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13)
313화
“새끼가 귓구녕이 막혔나? 내가 지금 너 뭐냐고 했잖아?”
스캐빈저 하나가 제온에게 다가왔다.
마치 양아치처럼 건들거리면서 걸어오는데 손은 허리에 꽂혀 있는 단검을 잡고 있었다. 언제든 단검을 뽑아 휘두를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이다.
불량스러운 태도, 눈빛, 말투와 달리 제대로 전투를 할 줄 아는 자의 몸놀림이었다.
“캬악! 퉷!”
코앞까지 다가온 스캐빈저가 제온의 신발에 가래침을 뱉었다.
스캐빈저 특유의 기죽이기였다.
빠각!
그 순간 폭음과 함께 스캐빈저의 몸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스캐빈저의 가래침이 신발에 닿는 순간 제온이 발로 그의 턱을 걷어찼기 때문이다.
허공에 떠오른 스캐빈저의 고개가 부러질 것처럼 뒤로 꺾였다.
엄청난 고통과 함께 정신이 아득해지는 순간 스캐빈저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뭐지?’였다.
그게 그의 마지막 사고였다.
턱뼈가 부서져 뇌를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털썩!
스캐빈저가 바닥에 떨어졌을 때는 이미 그의 숨이 끊어진 후였다.
제온은 죽은 스캐빈저의 옷에 신발을 슥슥 닦았다.
“더럽게…….”
제온의 무심한 말에 스캐빈저들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조금 전까지 그들과 음담패설을 나누던 이가 순식간에 주검이 된 것이다.
제온의 발에 죽은 스캐빈저는 D급 각성자였다.
그리 높은 등급은 아니었지만, 성격이 잔인하고, 살인에 능숙한 베테랑이었다.
겨우 누군가의 발길질 한 번에 죽을 만큼 어리숙한 자가 아닌 것이다. 그런 자가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변변한 대항 한번 해 보지 못하고.
스캐빈저가 약한 게 아니다.
제온이 강한 거다.
스릉!
스캐빈저들이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중 가장 연장자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이거 대단한 분이 들어오셨군. 어디서 오신 분인지 모르지만, 우리 둥지에 들어왔으면 규칙을 지키셔야지.”
“규칙?”
“어떤 경우에도 둥지에 들어온 스캐빈저들끼린 살인하지 않는다가 우리 규칙이지.”
“그럼 규칙을 지키지 않아도 되겠군요. 나는 스캐빈저가 아니니까.”
“스캐빈저가 아닌데 어떻게 우리 둥지를 알고 찾아오셨나?”
그의 눈이 살기로 붉게 변했다.
다른 스캐빈저들도 살기를 발산하며 제온을 포위했다.
스캐빈저들에게 둥지는 곧 생명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안심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안전한 공간.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 노출해서는 안 되는 절대 불가침의 성역이었다.
그런 공간에 스캐빈저가 아닌 자가 들어왔다.
스캐빈저들에겐 생존이 걸린 심각한 문제였다.
제온이 둥지 내부를 둘러보며 말했다.
“찾는 사람이 있어서요. 그런데 여기엔 없는 것 같네요. 혹시 숨겨진 비밀 공간 같은 곳 없나요?”
“비밀 공간?”
“네! 혹시 그곳에 숨어 있을까 해서.”
“씨발! 어이없네.”
“일단 없어 보이긴 하는데, 뒤져 보면 알겠죠.”
“누가 뒤지게 해 준대?”
“해 주는 게 좋을 거예요.”
“좆까!”
그 순간 제온을 포위했던 스캐빈저들이 일제히 공격했다.
검과 도끼, 쿠크리가 제온의 급소를 노리고 날아왔다.
하나같이 살상력을 극대화한 무기들이었다.
스쳐도 중상, 제대로 맞으면 사망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맞을 때 이야기였다.
콰드득!
제온이 쿠크리로 공격하는 스캐빈저의 팔목을 잡아 비틀었다.
“끄아악!”
