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10)
310화
전방을 주시하는 보린의 눈빛이 서늘했다.
원래 무표정한 얼굴에 냉기가 풀풀 날리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은 북 구역 외곽에 있는 커다란 공장이었다.
대부분의 상업 지구나 공장은 시청이 있는 중앙 구역에 집중되어 있었다. 특히 주요 생산 시설은 시청 가까운 곳에 모여 있었다.
네오 서울에서 생산되는 물건들을 모두 시청에서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렇다고 다른 구역에 상업 지역이나 공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자체 개발하거나, 중요성이 덜한 물건들, 혹은 구역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물건들은 각 구역에서 생산한다.
지금 보린이 주시하고 있는 공장도 그런 곳 중 하나였다.
공장은 엘프들의 식량을 생산하는 곳이었다.
쿠라얀의 엘프들은 주로 초식했다.
굳이 육식하지 않아도 될 만큼 쿠라얀의 식물들은 영양이 풍부했다. 덕분에 과일이나 풀만 먹고도 몸을 유지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지구의 상황은 달랐다.
대지가 전부 황폐해지어 식물을 기를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나마 네오 서울 뒤쪽에 북한산이 어느 정도 보존되어 있긴 했지만, 그곳을 개발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시청에서 특별 보존 구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엘프들은 생존을 위해 자체 식량 생산 공장을 만들었다.
배양육과 배양 식물을 적절히 배합한 재료는 오직 엘프들의 생존에 초점이 맞춰졌다.
엘프들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모두 집어넣어 맛은 별로였지만, 그래도 엘프들의 몸 상태를 최고로 유지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물론 모든 엘프가 공장에서 생산되는 음식을 먹는 것은 아니었다.
많은 엘프가 육식을 즐겼다.
지구로 넘어오면서 엘프들도 많이 변한 것이다.
처음엔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이젠 아예 고기 맛을 즐기는 엘프도 많았다.
보린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육식이 투쟁심을 강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육식을 즐겼다. 그렇다고 공장에서 만든 인공 식량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집에도 공장에서 만든 음식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그만큼 이곳 공장은 엘프들의 생존에 중요한 곳이었다.
보린이 분노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감히 식량 공장에서 장난을 치다니.”
일라이를 감시하다 보니 수상한 흐름이 감지됐다.
푸른 낙엽 특작대는 흐름을 추적해 이곳까지 오게 됐다.
일라이의 측근들이 최근 들어 저 공장으로 자주 출입하고 있었다.
분명 무언가 은밀한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보린이 푸른 낙엽 특작대에게 명령했다.
“진입해.”
“예!”
“일라이 님의 측근들을 모두 제압해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알아내야 하니, 모두 각오 단단히 해라.”
“예!”
푸른 낙엽 특작대가 짧고 굵게 대답했다.
다른 이도 아닌 일라이의 측근들을 건드리는 일이었다.
일이 잘못되면 내분이 일어날지도 몰랐다.
아무리 유배되었다지만, 북 구역에서 일라이의 영향력은 아직도 건재했다.
일라이가 알아차리기 전에 공장에서의 일을 완벽하게 정리해야 했다.
주요 시설인 만큼 공장은 마법진으로 보호받고 있었다.
반투명한 막이 푸른 낙엽 특작대를 막아서자 보린이 명령을 내렸다.
“해제해!”
“예!”
대답과 함께 푸른 낙엽 특작대가 가방에서 둥그런 철판을 꺼내 마법진에 부착했다.
파스스!
순간 철판에서 스파크가 튀더니 푸른 전류가 마법진 전체로 번져 갔다.
철판의 정체는 열쇠였다.
북 구역의 주요 시설에 펼쳐진 마법진을 무력화시키고 열 수 있는 만능열쇠.
이 열쇠를 사용하면 모든 마법진이 일시적으로 무력화된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츠츠츠!
열쇠가 설치된 곳을 중심으로 커다란 문이 생겼다.
보린과 푸른 낙엽 특작대는 문을 통과해 공장 내부로 진입했다.
“뭐냐?”
“왜 보호 마법진이 해제된 거지?”
공장 입구에 있던 이들이 놀라 웅성거렸다.
그들의 눈에 공장으로 진입하는 푸른 낙엽 특작대가 보였다.
“씨발! 뭐야?”
“멈춰라.”
