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36)
336화
“씨발! 그쪽이 화력에서 밀리면 어떻게 해? 몸빵 서는 새끼들 다 뒈진단 말이야.”
“이쪽에도 지원이 필요해!”
“저 문어 새끼! 도대체 다리를 몇 개나 더 숨겨 둔 거야?”
원정대는 크라켄과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원정대가 싸우는 존재는 비단 크라켄만이 아니었다. 크라켄이 부른 마수들과도 상대해야 했다.
S급 마수인 크라켄, 그리고 놈이 부리는 수많은 마수들과 전투를 치르느라 일대는 초토화되었다.
전투를 총지휘하는 이는 바로 진금호의 비서인 서태란이었다.
장용범은 물론이고, 다른 공략대의 대장들마저도 서태란의 지휘를 따르고 있었다.
서태란은 각 공략대의 자율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금은 비상사태였고, 이런 시국에 힘을 분산시키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평상시라면 이런 서태란의 명령에 반발했을 공략대였지만, 이미 네크로맨서의 소환물들을 상대하느라 전력을 많이 소모했기에 군말하지 않고 따랐다.
그편이 자신들 전력을 보존하는 데 더 낫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덕분에 서태란은 손쉽게 지휘권을 획득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이제 크라켄 사냥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크라켄은 S급 마수답게 강했다.
권능이라 부를 정도로 강대한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지금 열 개의 다리를 휘두르면서 뿌리는 ‘오염된 먹물’이었다.
말 그대로 먹물을 열 개의 다리를 통해 마구 뿌리는 것이다.
이름만 들으면 우습지도 않았지만, 실제로 당하면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치이익!
먹물에 닿은 모든 것이 녹아내렸기 때문이다.
네오 서울에서 만든 방어구도 소용없었다.
오러 실드로도 먹물을 막지 못했다.
시커먼 먹물은 마치 산성 용액처럼 닿는 모든 것을 순식간에 녹여 버렸다. 그 때문에 각성자들의 희생이 커졌다.
그나마 공략대 대장들이 선두에서 각자의 스킬을 펼쳐 놈의 공격을 상쇄시켰기에 이 정도였지, 그들이 없었다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을 것이다.
“챠앗! 대지의 분노.”
“신의 참격!”
퍼버버벙!
각종 스킬들이 크라켄의 거대한 몸체에 작렬했다.
이미 공격대장들의 공격에 역장이 벗겨진 크라켄은 큰 충격을 받고 요동쳤다.
쾅! 콰앙!
거대한 다리가 마치 다듬잇방망이처럼 각성자들의 머리를 향해 떨어진다.
거대한 돌기둥보다 큰 다리를 피해 각성자들이 마치 메뚜기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그러면서도 공격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제온이 캠프로 돌아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와우!”
제온이 크라켄을 사냥하는 각성자들을 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제온!”
“형!”
제온을 본 브리엘과 레빈이 달려왔다.
그들을 안아 주며 제온이 물었다.
“이게 다 뭐냐?”
“뭐긴 뭐야? S급 마수 사냥 중이지.”
“어디 있었던 거예요? 형!”
“다들 괜찮은 거지?”
“응!”
“형이야말로 괜찮은 거예요?”
서로 괜찮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세 사람은 미소를 지었다.
콰앙!
쿠워어어!
그때였다.
천지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크라켄의 마지막 비명이 울려 퍼졌다.
마침내 마정석 원정대가 크라켄을 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크라켄의 거대한 몸이 무너지는 게 보였다.
“우와아아!”
“잡았다.”
“S급 마수를 사냥했다.”
사람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크라켄이 쓰러지자 그렇게 미친 듯이 공격해 오던 마수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꽁지를 말고 도주했다.
장용범이 크레모아를 들고 소리쳤다.
“마정석 광산을 확보했다. 이곳은 이제 우리 땅이다.”
“와아아!”
“새로운 마정석 광산이다.”
“이곳은 우리 땅이다.”
사람들이 환호했다.
단순히 S급 마수를 쓰러트리고 마정석 광산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인간의 영역이 그만큼 넓어지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제온은 브리엘, 레빈과 함께 서서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광경을 지켜봤다.
***
S급 마수인 크라켄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마수였다.
크라켄에 대한 분배는 차후 진행하기로 하고, 일단 마정석 광산 안정화 작업에 들어갔다.
