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15)
315화
처절한 비명과 함께 불타는 스캐빈저들의 모습을 보는 제온의 얼굴엔 일말의 동정심도 보이지 않았다.
백린화(白燐火).
뼈까지 모두 태운 후에야 꺼지는 악마의 불.
인간에게 사용할 수 있는 최악의 스킬이었다.
너무나 잔인해서 제온도 어지간해서는 사용하는 것을 자제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거침없이 펼쳤다.
화르륵!
꺼지지 않는 불꽃이 지하 공간을 환하게 밝혔다.
몸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뒹구는 스캐빈저들의 모습이 마치 춤추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미친!”
“이 개새끼야!”
간신히 백린화를 피한 핫심과 에틀리가 분노 섞인 외침을 토했다.
자칫 저 스킬에 적중당했다면, 자신들도 저런 꼴이 될 뻔했다.
이제까지 수많은 이들을 불태워 죽였지만, 자신들이 불타 죽고 싶지는 않았다.
저런 끔찍한 스킬을 아무렇지 않게 펼친 제온에 대한 분노가 그들을 돌게 만들었다.
눈이 돌아간 그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제온에게 달려들었다.
“크허헝!”
가장 먼저 달려온 이는 라이칸슬로프인 벅셔였다.
온몸이 털로 뒤덮인 채 커다란 입을 떡 벌리고 달려드는 벅셔.
라이칸슬로프는 기본적으로 인간보다 몇 배나 강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벅셔는 그런 라이칸슬로프 중에서도 상위권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순수 전투력만 따진다면 B급 각성자와 맞먹었다.
어지간한 무투계 각성자 따윈 순식간에 찢어발길 수 있는 힘과 속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순식간에 제온 앞에 도착한 그가 제온의 양쪽 팔목을 잡았다.
이대로 양쪽으로 당기면 인간의 연약한 몸 따윈 종잇장처럼 찢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끄응!”
하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제온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이아몬드만큼이나 단단한 손톱도 제온의 살을 파고들지 못했다.
‘무슨?’
그 순간 제온이 팔을 크게 돌려 벅셔의 손을 뿌리쳤다.
허무하게 제온을 놓치자 벅셔가 잠시 당황했다.
퍼억!
그 순간 제온의 주먹이 벅셔의 턱에 작렬했다.
“켕!”
벅셔가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렸다.
엄청난 충격이 머리를 관통하며 잠시 의식이 날아갔기 때문이다.
라이칸슬로프다운 회복력으로 금세 의식을 회복했지만, 몸은 쉽게 균형을 잡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제온이 무릎 꿇은 벅셔의 머리에 무릎을 날렸다.
빠각!
뼈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벅셔의 머리가 뒤로 튕겨 나갔다.
제온이 그런 벅셔의 머리를 양손으로 꽉 움켜잡았다. 그리고 다시 무릎으로 찍었다.
뻐억! 뻑! 뻐억!
오 번 둥지에 섬뜩한 파열음이 계속 울려 퍼졌다.
제온의 무릎이 작렬할 때마다 벅셔의 얼굴이 원래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짓뭉개졌다.
제아무리 회복력이 좋은 라이칸슬로프라지만, 이 정도의 충격을 연거푸 받고도 금방 회복할 수는 없었다.
“씨발! 그만두지 못해.”
보다 못한 에틀리가 제온의 머리를 향해 전투 도끼를 내리꽂았다.
쐐애액!
그렇지 않아도 무거운 전투 도끼에 드워프의 강인한 힘이 실렸다. 당연히 속도와 위력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온의 반응 속도와 위력도 남달리 뛰어났다.
팡!
고개를 뒤로 젖혀 전투 도끼를 피하는 동시 손등으로 에틀리의 콧잔등을 후려쳤다.
코뼈가 내려앉으며 에틀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씨발!”
에틀리가 코를 부여잡고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제온이 그런 에틀리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슈슈슈슈!
순간 수십 발의 파이어 미사일이 발사됐다.
“위험해!”
핫심이 에틀리의 앞을 막아서며 샴쉬르를 휘둘렀다.
오러가 실린 샴쉬르가 파이어 미사일을 모조리 베어 냈다.
비록 제온에게 쫓겨 이곳까지 도망쳐 왔지만, 핫심의 실력만큼은 진짜였다.
순식간에 파이어 미사일을 모조리 베어 낸 핫심이 제온에게 쇄도해 목을 찔러 왔다.
그 순간 제온 앞에 모래 벽이 나타났다.
어느새 아공간을 열고 모래를 쏟아 낸 것이다.
