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23)
323화
제온 일행을 태운 장갑 버스는 무척이나 안락했다.
사막을 질주하는 거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승차감을 자랑했다.
덕분에 제온과 브리엘은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브리엘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 이렇게 편하게 가도 되는 거야?”
“왜?”
“그냥 낯설어서…….”
제온과 꽤 많이 사막에 나갔지만, 이렇게 피크닉 하는 것처럼 편하게 이동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제까지 브리엘이 탔던 차라고 해 봐야 버기카처럼 소형 자동차가 전부였다.
이렇게 큰 장갑 버스는 처음이었다.
장갑 버스 안에는 모든 것이 갖춰져 있었다.
먹을 것, 잠잘 곳, 심지어 화장실까지 있어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갈 필요가 없었다.
때문에 사막 여행이라면 필수적인 노숙 같은 것도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들이 브리엘에겐 너무 낯설었다.
제온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즐겨. 앞으로 이런 일은 거의 없을 테니까.”
“응!”
그때였다.
쿠워어어!
갑자기 밖에서 마수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창밖을 보니 저 멀리서 먼지구름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마수들이 나타난 것이다.
“화염 늑대 무리군.”
수백 마리가 넘는 화염 늑대들이 장갑 버스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입에 화염을 머금은 채 질주하는 화염 늑대 무리는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정도로 위압적이었다.
곁에 있던 고 노인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장관이군.”
“안 나가셔도 되겠습니까?”
“내가 굳이?”
고 노인이 피식 웃으며 옆에서 달리고 있던 장갑 버스를 바라봤다. 서태란이 타고 있는 버스였다.
끼이익!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서태란이 탄 버스가 멈췄다. 그러나 문이 열리고 나온 이는 서태란이 아니었다.
서태란의 비서실 직원들이었다.
“흠!”
제온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보통 사막을 여행하는 자들은 펑퍼짐한 로브나 데샤다 같은 옷을 입는다.
그런 옷들이 뜨거운 햇볕 아래서 활동하는 데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태란의 비서실 직원들은 사막에서도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나 일반적인 각성자들이라면 절대 입지 않을 옷을 입고 나온 이유가 궁금했다.
‘그만큼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건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쿠워어!
화염 늑대 무리가 더 가까워졌다.
놈들의 이빨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가까워지자 비서실 직원들이 움직였다.
팟! 팟!
대지를 박차고 허공으로 뛰어오른 것이다.
빠각!
비서실 직원의 주먹이 선두에서 달려오던 화염 늑대의 턱에 작렬했다.
컹!
비명과 함께 턱주가리가 돌아가며 화염 늑대가 절명했다.
그것이 전투의 시작이었다.
비서실 직원들은 겁도 없이 맨주먹으로 화염 늑대 무리와 싸웠다.
아니, 맨주먹은 아니었다.
자세히 보면 그들의 양쪽 주먹에 너클을 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너클을 낀 주먹으로 화염 늑대를 한 마리씩 잡아 가는 그들의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일말의 군더더기도 없는 효율적인 움직임이군.’
막고, 공격해 죽인다.
다시 늑대의 공격을 막고, 공격해 죽인다.
말은 간단하지만, 그렇게 쉬울 리가 없다.
화염 늑대 같은 근접형 마수를 상대하는 것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인간이 아무리 각성해 한계를 초월한 능력을 얻더라도 두려움이라는 원초적인 감정까지 없어지지는 않는다.
그 때문에 뛰어난 능력을 얻고도 막상 마수 앞에 서면 두려움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각성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서태란의 비서실 직원들은 달랐다.
그들은 마치 인형 같았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내비쳐야 할 감정이나 두려움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퍽! 퍼억!
화염 늑대 무리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비서실 직원들.
간혹 화염 늑대의 이빨에 물리기도 했지만, 검은 양복 자체가 아이템인지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깨갱! 깽!
화염 늑대의 비명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제온이 중얼거렸다.
“우두머리는 보이지 않는군. 낙오된 무리인가?”
수백 마리면 많은 것 같지만, 이 정도면 화염 늑대 무리 중에서도 소규모에 속했다.
불과 삼십 분도 지나지 않아 장갑 버스를 습격해 왔던 화염 늑대 무리가 전멸했다.
탁탁!
비서실 직원들이 양복에 묻은 피를 털어 낸 후 다시 장갑 버스에 올라탔다.
그때까지도 서태란은 코빼기 한번 비추지 않았다.
비서실 직원들을 태운 장갑 버스는 바로 출발했다.
그들의 전투를 지켜본 브리엘이 조용히 속삭였다.
“저 사람들 이상해.”
“그렇네!”
제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쌍둥이 자매 중 은수영이 말했다.
“온전한 인간이 아니라서 그래.”
“그걸 어떻게 알지?”
“우리 능력 잊었어?”
제온의 질문에 은수영이 자신의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대답했다.
“텔레파시?”
“그래! 인간이라면 어느 정도 생각을 읽을 수 있거든. 그런데 저들은 전혀 생각이 읽히지 않아. 평범한 인간이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정신 방벽이 굳건한 것은 아니고?”
“한두 명도 아니고, 열 명 전원이 다 정신 방벽이 굳건하다고? 말도 안 돼!”
“그래! 말도 안 되지.”
제온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은 쉽게 단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방벽을 세워 정신을 보호한다는 개념조차 알지 못했다.
오직 소수의 각성자들만이 정신 방벽을 세워 정신이 오염되는 것을 경계한다.
제온도 그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정신 방벽을 세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았다. 그런데 그렇게 정신 방벽을 세운 이가 한두 명도 아니고, 열 명이 같은 조직에 있다는 것은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은수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시청엔 우리도 모르는 조직과 연구실이 많아. 분명 그들 중 하나가 만든 작품일 거야.”
