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11)
311화
콰가가가각!
곤충들이 모래에 갈려 나갔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고운 모래 입자는 마치 사포처럼 곤충들의 단단한 껍질을 순식간에 무장 해제시켰다.
크에에!
정체불명의 곤충들이 비명을 지르며 샌드 토네이도를 빠져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모래의 벽은 너무 굳건하고 단단해 빈틈을 주지 않았다.
파카캉!
불꽃과 함께 곤충들이 터져 나갔다.
단단한 껍질과 다르게 속살은 아기 피부처럼 연약했다. 모래 입자는 곤충들의 속살을 흔적 하나 없이 세상에서 지워 버렸다.
“아!”
뒤늦게 달려 나온 보린과 푸른 낙엽 특작대가 눈앞에서 회전하는 거대한 샌드 토네이도를 보고 딱 멈춰 섰다.
“제……온?”
“모래술사다.”
네오 서울 안에서 보란 듯이 모래로 토네이도를 만들 수 있는 존재는 제온이 유일했다.
콰가가각!
샌드 토네이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 안에 갇힌 곤충들의 수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수십 미터까지 치솟았던 샌드 토네이도가 겨우 삼 미터 크기로 줄어들었다.
위이이잉!
하지만 맹렬한 위압감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저 안에 갇히는 순간 자신도 산산이 해체될 것 같다는 느낌에 보린과 푸른 낙엽 특작대가 몸을 떨었다.
쩌어엉!
그 순간 샌드 토네이도가 마치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후우!”
제온이 옅은 한숨을 내쉬며 아공간에 모래를 다시 집어넣었다.
그에 보린과 푸른 낙엽 특작대가 다시 한번 움찔했다.
‘제기랄! 아공간에 모래를 넣어 다닌다니. 사기 아냐?’
‘저걸 어떻게 당해?’
‘도대체 아공간이 얼마나 넓기에…….’
짧은 순간 떠오른 수많은 상념이 그들의 심경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들이 사는 공간에 이렇게 끝 모를 저력을 가진 강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껄끄러웠다.
그나마 네오 서울 안이니까 저렇게 제한된 힘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그가 사막에서 전력을 다하면 어떤 참극이 벌어질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마치 자신들의 구역에 초거대 마수를 들인 기분이었다.
숨만 쉬어도 모든 것을 초토화시켜 버리는 S급 마수를.
북 구역의 각성자들에게 제온은 그 정도의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 제온이 침묵을 깼다.
“이게 뭡니까?”
“아! 그건…… 키메라로 보입니다.”
보린이 급히 대답했다.
“키메라?”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곤충입니다. 마치 티타늄을 두른 것처럼 껍질이 단단한 데다가 각종 곤충이 뒤섞여 있습니다. 자연적으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생명체입니다.”
공장 안 비밀 공간에서 키워진 곤충들에겐 마법도 잘 통하지 않았다.
화염 마법으로도 불타지 않았고, 풍계 마법을 써도 오히려 바람을 타고 물러나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았다.
그나마 효력을 기대해 볼 만한 게 뇌전 마법이었다.
금속성 껍질이 전류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푸른 낙엽 특작대에는 뇌전 마법을 쓸 수 있는 각성자가 없었다.
레이피어로 한 마리씩 찔러 죽이거나 베는 방법도 있었지만, 수만 마리가 넘는 곤충을 일일이 찾아내 죽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때문에 푸른 낙엽 특작대는 곤충들을 상대로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무서운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놈들의 이빨과 꼬리의 독침이었다.
칼날보다 날카로운 이빨은 특수 제작된 푸른 낙엽 특작대의 코트를 종잇장처럼 찢어발기고 상처를 냈다.
놈들의 꼬리에 있는 독침은 더 무서웠다.
독침에 맞은 엘프들 몇 명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은 것이다.
어떻게 손을 쓸 사이도 없었다.
그 때문에 보린과 푸른 낙엽 특작대는 소중한 동료들이 죽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만 했다.
만일 제때 제온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정체불명의 곤충에게 북 구역의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을 것이다.
제온이 문득 바닥으로 손을 뻗었다.
그의 손에 잡힌 것은 날개를 잃고 꿈틀거리는 곤충이었다.
마지막 한 마리만 살려 둔 것이다.
키에에!
곤충은 괴성을 지르며 제온의 팔을 물려 했다.
하지만 놈의 이빨은 제온의 코트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제온은 손아귀에서 빠져나오려고 미친 듯이 요동치는 곤충을 자세히 살펴봤다.
“기괴하군.”
