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31)
331화
“하아! 또 네 도움을 받는군. 고맙다!”
장용범이 피에 젖은 손을 내밀었다.
제온이 그 손을 잡으며 대답했다.
“늦지 않아 다행입니다.”
“후우! 뭐, 이런 좆같은 곳이 있는지, 하마터면 큰 피해를 볼 뻔했어.”
장용범이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봤다.
다른 공격대들과 달리 다행히 장용범이 이끄는 공격대는 그리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장용범, 에이든, 지젤, 마운틴이 발군의 능력을 발휘해 피해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전력을 보존할 수 있었지만, 네 사람은 기력을 모두 소진하고 말았다.
마치 그 순간을 노린 것처럼 강력한 언데드가 나타났다.
머리 없는 기사 듀라한이었다.
이 미친 언데드는 머리를 옆구리에 끼고 있다가 마치 몽둥이처럼 휘둘렀다.
문제는 이 머리에 죽음의 기운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맞으면 즉사였다.
최소 오러 실드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자만이 듀라한을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자가 많을 리 없었다.
B급 이상의 무투계 각성자들이 나서서 놈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듀라한은 영악하게도 그들을 피해 하급 각성자들을 공격했다.
기동력에서 각성자들은 듀라한을 따라갈 수 없었다. 듀라한이 마수화 된 말을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중형 마수만큼이나 거대한 말은 그 자체로 무서운 흉기였다.
커다란 발로 각성자들을 짓밟고, 이빨로 몸을 물어뜯으며 마구 학살했다.
하급 각성자들의 공격은 아예 말에게 통하지도 않았다.
말도 언데드였고, 죽음을 부정한 존재답게 어지간한 공격엔 타격을 입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장용범과 지젤 등이 마나를 미처 회복하지 못하고, 다시 싸우려 할 때 제온과 각성자들이 나타났다.
이번엔 제온이 나설 필요도 없었다.
그 전에 서태란의 부하들이 먼저 움직인 것이다.
일 단계 봉인을 푼 데다가, 성수를 묻힌 건틀렛으로 무장한 그들은 듀라한의 천적이었다.
오러 실드를 펼치는 것도 아니었는데, 듀라한이 뿜어 대는 죽음의 기운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죽음의 기운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죽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온전한 생명체라면 어느 정도 타격을 입혀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된 건지 서태란의 부하들은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았다.
제온이 혀를 찼다.
‘역시 정상적인 인간이 아니란 거지.’
말이 바이오 솔저지, 키메라와 별다를 것 없었다.
어쩌면 키메라보다 더 흉악한 조합이 숨어 있을지도 몰랐다.
네오 서울의 과학 기술력은 그 정도까지 올라 있었다.
입맛이 썼다.
인류의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지만, 이후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신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온은 상념을 지우고 장용범에게 말했다.
“우리에겐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 것 같군. 이거 던전 맞지?”
“네! 그것도 미친 네크로맨서의 던전입니다.”
“걸려도 더러운 놈에게 걸렸군. 네크로맨서라니.”
“경험한 적 있습니까?”
“그랬으면 이 자리에 있을 수도 없었겠지. 대신 언젠가 출현할 거라고 생각하긴 했어. 엘프, 드워프, 늑대 인간, 별별 종족들이 다 나타났는데, 네크로맨서라고 안 나타날 리 없잖아.”
“그것도 그렇네요.”
“다만 내 예상보다 빨리 만난 게 문제지. 그래서 대책은?”
“속전속결!”
“좋군! 바로 움직이지.”
장용범은 바로 제온의 의도를 이해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각성자들의 피해는 커지고, 그들이 죽는 수만큼 적들의 수는 늘어나게 된다.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최단 시간에 놈을 잡아야 한다.
한가하게 앉아서 휴식을 취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가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두 일어나. 당장 움직인다.”
“예!”
“가자!”
바닥에 주저앉아 휴식하고 있던 그의 부하들이 어그적거리면서 일어났다.
합류한 각성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도 사안의 심각성을 이해했기에 힘들어도 움직이려는 것이다.
제온이 각성자들의 수를 가늠했다.
‘천삼백 명 정도인가?’
이곳에 추락한 사람만 삼천사백 명이다.