퍼억!
핫심의 검이 모래 벽에 막혀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다.
“씨발!”
핫심이 욕하며 마나를 움직였다.
마나는 오러로 치환되어 샴쉬르에 주입됐다.
퍼엉!
순간 폭음과 함께 제온이 만들었던 모래 벽이 터져 나갔다.
핫심은 이 기세를 몰아 제온의 목을 그대로 베어 버리려 했다. 하지만 제온은 그 자리에 없었다.
대신 서 있는 것은 모래로 이뤄진 병사, 샌드 솔저였다.
그것도 한두 기가 아니었다.
무려 스무 기나 소환되어 있었다.
제온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모래는 순환된다.
벽을 세웠다가 부서진 모래는 다시 샌드 솔저가 되고, 샌드 솔저가 부서져도 다른 스킬로 재활용될 수 있다.
제온의 마나가 고갈되지 않는 한 이런 순환은 영원히 계속된다.
적에겐 지옥 같은 순간이 끝없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가라!”
제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샌드 솔저들이 핫심과 부하들을 공격했다.
퍼억!
얼굴의 재생을 겨우 마친 벅셔의 뒤통수로 샌드 솔저의 주먹이 내리꽂힌다.
“크엑!”
벅셔가 비명과 함께 다시 무릎을 꿇었다.
그의 등 뒤로 서너 기의 샌드 솔저가 올라타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다.
“뭐야? 이 새끼들은…….”
에틀리도 자신을 공격하는 샌드 솔저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없이 전투 도끼를 휘둘렀다.
“으악! 제기랄.”
이중에서 제일 전투 능력이 떨어지는 아카시가 샌드 솔저들의 공격으로 궁지에 몰렸다.
하지만 핫심은 그를 도와줄 수 없었다.
그에게도 열 기나 되는 샌드 솔저들이 달라붙었기 때문이다.
쾅! 퍼엉!
부수고 또 부숴도 재생되는 샌드 솔저들.
그 하나하나의 전투력은 핫심에 미치지 못했지만, 워낙 숫자가 많은 데다가 끝없이 재생되다 보니 결국 핫심도 마나가 고갈될 지경에 이르렀다.
참지 못한 핫심이 분통을 터트렸다.
“내가 너만은 반드시 죽인다.”
과도하게 마나를 운용하느라 눈의 실핏줄이 모두 터져 혈안이 됐다. 피처럼 붉은 눈을 번뜩이며 악을 쓰는 핫심의 모습은 악귀 같았다.
광기 가득한 그의 목소리엔 상대를 두렵게 만드는 힘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제온에겐 덧없는 절규로 들릴 뿐이다.
원래 겁먹은 강아지나 크게 짖을 뿐이지, 진짜 맹수는 저렇게 악을 쓰지 않는다.
핫심은 진짜 강자가 아니었다.
자신보다 약한 자들에게나 폭력을 행사하는 겁쟁이에 불과했다.
그런 자에게 생존자 마을의 수많은 이들이 죽었다.
그들의 죽음이 불쌍하게 느껴지는 이유였다.
제온이 손을 휘젓자 샌드 바이퍼가 모래 속에서 나타나 핫심에게 날아갔다.
샴쉬르를 들고 있던 핫심의 오른팔에 바이퍼가 작렬했다.
퍼억!
“크악!”
오른손이 마치 진흙처럼 짓뭉개지는 고통에 핫심이 비명을 터트렸다.
무기를 잃은 핫심은 더 이상 샌드 솔저에게서 자신을 보호할 수 없었다.
퍼억! 퍽!
샌드 솔저들이 마치 샌드백처럼 그를 두들겨 팼다.
무자비한 폭력에 핫심의 몸이 점점 우그러들었다.
핫심은 남은 마나를 이용해 반격하려 했지만, 샌드 솔저들은 그가 마나를 운용할 여유를 주지 않고 몰아붙였다.
벅셔가 그런 것처럼 핫심의 얼굴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졌다.
“크허헝!”
그때 벅셔가 자신을 짓누르던 샌드 솔저들을 떨쳐 내며 핫심을 향해 달려왔다.
어떻게든 핫심을 구하려는 것이다.
그나마 라이칸슬로프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늑대인간 특유의 공격성과 강함, 재생력이 아니었다면 샌드 솔저들의 공격에 진작 죽었을 것이다.
제온은 그런 벅셔를 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벅셔의 충성심은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그것이 그의 목숨을 구해 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제온의 손끝에 한 줄기 불꽃이 피어났다.
백린화였다.