그의 첫 소감이었다.
수많은 마수와 곤충 들을 경험한 제온도 처음 보는 형태의 곤충이었다.
잠자리, 거미, 전갈, 매미, 벌, 모든 곤충들의 특징이 뒤섞여 있었다.
성질도 흉포해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제온을 공격했다.
제온의 손아귀 힘이 조금이라도 약했다면 빠져나와 공장 안에 있는 이들을 공격했을 것이다.
제온이 반대 손을 뻗어 꼬리에 있는 독침을 잡았다. 그러자 곤충이 더 미친 듯이 요동쳤다.
마치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것처럼 말이다.
뿌드득!
그 순간 제온이 곤충의 독침을 뽑았다.
살점과 혈관, 내장 기관이 독침과 함께 딸려 왔다.
독침이 뽑혔음에도 곤충은 죽지 않고 끈질기게 버텼다.
제온은 독침에 딸려 온 내장 기관을 바라봤다.
보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장은 왜요?”
“거미, 벌, 전갈에 존재하는 내장 기관이 다 섞여 있어요. 조금의 위화감도 없이 자연스럽게.”
“그게 왜요?”
“이거 고(蠱)입니다.”
“고? 그게 뭔가요?”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거대한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수많은 곤충을 집어넣습니다. 당연히 먹이는 주지 않고요. 그럼 놈들은 굶주림에 서로를 잡아먹기 시작합니다.”
“왜 그렇게…….”
“강한 놈이 약한 놈을 잡아먹고, 더 강한 놈이 또 약한 놈을 잡아먹고. 그런 식으로 스트레스와 위기의식을 지속적으로 심어 주면 어느 순간 살아남은 놈들이 급격한 진화를 합니다. 바로 잡아먹은 놈들의 특성을 흡수해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드는 거죠.”
“자연적으로 키메라를 만든다는 건가요?”
보린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똑똑한 여자답게 제온의 말 속에 담긴 중요한 정보를 파악한 것이다.
제온이 아직도 요동치는 곤충을 보며 말했다.
“네! 인위적으로 만드는 키메라는 여러모로 불완전합니다. 특성과 생체 조직의 융합이 쉬운 게 아니니까요. 무엇보다 창조자의 입맛대로 특성을 조작하려다 보니 여러 부분에 문제점이 터져 나옵니다. 하지만 자연 발생한 고는 다릅니다. 말 그대로 자연 발생한 것이기에 불완전한 키메라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이 없어요. 여기 있는 고는 엘프들을 죽이기 최적의 형태로 진화했어요. 일부러 그런 특성을 가진 놈들만 골라 구덩이에 집어넣은 거죠.”
“맙소사!”
보린이 입을 틀어막았다.
제온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곤충들은 엘프들의 천적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북 구역에 사는 엘프들 모두가 보린이나 푸른 낙엽 특작대처럼 강하지는 않았다.
이 곤충들이 북 구역에 풀렸으면 분명 수많은 엘프들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보린이 제온에게 물었다.
“도대체 이런 끔찍한 생명체가 왜 북 구역에 있는 거죠?”
“그건 오히려 제가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여긴 북 구역이잖아요?”
“하아! 아무래도 일라이 님의 짓인 것 같아요.”
최악의 결과에 보린이 눈을 질끈 감았다.
거미 여왕이라고 불리지만, 일라이도 엘프였다.
엘프가 왜 이렇게 엘프에게 최악의 생명체를 만들어 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화르륵!
그 순간 제온의 손에서 새하얀 화염이 피어올랐다.
화염은 순식간에 곤충을 집어삼켰다.
키에에!
온몸이 타는 고통에 곤충이 날뛰었지만, 이내 한 줌의 재로 변했다.
제온이 손바닥을 탁탁 털며 말했다.
“아무래도 오독(五毒) 일족이 네오 서울에 들어온 것 같네요.”
“오독 일족?”
“고대부터 생존해 온 일족이에요. 그들은 네오 서울에서 남서쪽으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천 년 넘게 대를 이어 오며 살아왔어요.”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에 보린과 푸른 낙엽 특작대가 귀를 기울였다.
“그들이 살았던 곳은 원래 원시의 수림이 울창했던 곳이고, 수많은 독충이 우글거렸다고 해요. 오독 일족은 생존을 위해 독충들을 연구했고, 그 결과 독충들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법을 터득했죠. 그들은 오랜 세월 자신들의 비법을 후손에게 전수해 줬죠. 무려 천 년이나요. 그들은 대멸망에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명맥을 이었어요.”