팔뚝이 부러져 덜렁거리자 스캐빈저가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제온이 그의 입에 일격을 날렸다.
쾅!
폭음과 함께 스캐빈저의 머리가 뒤로 튕겨 나갔다.
스캐빈저의 이빨이 모두 부서져 입 안에 상처를 냈다.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지는 스캐빈저.
제온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초열의 건틀렛으로 뒤에서 날아오는 전투 도끼를 후려쳤다.
쩌엉! 파캉!
마치 유리처럼 전투 도끼가 부서져 나갔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눈을 크게 치뜬 스캐빈저의 관자놀이에 제온의 팔꿈치가 작렬했다.
“큽!”
단말마 비명과 함께 스캐빈저의 몸이 그대로 무너졌다.
제온이 무너지는 스캐빈저를 발로 걷어찼다.
무려 이 미터가 넘는 거구가 허공을 붕 날아 다른 스캐빈저들에게 부딪쳤다.
“허억!”
“큽!”
마치 볼링핀처럼 사방으로 우당탕 튕겨 나가는 스캐빈저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제온에게 말을 걸었던 나이 많은 스캐빈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제온은 별다른 스킬도 쓰지 않고, 간단한 몸놀림만으로 많은 스캐빈저들을 제압했다.
‘저놈들도 나름 힘깨나 쓴다는 무투계 각성자인데도 말이지.’
견적이 나왔다.
쩔그렁!
그가 들고 있던 검을 내던지며 손을 번쩍 들었다.
“항복입니다.”
“왜, 끝까지 해 보시죠?”
“제가 잠시 눈이 훽 돌았었나 봅니다, 형님!”
“형님?”
제온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스캐빈저가 자신보다 최소 두 배는 더 나이가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캐빈저는 태연했다.
“강한 사람이 형님이죠. 하하!”
“판단이 빠르네요.”
“저희 같은 놈들이 살아남으려면 빠른 판단이 필수적이죠. 제가 또 눈치 하나는 끝내줍니다.”
“그럼 제가 왜 여기 왔는지 알겠네요?”
“누군가를 찾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요?”
“저희 둥지에 그가 있을 가능성이 크고요?”
“그것도 맞아요. 그럼 어떡해야 하는지도 알겠네요?”
“제가 다른 둥지에도 연락 한번 쫙 돌려 보겠습니다.”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보다시피 내가 인내심이 그리 강하지 않아서.”
“걱정하지 마십시오. 십 분 정도만 기다리면 원하는 소식을 바로 전해 드리겠습니다.”
스캐빈저가 구십 도로 허리를 숙였다.
자존심 따윈 개에게나 던져 준 것 같은 모습이었다.
생존을 위해선 그깟 자존심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 진짜 중요한 것은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고, 이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었다.
상처 입은 스캐빈저는 다른 스캐빈저의 먹잇감이 될 뿐이라는 것을 그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그는 지금 위기만 넘기면 바닥에 쓰러진 다른 스캐빈저들을 털어먹을 생각이었다.
제온은 눈알을 부지런히 굴리는 스캐빈저의 생각을 꿰뚫어 봤다.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날 정도였다.
그래서 물어봤다.
“당신 이름은요?”
“데이빗이라고 합니다.”
“데이빗? 진짜 이름인가요?”
“그럼요. 제가 거짓을 말할 이유가 없잖습니까? 하하!”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술술 대답하는 데이빗. 하지만 제온은 그의 이름이 가짜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냥 되는 대로 입에 담은 이름일 것이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 역시 스캐빈저의 진짜 이름 따윈 궁금하지 않았으니까.
“좋아요. 데이빗! 지금부터 십 분이에요. 십 분 내로 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내지 못하면, 당신도 바닥에 있는 저들처럼 될 거예요.”
“어이쿠! 그럼 안 되죠. 찾으려는 분의 특징이나 이름, 아는 것들을 모두 말씀해 주십시오.”
“헬브린 용병대.”
“네?”
“사막에서 헬브린 용병대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더군요.”
“아!”