살아남은 메카닉들과 각성자들이 힘을 모아 건물을 세웠다.
건물은 바로 이곳까지 끌고 온 컨테이너와 작업 차량들이었다.
작업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활기로 가득했다.
큰 희생을 치렀지만, 어쨌거나 원하던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이번 원정에 참여한 공략대와 각성자 들은 큰 보상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어떤 이들은 커다란 명성을 얻을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부자가 될 것이다.
이번 공략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것이 공짜나 무임승차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모두가 희생을 치렀기 때문이다.
제온은 차량 지붕에 앉아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때 그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서태란이었다.
“제온 님!”
“바쁘실 텐데 여긴 어쩐 일입니까?”
“잠시 이야기 좀 나누고 싶어서요.”
서태란이 제온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녀의 시선이 자못 부담스러웠지만, 제온이 태연히 말했다.
“뭐가 궁금한 겁니까?”
“저곳…….”
서태란이 마정석 광산 앞쪽에 있는 커다란 균열을 바라봤다.
바로 네크로맨서 필그램이 만들었던 균열이었다.
“저곳이 왜요?”
“이제 안전한 겁니까?”
그녀의 물음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었다.
잠시 서태란의 얼굴을 바라보던 제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진짜인가요?”
“아마도요.”
“그 네크로맨서는?”
“그가 두 번 다시 살아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런가요?”
“그렇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럼 저 균열을 무너트려도 되겠군요?”
“부수려고요?”
“괜히 놔두면 또 누가 들어가겠다고 설칠 것 같아서 말이죠.”
“그도 그렇군요.”
제온이 고개를 끄덕여 그녀의 의견에 동조했다.
지하 균열은 네크로맨서의 영역이었다.
보통의 던전은 보스가 죽으면 사라진다. 그런데 이곳은 달랐다. 필그램이 죽었음에도 아직 사라지지 않고 멀쩡히 남아 있는 것이다.
제온은 그 이유가 바로 필그램이 품고 있던 보석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반마룡인 나이젤을 직접 움직이게 만든 그 보석이 아직 균열을 유지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따로 아이템이나 언데드들이 남아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네크로맨서의 잔류 사념이나 영향력이 남아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 곳에 평범한 사람이나 하급 각성자가 접근하면 악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마음이 약하거나 능력이 낮은 이들은 네크로맨서가 남긴 악의에 물들지도 몰랐다.
이를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예 균열에 접근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서태란은 문제가 될 소지를 아예 원천 차단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그래서 균열을 무너트리려는 것이다.
어차피 노천 마정석 광산이 있는 곳은 이곳에서 꽤 떨어진 곳이었다.
노천 마정석 광산엔 별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제온의 허락이 떨어지자 서태란은 바로 균열을 무너트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균열을 무너트리는 것은 간단했다.
가뜩이나 수많은 각성자들이 들어가 전투를 치르면서 암반이 약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균열 절벽을 향해 몇몇 고위 각성자가 스킬을 쓰자 거대한 암반이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균열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네크로맨서의 흔적 역시 완벽하게 지워졌다.
남은 것은 공략 기여도에 따라 각 공략대의 지분을 챙겨 주는 것과 요새를 건설하는 일이었다.
사방이 확 트인 평지였다.
보이는 거라곤 황금빛 모래뿐.
마수들의 습격을 방어할 그 어떤 엄폐물도 없었다.
이대로라면 나중에 마수들이 습격해 왔을 때 작업하던 이들이 전멸할 가능성이 컸다.
그 때문에 네오 서울에선 후속대를 보내 이곳에 요새를 건설할 계획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제온이 할 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수많은 이들이 각종 이권을 확보하기 위해 움직일 때 제온은 편히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햇볕을 피할 수 있는 커다란 텐트 아래 의자에 앉아 있는 제온의 모습은 꽤 여유로워 보였다. 하지만 그의 속내는 그 어느 때보다 복잡했다.
‘나이젤!’
반마룡 나이젤과의 전투가 끝난 지 벌써 열흘이 넘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제온은 매일 그와의 전투를 복기했다.
나이젤이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드래곤이었다는 이유만으로도 그는 인류의 위협이었다.
나이젤이 마음먹고 네오 서울을 공격한다면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다.
