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33)
333화
시이이잇!
아홉 개의 머리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제온을 노려보며 혀를 날름거렸다.
제온이 외부와의 통로를 완전히 막았기에 지금 이 공간엔 둘뿐이다.
제온이 동굴 입구를 단단하게 굳혔다고 하지만, 본 히드라의 힘이라면 언제든 부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러지 못한 것은 제온 때문이다.
자신의 백분지 일에도 미치지 못하는 조그만 인간의 존재감이 본 히드라를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본 히드라는 이성이 없다.
이미 죽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오직 주인인 네크로맨서의 명만 듣는 존재가 바로 본 히드라였다.
그에게 내려진 명령은 바로 네크로맨서의 영역에 함부로 들어온 인간들의 멸절. 그리고 그들의 피를 한곳에 모으는 것이었다.
제온은 그런 주인의 명령에 걸림돌이 되는 자였다.
저자를 죽이지 못하면 주인의 명을 수행할 수 없다는 사실이 본 히드라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크롸롸!
아홉 개의 머리가 각자 브레스를 뿜어냈다.
포이즌 브레스였다.
히드라가 살아 있을 때 가지고 있던 어마어마한 독이 브레스 형태로 발출되는 것이다.
주르륵!
독이 얼마나 지독한지 벽과 천장이 부글부글 끓으며 녹아내렸다.
살짝 닿는 것만으로도 피부와 근육이 녹아내리고, 한 모금만 들이마셔도 온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 속에서 몸부림쳐야 했다.
만일 각성자들이 있는 공간에서 히드라가 포이즌 브레스를 난사했으면 수많은 이들이 대응 한번 해 보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
그래서 제온이 입구를 틀어막은 것이다.
큰 피해를 입기 전에 말이다.
덕분에 제온은 독 브레스를 직격으로 맞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제온은 포이즌 브레스의 포화 속에서도 무사했다.
화르륵!
그의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파이어 실드 덕분이었다.
이름 그대로 화염으로 이뤄진 방패막이었다.
초열의 건틀렛 권능 덕분에 파이어 실드도 마음대로 펼치는 것이다.
독의 상극은 불이다.
독성이 아무리 지독해도 상관없다.
초고열의 화염은 독을 모조리 태우니까.
덕분에 제온은 포이즌 브레스 속에서도 무사할 수 있었다.
본 히드라에겐 불행히도 제온이 상극인 것이다.
파앗!
제온이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바닥의 모래가 그의 몸을 떠받쳐 히드라와 동등한 시선에서 마주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아홉 쌍의 커다란 눈이 제온을 노려봤다. 그래도 제온은 위축된 기색 하나 없었다.
크아아!
브레스가 통하지 않자 본 히드라가 그대로 입을 벌려 제온을 공격했다.
아예 씹어 삼키려는 것이다.
제온은 허공에서 몸을 움직여 본 히드라의 공격을 피했다.
아홉 개의 머리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유도 미사일처럼 제온을 쫓아왔다.
제온이 부지런히 피했지만, 어느 순간 피할 방위가 딱 막혔다.
교묘하게 제온이 피할 곳을 막은 것이다.
생각이 없는 언데드치곤 꽤나 똑똑한 반응이었다.
생전 몸에 밴 습관대로 행동한 것이었다.
제온이 피할 방위를 모두 막은 본 히드라의 아홉 개 머리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제온의 조그만 몸이 아홉 개의 입에 갈가리 찢겨 나가기 직전이었다.
콰아아!
그의 등 뒤로 거대한 아공간이 열리면서 엄청난 양의 모래가 쏟아져 나왔다.
지하 공간에 원래 쌓여 있던 모래와 합쳐진 아공간의 모래는 아홉 개의 거대한 모래 기둥을 만들어 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모래 기둥은 본 히드라의 머리와 묘하게 닮아 있었다.
제온이 만들어 낸 샌드 히드라였다.
“가라!”
제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샌드 히드라가 진짜 본 히드라의 머리와 부딪혔다.
콰앙!
크롸롸롸!
폭음과 함께 튕겨 나가는 본 히드라의 머리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샌드 히드라의 입이 본 히드라의 목을 물어뜯었다.
보통의 생명체나 마수였다면 큰 타격을 받았을 공격.
하지만 본 히드라는 원래 고통을 느끼지도 않고, 상처를 입어도 금방 재생한다.
금세 놈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쾅!
콰앙!
