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38)
338화
노천 마정석 광산을 개척한 후로 네오 서울에선 남다른 활력이 느껴졌다.
네오 서울에선 노천 마정석 광산을 요새로 만들기 위해 많은 자금을 투입했다.
요새를 건설하고, 안정화하고, 또 유지하는 모든 것이 돈과 인력이었다.
자금도 엄청나게 쏟아부어야 하지만, 인력도 그만큼 갈아 넣어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수많은 사람이 필요했다.
요새를 건설하는 인부와 경비를 책임질 각성자, 마정석을 캐는 광부와 관리인, 그야말로 엄청나게 많은 이들이 필요했다.
노천 마정석 광산 공략에 공을 세운 공략대는 지분을 인정받아 자발적으로 인원을 파견했다. 그래도 사람이 모자라 빈민가에서 사람들을 뽑았다.
각성자라면 좋았고, 아니라도 상관없었다.
모두 나름의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이들이 노천 마정석 광산으로 향했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제이의 골드 러시라고 불렀다.
그 옛날 미국의 서부를 개척할 때 사람들이 금을 찾기 위해 몰려들었던 것처럼, 지금은 사람들이 팔자를 고치기 위해 마정석 광산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갔는지, 빈민가 거리가 텅 비어 보일 정도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빠져나갔다고? 거리가 완전히 텅 비었네.”
빈민가 거리를 보며 중얼거리는 소년이 있었다.
해가 완전히 떨어진 밤이었다.
낮에 작렬하는 태양을 피해 휴식을 취하던 사람들이 한창 활동할 때였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한 가지를 의미했다.
그만큼 노천 마정석 광산으로 많은 이들이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덕분에 소년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별다를 것 없는 풍경이었겠지만, 오랫동안 지하에서 살아온 소년에게 지상은 별천지나 다름없었다.
소년의 이름은 제토야.
평생을 하수로에서 살아온 소년이 드디어 지상으로 올라온 것이다.
지난 며칠 동안 제토야는 은밀히 지상을 오가면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서 지하로 날랐다.
그 때문에 쉴 여유가 거의 없었지만, 제토야는 단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정도 고생해서 지하 하수로에 사는 사람들을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힘을 낼 수 있었다.
지금 제토야가 짊어진 배낭엔 지상에서 어렵게 구한 물건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후! 이젠 돌아가 봐야겠구나.”
더럽고 악취 나는 지하 세계, 악어굴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제토야가 미리 확보해 놓은 입구로 걸음을 옮길 때였다.
“어이, 거기 멈춰라!”
갑자기 거리 반대편에서 누군가 제토야를 불렀다.
제토야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자 중갑주를 차려입은 남자 두 명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제토야는 단숨에 그들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성기사?’
네오 서울에 수많은 각성자들이 존재하지만, 저렇게 번쩍이는 무거운 중갑주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이들은 단 한 부류밖에 없었다.
바로 동대문의 성기사들이었다.
제토야가 있는 곳도 바로 동대문의 으슥한 거리였다.
다만 평소 그가 파악한 성기사의 활동 반경에서 벗어나 있는 곳이었다.
이런 곳에서 성기사를 마주칠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성기사들이 눈을 빛내며 제토야에게 다가왔다.
“너, 이리 와라. 검문 좀 하겠다.”
“무슨 검문요?”
“아무래도 동대문에 사는 놈은 아닌 것 같은데.”
“진짜 바쁜 사람 붙잡아 놓고 뭐래?”
제토야가 투덜거렸다.
태연한 그의 모습에 성기사들이 긴가민가하는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제토야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몸을 날렸다.
팟!
마치 다람쥐처럼 대지를 박차며 골목으로 뛰어드는 제토야.
“앗!”
“잡앗!”
성기사들이 그런 제토야를 잡기 위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제토야는 간발의 차이로 그들의 손을 피했다.
골목길로 들어온 제토야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하수로로 통하는 쇠창살을 열고 뛰어들었다.
뒤늦게 도착한 성기사들이 혀를 찼다.
“역시 악어 새끼였군.”
“씨발! 어쩐지 악취가 진동하더라니.”
하수로로 들어가는 쇠창살을 노려보는 성기사들의 얼굴엔 적의가 가득했다.
동대문의 광신도들은 천국 같은 세상을 꿈꾼다.
그들의 지도자인 요한이 그들을 그런 세상으로 인도해 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 광신도들에게 제토야 같은 악어들은 깨끗한 세상을 오염시키는 더러운 오물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렇게 증오하는 것이다.
성기사들은 지하 하수로로 들어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들에겐 오염된 대지, 혹은 지옥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저 새끼, 두 번 다시 기어 나오지 못하게 확실히 폐쇄해.”
“씨발! 한두 번도 아니고, 이게 뭐야? 바퀴벌레처럼 계속 기어 나오네.”
치이익!
성기사들은 스킬을 사용해 아예 쇠창살의 잠금장치를 녹여버렸다. 하지만 그들은 알고 있었다.
