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22)
322화
쿵쿵!
누군가 이른 아침부터 제온의 집 문을 두드렸다.
시끄러운 소리에 제온이 인상을 쓰며 눈을 떴다.
그냥 무시하고 자려 했지만, 열어 줄 때까지 계속 문을 두드릴 기세였다.
결국 제온은 눈을 비비며 문 쪽으로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누굽니까?”
“저예요.”
문밖에서 여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온이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
“저가 누굽니까?”
“시장님의 비서 서태란입니다.”
제온이 의아한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서태란이 이른 시간에 굳이 자신을 찾아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제온은 본능적으로 무언가 변고가 일어났음을 직감했다.
문을 열자 새빨간 옷을 입은 서태란이 보였다.
“무슨 일입니까?”
“저와 함께 시청에 좀 가죠.”
“시청에? 무슨 일 있습니까?”
“자세한 사정은 가시면 알게 될 겁니다.”
“저에겐 거부권이 없는 겁니까? 무작정 가자고 하면…….”
“제온 님도 관련된 일입니다. 가지 않으면 후회하실지도 모릅니다.”
협박 같은 서태란의 말에 제온이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로브를 걸쳐 입고 밖으로 나왔다.
그가 아는 서태란은 결코 허튼소리를 할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렇게 나온다는 것은 정말 제온이 관련된 무언가 급박한 일이 생겼다는 의미였다.
제온은 브리엘을 집에 놔둔 채 서태란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그를 태우고 갈 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서태란과 제온을 태운 차는 바로 네오 서울로 들어갔다.
시청으로 향하는 내내 서태란은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심각한 일이 생긴 모양이군. 후!’
제온이 창밖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북 구역의 일을 처리하고 이제 좀 평화가 찾아왔나 싶었더니, 일이 쉴 새 없이 터진다.
마치 그가 휴식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듯이 말이다.
제온은 자신의 팔자가 꽤 사납다고 느꼈다.
‘아무래도 편하게 살 운명은 아닌 모양이구나.’
모래를 다루는 권능을 각성했을 때부터 느낀 거지만, 자신에겐 항상 큰 사건 사고가 따랐다.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나고, 사건 해결 후에 또 다른 사건이 꼬리를 물었다.
네오 서울에 들어오면 좀 나아질까 했는데,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뭐, 어쩌겠어? 강한 힘을 가진 대가라고 생각해야지.’
제온은 창가에 기대 눈을 감았다.
그가 다시 눈을 뜬 것은 차가 시청 앞에 도착한 후였다.
서태란이 먼저 차문을 열며 말했다.
“가시죠.”
“네!”
제온이 기지개를 켜며 차에서 내렸다.
시청 최상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서태란은 아무 말이 없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진금호가 제온을 맞이했다.
“어서 오게. 아직 식사 안 했지?”
“식사요? 급한 일 때문에 부른 것 아닙니까?”
“맞네! 하지만 그렇다고 아침 식사를 거를 정도는 아니야. 일단 자리에 앉게.”
제온은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진금호의 말을 따랐다.
제온이 자리에 앉자 요리사가 간단한 식사를 내왔다.
커피와 브런치.
조촐해 보이는 것들이었지만, 제온은 꽤나 사치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커피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식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시대에 커피를 이렇게 마실 수 있는 사람은 네오 서울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했다.
“커피부터 마시게. 새벽에 볶은 놈이라서 풍미가 제대로니까.”
“커피는 이야기를 듣고 마시겠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그런가?”
진금호가 들었던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제온을 바라봤다.
“사실 마정석 광산에 문제가 생겼네.”
“마정석 광산 말입니까?”
“기존에 있던 놈이 아니라, 이번에 새로 개척하는 마정석 광산일세.”
순간 제온이 눈을 찡그렸다.
새로 개척하는 마정석 광산은 그와 시청에서 파견한 패스파인더팀이 발견한 곳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곳에는 레빈이 친구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 있었다.
“무슨 문제입니까?”