아직 반도 구하지 못한 셈이다.
남은 이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지만, 최대한 많이 구해야 했다.
숫자는 곧 힘이다.
잘게 쪼개져 분산되었던 무리들 여럿이 뭉치자, 당연히 전력이 상승했다.
그것도 몇 배나.
크아아!
흐어!
좀비들이 습격해 왔지만, 이전처럼 속절없이 밀리지 않았다.
무투계 각성자들이 탱커가 돼서 막는 사이 마법계 각성자들이 스킬을 날려 격살했다.
등급이 조금 높은 놈들은 서태란의 부하들이나 지젤, 에이든 등이 나서서 처리했다.
언데드들을 하도 많이 상대하다 보니 각성자들도 이젠 요령이 생겼다.
어떻게 해야 놈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지 감을 잡은 것이다.
정신을 차린 각성자들에게 좀비 따윈 더 이상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 중심엔 장용범과 서태란이 있었다.
장용범이 카리스마로 각성자들을 진두지휘했고, 서태란은 새로이 나타나는 언데드들의 약점을 파악해 정보를 알려 줬다.
덕분에 제온과 고 노인이 나설 일이 없어 마나를 회복하는 데 전념할 수 있었다.
각성자들은 파죽지세로 언데드들을 격파하며 앞으로 나갔다.
간혹 너무 많은 좀비가 나오거나, 고등급 언데드가 나오면 또 고 노인과 제온, 혹은 장용범 등이 나서서 처리했다.
그사이 생존자들이 합류하면서 각성자들 수가 이천 명이 넘었다.
각성자가 이천 명이 넘어가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패잔병도, 리더 없는 부평초도 아니었다.
제온, 장용범, 서태란처럼 존재감이 강력한 이들이 중심을 잡아 주자 하나로 뭉쳐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유령화해 정찰을 나갔던 레빈이 돌아와 사람들에게 크게 말했다.
“사백 미터 앞에 생존자 무리가 있어요. 상대는 좀비, 유령 들개, 스펙터, 듀라한이에요.”
“비빔밥이네. 오케이!”
“들었지? 다 버무려 놨단다. 각자 상성에 맞게 상대를 공격해.”
“두말하면 잔소리지.”
각성자들이 자신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미 한 번씩 모두 상대해 봤던 것들이었다.
대응 방식은 이미 파악했다.
각성자 중 하나가 레빈에게 말했다.
“스펙터는 네 몫이다, 꼬마!”
“훗! 나만 믿어요.”
“당연히 믿지, 고스트 버드!”
“네?”
“그냥 우리끼리는 부르는 네 별명이야.”
“에이! 그게 뭐예요? 더 멋있는 거 없어요?”
“그게 제일 멋있는 거야, 인마! 그럼 우리 먼저 간다. 하하하!”
끝까지 농담하며 달려가는 각성자를 레빈이 미소 지으며 바라봤다.
‘부디 끝까지 살아남으시길…….’
그의 생존을 기원하며 레빈이 유령화해 날아갔다.
한편 서태란은 그런 레빈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스펙터처럼 유령화해 자유자재로 정찰하는 레빈의 능력이 인상 깊었던 것이다.
서태란이 제온에게 다가왔다.
“저 레빈이란…….”
“안 됩니다.”
제온이 뒷말도 듣지 않고 딱 잘라 거절했다.
서태란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제온을 바라봤다.
“제가 무슨 말을 할 줄 알고…….”
“레빈의 능력을 연구하고 싶다는 거겠죠. 가능하다면 그쪽 부하들에게도 비슷한 능력이 생기게 해 주고 싶겠고.”
“인류의 생존을 조금이라도 높이고 싶다면 제온 님도 당연히 협조해 주실 거라 믿어요.”
서태란이 제온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한 점의 흔들림도 없는 눈동자.
이른바 신념이 담겨 있는 눈빛이었다.
이런 눈빛을 가진 자들이 가장 상대하기 성가시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면 뭐든지 할 수 있으니까.
서태란과는 결이 다르지만.
“거절하죠.”
“그 말 책임지실 수 있겠어요?”
“서태란 님!”
“말씀하시죠.”
“그쪽이야말로 책임지실 수 있겠어요?”