세상이 멸망하고, 마수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되었지만, 오히려 오독 일족은 쇠락하지 않고 번성했다.
사막이 된 세상에 등장한 곤충형 마수는 오독 일족의 비기를 시험할 최적의 생명체였다.
오독 일족은 곤충형 마수들을 수집한 후 거대한 웅덩이를 판 후 몰아넣었다.
곤충형 마수들은 서로를 잡아먹으면서 진화했고, 그렇게 살아남은 최후의 승자를 번식시켜서 수족처럼 부렸다.
오독 일족이 있던 콜로니가 한창 번창했을 때는 인근 생명체의 씨가 말랐을 정도였다.
당시 오독 일족이 부렸던 고가 조금 전 제온에게 몰살당한 곤충과 비슷했다. 그래서 제온이 한눈에 알아봤던 것이다.
제온의 설명을 들은 보린이 경악했다.
“세상에 그런 일족이 있다니. 그들이 네오 서울에 들어왔다면 분명 더 큰 참사가 일어날 거예요. 어서 대책을 세워야 해요.”
“서두를 것 없어요.”
“아니, 왜요? 그들이 위험하다고 말한 것은 당신이잖아요? 그러니 어서 대책을 세워야죠.”
“그들은 멸망했어요.”
“네?”
“분명 다 죽였는데, 누군가 한 명 살아남았던 모양이네요.”
제온의 읊조림에 보린은 전신의 소름이 쫙 돋는 것을 느꼈다.
무려 천 년 동안 끈질기게 명맥을 이어 온 오독 일족을 멸망시킨 자가 제온이라는 사실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 안의 사정은 알지 못한다.
궁금하지도 않았다.
중요한 것은 오독 일족을 세상에서 지운 자가 제온이라는 것이었다.
정말 이 기괴한 곤충을 만든 자가 오독 일족이라면 그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자가 제온이었다.
그라면 오독 일족의 후예를 추적할 방법이 있을 것이다.
제온이 말했다.
“고를 키우려고 사람들을 납치했었군요. 이제야 상황이 이해되네.”
“그럼 공장 안에 걸려 있던 시체들을 주기적으로 공급했단 이야기군요?”
“네! 구덩이에서 생존한 최후의 고를 번식시키려면 신선한 피를 공급해야 하거든요. 양분이 풍부한 인간의 피와 살은 고를 번식시키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졌죠.”
“미친…….”
“이제 모든 사정을 알았으니 세리언 님에게 가 보죠.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전에…….”
“네! 제가 안내할게요. 참 그 전에…….”
보린이 서늘한 눈빛으로 공장 안에 쓰러져 있는 엘프와 드워프 들을 바라봤다.
푸른 낙엽 특작대에게 제압당한 공장의 일꾼들이었다.
그들은 체념한 듯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보린이 푸른 낙엽 특작대에게 명령을 내렸다.
“저것들 모두 감옥에 처넣어서, 올가에게 심문하게 해.”
“넷!”
푸른 낙엽 특작대가 일제히 대답했다.
공장의 일꾼들 얼굴엔 공포의 빛이 어려 있었다.
심문관 올가.
말이 좋아 심문관이지, 사실은 고문 전문가였다.
올가가 손을 대서 입을 열지 않은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고문이 취미이자 삶의 목적인 미친 엘프가 바로 올가였다.
올가의 손에 넘겨져 살아나온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푸른 낙엽 특작대에 제압당한 이들은 처참한 최후를 직감하고, 절망했다.
하지만 푸른 낙엽 특작대는 그들에게 일말의 동정심도 보이지 않았다.
보린이 말했다.
“이제 세리언 님에게 가요.”
“그러죠.”
제온은 조용히 그녀의 뒤를 따르며 생각했다.
‘미친놈들이 네오 서울로 모여들고 있군.’
인간 사냥꾼인 핫심과 수하들, 그리고 완전히 멸족했다고 생각한 오독 일족의 생존자.
누구 하나 곱게 미치지 않은 놈이 없었다.
미친놈들의 무서운 점은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상상하지 못할 큰일을 주저 없이 저질러 버린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벌인 일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관심도 없고, 사태를 수습할 생각은 더더욱 없다. 오히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것을 즐긴다.
그런 미친놈들이 네오 서울로 모여든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들을 불러들인 자가 북 구역의 이인자인 일라이였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사태가 눈덩이처럼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었다.
어지간해서는 네오 서울 일에 개입하고 싶지 않은 제온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미친놈들이 내 집 앞마당에서 제멋대로 설치는 꼴은 두고 보지 못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