“마정석 광산을 개척하라고 보낸 원정대가 마수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네.”
“마수들요?”
“한참 공략을 진행 중에 외부에서 마수들이 모여들었다고 하더군.”
“그 정도면 충분히 버틸 수 있지 않습니까?”
“맞아! 문제는 원정대가 캠프를 차렸던 곳이 무너졌다는 거야.”
“네?”
“황당하지? 나도 황당해. 분명히 지반이 단단한 것을 확인했는데 무너졌으니. 그 때문에 원정대 대부분이 지하로 추락하고 말았네.”
“그들의 생사는 어떻게 됐습니까?”
“확인이 안 돼.”
“한 명도 말입니까?”
“다행히 무너질 때 피한 자들이 있어서 며칠이나 지켜봤지만, 단 한 명도 올라오지 못했다더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이번 원정에 동원된 각성자가 삼천 명,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인원이 수백 명이 넘었다.
그런 이들이 한꺼번에 지하로 추락한 것도 놀라운데, 단 한 명도 빠져나오지 못하다니.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레빈의 능력을 생각하면 더더욱 말이 안 됐다.
유령화할 수 있는 레빈은 아무리 깊은 곳에 추락해도 쉽게 올라올 수 있었다. 그런 레빈이 올라오지 못했다는 것은 한 가지를 의미했다.
“그들이 빠진 곳에 결계 같은 것이 쳐져 있을 확률이 높군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네.”
진금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또 있었다.
삼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추락한 장소엔 외부에서 몰려온 마수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 때문에 가까이 접근할 수 없었다.
다행히 추락하지 않고 생존한 이들은 결국 구조를 포기하고, 시청에 이 사실을 알렸다.
진금호가 그 사실을 안 것이 오늘 새벽이었다.
“그래서 고 노인과 쌍둥이들을 보낼 생각이야.”
넘버즈의 일원인 고 노인은 네오 서울 최고의 결계술사였다.
그가 해제하지 못하는 결계는 그 누구도 해제할 수 없었다.
현시점에서 시청이 동원할 수 있는 최고의 패였다.
제온도 진금호의 의견에 동의했다.
“탁월한 선택이군요.”
“그래서인데 자네가 그들을 마정석 광산까지 보호해 줬으면 해. 가능하겠는가?”
“해야죠.”
제온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추락한 이들 중에는 맨디, 레빈과 친구들인 애론, 도미닉이 있었다.
그들을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당연히 제온이 가야 했다.
“잘됐군. 정오쯤에 그들이 출발할 걸세. 그때까지 준비를 마치면 되네.”
“그렇게 하죠.”
“참, 이번엔 태란이와 수하들도 함께 갈 걸세.”
의외의 말에 제온이 서태란을 바라봤다.
여전히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진금호 곁에 서 있었다.
“태란이 짐이 되진 않을 걸세. 이래 보여도 뛰어난 무투가이니까.”
“그녀의 실력은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럼 다행이군.”
진금호가 커피를 들며 미소 지었다.
그가 잔을 비우자 서태란이 기다렸다는 듯이 커피를 채웠다.
마치 기계 같은 모습이었다.
제온이 그녀에게 물었다.
“사막에 나가 본 적은 있습니까?”
“없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태어나 쭉 살았거든요.”
“단 한 번도 없단 말입니까?”
“굳이 저까지 나갈 일이 없었으니까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온 님의 발목을 잡을 일은 없을 테니까요.”
서태란의 자신 있는 목소리에도 구겨진 제온의 얼굴은 펴질 줄 몰랐다.
***
집에 돌아온 제온은 브리엘에게 원정대가 추락한 사실을 알렸다.
당연히 브리엘은 함께 가겠다고 짐을 쌌다.
제온은 그런 브리엘을 말리지 않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같은 식구인 레빈이 관련된 일이었다.
브리엘이 가만있으면 더 이상한 일이었다.
“삼천 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지하 공간에 추락했어.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니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다 가져가.”