제온도 서태란을 똑바로 바라봤다.
검은 눈동자 안에 가려져 있던 오렌지 빛 안광이 서서히 빛을 발했다.
핏빛 노을과 비슷한 안광은 서태란에게 공포심을 주었다.
‘겨우 이 정도로…….’
서태란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정신력에 자신 있었다.
겨우 상대의 눈빛 따위에 잡아먹히지 않을 자신이…….
그 순간 그녀는 제온의 눈빛 속에서 거대한 모래 산을 봤다.
핏빛 노을은 거대한 모래 산이 되어 자신을 덮쳐 오고 있었다.
그 옛날 존재했다는 에베레스트산보다 높은 모래산은 마치 거대한 해일처럼 그녀를 덮쳐 왔다.
그녀가 모래 산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제온이 불러일으킨 모래 해일이었다.
거대한 모래 해일 앞에서 서태란이란 존재는 너무나 희미했다.
마치 지나가도 모를 발아래 개미처럼 말이다.
개미보다 작은 존재인 서태란의 등 뒤에 있는 것은 네오 서울. 하지만 거대한 네오 서울조차도 격렬하게 밀려오는 모래 해일 앞에선 너무나 작고 위태해 보였다.
아무리 대항마력을 가진 네오 서울이라지만, 저런 질량 공격이 쏟아진다면 감당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그제야 서태란은 깨달았다.
지금 그녀가 보고 있는 광경은 제온이 보여 준 미래라는 것을.
정말 저렇게 거대한 모래 해일을 일으킬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십분의 일만 가능하더라도 네오 서울은 회복 불가의 피해를 입을 것이다.
‘이 남자 너무 거대해! 내가 감당할 사이즈가 아니야.’
주르륵!
그녀의 입술을 타고 피가 흘러내렸다.
제온이 보여 주는 환상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정신과 육체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이다.
이건 진금호에게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가 급히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한 말 철회하겠습니다.”
“한 가지 더.”
“네?”
“다른 구역의 지배자들에게도 레빈에게 신경 끄라고 전해 주십시오. 제가 이 일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서태란이 겨우 대답했다.
평소의 그녀라면 이 대목에서 극도의 수치심을 느껴야 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정신조차 없었다.
그만큼 제온이 순간적으로 보여 준 존재감과 환상에 압도되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정신에 엄청난 타격을 입은 것이다.
제온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서태란을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레빈의 능력은 활용도가 무궁무진했다.
최악의 암살자가 될 수도 있었고, 누구도 감지할 수 없는 정찰원이 될 수도 있었다. 심지어 내비게이터처럼 활용할 수도 있었다.
어느 곳이든 레빈을 영입하는 곳은 최강의 검 한 자루를 얻는 셈이다.
당연히 욕심을 낼 수밖에 없었다.
제온은 레빈이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를 갖추기 전까지 최대한 보호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수많은 각성자가 보는 가운데 레빈의 비밀이 드러나고 말았다.
더 이상 레빈의 능력은 비밀이 아니게 된 것이다.
수많은 길드와 공략대가 레빈을 욕심내고 접근할 것이다.
모든 것을 레빈이 결정해야 한다.
시청이나 각 구역의 지배자의 강요가 아니라.
제온은 그때까지만 레빈을 보호해 줄 생각이었다.
레빈의 진정한 홀로서기는 그때부터일 것이다.
“이야앗!”
“죽어! 짐승들아.”
“더러운 괴물들!”
앞쪽에서 각성자들의 악다구니가 들려왔다.
그사이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조금 더 나아가자 거대한 지하 공간이 나타났다.
지하 공간에서 각성자들이 언데드들을 상대로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레빈은 눈부신 위용을 발휘하고 있었다.
유령화해 날아오른 레빈이 스펙터를 무서운 속도로 뒤쫓았다. 그래도 한번 생대해 봤다고 스펙터의 궤적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그래서 놈들이 사람들에게 접근하기 전 경로를 차단해 퍼플 라이트닝을 펼쳤다.
그것도 오직 스펙터 한정으로 말이다.
빠지직!
마치 전기 파리채에 당한 파리처럼 스펙터가 맥없이 소멸하고 있었다.
제온이 미소를 지었다.
“잘 성장하고 있구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