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24)
324화
두두두두!
마수들이 달려오는 소리에 지축이 다 흔들리는 것 같았다.
엄청난 진동에 육중한 장갑 버스가 다 흔들릴 정도였다.
“맙소사!”
“너무 많아!”
“이건 정말 엄청나구나.”
쌍둥이 자매와 고 노인이 저 멀리서부터 해일처럼 밀려오는 마수들의 행렬에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네오 서울에서 수많은 임무를 행한 그들이었다.
당연히 수행한 임무만큼이나 많은 사건·사고를 겪었고, 못 볼 꼴도 많이 봤다.
하지만 단연코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사건처럼 압도적인 광경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대형 마수는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이 중소형 마수였다.
화염 늑대, 큰 뿔 하이에나처럼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마수들이 대부분이었다.
한 마리씩 상대하면 그리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고 노인이 손가락 하나만 까닥해도 해체할 수 있으니까.
문제는 규모였다.
아무리 약한 마수라도 천 단위가 넘어가면 어지간한 각성자 따윈 순식간에 찢어발길 전력을 갖추게 된다.
하물며 화염 늑대나 큰 뿔 하이에나 모두 전투력이 강한 데다가 포악한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저들이 무리 지어 덤비면 B급 이하의 각성자는 목숨을 장담할 수 없었다.
심지어 지금 달려오는 마수들은 통상적인 마수의 규모를 아득히 넘어서 있었다.
이런 마수 대군을 보는 것은 고 노인과 쌍둥이 자매도 처음이었다.
처음 경험하는 마수 대군은 세 사람을 압도하기 충분했다.
그것은 다른 장갑 버스에 타고 있던 서태란도 마찬가지였다.
“엄청나군!”
두두두!
강한 진동이 장갑 버스 철판을 타고 그녀에게도 전해졌다.
항상 안전한 네오 서울에만 있던 그녀가 이렇게 마수 대군을 직접 마주칠 일은 없었다.
어지간한 마수 따윈 단숨에 해치울 자신이 있는 서태란이었지만, 이렇게 엄청난 마수 대군에는 압도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야 사막에 나왔다는 것이 실감 났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멍하니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사이 마수 대군이 거의 지척까지 도달했기 때문이다.
서태란이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처리해!”
“옛!”
부하들이 짧은 대답과 함께 장갑 버스에서 뛰어내렸다.
그들은 장갑 버스 옆에서 달리며 달려드는 마수들을 공격했다.
쾅!
빠각!
파열음과 함께 선두에 있던 마수들이 쓰러졌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마수들의 질주를 막을 수 없었다.
놈들은 죽은 마수의 시신을 짓밟으며 서태란의 부하와 장갑 버스에 달려들었다.
쾅! 쾅! 쾅!
마수들이 온몸으로 부딪쳐 오자 육중한 장갑 버스가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여기저기 찌그러지고, 움푹 패는 것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서태란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챠앗!”
서태란이 버스에서 뛰어내리며 철갑 코뿔소의 이마에 일격을 날렸다.
빠각!
티타늄보다 몇 배는 단단하다는 철갑 코뿔소의 두개골이 서태란의 주먹에 두부처럼 으스러졌다.
철갑 코뿔소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놈의 근처에 있던 마수들이 서태란을 공격해 왔다.
“하찮은 짐승들 따위가…….”
서태란의 눈가에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빠른 속도로 마수 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쾅! 콰앙!
그녀의 주먹과 무릎, 발이 움직일 때마다 마수들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D급 이하의 마수들은 그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서태란은 일격에 한 마리씩 차분히 숫자를 줄여 갔다.
하지만 그 정도 줄인 거론 티도 나지 않았다.
마수 대군에서 겨우 티스푼으로 한 스푼 떼어 낸 정도에 불과했다.
어떻게 보면 무투계 각성자의 한계라고 볼 수 있었다.
대인전이나 대형 마수를 상대할 때는 다른 각성자들보다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지만, 이렇게 물량전으로 나오는 상대들에겐 아무래도 효율이 떨어졌다.
그녀의 부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 마리씩 차분히 격살하고 있지만, 워낙 마수들의 수가 많아 죽인 티가 나지 않았다.
‘이대로는 답이 안 나와.’
서태란이 문득 제온이 타고 있는 장갑 버스를 바라봤다.
장갑 버스 앞엔 반투명한 막이 형성되어 있었다.