“정상적인 인간은 아니라는 거구나.”
“이 세상에 정상적인 인간이 존재하기는 할까? 멀쩡한 인간이 제 팔다리를 자르고, 기계 팔다리로 갈아 버리는 세상인데.”
“그것도 그렇네.”
제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정상적인 것이 거의 없는 세상이었다.
지구에 마수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정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비서실엔 저런 직원이 얼마나 되지?”
“몰라!”
“넘버즈도 모른다고?”
“비서실은 치외법권 같은 곳이야. 시장님과 서태란을 제외하면 그 안의 사정을 아는 자는 존재하지 않아.”
“그래?”
“사실 비서실이 이 정도의 전력을 외부에 드러낸 것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야. 그들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거의 없거든. 그만큼 이번 일이 이례적이고, 중요하단 의미겠지.”
한두 명도 아니고, 무려 삼천사백 명의 목숨이 걸린 일이었다.
당연히 시청에도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원래라면 다른 조직이 출동해야 했지만, 워낙 많은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인원을 움직일 수 있는 곳이 비서실밖에 남지 않았다.
그 때문에 서태란이 직접 부하들을 이끌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고 노인이 말했다.
“저것이 싸가지는 없지만, 또 능력은 확실하거든. 적어도 우리가 노천 마정석 광산에 도착할 때까지는 어지간한 일은 알아서 다 처리할 거야.”
“그럼 좋죠.”
제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묻었다.
서태란 덕분에 오랜만에 편한 여정이 될 것 같았다.
계속 이 정도로 해 준다면 굳이 제온이 움직일 것도 없었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편히 쉬면서 컨디션을 최상의 상태로 끌어올리는 것이 더 중요했다.
제온은 그 상태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잠시 불안한 표정을 짓던 브리엘도 제온을 따라 의자에 몸을 묻고 잠을 청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고 노인이 눈을 빛냈다.
‘확실히 경험이 많은 것이 티가 나는군. 쌍둥이들은 불안감에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데, 저들은 저렇게 편히 휴식을 취하다니.’
사실 불안하긴 고 노인도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전투 경험이 있지만, 이렇게 먼 사막으로 나오는 것은 그도 처음이었다.
그 때문에 은근히 긴장되어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없었다.
경험이라는 것이 그래서 중요했다.
많은 경험을 한 자만이 그때 상황에 맞춰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부끄럽구만. 나이만 많이 먹었지, 저 어린아이만도 못하니.’
그도 제온이나 브리엘처럼 잠을 자려 했지만, 긴장해서인지 오히려 정신만 또렷해졌다.
고 노인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
그 후로도 몇 차례나 마수의 습격을 받았다.
그때마다 비서실 직원들이 먼저 출동해 마수들을 정리했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바로 수시로 장갑 버스가 고장 난다는 것이다.
모래가 각종 부품에 들어가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다행히 메카닉이 한 명 탑승한 덕분에 고장날 때마다 수리했지만, 그 때문에 마정석 광산으로 가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쌍둥이 자매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떠들었다.
“사막은 정말 무서운 곳이네.”
“역시 네오 서울이 좋아.”
네오 서울을 떠난 지 며칠 안 됐는데, 벌써 그리웠다. 그리고 새삼 깨달았다.
네오 서울이 얼마나 좋은 도시인지, 그런 곳에서 태어나 각성한 자신들이 얼마나 대단한 행운아인지 말이다.
쌍둥이 자매가 문득 브리엘을 바라봤다.
며칠을 같은 차를 타고 왔지만, 쌍둥이 자매와 브리엘은 서먹서먹했다.
브리엘이 그녀들을 경계하는 면도 있었지만, 쌍둥이 자매도 타인과 사귀는 데 서툴렀다.
더군다나 브리엘은 대부분의 시간을 잠자는 데 사용했다.
쌍둥이 자매와 달리 그녀는 이런 경험이 많았다.
제온을 따라 사막을 많이 다녔기에 휴식할 시간이 있을 때 확실히 쉬어 두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틈이 날 때마다 잠을 자면서 컨디션을 최고 상태로 유지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쌍둥이 자매는 브리엘과 대화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때였다.
죽은 듯 잠만 자던 브리엘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옷매무새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은수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래?”
“목적지에 거의 온 것 같으니 준비해야지.”
“그걸 어떻게 알아?”
“왜 몰라? 공기가 이렇게 텁텁하고, 마수들의 냄새가 강하게 느껴지는데.”
“뭐?”
“안 느껴져? 이 비린내. 마수의 숨결이 담겨 있잖아?”
“진짜? 그게 느껴진다고?”
“당연하지.”
브리엘의 야무진 대답에 은수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그녀의 말이 쉽게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브리엘의 옆에 앉아 있던 제온이 몸을 일으켰다.
“이제 슬슬 나가 봐야 할 것 같군.”
“왜?”
“버스 안에서는 마수들과 싸울 수 없으니까. 너희들도 준비해. 원정대가 머물던 장소까지 가려면 한바탕 싸워야 할 것 같으니까.”
“진짜?”
“이런 거론 농담 안 해.”
제온은 장갑 버스의 천장에 있는 조그만 문을 열고 지붕 위로 올라갔다.
그제야 은수진은 브리엘이 진실임을 알았다.
브리엘이 제온의 뒤를 따라 버스 지붕으로 올라가며 말했다.
“먼저 올라갈게.”
지붕 위로 올라온 브리엘의 시야에 엄청난 마수 대군이 보였다.
저들을 뚫어야 원정대 캠프가 있었던 장소에 도달할 수 있었다.
장갑 버스를 발견한 마수들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뜨겁게 달궈진 공기와 마수들의 울부짖음이 장갑 버스를 향해 해일처럼 밀려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