오수관로가 악어굴까지 연결된 건 아니겠지?”
“그런 것 같은데요?”
“제기랄!”
제온의 무심한 대답에 클렉시 영감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빈민가 지하에 악어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악어굴이 개미굴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도 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가게 바로 아래에도 악어굴이 있을 거란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었다.
“썩을 새끼들! 감히 내 허락도 없이 내 가게 아래에 굴을 파다니.”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알아! 그냥 해 본 소리야.”
“가장 가까운 하수로 입구가 어딥니까?”
“한 블록 더 가면 사거리가 나와. 거기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벽 뒤에 숨겨져 있어.”
“알겠습니다.”
제온과 브리엘이 바로 클렉시 영감이 알려 준 곳으로 뛰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하수로 입구에 도착했다.
엄청난 굵기의 쇠창살이 막고 있었지만, 제온의 손짓에 힘없이 부서졌다.
“들어가자.”
“응!”
브리엘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들은 함께 하수로로 들어갔다.
“윽!”
기세 좋게 하수로에 들어갔던 브리엘이 코를 막았다.
벌써부터 악취에 숨이 막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보다 더 안 좋은 환경에서 마약을 만들어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편한 생활에 길들여진 탓인지 벌써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하지만 브리엘에겐 연금술이라는 마법이 존재했다.
이럴 때를 대비해 만들어 둔 포션을 마시자 후각이 마비되면서 더 이상 괴롭지 않았다.
“후각을 마비시키는 포션인데 제온도 하나 줄까?”
“괜찮아! 그런 건 또 언제 만들었어?”
“그냥 혹시 또 악어굴에 들어갈 일이 생길까 싶어 대비했어.”
“잘했어!”
“후! 또 들어갈 일이 없었으면 싶었는데, 결국 이렇게 되네. 피할 수 없는 운명이란 게 정말 있나 봐.”
“그럴 수도 있지.”
제온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원래 그도 운명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험한 일을 많이 겪다 보니 세상에 알 수 없는 흐름이 존재한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게 되어 있었다.
그렇게 세상은 있어야 할 자리에 나를 갖다 놓는다.
어쩌면 그것이 운명일지도 몰랐다.
하수로는 급경사를 이루며 깊은 지하로 향하고 있었다.
십 미터쯤 걸어가자 양 갈래 길이 나왔다.
제온이 잠시 양 갈래 길을 둘러보다 말했다.
“오른쪽으로 가자. 아까 그쪽에서 소리가 들렸어.”
“응!”
두 사람은 오른쪽 길을 택했다.
찰팍! 찰팍!
더러운 오수에 발목까지 잠겼지만, 두 사람 모두 신경도 쓰지 않았다.
지금은 아까 오수관로에서 들린 소리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어디냐?’
제온이 감각을 날카롭게 곤두세웠다.
쾅!
그 순간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발목까지 찬 오수가 출렁일 정도로 강한 힘이 담겨져 있었다.
“왼쪽이야.”
“응!”
또다시 나타난 양 갈래 길에서 왼쪽을 택했다.
그렇게 수십 미터를 달렸을 때 다시금 누군가의 절박한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살려 주세요.”
아까 오수관로에서 들었던 그 목소리였다.
제온과 브리엘은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전력 질주했다.
그때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잡았다, 쥐새끼!”
“이거 놔! 씨발!”
“안 되겠다. 그냥 여기서 멱을 따 버려야지.”
꽤 급박한 상황 같았다.
제온이 속도를 높여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가 막 코너를 돈 순간 어린 소년의 목에 샴쉬르를 들이미는 남자들이 보였다.
“뭐야?”
“웬 놈이냐?”
그들이 갑자기 나타난 제온에 놀라 소리쳤다.
남자들의 숫자는 모두 세 명이었다.
모두 머리에 터번을 쓰고, 흰색 로브인 데샤다를 걸치고 있었다.
그들을 보는 순간 제온은 알았다. 바로 자신이 쫓던 헬브린 용병대라는 것을 말이다.
그들이 제온에게 외쳤다.
“누구냐고 물었다.”
“대답하지 않으면 이 꼬마의 목을 베어 버리겠다.”
그들은 소년을 인질 삼아 제온을 협박했다.
하지만 그들의 협박은 제온에게 통하지 않았다.
제온의 몸 주위에 수십 개의 파이어 미사일이 떠올랐다.
그 모습을 본 헬브린 용병대의 각성자들이 이를 악물었다.
“씨발!”
“죽엿!”
“이야앗!”
그들은 지체하지 않고 바로 제온에게 달려들었다.
상대가 적의를 보였는데, 가만히 앉아 당할 수는 없었다.
그들의 반응은 놀랄 정도로 신속했다.
어지간한 각성자는 반응조차 못 할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상대는 제온이었다.
슈슈슈슈!
그들이 움직이는 그 순간 제온이 파이어 미사일을 날렸다,
헬브린 용병대 각성자들이 미친 듯이 검을 휘둘러 파이어 미사일을 쳐 냈다.
콰콰쾅!
폭음과 함께 헬브린 용병대 각성자들의 몸이 연신 흔들렸다.
“크윽!”
“제기랄!”
그들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세 명 모두 무투계 각성자들이었다.
C등급으로 모두 무기에 마나를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들이었다.
이 정도면 네오 서울에서도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 때문에 그들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러나 제온이 펼치는 파이어 미사일 세례에 그들의 자부심은 유리그릇처럼 산산이 부서졌다.
파이어 미사일은 화염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계 각성자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스킬이었다.