고 노인이 결계를 펼쳐 장갑 버스를 보호한 것이다.
텅! 터엉!
맹렬한 기세로 부딪쳐 왔던 마수들이 결계에 부딪혀 튕겨 나갔다.
덕분에 버스는 피해 하나 입지 않고 무사할 수 있었다.
그렇게 고 노인의 보호 속에서 쌍둥이 자매들이 능력을 펼쳤다.
“이얍!”
“정신 교란!”
텔레파시로 마수들의 정신에 간섭해 교란시켰다.
그녀들의 정신 공격은 저주에 맞먹는 효과가 있었다.
정신 공격에 당한 마수들은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미쳐 날뛰다가 자기들끼리 싸웠다.
“대단하네!”
서태란이 감탄했다.
한 마리씩 죽이는 자신들과 달리 쌍둥이 자매들은 수많은 마수들을 한꺼번에 싸우게 만들어 숫자를 줄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자신들보다 조금 낫다 뿐이지, 눈에 확 띌 정도로 마수들의 숫자는 줄이지 못했다.
서태란의 시선이 버스 지붕 위에 서 있는 제온과 브리엘을 향했다.
브리엘은 열심히 기합을 지르며 마법을 사용했다.
브리엘은 연금술사였지만, 간단한 마법 정도는 사용할 줄 알았다.
그중에서도 바람 계열 마법을 잘 사용했다.
B급 각성자인 그녀가 즐겨 사용하는 마법은 바로 윈드 커터였다.
위이잉!
칼바람이 휘몰아치며 버스에 몰려들던 마수들을 난도질했다.
팔, 다리, 몸뚱이가 잘려 나가며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아직 어린 소녀의 마법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위력적이었다.
서태란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가 파악한 것보다 브리엘의 능력이 더 뛰어났기 때문이다.
비서실에서 조사한 바로 브리엘의 등급 추정치는 D급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가 펼치는 마법은 결코 D급의 위력이 아니었다.
‘그새 등급이 상승한 건가?’
서태란의 시선이 브리엘의 뒤쪽에 있는 제온을 바라봤다.
한 등급 상승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서태란이었다.
실제로 그녀도 등급을 올리기 위해 피똥을 쌀 만큼 노력해 봤다. 단지 노력만 한다고 등급이 오르는 것도 아니었다.
각성 능력도 좋아야 하고, 본인의 재능도 뛰어나야 한다. 무엇보다 효율적으로 등급을 올릴 수 있게 체계적인 관리가 따라 줘야 했다.
다행히 서태란은 세 가지 조건을 충족했다.
D급으로 각성한 데다가 무투가로서 신체 조건도 뛰어났다. 무엇보다 그녀에겐 진금호란 막강한 뒷배가 있었다.
진금호는 그녀가 최적의 루트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덕분에 서태란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A급 무투가가 될 수 있었다.
본인이 로얄 로드를 걸어왔기에 안다.
다른 이들보다 몇 배나 빠른 속도로 성장하려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수라는 것을.
‘아마도 저 남자 덕분이겠지.’
서태란의 시선이 제온을 향했다.
비서실에서는 그의 등급이 S급일 거라고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등급만으로는 그의 유니크함을 설명할 수 없다.
네오 서울엔 제온 외에도 S급들이 다수 존재했기 때문이다.
제온의 특별함은 바로 그의 각성 클라스였다.
모래를 다루는 유일무이한 능력.
온 세상이 사막으로 변한 지구에서 누구보다 강한 위력을 발휘한다. 그런 제온이 마음먹고 누군가의 성장을 돕느다면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버스 지붕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제온이 전면으로 걸어 나왔다.
‘드디어 시작하는 건가?’
그녀는 제온의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비서실에서 수시로 보고서를 보내오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제온이 자주 사용하는 스킬의 위력, 범위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자신의 눈으로 제온의 스킬 위력을 관전할 좋은 기회였다.
아무래도 보고서로 읽는 것보다 직접 확인하는 것이 더 정확한 법이었다.
서태란은 기대감 어린 시선으로 제온을 바라봤다.
그때였다.
꿀렁!
갑자기 일대의 모래들이 불길한 소음과 함께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제멋대로 흐르기 시작했다.
모래가 마치 강처럼 흐르는 것이다.
제온의 스킬 중 하나인 퀵 샌드(quick sand)였다.
일대를 유사 지대로 만드는 제온만의 스킬.
버스가 지나가는 경로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유사지대로 변했다.
