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14)
314화
시청이 있는 중앙 구역은 다른 구역들과 차원이 다른 경계와 질서를 자랑한다.
수많은 각성자 부대와 길드, 그리고 연구 시설이 괜히 이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곧 시청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었고, 시청은 자신들에게 대항하는 자를 절대 좌시하지 않는다.
시청은 다른 구역이 감히 따라올 수 없는 엄청난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때문에 제아무리 다른 구역에서 힘을 쓰는 각성자라고 하더라도 중앙 구역으로 오면 몸가짐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감히 스캐빈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곳이 아닌 것이다.
스캐빈저들은 이런 시청의 권위를 이용했다.
시청 근처에 둥지를 마련해서 오히려 그들의 감시를 피한 것이다.
데이빗이 알려 준 오 번 둥지는 시청에서 두 블록 떨어진 건물 지하에 자리잡고 있었다.
설계도에는 존재하지 않는 지하 칠 층이 바로 오 번 둥지인 것이다.
“재밌네.”
“이게 재미있습니까?”
제온의 곁엔 인상을 구긴 데이빗이 있었다.
제온이 웃으며 말했다.
“자신들 턱밑에 스캐빈저들의 둥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시청 관계자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하나도 안 궁금합니다.”
“아쉽네요. 당신도 그들 얼굴을 함께 보면 좋을 텐데.”
“제기랄!”
굳은 데이빗의 얼굴에서 쉴 새 없이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시청 근처에 있는 오 번 둥지는 가장 중요한 둥지였다.
중앙 구역에서 유일하게 스캐빈저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기에 중요성에서 다른 둥지들이 따라올 수 없다.
오 번 둥지가 털리면 스캐빈저들의 세계에 큰 충격을 줄 것이 분명했다.
데이빗이 이곳으로 제온을 안내했다는 사실을 다른 스캐빈저들이 알게 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데이빗은 오 번 둥지에 제온을 안내해 준 후 바로 빈민가로 도망갈 생각이었다.
그곳에 개인적으로 안가를 마련해 뒀기 때문이다.
제온이 말했다.
“앞장서세요. 어서 그들을 보고 싶으니까.”
“후우! 알겠습니다.”
데이빗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앞장섰다.
그는 건물의 후문으로 제온을 안내했다.
후문은 사람들의 시야에 노출되지 않게 절묘하게 가려져 있는 데다, 은폐 마법이 걸려 있었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곳에 후문이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제온이 물었다.
“문은 어떻게 여는 겁니까?”
“하!”
데이빗이 한숨을 내쉬었다.
밑천까지 털리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말없이 모스를 꺼내 후문 옆에 있는 패널에 갖다 댔다.
철컹!
순간 후문이 열렸다.
“아! 모스가 열쇠군요,”
“각 모스엔 주인의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그럼 오 번 둥지에 나를 안내해 주고, 문까지 열어 준 이가 당신이라는 것을 다른 스캐빈저들이 모두 알게 되겠군요.”
“씨발!”
“얼른 도망가야겠네요.”
“보내 주는 겁니까?”
“설마요? 확인부터 해야죠. 당신이 거짓으로 알려 주는 것일 수도 있잖아요.”
“제기랄!”
데이빗이 고개를 푹 숙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후문 안엔 조그만 엘리베이터 룸이 있었다.
칠 층으로 바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였다.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칠 층으로 향했다.
데이빗이 초조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제온 님만 내려 두고 바로 올라가겠습니다.”
“그러세요.”
“정말입니까?”
“네! 둥지인 것만 확인하면 당신에겐 남은 용건이 없으니까요.”
“감사합니다.”
“뭐, 감사까지야.”
제온이 피식 웃었다.
띠링!
그때 엘리베이터가 지하 칠 층에 도착하며 문이 열렸다.
데이빗이 문 너머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가 바로 오 번 둥지…….”
타다다당!
그 순간 총탄 세례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쏘아졌다.
각성자를 잡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총탄이었다.
무방비 상태의 각성자를 죽이기에 충분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데이빗이 순식간에 벌집이 되어 쓰러졌다.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그만큼 예상치 못한 순간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총탄은 제온의 몸에도 격중했다.
다만 데이빗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제온이 레비아탄의 가죽으로 만든 로브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투두두두두!
