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3)
33화
샌드 솔저의 공격은 단순했다.
데이오든 수준에서 보자면 하품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제온은 죽을 지경이었다.
‘모래 지배력이 통하지 않는다.’
같은 모래라서 그런지, 아니면 특별한 힘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지 모르지만 샌드 솔저에겐 샌드 블라스터나 샌드 믹서 같은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모래를 쓸수록 흡수해 놈의 덩치와 힘이 강력해졌다.
‘뭐, 이런…….’
제온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샌드 솔저 역시 제온처럼 모래를 동력으로 삼는 것이 분명했다.
‘그럼 엑시온은?’
제온은 급히 엑시온을 운용해 샌드 솔저를 공격했다.
퍼억!
엑시온을 주먹에 실어 공격했더니 샌드 솔저의 한쪽 어깨가 부서졌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모래를 흡수해 금방 부상을 수복했는데, 지금은 재생되지 않고 있었다.
‘역시 엑시온은 흡수가 되지 않는구나.’
다른 모래와 달리 엑시온은 그와 일체화되다시피 했다. 그래서 샌드 솔저가 흡수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
제온은 건틀렛 주위로 엑시온을 응축시켰다.
쾅!
그의 주먹질 한 방에 샌드 솔저가 산산이 박살 나 흩어졌다. 하지만 좋아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스르륵!
새로운 샌드 솔저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두 기였다.
“좋아! 해 보자.”
제온이 모래 걸음을 펼쳐 샌드 솔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엑시온을 응용해 공격했다.
쾅! 쾅!
연이은 폭음과 함께 샌드 솔저들이 부서졌다.
제온의 얼굴에 황당한 빛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샌드 솔저가 네 기나 나타난 것이다.
“뭐 이런? 쓰러트릴 때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 이 말인가?”
그의 가설이 사실이라면 이번 샌드 솔저들을 쓰러트리면 다음 샌드 솔저는 여덟 기가 나타날 것이 분명했다.
그의 예상은 곧 현실이 되었다.
진짜 여덟 기의 샌드 솔저가 나타난 것이다.
문제는 처음 나왔던 샌드 솔저와 달리 새로 나타난 샌드 솔저들의 움직임이 더 부드럽고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호! 학습한다는 건가?”
데이오든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새롭게 나타난 샌드 솔저들은 이전 샌드 솔저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움직였다.
마치 제온에게 당하면서 문제점을 학습하는 것 같았다.
데이오든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제온의 싸움을 지켜봤다.
물론 도와줄 생각 따윈 조금도 없었다.
제온을 위한 던전이라면 그가 알아서 돌파해야 했다.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퍼억! 퍼어억!
부서지는 샌드 솔저 뒤로 또 다른 샌드 솔저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더 강력해진 위용으로 제온을 공격했다.
제온이 입술을 깨물었다.
“좋다! 누가 이기나 해 보자.”
이쯤 되자 그도 오기가 치솟았다.
그는 전력을 다해 샌드 솔저들과 싸웠다.
샌드 솔저가 부서져 모래가 되고, 다시 뭉쳐서 샌드 솔저가 됐다.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싸움이었다.
학습하고 보완하는 것은 샌드 솔저만이 아니었다.
제온도 똑같이 학습하고 있었다.
샌드 솔저와의 싸움을 통해 엑시온의 활용도를 높이고, 기술을 세밀하게 다듬었다.
그렇게 제온과 샌드 솔저는 서로를 연구하며 급속도로 강해졌다.
제온과 샌드 솔저의 차이는 하나였다.
바로 엑시온의 유무였다.
제온은 엑시온을 활용해 다양하게 공격할 수 있는 반면, 샌드 솔저들은 아무래도 육박전 위주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
“챠앗!”
쾅!
폭음과 함께 십여 기의 샌드 솔저가 부서졌다.
제온은 샌드 솔저 뒤쪽의 동굴로 내달렸다.
동굴을 따라 달리는 와중에도 샌드 솔저들은 끝없이 나타나 제온을 공격했다.
제온은 그 모든 샌드 솔저를 쓰러트리며 계속 달렸다.
그렇게 끝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새 드넓은 지하 공동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하 공동의 중앙엔 큰 제단이 존재했다.
제단 위에는 정체불명의 빛무리가 떠 있었다.