데이빗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그도 아는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데이빗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놈들 숫자가 꽤 되니 찾는 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지금은 얼마 안 남았어요.”
“네?”
“핫심과 수하 하나. 먼저 네오 서울에 들어온 자들 둘. 모두 네 명 정도겠네요.”
“네 명입니까?”
데이빗이 믿기 힘들단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헬브린 용병대가 얼마나 강한지 그가 잘 알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스캐빈저 무리 따윈 그들에게 명함조차 내밀지 못한다. 그런 헬브린 용병대가 네 명밖에 남지 않았고, 그 사실을 제온이 알고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만큼 데이빗은 멍청하지 않았다.
‘이 남자가 헬브린 용병대를 전멸시킨 게 분명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는 급히 품에서 검은 보석을 꺼냈다.
제온이 가진 것과 똑같은 보석이었다.
검은 보석의 정식 명칭은 모스였다.
제온이 둥지를 찾은 방식처럼 활용할 수도 있고, 모스 부호로 간단한 연락도 할 수 있었다.
물론 모스 부호를 이용하려면 상대 스캐빈저와 미리 마나 주파수를 맞춰 놓아야 한다.
데이빗은 스캐빈저로 오래 활동했기에 아는 이들도 많았다.
또독! 또도독!
그의 손가락이 부지런히 모스를 두드렸다.
제온은 그런 데이빗의 손놀림을 유심히 바라봤다.
‘저렇게 사용하는 거였군.’
우르티안에게 대략 사용 방법을 듣긴 했지만, 직접 보는 것은 또 달랐다.
잠시 후 데이빗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모두에게 연락 쫙 돌렸으니, 곧 좋은 소식이 올 겁니다.”
“수고했습니다.”
“저,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뭐가 궁금한데요?”
“혹시 이름을 알수 있을까요?”
“왜, 복수하려구요?”
“아,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그냥 궁금해서…….”
“알려 주는 건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듣고 나면 죽어야 하는데.”
“헉! 아닙니다. 하나도 궁금하지 않습니다.”
데이빗이 기겁해 손을 내저었다.
제온이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에요. 뭘 그렇게 놀라요?”
“네? 하지만…….”
“내 이름은 제온이에요.”
“헉! 혹시 모래술사? 맙소사!”
데이빗이 입을 틀어막았다.
스캐빈저치고 제온을 모르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재앙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제온이었다. 하지만 제온을 직접 본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제온을 만났던 스캐빈저들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제온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그의 미소가 그림리퍼의 칼날처럼 섬뜩하게 느껴졌다.
데이빗의 등 뒤로 식은땀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씨발! 모래술사라니. 잘못했으면 모래에 생매장당할 뻔했네.’
그는 섣불리 제온을 공격하지 않은 자신을 칭찬했다.
데이빗은 초조하게 동료들의 연락을 기다렸다.
‘이 새끼들은 왜 이렇게 답이 없어. 설마 생까는 건 아니겠지.’
일 분이 마치 십 분처럼 느껴졌다.
옆에서 말없이 지켜보는 제온의 눈빛이 버거워질 때였다.
또도독!
모스에서 상대편의 신호가 울렸다.
“와, 왔습니다.”
그는 급히 상대편 모스 부호에 집중했다.
잠시 후 그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말했다.
“오 번 둥지에 핫심과 부하들이 있답니다.”
“확실한 겁니까?”
“그 새끼들이 오 번 둥지에서 난리를 쳤답니다. 연락을 준 새끼도 그들한테 얻어맞고 열받았다고 하니, 거짓은 아닐 겁니다.”
“오 번 둥지는 어디에 있습니까?”
“그게…….”
웬일인지 데이빗이 머뭇거렸다.
제온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어딥니까?”
“시청 근처입니다.”
데이빗이 눈을 질끈 감았다.
제온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등잔 밑이 어둡다지만, 시청 근처에 스캐빈저들의 둥지를 만든 것은 선을 넘은 일이었다.
“간도 크네요. 감히 시청 근처에 둥지를 만들어 놓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