쿼어어!
컹!
크롸라!
마수들이 비명을 질렀다.
순식간에 놈들의 몸이 반 이상 모래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마수들이 몸부림칠수록 더 깊이 빠져들었다.
B급 이상의 대형종이라면 모르지만, 덩치가 작은 마수들은 유사를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샌드 믹서와 달리 강한 살상력은 없었지만, 이렇게 많은 수의 마수를 상대할 때는 효율적인 스킬이 바로 퀸 샌드였다.
제온이 만들어 낸 유사 지대는 믿기 힘들 만큼 광활했다.
족히 수천 마리 이상이 유사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어떤 놈들은 벌써 유사에 머리까지 빠져 보이지 않았다.
모래에 잠겼다고 해도 마수인 만큼 쉽게 죽지는 않겠지만, 쉽게 빠져나오지도 못할 것이다.
제온이 그렇게 앞을 가로막은 마수들을 순식간에 정리하자 원정대 캠프가 있던 곳으로 향하는 길이 열렸다.
제온을 태운 장갑 버스가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모습을 본 서태란이 부하들에게 외쳤다.
“모두 버스에 타라. 우리도 뒤를 따른다.”
“옛!”
마수들을 상대하던 이들이 모두 버스에 올라탔다.
그들을 태운 버스는 속도를 높여 제온 등이 탄 버스를 따라잡았다.
크워어어!
크헝!
마수들의 울부짖음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브리엘이 제온의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
“왜 죽이지 않고? 샌드 믹서를 펼쳤으면 마수들을 모조리 죽일 수 있잖아.”
“마나를 관리해야지. 진짜가 남았는데, 저런 소형종들에게 마나를 낭비할 수는 없잖아.”
“그것도 그렇네.”
브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 모여든 하급 마수들은 크라켄을 죽이면 알아서 흩어질 것이다.
문제는 크라켄이었다.
놈은 마정석 광산에 자리 잡고 있어 제온의 모래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놈을 잡으려면 제온도 신경을 바짝 곤두세워야 했다.
그것이 제온이 굳이 하급 마수들에게 마나가 많이 들어가는 스킬을 쓰지 않는 이유였다.
그 때문에 서태란은 제온의 진짜 전력을 파악하는 데 실패했다.
샌드 믹서나 샌드 스톰처럼 위력이 강한 스킬을 직접 보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알고 있을 뿐 아니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상황 판단력이 좋아. 무리해서 위력이 강한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적재적소에 딱 필요할 정도의 스킬만 사용해. 이런 능력은 넘버즈에서도 상위권의 강자만 가지고 있어.’
서태란은 등줄기를 따라 소름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제온은 더 위험한 자였다.
서태란은 직접 이곳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제온의 전력을 본 것만으로 거친 모래를 헤치고 온 대가는 충분했다.
유사에 빠진 마수들 사이를 질주한 장갑 버스는 드디어 원정대 캠프가 있던 장소 앞에 도착했다.
“이건?”
“와아! 여기에 빠졌다고?”
제일 먼저 쌍둥이 자매가 기겁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캠프가 있던 자리에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균열이 생겨나 있었기 때문이다.
무려 삼천사백 명을 집어삼킬 정도로 거대한 균열이었다.
마치 하늘까지 닿는 거대한 거인이 도끼를 내리찍으면 이런 균열이 생기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크기였다.
제온이 균열을 내려다봤다.
균열 아래에서 은은한 막이 보였다.
막이 추락한 자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이다.
고 노인이 막의 정체를 단숨에 알아봤다.
“결계가 분명하군.”
“해제할 수 있겠습니까?”
“만만치 않아 보이는군. 해제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릴 거야.”
“서둘러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당장 시작할 생각이야. 이제부터는 나의 시간이니 물러나서 지켜보게.”
고 노인이 바로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제온이 그런 고 노인을 잠시 바라보다가 서태란에게 말했다.
“고 노인을 잘 지켜 주십시오.”
“당신은요?”
“전 크라켄을 보고 오겠습니다.”
“바로 사냥하려고요?”
“그냥 사전 탐색부터 하려구요.”
“알았어요. 기다리죠.”
서태란의 말에 제온이 노천 마정석 광산으로 걸음을 옮겼다.
거대한 모래밭이 펼쳐져 있었다.
스르륵!
제온이 온 것을 느낀 것인지 거대한 마수가 소리도 없이 머리를 내밀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