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35)
335화
“크헉!”
“하아! 하아!”
이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바닥에 엎어져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지하 결계 아래로 추락했던 마정석 광산 원정대 각성자들이었다.
그들 모두가 결계를 빠져나와 지상으로 올라온 것이다.
“허으으! 허으으!”
고 노인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널브러져 있었다.
결계를 해제하는 데 모든 힘을 쏟아부었기에 손가락 하나 까딱거릴 힘조차 없는 것이다.
그의 양옆에는 쌍둥이 자매들이 엎어져 있었다.
고 노인을 보조하느라 그녀들 역시 있는 힘을 모두 쏟아부은 것이다. 덕분에 그녀들 역시 완전히 탈진한 상태였다.
서태란이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넘버즈들을 최우선으로 지켜요.”
“네!”
부하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하며 세 사람을 에워쌌다.
그들의 전신 역시 크고 작은 상처로 뒤덮여 있었다.
개중에는 내장이 보일 정도로 깊은 상처가 난 이도 있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벌써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깊은 상처였다. 그런 상처를 입고도 부하는 전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지 않았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통각 자체가 없는 것 같았다.
이상한 것은 그뿐이 아니었다.
본 드레이크를 상대하느라 입은 깊은 상처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었다.
내장이 보일 정도로 깊이 갈라졌던 상처가 어느 정도 봉합된 상태였다.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엄청난 재생력이었다.
서태란이나 시청에서 끝까지 감추고 싶었던 비밀이었다.
이렇게 강력한 재생력을 가진 초인 집단은 감춰 뒀을 때 진가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이들이 목격했으니 더 이상 비밀도 아니게 됐다.
그 사실이 못내 서태란의 입맛을 쓰게 만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본 드레이크는 이것저것 비밀을 숨기면서 상대할 수 있을 만한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태란의 부하들은 이 단계 봉인까지 풀고 본 드레이크와 격렬하게 싸웠고, 덕분에 다른 각성자들이 무사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렇게 치열하게 전투를 치렀음에도 본 드레이크를 완벽하게 쓰러트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본 드레이크는 죽지 않는 괴물이었다.
서태란의 부하들이 아무리 재생력이 강하다지만, 그래도 생명체의 범주 안에서였다.
생명체의 한계를 넘어가는 상처는 회복되지 않고 악화돼 죽었다.
본 드레이크는 달랐다.
놈들은 아무리 파괴해도 다시 살아났다.
언데드.
말 그대로 핵을 파괴하기 전까지는 절대 죽지도 않고, 파괴되지도 않는 것이다.
서태란의 부하들은 본 드레이크의 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찾아내지 못했다.
남은 것은 지루한 소모전뿐이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핵을 찾아내 파괴하는 것만이 그들에게 남은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것은 다른 공략대장들이 상대하던 본 드레이크도 마찬가지였다.
각 공략대를 이끄는 경험 많은 공략대장들조차 본 드레이크의 숨겨진 핵을 찾아내지 못해 공략에 난항을 겪었다.
결국 그들도 단시간에 본 드레이크를 쓰러트리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각성자들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싸웠는지 몰랐다.
공략대장 몇 명이 큰 부상을 입고 전투에서 이탈했다.
때문에 남은 이들이 궁지에 몰렸다.
변고가 일어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기세 좋게 공략대장과 서태란의 부하들을 몰아붙이던 본 드레이크들이 갑자기 생명을 잃고 조각조각 부서진 것이다.
커다란 뼈 단위로 부서진 본 드레이크는 그 후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뭐냐? 핵을 파괴한 것도 아닌데.”
“혹시 모래술사가 네크로맨서를 죽인 거 아냐?”
제온이 모래 벽으로 본 히드라가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든 후 일어난 일이었다.
당연히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무한한 재생력을 가진 언데드일지라도 네크로맨서가 죽으면 유입되는 마나가 모두 끊겨 생명을 잃기 때문이다.
결계가 해제된 것은 바로 그때였다.
“모두 빠져나가.”
고 노인의 외침에 지쳐 있던 사람들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지하를 빠져나왔다.
그 결과가 지금 이 모습이었다.
이천삼백 명의 각성자들이 바닥에 누워 헐떡거리고 있었다.
피부를 뚫을 듯 내리쬐는 뙤약볕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제기랄! 그 지옥 같은 곳을 빠져나왔구나.”
“하아! 하아! 내가 두 번 다시 지하로 들어가면 사람이 아니라 마수 새끼다.”