총탄이 무섭게 그의 온몸을 두들겼지만, 로브를 뚫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제온이 중얼거렸다.
“기다리고 있었군.”
“혹시나 했더니, 역시였군. 씨발! 모래술사 새끼!”
대답 대신 안에서 욕설이 들려왔다.
오 번 둥지 안에선 수많은 각성자들이 무기를 들고 제온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중심에 핫심이 있었다.
핫심의 주위엔 아카시, 벅셔, 에틀리가 포진하고 있었다.
헬브린 용병대의 핵심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것이다.
핫심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제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와 무슨 원수가 졌다고 이렇게 죽자고 쫓아오는 거냐?”
“당신은 원수가 져서 다른 생존자 마을을 약탈했습니까?”
“씨발! 그렇게 말하니 할 말이 없네.”
“뭐, 사실 몇 가지 이유가 있긴 하지만, 그걸 굳이 당신에게 말해 줄 이유는 없을 것 같네요.”
“오만이 하늘을 찌르는군.”
“그 정도 능력이 있으니까요.”
“알지. 그러니까 우리가 여기까지 도주한 거고.”
“시청 근처로 도망치다니. 훌륭한 선택이네요. 데이빗이 아니었으면 당신들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절대 알아내지 못했을 겁니다.”
“흐흐! 그 새끼한테 연락이 왔을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핫심이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데이빗의 연락이 왔을 때 핫심은 이곳 오 번 둥지를 완벽하게 장악한 후였다.
그 때문에 데이빗이 둥지를 수소문해 자신들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렸다.
그 순간 제온을 떠올린 것은 순전히 그의 감이었다.
그 어떤 증거도 없었지만, 핫심은 자신의 감을 믿었다.
제온이 핫심에게 물었다.
“생존자 마을에서 납치한 사람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겨우 그런 밥버리지들 때문에 이곳까지 나를 쫓아온 거냐? 어이가 없군.”
“대답이나 하시죠.”
“이미 거미 여왕에게 넘겨줬다. 네놈이 하도 끈질기게 쫓아와서 데리고 있을 여력이 없었거든.”
“벌써 그녀에게 넘겼단 말입니까?”
“왜, 안타깝냐? 네놈이 그렇게 나를 압박하지 않았다면 조금 더 오래 데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 그렇게 일찍 죽을 일도 없었겠지.”
“당신은 이미 알고 있었군요. 그녀가 고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흐흐!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냐? 그년에게 고를 부리는 자를 소개시켜 준 사람이 바로 난데.”
“그렇게 된 거군요. 당신이 연결 고리였어.”
제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오독 일족이 일라이와 연결되었나 했더니, 중간에 핫심이 있었다.
스릉!
핫심이 쿠크리를 빼어 들며 말했다.
“알아도 소용없다. 너는 이곳에서 죽을 테니까.”
“뭐,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모양이군요.”
“있지. 바로 네가 탄 엘리베이터.”
“네?”
“‘태양을 먹는 개’를 그 안에 장착해 뒀거든.”
파캉!
그 순간 엘리베이터 안에서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선을 그리며 뻗어 나간 빛은 곧 결정화되어 단단해졌다.
순식간에 엘리베이터 내부가 수정처럼 변했다. 마치 스캐빈저들이 사용하는 모스처럼 말이다.
제온이 핫심과 대화하던 그 자세로 몸이 굳었다.
호박에 갇혀 굳은 채 수백만 년을 온전한 형태를 유지해 온 모기처럼 말이다.
퉁퉁!
핫심이 수정 결정을 손등으로 두드리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역시 ‘태양을 먹는 개’군.”
“그 아까운 것을 쓰다니. 세상에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물건인데. 쩝!”
곁에 있던 에틀리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태양을 먹는 개는 그들이 우연히 발견한 던전의 핵이었다.
제온의 집에 있는 지켜보는 눈이 침입자 자체를 거부하는 아이템이라면, 태양을 잡아먹는 개는 아예 침입자를 수정에 영원히 가둬 두는 살벌한 아이템이었다.
저 결정화된 수정은 내부에선 절대로 부수지 못한다.
수정이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이 강력하게 조이는 데다가 각성자가 마나를 움직일 수 없게 방해하기 때문이다.