던전의 핵이 되는 아이템이 분명했다.
“후!”
제온은 본능적으로 저 빛무리 안에 자신과 관련이 있는 아이템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웅웅!
그때 빛무리가 더욱 환한 빛을 뿌리더니 강렬한 진동을 일으켰다. 그러자 지하 공동 안에 어느새 샌드 솔저가 가득 찼다.
대충 헤아려 봐도 천 기는 넘을 듯싶었다.
“썩을!”
제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제 겨우 목적지에 도달했는데, 이제까지 상대한 샌드 솔저보다 더 많은 솔저라니.
욕이 절로 나왔다.
그때 등 뒤에서 데이오든의 목소리가 들렸다.
“병신, 포기할 거냐?”
“누가 포기한다고 그래요?”
제온이 발끈했다.
포기할 거면 여기까지 힘들게 따라오지도 않았다. 진작에 네오 서울로 돌아갔지.
제온은 크게 심호흡했다.
‘할 수 있어. 난 할 수 있어.’
그 순간 샌드 솔저들이 제온을 공격했다.
거대한 지하 공동을 새까맣게 물들이며 달려오는 모습이 꼭 해일 같았다.
그들을 바라보는 제온의 전신에 미세한 입자가 휘돌고 있었다.
엑시온을 반구형으로 두른 후 회전시키면서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마나 소모가 극심한 방법이었다.
지금 제온의 마나로는 오래 지속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런 방법을 쓰는 것은 엘루라의 눈물을 믿기 때문이다.
하루 딱 한 번, 모든 마나를 회복시켜 주는 사기적인 아이템.
그 상태 그대로 제온은 샌드 솔저 한가운데로 몸을 날렸다.
콰가각!
폭풍처럼 휘도는 엑시온에 샌드 솔저들이 갈려 나갔다.
갈려 나간 샌드 솔저는 그대로 부서져 모래가 되었다.
수많은 샌드 솔저들이 부서졌음에도 남은 샌드 솔저들은 제온에게 덤비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쾅! 쾅!
샌드 솔저들은 맨주먹으로 회전하는 엑시온을 두들겼다.
금방이라도 엑시온이 파괴될 것처럼 출렁였다.
그때마다 제온도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그의 입가엔 어느새 혈흔이 내비치고 있었다. 그래도 제온은 엑시온의 운용을 멈추지 않았다.
샌드 솔저를 삼백 기 정도 파괴했을 때 제온의 마나가 모두 고갈됐다.
그 순간 엘루라의 눈물이 기적을 만들어 냈다.
순식간에 제온의 마나를 모두 회복시켜 준 것이다.
잠시 끊어질 듯 위태하던 엑시온이 다시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쿠콰가가각!
제온은 일직선으로 내달렸다.
그의 목표는 제단이었다.
샌드 솔저는 그런 제온을 막기 위해 몸을 내던졌다.
갈려 나가는 샌드 솔저보다 달려드는 샌드 솔저가 훨씬 많았다. 그 때문에 제온은 금세 샌드 솔저들에게 파묻혀 보이지 않게 됐다.
모래로 만들어졌기에 샌드 솔저는 인간과 같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팔이 날아가고, 다리가 부서져도 목표물을 향해 달려든다.
제온이 엑시온이라는 사기적인 아이템으로 중무장했기에 망정이지, 일반적인 각성자였다면 벌써 파도에 휩쓸린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제온은 그야말로 미친 듯이 싸웠다.
나중에는 마나가 부족해 엑시온을 폭풍처럼 회전하는 스킬을 쓸 수 없게 됐다.
그때는 이미 샌드 솔저들 상당수가 정리된 후였다.
그때부터는 육박전으로 나갔다.
엑시온을 최소한으로 운용한 채 무투술로 싸우는 것이다.
다행히 그에겐 이름 모를 던전에서 골렘들과 싸우면서 익힌 무투술이 있었다.
정식 스킬도 아니고, 체계조차 잡혀 있지 않은 마구잡이 무투술이었지만, 그래도 제온이 직접 체득했기에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퍼억!
샌드 솔저의 머리가 부서져 나갔다.
제온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다른 샌드 솔저의 몸통을 무릎으로 가격했다.
그렇게 짐승처럼 모래로 이뤄진 병사들과 미친 듯이 싸웠다.
데이오든이 그 광경을 보며 중얼거렸다.