본 히드라의 거대한 머리가 그대로 샌드 히드라의 머리에 부딪힌다.
엄청난 질량 공격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터져 나가는 샌드 히드라의 머리들.
제온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그가 만든 샌드 히드라는 어디까지나 본 히드라를 본떠 만든 커다란 모래 인형에 불과했다.
제온의 의지로 조종하는 것뿐이다.
실제 위력은 본 히드라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저런 단순한 공격에 터져 나가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단순한 인형인 샌드 히드라에게도 장점은 존재했다.
바로 재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부서져 나갔던 머리가 순식간에 본 히드라와 똑같이 재생됐다,
모래와 제온의 마나만 끊이지 않으면 언제든 재생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크롸롸!
촤악!
도합 열여덟 개의 머리가 마치 뱀처럼 뒤엉켜 싸웠다.
그렇게 샌드 히드라가 몸빵을 해 주는 사이 제온은 본 히드라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자신과 닮은 샌드 히드라의 공격에 잔뜩 화가 난 본 히드라의 등 뒤에서 불길한 청록색 오러가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본 드레이크에게서 보였던 특유의 촉수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쾅! 쾅! 콰앙!
아홉 개의 머리에 청록색 오러로 만들어진 수십 개의 촉수까지 합세해 샌드 히드라를 두들겼다.
샌드 히드라의 몸통이 부서지고 회복되길 반복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회복되는 속도가 현저히 늘어났다.
본 히드라는 샌드 히드라를 부수고 재생하지 못하도록 아예 포이즌 브레스를 뿜어서 녹여 버렸다.
그렇게 기껏 만들어 낸 샌드 히드라가 거의 무용지물이 되었을 때였다.
“찾았다.”
제온의 눈이 빛났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본 히드라의 일곱 번째 머리였다.
다른 여덟 개의 머리와 촉수들이 샌드 히드라를 무력화시킬 때 유독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놈이다.
공격도 제일 뒤에서 하고, 안전이 확실히 확보된 후에 나선다.
“놈이 대장이다.”
머리가 아홉 개라서 각자 판단해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실제로 놈들을 통제하는 주체가 있다.
그게 일곱 번째 머리이고, 놈이 나머지 여덟 개 머리를 조종하고 있다.
놈부터 제거해야 했다.
이후 핵을 찾아 파괴한다.
그러지 않으면 나머지 머리가 끝없이 부활할 것이다.
샌드 히드라가 시간을 벌어 준 덕분에 대장이 되는 머리와 핵의 위치를 파악했다.
이제 움직이는 일만 남았다.
제온은 그대로 본 히드라를 향해 몸을 날렸다.
본 히드라의 아홉 개 머리가 제온의 습격을 눈치채고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포이즌 브레스를 쏘거나 입을 쫙 벌려 공격해 왔다.
그 순간 제온이 파이어 레인을 펼쳤다.
화르르륵!
동굴 가득 불비가 쏟아진다.
불비는 그대로 본 하이드의 머리와 촉수에 격중했다.
한번 붙으면 절대 꺼지지 않는 백린화를 이용한 스킬이었다.
평범한 마수였다면 불이 붙는 즉시 고통에 몸부림쳤겠지만, 본 히드라는 이미 죽은 마수였다.
더구나 온몸이 뼈로 이뤄져 있어 불이 붙지도 않아 별 타격을 입지 않는다.
다만 놈이 부리는 청록색 촉수만큼은 파이어 레인의 영향을 받았다.
푸화학!
백린화가 촉수를 맹렬하게 불태웠다.
비록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언데드라고 하지만,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덕분에 놈들의 신경이 분산됐고, 제온은 일곱 번째 머리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놈과 제온의 시선이 잠시 허공에서 부딪혔다.
일곱 번째 머리는 그대로 입을 벌려 제온을 집어삼켰다.
제온은 반항하지 않고 그대로 놈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날카로운 이빨이 그의 몸을 갈가리 찢어발기기 직전 제온의 몸에서 검은 입자가 뿜어져 나왔다.
항상 모공에 담아 두고 다니던 엑시온이었다.
제온이 엑시온을 사용하는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파앙!
제온을 둘러싼 엑시온은 그대로 히드라의 이빨을 튕겨 냈다.
엑시온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본 히드라에게 초주검이 된 샌드 히드라의 모래를 끌어당겼다.
순식간에 엑시온의 몸체가 수백 배로 불어났다.