태양을 잡아먹는 개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S급 각성자가 강력한 힘으로 외부에서 결정을 깨는 것이다.
하지만 이 안에는 S급 각성자도 없을뿐더러, 설령 있더라도 제온을 꺼내 줄 이유가 없었다.
벅셔가 코를 훔치며 중얼거렸다.
“킁! 아쉽군! 멀쩡했다면 라이칸슬로프의 강력한 힘을 보여 줬을 텐데.”
“흐흐! 웃기지 마라. 놈이 멀쩡했다면 너는 꼬리를 말고 도망갔어야 해. 이 멍청한 늑대 새끼야!”
“뭐, 멍청하다고?”
“그래! 머리로 생각이라는 것을 좀 해라. 오죽했으면 대장이 끝까지 아껴 뒀던 아이템까지 썼겠냐? 저놈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상대할 수 없는 괴물이야.”
“그…… 정도인가?”
“멍청한 개 대가리.”
에틀리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때 핫심이 말했다.
“다들 조용히 하고, 이것 좀 잘 보관해 둬. 나중에 트로피 삼으면 볼만할 테니까.”
“흐흐! 모래술사가 갇힌 수정이라면 돈 좀 되겠군요.”
에틀리가 씨익 웃었다.
핫심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가 알아서 보기 좋게 만들어 봐. 오랜만에 드워프의 솜씨 좀 보자고.”
“얼마든지요. 흐흐!”
그때였다.
쩌적!
절대 들려서는 안 될 소리가 수정에서 흘러나왔다.
“뭐야?”
“설마?”
깜짝 놀란 두 사람이 수정을 바라봤다.
쩌저적!
그들이 보는 앞에서 수정에 실금이 가기 시작했다.
실금은 곧 거미줄처럼 수정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들이 그토록 자신했던 태양을 먹는 개에 균열이 번져 가는 것이다.
핫심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놈에겐 ‘태양을 먹는 개’도 통하지 않는다는 건가?”
“정말 말도 안 되는 괴물이군!”
에틀리마저 황당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벅셔가 늑대인간으로 변신하며 소리쳤다.
“크허헝! 잔소리 그만하고 전투 준비나 해. 조금 있으면 놈이 빠져나올 거야.”
“모두 전투 준비!”
핫심의 외침에 스캐빈저들이 허둥지둥 다시 전투태세를 갖췄다.
쩌적! 쩌저적!
그 순간에도 제온을 가둔 수정에는 균열이 커져 가고 있었다.
수정에 금이 가는 소리가 마치 철퇴처럼 스캐빈저들의 가슴을 아프게 두드렸다.
“씨발!”
“개 같은…….”
스캐빈저들이 이를 악문 채 수정을 노려봤다.
그들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였다.
쩌어엉!
결국 제온을 가둬 뒀던 수정이 스캐빈저들 앞에서 파괴됐다.
그 순간 핫심이 소리쳤다.
“공격해!”
“이야아!”
“죽엇!”
둥지 안의 스캐빈저들이 총공격했다.
각종 스킬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퍼부어졌다.
이 정도라면 제온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적잖은 상처를 입혔을 거라고 스캐빈저들이 자신했다.
화륵!
그 순간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줄기 불꽃이 날아와 스캐빈저들 사이로 떨어졌다.
“…….”
스캐빈저들이 잠시 눈을 끔뻑였다.
그들 사이에서 흔들리는 불꽃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사막에서 피어난 꽃처럼 아름다운 모습이 그들의 정신을 홀렸다.
그때였다.
퍼어엉!
잠시 화려한 모습을 뽐내던 불꽃이 그대로 터져 나갔다.
사방으로 튀는 불똥은 그대로 스캐빈저들에게 옮겨붙었다.
지옥의 시작이었다.
“크아악!”
“너무 뜨거워!”
“살려 줘!”
스캐빈저들이 고통을 호소하며 바닥을 뒹굴었다.
하지만 아무리 바닥을 뒹굴어도 한번 붙은 불은 꺼지지 않았다.
불붙은 물체를 모두 태우기 전에는 절대 꺼지지 않는 불.
“백린화(白燐火)라고 합니다.”
제온이 엘리베이터를 걸어 나오며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