“개판이군! 그래도 나쁘진 않아.”
저런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물어뜯어야 한다.
마나가 없다고, 또 스킬을 쓰지 못한다고, 수수방관하거나 후퇴하는 것은 본인의 무능력을 자랑하는 거나 다름없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 한다.
최소한의 몸부림이나 저항조차 하지 않는 것은 삶에 대한 직무 유기였다.
데이오든은 그런 정신으로 이 험악한 세상을 살아왔다.
네오 서울은 그나마 높은 방벽과 각성자들의 보호로 최소한의 규칙이 존재하지만, 이 황야엔 그런 게 없다.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다.
어느새 싸움은 끝나 가고 있었다.
퍼억!
마지막 샌드 솔저가 모래로 돌아갔다.
“하악! 하악!”
제온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가쁘게 호흡했다.
그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였다.
아직 두 다리로 서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휘청거리면서도 제온은 제단으로 걸어갔다.
제단 위의 빛무리가 마치 제온을 환영하듯 더욱 일렁거렸다.
제온이 빛무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빛무리가 제온의 손안으로 흡수됐다.
제온은 놀라지 않고 빛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만신창이가 됐던 몸이 어느새 치료되었고, 고갈되었던 마나도 가득 찼다.
그제야 제온의 호흡이 안정을 찾았다.
제온은 한참 동안이나 눈을 감고 있었다.
데이오든은 묵묵히 그가 깨어나길 기다렸다.
“후우!”
마침내 제온이 숨을 내뱉으며 눈을 떴다.
데이오든이 그에게 물었다.
“뭐, 쓸 만한 것 좀 얻었느냐?”
“보시겠습니까?”
제온이 마나를 운용했다.
그러자 그의 양옆으로 두 기의 샌드 솔저가 나타났다.
“모래 병사들을 부릴 수 있게 된 거냐?”
“겨우 원리를 파악한 것에 불과합니다. 아직은 마나가 달려 두 기밖에 소환하지 못하지만, 제 실력이 좋아지면 더 많이 소환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모래로 이뤄진 병사라? 인해 전술을 펼칠 땐 쓸 만하겠군.”
아마 이곳에서처럼 한 번에 천 기나 되는 샌드 솔저들을 불러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 던전 자체가 샌드 솔저를 소환하기 위한 최적의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밖에서는 순전히 제온의 마나만으로 샌드 솔저를 소환해야 했기에 당장은 두 기 정도가 한계였다.
제온의 왼팔에는 이제까지 없던 문신이 생겨 있었다.
마치 두 개의 창이 똬리를 뜬 뱀처럼 교차하며 올라가는 형태의 문신이었다.
제온이 흡수한 빛무리가 문신으로 변한 것이다.
데이오든이 물었다.
“다른 정보는?”
“없습니다.”
제온이 고개를 저었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던전을 만들었는지,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그때였다.
쿠쿠쿠!
갑자기 지하 공동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던전이 붕괴되는 조짐이었다.
던전의 핵이 되는 아이템을 제온이 흡수했기에 붕괴하는 것이다.
쩌저정!
마치 유리에 금이 가듯 두 사람이 서 있는 공간에 균열이 생겨났다. 이어 두 사람의 모습이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사라졌다.
잠시 후 두 사람이 나타난 곳은 바로 던전의 입구가 있는 곳이었다. 밖으로 전이된 것이다.
두 사람이 들어갔던 던전 입구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래도 두 사람은 놀라지 않았다.
정복된 던전의 최후라는 것은 거의 이와 같았기 때문이다.
데이오든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놀랐다.
“모래바람이 멈췄구나. 결계가 사라졌어.”
이제까지 데이오든의 앞을 가로막던 자욱한 모래바람이 완전히 멈춰 있었다. 결계가 부서진 것이다.
이제야 이 앞으로 나갈 수 있게 됐다.
“가자!”
데이오든이 걸음을 옮겼다.
제온이 살짝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던전에서 그렇게 개고생했으면 하루쯤 쉬어 갈 만도 한데, 바로 떠나니 어이가 없는 것이다.
“하긴 개고생한 것은 나뿐이지. 자기는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았으니 힘이 남아돌겠네. 정말…….”
‘개 같은 늙은이라니까’라는 말을 집어삼키며 제온은 데이오든을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