그들이 푸른 낙엽 특작대의 앞을 막아섰다.
보린이 싸늘한 시선으로 그들을 보며 말했다.
“우린 세리언 님의 명을 받고 온 푸른 낙엽 특작대다. 우리 앞을 막는 자들은 모두 반역자로 생각하고 처리하겠다.”
“반역자?”
“무슨?”
공장 안에 있던 이들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대부분 엘프나 드워프였다.
엘프들은 반역자라는 말에 움찔했지만, 호전적인 성향의 드워프들은 오히려 화를 냈다.
“무슨 근거로 우리가 반역자라는 거지?”
“세리언 님의 명령만 받으면 다인가? 아무런 증거 없이 반역자라고 몰아붙였으니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땅딸막한 드워프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보통의 엘프였다면 드워프들의 기세에 움찔했겠지만, 보린은 달랐다.
“증거는 이제부터 찾으면 되지.”
“뭐?”
“공장 안을 둘러보자고. 깨끗하면 내 죄를 인정하고 물러가지. 그리고 푸른 낙엽 특작대 대장 자리에서도 물러나겠다. 그러니까 비켜라.”
“씨발!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왜 말이 안 되지? 간단한 거야. 너희들이 비켜 주면, 우리가 안에 들어가 확인한다. 그게 이해가 안 돼?”
“안 돼! 여긴 우리의 피땀이 밴 공장이다. 너희들에게 함부로 열어 줄 수 없어.”
드워프가 필사적으로 보린의 말을 거부했다.
순간 보린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
“지금 내 말을 거부하는 건 세리언 님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 반역이 확실하군. 뭐 해? 길을 열지 않고.”
“옛!”
푸른 낙엽 특작대가 대답과 함께 앞을 막아선 드워프와 엘프들을 향해 달려 들었다.
쉬쉬쉭!
그들의 손에 들린 레이피어가 무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씨발! 막앗.”
“누가 당할 줄 알고.”
공장의 드워프와 엘프 들이 전투 망치와 레이피어를 꺼내 푸른 낙엽 특작대에 저항했다.
보린이 코웃음을 쳤다.
“구린 구석이 있는 게 확실하군.”
찔리는 게 있으니까 저렇게 필사적으로 막는 거다. 하지만 저들의 전력으로는 푸른 낙엽 특작대를 막을 수 없다.
같은 엘프라도 전투력의 수준이 다르다.
수많은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어 생사의 경계선을 헤쳐 온 푸른 낙엽 특작대에게 공장의 엘프나 드워프 들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아악!”
“컥!”
푸른 낙엽 특작대는 앞을 막아선 자들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키며 길을 열었다.
보린은 그들이 열어 놓은 길을 걸어 공장 안으로 향했다.
공장 초입엔 인공적으로 키우는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식물들을 헤치고 안에 들어가니 광활한 공간이 나타났다.
공장 한쪽엔 거대한 시험관이 쭉 늘어서 있었다. 특수한 배양액이 들어 있는 시험관 안에서는 인공 배양육이 자라고 있었다.
반대쪽에는 쿠라얀에서 가져온 식물이 재배되고 있었다.
잠시 공장 내부를 훑어보던 보린이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안쪽에 들어가자 격벽과 함께 철문이 나타났다.
공장 안에 존재하는 비밀 공간이었다.
공장 설계도에는 이런 공간이 있다고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철컹!
문은 안쪽에서 닫혀 있었다.
“후우! 귀찮게…….”
서걱!
보린이 한숨을 내쉬며 레이피어를 휘두르자 잠금장치가 종잇장처럼 잘려 나갔다.
보린이 거침없이 비밀 공간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그녀의 인상이 확 구겨졌다.
안에서부터 풍겨 나오는 피비린내 때문이었다.
“무슨?”
북 구역에서 이렇게 지독한 피 냄새를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밖의 엘프와 드워프 들을 제압하고 안으로 들어온 푸른 낙엽 특작대의 얼굴도 보린처럼 변했다.
“크윽! 우읍!”
“제기랄!”
피 냄새가 얼마나 강렬한지 맡는 순간 절로 헛구역질을 했다.
그들은 억지로 거북한 속을 다스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비밀 공간 안 깊은 곳으로 들어간 순간 보린과 푸른 낙엽 특작대의 눈이 크게 떴다.
“미친!”