네오 서울이 제아무리 대항마력을 가지고 있다지만, 드래곤처럼 규격 외의 존재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매일같이 그의 머릿속에서 나이젤과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는 제온만의 싸움이었다.
머릿속의 전투가 끝나고 나면 손가락 하나 까닥일 수 없을 정도로 지치고 말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런 사정을 절대 알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엔 제온이 할 일 없이 노는 것으로만 보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제온을 고깝게 보는 이들은 없었다.
네크로맨서의 균열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이가 바로 제온이었기 때문이다.
제온이 아니었다면 지금 지상에서 공기를 마시는 이들 중 절반은 목숨을 잃었을 터였다.
그 사실을 알기에 그 누구도 제온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았다.
“후!”
제온이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나이젤과의 전투를 복기하다 보니 그의 전신은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제온이 샤워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바깥에서 사람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와아아! 후속 부대다.”
“씨발! 이차 놈들이 도착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
“크하하!”
갑작스러운 소란에 제온이 텐트를 나왔다.
노천 마정석 광산으로 수많은 차량들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네오 서울에서 보내온 이차 원정대였다.
일차 원정대가 마정석 광산을 확보했으니, 이차 병력을 보내 요새를 지어 안정시키려는 것이다.
이차 원정대가 왔으니 일차 원정대는 이제 네오 서울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당연히 사람들이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노천 마정석 광산이었다.
유흥 시설은 물론이고, 편의 시설조차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이런 곳에서 열흘 넘게 있다 보니 시끄러운 것을 좋아하는 몇몇 사람들은 정신병에 걸릴 지경이었다.
이제 이차 원정대가 도착했으니 마정석 광산 안정화 작업과 방어는 그들에게 맡기고 네오 서울로 돌아가면 됐다.
그때 레빈과 브리엘이 제온에게 다가왔다.
“형! 이차 원정대가 왔어요.”
“어떡할 거야? 제온!”
제온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얼굴엔 기대감이 가득했다.
비록 이제까지 표현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 역시 이곳에서의 생활에 꽤 지루해하고 있던 참이었다.
제온은 그들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래! 돌아가자.”
“정말?”
“만세!”
두 사람이 방방 뛰며 좋아했다.
제온이 그런 두 사람을 보고 피식 웃을 때였다.
서태란이 웬 낯선 남자와 함께 그가 있는 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사막에 어울리지 않게 제복을 입은 사십 대 중반의 남자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꽉 막힌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와 서태란은 제온의 앞에 멈춰 섰다.
제온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서태란이 남자를 소개했다.
“이분은 마정석 광산을 안정화하고, 운영할 사도스키 님이십니다. B급 각성자인 데다가 조직 운영이 뛰어나 진금호 님의 신임을 받고 있습니다. 이분에게 요새 건설과 운영을 맡기고 저희는 네오 서울로 떠날 겁니다.”
“반갑소! 사도스키요. 이제부터 마정석 광산 운영은 나에게 맡기시오. 당신이 더 이상 신경 쓸 일은 없을 거요.”
사도스키가 팔짱을 낀 채 눈을 내리깔고 제온을 바라봤다.
오만하기까지 한 그의 모습을 제온이 잠시 말없이 바라봤다.
사도스키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흥! 그래 봤자 겨우 무력만 강한 무지렁이에 불과해. 광산 도시 같은 요새는 나 같은 전문가가 아니면 절대 운영할 수 없지.’
그는 자신의 능력에 매우 자신이 있었다.
마정석 광산을 안정화해 네오 서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그 과정에서 어설픈 공을 세운 자들의 이권을 사정없이 깎는 것이 그의 의도였다.
이를 위해선 필수적으로 기선 제압이 필요했다.
그는 눈에 힘을 주고 제온을 노려봤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의 의도는 제온에게 통하지 않았다.
“마정석 광산 운영은 알아서 해요. 관심도 없으니까.”
툭툭!
제온이 그의 어깨를 두들기며 지나쳤다.
“커헉!”
순간 사도스키가 엄청난 충격을 받고 피를 토했다.
마치 거대한 메이스에 얻어맞은 것처럼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겨우 B급 각성자가 감당할 수 있는 충격이 아닌 것이다.
“꺽! 커헉!”
사도스키는 그 후로도 한참이나 고통을 참아야 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