“살다가 햇볕이 이렇게 반가운 건 또 처음이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자로 누워 뜨거운 태양 빛을 즐겼다. 하지만 레빈과 브리엘의 표정은 편치 않았다.
“형은 왜 나오지 않지?”
“설마 당한 건 아니겠지?”
두 사람의 얼굴엔 걱정스러운 빛이 가득했다.
그때 엘로이가 그들에게 말했다.
“지금 그 인간을 걱정하는 거야? 걱정하지 마. 지옥에 떨어져도 기어 올라올 인간이니까. 설마 그 정도 믿음도 없는 건 아니겠지?”
“누가 믿음이 없대?”
“그냥 걱정돼서 하는 말이지.”
발끈하는 두 사람에게 엘로이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 꼬맹이들아! 그러니까 그냥 믿으라고. 다른 사람 걱정은 다 해도 그 인간 걱정은 필요 없으니까.”
엘로이가 미친 구미호를 꽉 움켜잡은 채 하늘을 바라봤다.
다른 이들처럼 지금은 뜨거운 햇볕을 즐기려는 것이다.
변화가 일어난 것은 그때였다.
콰아아아!
저 지평선 너머 아득히 높은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폭풍이 휘몰아친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용오름이라 부르는 현상이었다.
용이 하늘로 승천하듯 모래 폭풍이 지상에서 일어나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저게 무슨?”
“토네이도인가?”
지상에서 시작된 용오름은 순식간에 어두워진 하늘을 관통했다.
그 상태 그대로 급격히 세를 불리는 용오름.
주변의 모래와 바람을 끌어들여 순식간에 몇 배나 덩치를 키웠다.
콰르릉!
그런 모래 폭풍에 분노라도 한 듯 어두워진 하늘에선 연신 번개가 내리쳤다.
번개가 내리칠 때마다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들었다.
S급 각성자가 전력을 다해야 나타날 것 같은 거대한 번개 줄기가 쉴 새 없이 모래 폭풍을 강타했다.
콰르릉!
번개가 내리칠 때마다 괴물의 포효 같은 천둥소리가 동반됐다.
마치 번개와 용오름이 싸우는 것 같았다.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 힘을 겨루는 거대 마수들의 전투처럼 보였다.
이런 신기한 광경은 처음이었기에 모든 각성자들이 넋을 잃고 바라봤다.
그나마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기에 망정이지, 바로 근처에서 저런 현상이 일어났다면 모든 사람이 떨어지는 번개를 피해 도망가느라 난리가 아니었을 것이다.
“와아!”
“미쳤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각성자들은 넋을 잃고 자연이 빚어낸 압도적인 풍경을 바라봤다. 하지만 개중 몇 명은 심각한 표정으로 아득히 먼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바라봤다.
“저건 결코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야.”
“저곳에서 무언가 일어나고 있어.”
“제기랄!”
아득히 먼 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임에도 머리가 쭈뼛 서고, 한번 올라온 소름이 도저히 가라앉지 않는다.
고위 각성자의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저곳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이다.
번쩍! 콰르릉!
시간이 흐를수록 번개와 용오름의 싸움은 더 치열해졌다.
번개는 마치 비처럼 쏟아져 내렸고, 용오름은 이제 단순한 폭풍을 넘어서 한 지역을 집어삼킬 만큼 거대해졌다.
콰콰콰!
무서운 기세로 회전하는 모래 폭풍은 마치 마지막 남은 힘까지 끌어모은 것처럼 하늘을 치솟아 올랐다.
그런 모래 폭풍을 수백, 수천의 번개 줄기가 강타했다.
마치 세상의 종말이 온 것 같은 광경이었다.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였다.
브리엘이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설마 제온인가?”
“저게 제온 형이 한 일이라고?”
레빈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천재지변이 일어난 곳을 바라봤다. 하지만 브리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온 신경이 모래 폭풍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있는 이들 중 누구도 제온이 저만한 모래 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보이는 모래 폭풍은 제아무리 S급 각성자라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어마어마한 크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리엘은 잘 알고 있었다.
제온의 실제 능력은 사람들이 막연히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강대하다는 것을 말이다.
“제온! 도대체 뭐와 싸우고 있는 거야?”
***
슈우우!
지상으로 한 인형이 추락하고 있었다.
마치 숯처럼 새까맣게 탄 모습으로 추락하는 이는 바로 제온이었다.