제온이 손을 휘두르자 백린화가 나비처럼 풀풀 날아 벅셔의 가슴에 내려앉았다.
“…….”
푸화학!
벅셔가 마른침을 삼키는 순간 백린화가 폭발적으로 확장해 그의 전신을 뒤덮었다.
“크아악!”
그의 처절한 절규가 오 번 둥지 안에 울려 퍼졌다.
라이칸슬로프의 장점은 재생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심한 상처를 입어도 충분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어렵지 않게 재생한다.
그런 능력이 벅셔에겐 오히려 재앙이 됐다.
재생하는 살점을 백린화가 실시간으로 태웠기 때문이다.
백린화가 태우는 시간과 살점이 재생하는 속도가 비슷했다.
차라리 백린화에 타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면 진작 모두 타서 재가 되었을 테지만, 계속 살점이 재생해서 올라오니 고통받는 시간만 길어졌다.
벅셔는 바닥을 뒹굴면서 불을 끄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해서 꺼질 불이었으면 제온이 사용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마치 신들을 기만한 죄로 영원히 바위를 굴려야 하는 시지푸스처럼 벅셔도 끝없는 고통을 받아야 했다.
제온은 바닥을 나뒹구는 벅셔를 지나쳐 핫심에게 다가갔다.
핫심은 왼손마저 박살 나서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그런 핫심의 등을 샌드 솔저들이 무릎으로 짓누르고 있었다.
“으아아아! 씨발!”
분을 참지 못한 핫심이 괴성을 내질렀다.
제온이 그에게 물었다.
“분합니까?”
“그걸 말이라고 해? 씨발 새끼야! 내가 널 죽일 거다.”
“어떻게요?”
“모래 뭉치들만 없으면 넌 내 상대도 아냐. 비겁한 새끼! 모래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주제에…….”
“진짜 그렇게 생각해요?”
“씨발! 억울하면 이 모래 인간들 치워. 내가 상대해 줄 테니까.”
핫심의 도발에 제온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싫어요.”
“뭐?”
“싫다고요. 모래가 내 능력인데, 그걸 빼놓고 싸우자니. 그런 억지가 또 어딨어요?”
“겁쟁이 새끼!”
“겁쟁이라도 좋고, 비겁하다고 해도 좋아요. 어차피 승자는 나니까요.”
“이익!”
“그러니까 패자는 순순히 승자의 말을 들어야죠. 안 그러면 고통만 심해질 뿐이니까요. 마지막으로 묻죠. 오독 일족의 정체를 말해요.”
“좆까! 씨발 새끼야!”
“얼굴, 나이, 성별, 키, 특징, 기억나는 것은 모두 말하는 게 좋을 거예요.”
“웃기네! 내가 말할 것 같아?”
“금방 말하게 될 겁니다.”
핫심의 욕설에도 제온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차분히 말했다.
서늘한 눈빛과 건조한 말투.
순간 핫심은 주위의 기온이 차가워진 것을 느꼈다.
샌드 솔저에게 짓눌린 그의 살갗 위로 소름이 올라왔다.
그 순간 제온이 아공간에서 유리병을 꺼냈다.
핫심은 제온이 무슨 헛짓거리를 하나 싶어 멍하니 바라봤다.
다그닥!
유리병 안에는 마치 철사를 꼬아 놓은 것처럼 가늘면서 기다란 물체 두 개가 들어 있었다.
제온은 그중 하나를 꺼내 핫심 코앞에 내려놓았다.
“이게 뭐냐?”
“유령 연가시라는 마수입니다.”
“씨발! 마수면 내가 겁먹을 줄 아냐? 마수 따윈 하나도 겁나지 않는다.”
“잠시 후면 알게 되겠죠. 지금부터 목마를 테니 이 악물고 참아야 할 거예요.”
쪼로록!
제온이 바닥에 나뒹구는 주전자의 물을 유령 연가시에 따랐다.
물이 닿자 철사 같던 유령 연가시가 어그적거리며 깨어났다.
깨어난 유령 연가시는 제일 먼저 가장 가까이 있는 생명체를 포착했다.
핫심을 발견한 유령 연가시가 삐거덕삐거덕 다가온다.
그런 유령 연가시의 모습에 핫심은 원초적인 공포를 느꼈다.
“제기랄! 말할 테니까 어서 치우지 못해?”
“늦었어요.”
제온이 안됐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사이 핫심에게 다가온 유령 연가시가 그의 입술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핫심은 이를 악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에 핫심이 눈을 크게 치떴다.
잠시 후 핫심이 크게 외쳤다.
“물! 물을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