가아앙!
이어 초고속 회전한다.
일곱 번째 머리 내부에서 샌드 믹서가 펼쳐진 것이다.
엑시온까지 더해진 샌드 믹서의 위력은 기존의 것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단단한 뼈가 두부처럼 부서져 나가고, 먼지가 되어 흩어진다.
대장인 일곱 번째 머리를 구하기 위해 다른 머리들이 다가왔지만, 소용없었다.
원래 히드라의 머리는 잘려 나가도 순식간에 재생된다.
본 히드라도 마찬가지였다.
설령 샌드 믹서에 갈려 나갔더라도 재생되어야 옳았다. 하지만 미처 재생할 시간을 주지 않고 무서운 속도로 갈려 나가니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일곱 번째 머리를 날려 버린 제온이 목 부위를 초고열의 화염으로 지져 버렸다.
재생할 여지를 주지 않고 원천 봉쇄한 것이다.
대장을 잃은 나머지 머리들이 잠시 우왕좌왕하는 것이 보였다.
자기들끼리 의견이 맞지 않은 것이다.
시간을 주면 자기들끼리 알아서 대장을 정할 것이다. 하지만 제온은 본 히드라에게 시간을 줄 생각이 없었다.
여덟 개 머리가 혼선을 빚고 있는 사이 제온은 놈들의 머리가 쭉 뻗어 나온 중심부에 도착했다.
콰드득!
엑시온을 드릴처럼 회전시켜 단단한 뼈에 구멍을 냈다.
워낙 뼈가 단단하다 보니 사람 하나 들어갈 정도의 구멍밖에 내지 못했다. 하지만 제온에겐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본 히드라의 몸통 속으로 뛰어들었다.
어둠 깊은 곳에서 명멸하는 청록색 불빛이 보였다.
청록색 오러가 응집된 본 히드라의 핵이자 심장이었다.
푸화학!
위험을 감지한 듯 핵에서 촉수들이 뻗어 나왔다.
쾅! 쾅! 콰앙!
제온은 엑시온과 모래 줄기를 이용해 촉수들을 하나하나 요격하며 핵 앞에 도달했다.
쿵쿵!
핵이 두려움이라도 느낀 듯 몇 배나 빠르게 고동친다.
아무리 죽음에서 되살아난 마물일지라도 죽음은 두려운 것 같았다.
더군다나 이번에 죽으면 두 번 다시 살아나지 못한다.
핵이 파괴된 존재는 더 이상 부활할 수 없으니까.
쾅!
제온의 주먹이 핵에 작렬했다.
인간의 주먹으로 저 거대한 핵을 부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제온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에겐 초열의 건틀렛이 있었으니까.
드래곤의 눈이 박힌 초열의 건틀렛은 모든 삿된 기운의 상극이었다.
쾅!
두 번째 주먹질에 핵에 균열이 갔다.
쿠워어어!
이번엔 고통이 느껴졌는지 여덟 개의 머리가 고통에 미친 듯이 흔들렸다.
콰앙!
세 번째 주먹에 본 히드라의 핵에 구멍이 뻥 뚫렸다.
본 히드라의 핵에 주먹을 집어넣은 채로 제온이 중얼거렸다.
“피어나라! 모든 것을 불태우는 백린화여.”
순간 핵 속에서 백염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백린화였다.
푸화학!
꽃처럼 일어난 불은 핵에서 뿜어져 나오는 청록색 오러를 모두 불태웠다.
백린화는 마치 탐욕스러운 괴물처럼 본 히드라의 근원이 되는 청록색 오러를 바닥까지 훑으며 불태웠다.
여덟 개의 머리가 발광하며 어떻게든 불을 끄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체내에서 일어나는 불꽃을 놈들이 끌 수 있는 방법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쿠워어어!
마지막으로 여덟 개의 머리가 크게 비명을 지르더니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고는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이 본 히드라의 최후였다.
S급 마수의 최후치고는 싱거웠지만, 어디까지나 상대가 제온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제온은 거대한 본 히드라의 시체를 잠시 바라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그가 향한 곳은 지하 통로 깊은 곳, 바로 네크로맨서가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그곳이었다.
마침내 제온은 커다란 문 앞에 도착했다.
문 너머에서 지독한 죽음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제온이 이윽고 문을 밀었다.
끼이익!
저항도 없이 거대한 문이 조용히 열렸다.
그 순간 안에서 누군가의 살짝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