유성처럼 대지를 향해 추락하면서도 제온의 시선은 허공에 고정되어 있었다.
방금 전 그와 치열한 전투를 치렀던 반마룡 나이젤은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무섭게 쏘아지던 번개 비도, 그를 압박하던 엄청난 압력도 거짓말처럼 모두 없어진 하늘은 청명하기 그지없었다.
제온이 불러일으켰던 모래 폭풍도 흩어져 사라지고 있었다.
“결국 이기지 못했나?”
그렇다고 진 것도 아니었다.
굳이 설명하자면 크게 한 방 얻어맞고, 작게 몇 방 돌려줬다.
“쳇! 이쪽이 손해군.”
굳이 정정하자면 무승부인데, 아무런 의미도 없다.
반마룡 나이젤은 전력을 다하지 않았고, 제온도 숨겨진 수를 완전히 드러내지 않았으니까.
아마 그 사실을 나이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냥 넘어갔다.
나이젤에게 중요한 것은 제온의 진짜 전력이 아닌 것 같았다.
그가 원하는 최소한의 선을 제온이 충족하느냐였다.
제온이 그 선을 넘자 미련 없이 이곳을 떠났다.
추락하는 와중에도 제온은 생각했다.
“필그램의 가슴에서 회수한 보석이 중요한 것 같았어. 그게 나이젤이 움직인 진짜 이유가 분명해.”
제아무리 필그램이 쿠라얀에서 전설적인 네크로맨서였다고 하지만, 지금은 겨우 던전의 부속물에 지나지 않았다.
던전에 종속된 보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그런 주제에 지나치게 강한 소환물을 만들어 냈다.
본 드레이크도 그렇고, 본 히드라도 필그램이 만들어 내기엔 무리인 언데드들이었다.
원래 살아 있었을 때라면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던전의 보스가 되어 자율성을 잃은 지금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은 바로 필그램이 가슴 속 깊은 곳에 숨겨 두었던 보석 때문임이 분명했다.
“일개 인간이 가지고 있기엔 너무 엄청난 힘을 품고 있음이 분명해. 그래서 나이젤이 회수하러 온 거고…….”
나이젤이 그 보석을 어떻게 이용하려는 건지 몰랐다.
그렇지 않아도 강대한 나이젤이 보석에 담긴 힘을 이용한다면 감당 불가능할 정도로 강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는 보석의 힘을 탐내는 것 같지 않았어. 오히려 사용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 같았어. 마치 그 보석을 사용하면 절대 안 되는 것처럼. 이유가 뭘까?”
제온이 그렇게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사이 대지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제아무리 제온이라도 이대로 대지에 추락하면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온은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았다.
―삐이!
아공간에서 삐죽이 빠져나오는 조그만 고래가 그의 몸을 부드럽게 받아 냈기 때문이다.
가이아가 추락 직전 제온을 구한 것이다.
제온이 가이아의 등에 누운 채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마워!”
―삐이!
“미안해! 손가락 하나 까닥일 힘조차 없었거든.”
―삐! 삐이이!
“그래! 너만 믿고 있었어. 다음엔 이렇게 걱정시키지 않을게.”
―삐?
“응! 약속할게.”
제온이 확답하고 난 후에야 가이아의 잔소리가 멈췄다.
가이아는 제온을 등에 실은 채 부드럽게 바닥에 착지했다. 그제야 제온이 가이아의 등에서 내렸다.
바닥에 두 발로 섰을 때 제온의 모습은 원상태를 회복하고 있었다.
새까맣게 탔던 피부와 머리카락은 어느새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의 능력 중 하나인 초재생 덕분이었다.
비록 본 드레이크만큼은 아니지만, 제온에게도 상처를 즉시 재생하는 능력이 있었다.
덕분에 엄청난 상처를 입고도 즉각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걸레쪽처럼 찢어지고, 불에 탔던 로브도 어느새 원상태를 회복하고 있었다.
레비아탄의 가죽으로 만든 로브엔 자동 수복 기능이 존재했다.
원자 단위로 박살 나지 않는 이상 자동으로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다.
덕분에 지금 제온의 모습은 그렇게 무서운 전투를 치른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탁! 탁!
제온이 한숨을 내쉬며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 냈다.
저 지평선 너머 지하에서 탈출한 이들이 모여 있는 것이 느껴졌다.
“후! 꽤나 먼 곳으로 추락했군. 저기까지 또 언제 가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