“당연하지. 이제까지 내가 만든 포션, 물건들 다 아공간에 챙겼어.”
“잘했어.”
“레빈은 무사하겠지?”
“무사할 거야. 유령화한 레빈에게 타격을 입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니까.”
“그렇겠지?”
“걱정하지 마.”
“알았어.”
브리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커다란 고깔모자를 눌러썼다.
제온의 시선이 브리엘의 옆에 둥둥 떠 있는 가이아를 향했다.
“가이아는 마정석 광산에 도착할 때까지 내 아공간에 들어가 있어. 답답하더라도 조금 참고.”
―삐이!
“그래! 고마워!”
―삐!
브리엘이 손을 뻗어 가이아를 어루만졌다.
“심심하지 않게 사람들 없을 때는 몰래 나와.”
―삐이이!
“응! 나도 보고 싶은 거 꾹 참을게. 어서 들어가.”
―삐!
가이아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제온의 아공간 속으로 들어갔다.
직후 제온이 브리엘에게 말했다.
“이제 가자.”
“응!”
두 사람이 밖으로 나오자 고 노인과 쌍둥이, 서태란과 수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제온.”
“안녕!”
쌍둥이 자매가 제일 먼저 제온을 반겨 줬다.
제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네.”
“우리도 같이 가게 됐어.”
“잘 부탁해.”
“나도 잘 부탁한다. 그리고 이쪽은 나와 함께 가는 브리엘이야.”
제온이 그들에게 브리엘을 소개했다.
쌍둥이 자매나 브리엘도 서로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식으로 인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안녕! 난 은수진.”
“난 은수영이야.”
“난 브리엘. 잘 부탁해.”
브리엘도 간단히 인사했다.
표를 내진 않았지만, 브리엘은 그녀들을 경계하고 있었다.
쌍둥이 자매의 능력이 텔레파시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자칫 방심해 생각을 읽히면 자신이 하이 엘프라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믿을 수 없는 자들에게 정체를 들켜 좋을 일이 하나도 없었다.
고 노인도 제온과 브리엘에게 인사했다.
“이렇게 같이 가 줘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군. 잘 부탁하네. 꼬마 아가씨도…….”
“네!”
브리엘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순간 서태란이 말했다.
“한시가 급하니 인사는 그쯤 하고, 어서 출발하죠. 제온 님과 꼬마는 고 노인과 쌍둥이 자매와 같은 차를 타고 가시면 됩니다. 차가 크니 함께 타도 불편하지 않을 겁니다.”
서태란은 장갑 버스 두 대를 가지고 왔다.
한 대는 제온 등이 탈 용도였고, 나머지 한 대는 자신과 부하들이 탈 것이었다.
제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버스에 올라탔다.
그 뒤를 브리엘과 고 노인, 쌍둥이 자매가 따랐다.
버스에 타자마자 쌍둥이 자매가 서태란을 욕했다.
“재수 없어.”
“하여간 싸가지는 밥 말아 먹었다니까.”
“하필 저년이 따라오고 지랄이야.”
“아후! 얼음도 저것보다 차지는 않을 거야.”
무슨 이유에선지 쌍둥이 자매들은 끔찍이도 서태란을 싫어했다.
고 노인이 그녀들을 나무라 했다.
“어허! 듣겠다. 그만해라.”
“뭘, 그만해?”
“들으면 좀 어때?”
“그래도 그녀가 없으면 시청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그럼 시청에 있을 거지, 뭐 하러 따라온대?”
“맞아! 괜히 따라와서 사람 불편하게 만들고 있어.”
쌍둥이 자매가 입술을 삐죽였다.
고 노인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제온을 바라봤다.
“자네가 이해하게. 보다시피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네.”
“이해합니다.”
“그럼 다행이고.”
고 노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엔 숨길 수 없는 긴장감이 어려 있었다.
삼천 명이 넘는 사람들의 목숨이 달린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모래술사인 제온이 함께 간다는 것이다.
‘모래술사와 함께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