“이게 뭐야?”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는 잔혹한 광경이 그들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마치 정육점 고기처럼 인간의 시체가 꼬챙이에 꿰여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부위별로 해체된 인간의 시체엔 수많은 벌레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위이잉!
벌레들은 날갯짓하며 사체를 갉아 먹고 있었다.
푸른 낙역 특작대 대원이 입을 틀어막은 채 보린에게 물었다.
“대장! 저게 뭡니까?”
“나도 모르……겠다.”
수많은 임무를 수행하며 많은 마수를 봤지만, 비밀 공간 안에 있는 곤충과 같은 생명체는 보린도 처음이었다.
어른 팔뚝만 한 크기에 네 쌍의 날개와 열 개의 다리가 달려 있다. 입에는 갈고리를 연상시키는 커다란 이빨이 나 있었고, 네 쌍의 눈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꼬리는 또 전갈처럼 생겼다.
메뚜기를 수백 배로 뻥튀기시켜 놓은 다음에 여러 곤충을 합성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낯선 자들의 침입을 감지한 곤충들이 일제히 바라봤다.
수만 마리가 넘는 곤충이 노려보는 모습은 꿈에 볼까 두려울 정도로 끔찍했다.
케케겍!
깨깩!
놈들이 이빨을 부딪치며 묘한 소리를 냈다.
마치 자기들끼리 대화를 주고받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본 보린이 서둘러 명령을 내렸다.
“문 닫아.”
“네?”
“한 마리도 이곳을 빠져나가게 해선 안 돼. 어서 문 닫아.”
“네, 넵! 알겠습니다.”
푸른 낙역 특작대가 서둘러 문을 닫았다.
그 후 푸른 낙엽 특작대의 마법 각성자가 초고열의 화염으로 문과 문틈을 녹여 버렸다. 보린이 문의 잠금장치를 베어 버렸기에 취한 조치였다.
보린이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어느 정도 버텨 줬으면 좋겠는데.”
후화화황!
그 순간 위기를 감지한 곤충들이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수만 마리가 넘는 곤충들이 무리 비행을 하다가 일제히 푸른 낙엽 특작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빨을 딱딱거리며 달려드는 수많은 곤충의 모습은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보린은 일말의 흔들림도 없었다.
“얼마든지 덤벼라! 더러운 벌레들아!”
***
쾅!
커다란 굉음이 네오 서울을 뒤흔들었다.
충격이 얼마나 큰지 다른 구역에서도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제온이 잠시 멈춰서 굉음이 들려온 방향을 바라봤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불길이 하늘 높이 치솟고 있었다.
“뭐야?”
“공장 쪽이다.”
폭발에 놀란 사람들이 불길을 보며 소리쳤다.
제온이 있는 곳은 바로 북 구역이었다.
핫심을 추적하는 데 북 구역의 협조를 받기 위해 들어온 것이다.
제온이 미간을 찌푸렸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예감은 거의 틀리지 않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쯧!”
혀를 찬 제온이 폭발이 일어난 곳으로 걸어갔다.
잠시 후 그가 도착한 곳은 바로 보린이 진입한 공장이었다.
공장 천장을 뚫고 시뻘건 화염이 치솟고 있었다.
엄청난 열기에 공장의 벽이 금방이라도 녹아 버릴 것 같았다.
공장 바닥엔 푸른 낙엽 특작대에게 제압당한 엘프와 드워프 들이 누워 있었다.
제온이 그들을 지나쳐 공장 안쪽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쾅!
공장 안쪽의 철문에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안에서 엄청난 충격이 가해진 듯 철문이 바깥쪽으로 툭 튀어나왔다.
콰앙!
다시 한번 폭음이 터져 나오며 철문이 부서져 나갔다.
이어 엄청난 수의 벌레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위이이잉!
“한 마리도 빠져나가게 해선 안 돼. 북 구역에 재앙이 닥칠 거야.”
안쪽에서 보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 곳도 그때였다.
‘재앙이 닥친다고?’
제온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아공간을 열었다.
촤르륵!
엄청난 양의 모래가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샌드 토네이도.”
모래는 순식간에 곤충들을 집어삼켰다.
밖으로 빠져나오려는 벌레는 많았지만, 모래는 그보다 몇천 배는 많았다.
가아앙!
샌드 토네이도가 무섭게 회전하며 곤충들을 모조리 갉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