당연히 위력도 별 볼 일 없었다.
그런데 제온이 펼치는 파이어 미사일의 위력은 그들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했다.
파이어 미사일 한 방, 한 방의 위력도 대단한데, 숨 쉴 틈 없이 계속 쏘아져 온다.
하나를 막으면 둘이 날아오고, 둘을 막으면 네 개가 쏘아져 왔다.
그들은 이렇게 무한대로 쏟아지는 파이어 미사일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쩡!
파캉!
제일 먼저 파이어 미사일을 막던 샴쉬르가 누적된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졌다.
무기를 부순 파이어 미사일이 그들의 몸에 격중했다.
퍼버버버벙!
“크악!”
“뜨, 뜨거워!”
“살려 줘!”
온몸에 불이 붙은 각성자들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그중 두 명은 재빠르게 바닥을 뒹굴어 몸에 붙은 불을 껐다. 하지만 나머지 한 명은 그렇게 운이 좋지 않았다.
하필 머리에 두른 터번에 불이 붙었기 때문이다.
머리에 붙은 불은 순식간에 그의 안구와 기도를 불태웠다.
그 때문에 다른 동료들처럼 불을 끄지 못하고, 발버둥 치다가 목숨을 잃었다.
C급 무투계 각성자의 죽음이라기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초라했다.
겨우 목숨을 구한 각성자가 소리쳤다.
“너, 뭐야? 씨발! 뭔데 우리를 공격하는 거야?”
“우리가 너한테 피해 끼친 것도 없잖아.”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치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악귀 같았다.
더구나 온몸에 흉한 화상까지 입어 꿈에 보기 두려울 정도로 끔찍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기가 질릴 정도로 독기 가득한 모습이었지만, 불행히도 제온과 브리엘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슈우우!
제온의 몸이 화살처럼 쏘아져 오른쪽에 있던 남자 앞에 도달했다.
“이 씹…….”
콰직!
제온의 주먹이 그의 복부에 작렬했다.
“이 개새끼야! 사람이 말하는데 공격해?”
곁에 있던 남자가 분노해 주먹을 휘둘렀지만, 그의 공격이 제온의 몸에 닿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제온이 왼손으로 그의 주먹을 툭 쳐 내고, 오른쪽 주먹으로 턱을 날렸다.
쾅!
폭음과 함께 남자의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주먹에 얻어맞은 턱 쪽은 멀쩡했는데, 오히려 위쪽 머리뼈가 터져 나갔다.
뇌수와 피가 사방으로 튀었지만, 제온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먼저 쓰러트린 남자를 바라봤다.
“이, 이럴 수가! 나야르가 저렇게 허무하게…….”
제온의 공격에 머리 위쪽이 터져 나간 남자의 이름은 나야르였다. 나야르는 세 명 중에 가장 강한 남자였다.
그런 나야르가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 것을 본 각성자는 다리가 떨려 제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으으! 너, 뭐야? 뭐냐고?”
“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누군지, 무슨 짓을 했는지가 중요하죠.”
“개소리하지 마라!”
남자가 악을 썼다.
혹독한 사막에서 살아남은 자였다.
사막의 코브라처럼 대가리를 꼿꼿이 세우고, 적의를 토해 낸다.
그것이 사막에서 사는 자들의 자존심이었다.
다만 이번엔 그 상대를 잘못 만났다.
제온의 눈엔 그가 품은 독기가 어린애 장난으로 보였다.
진짜 독기는 저런 게 아니다.
저렇게 악을 쓰고, 눈알을 부라리고, 강한 척하는 것.
모두 약자들이나 하는 행동이다.
진짜 독기 있는 자들은 자신을 숨긴다.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고, 기회를 보다 단칼에 상대의 숨통을 끊는다.
이런 행위는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는 거나 다름없다.
제온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위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퍼억!
제온의 다리가 그의 복부에 작렬한 것이다.
마치 커다란 꼬챙이에 복부가 꿰뚫리는 충격이 그를 강타했다.
“커억!”
남자가 피를 토하며 엎어졌다.
제온이 엎어진 남자의 목을 짓밟았다.
우두두둑!
뼈가 파열되는 소리가 남자의 목에서 흘러나왔다.
숨이 막히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눈이 돌아가고, 입에서는 침이 줄줄 흘러나왔다.
어찌나 고통스러운지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고통이 극에 달하자 남자가 견디지 못하고 애원했다.
“크, 크윽! 사, 살려…….”
“뭐라구요?”
“사, 살려……. 뭐, 뭐든 말할 테니…….”
그의 애원에도 제온은 짓밟은 목을 풀어 주지 않았다.
우두둑!
남자의 목이 점점 기형적으로 꺾여 갔다.
이제 남자는 말도 못 하고 꺽꺽대기만 했다.
정말 숨이 끊어지기 직전 제온이 발을 느슨하게 했다.
엄청난 압력이 사라지자, 숨통이 트인 남자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크허헉!”
남자는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기 위해 입을 한껏 벌렸다.
그때였다.
“컥!”
또다시 제온이 그의 목을 짓밟았다.
우두둑!
남자의 목에서 파열음이 흘러나왔다.
“차라리 나를 죽여…….”
“죽일 겁니다.”
“개새…….”
“당신은 나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할 게 아니라, 고통 없이 죽여 달라고 해야 합니다.”
“크으윽!”
그제야 남자는 깨달았다.
자신이 어떤 수를 쓰더라도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제온은 남자에게 알려 주고 있었다.
진짜 독기란 이런 것이라고 말이다.
남자는 진짜 독기에 잠식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