아무리 이렇게 해 봐야 지하에서 기어 올라오는 악어들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씨발! 우리가 무슨 전염병이야? 뭘, 저렇게 꼭꼭 잠가? 다른 문 찾으면 그만인데.”
제토야가 잠금장치가 녹는 소리를 들으며 투덜거렸다.
보통의 소년이었다면 성기사들이 지하까지 쫓아올지 알 수 없어 두려움에 떨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토야는 알고 있었다.
저들이 절대 이 지하 세상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스스로를 선택받은 자들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겐 이곳이 지옥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제토야는 그런 지옥을 마음대로 활보했다.
제토야는 배낭을 맨 채로 천장에 붙어 거꾸로 걸었다.
신발을 신지 않은 발바닥에서 기이한 흡찹력이 생겨나 딱 붙잡아 놓는 것이다.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능력이었지만, 각성한 후 더 강해졌다. 덕분에 제토야는 어떤 환경에서도 도마뱀처럼 벽이나 천장에 붙어 이동할 수 있었다.
“흥! 흥!”
제토야는 아예 콧노래까지 부르며 천장을 거꾸로 걸었다.
그런 제토야가 천장에서 내려온 것은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을 때였다.
화하학!
목적지에서 갑자기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뭐야?”
제토야가 깜짝 놀라 전방을 바라봤다.
빛이 터져 나온 곳엔 조그만 마을이 존재했다.
오수가 흐르지 않는 곳에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것이다.
최근에 제토야가 합류하면서 마을은 규모가 커졌다.
마력 발전기가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많은 이들이 합류한 것이다.
덕분에 지금 마을의 인원수는 무려 이백 명이 넘어갔다.
마을의 안전을 책임지는 이는 바로 제토야였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D급 무투가로 각성한 데다가 제온과의 친분도 있기에 모두가 그를 믿고 따르는 것이다.
당연히 마을 사람들을 지키는 것은 제토야의 몫이었다.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빛에 제토야의 발걸음이 급해졌다.
마을 한가운덴 수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마을에 도착한 제토야가 급히 물었다.
주민 중 한 명이 급히 대답했다.
“그게 레무라가 기적을 일으켰어.”
“기적?”
예상치 못한 대답에 제토야 눈을 크게 떴다.
사람들을 헤치고 안으로 들어가자 이제 여덟아홉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금발의 주근깨 소녀가 보였다.
금발의 주근깨 소녀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소녀의 앞에는 웬 중년의 여자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중년 여자의 복부는 무언가에 찔린 것처럼 피투성이였다. 그런데도 그녀는 멀쩡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상태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눈만 끔뻑거렸다.
제토야가 물었다.
“레무라가 무슨 기적을 일으켰다는 거예요?”
“그, 그게 우리 딸 레무라가 다 죽어 가던 사람을 살려 냈어.”
대답한 이는 주근깨 소녀의 옆에 있던 뚱뚱한 체격의 아줌마였다.
제토야가 다시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사람을 살리다니?”
“말랑 아줌마가 큰 상처를 입었는데, 글쎄 우리 딸의 손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모두 나았어.”
복부가 피투성이인 중년 여자의 이름이 말랑이었다.
말랑은 지하 깊은 곳에 내려갔다가 발이 미끄러져 추락했고, 큰 상처를 입었다. 하필 추락한 곳에 뾰족한 물건이 있어 복부에 큼직한 구멍이 뚫린 것이다.
그렇게 큰 상처를 입고도 마을로 돌아온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지하 마을엔 그녀를 치료할 만한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지혈제도 포션도, 아무것도 없었다.
말랑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누워서 죽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진짜 기적이 일어난 것은 바로 그때였다.
말랑 옆에 있던 레무라의 손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그렇게 심한 상처가 다 나은 것이다.
레무라의 엄마가 흥분해서 떠들었다.
“봤어? 우리 딸이 기적을 일으켰다고. 내 딸이 죽어 가는 사람을 살렸다니까.”
“잠깐만요, 헤더 아줌마. 그러니까 레무라가 말랑 아줌마를 살렸다는 거죠?”
“그래! 손에서 막 빛이 번쩍이더니 살아났다니까.”
레무라의 엄마인 헤더가 침을 튀기며 설명했다. 그녀의 호들갑에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레무라가 기적을 일으키는 모습을 똑똑히 봤기 때문이다.
제토야가 미간을 찌푸렸다.
‘빛이 나더니 상처가 치료됐다고? 그럼 레무라가 힐러로 각성한 건가?’
힐러는 극히 드문 클래스였다.
마법계 각성자 중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귀한 존재였다.
제토야가 알기로는 네오 서울에서도 힐러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고 했다.
“잠깐만요. 말랑 아줌마, 상처 좀 볼게요.”
제토야가 말랑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살폈다.
옷을 들춰 본 제토야는 깜짝 놀랐다.
그렇게 피를 많이 흘렸는데, 상처 흔적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완벽하게 치료되었다는 증거였다.
아예 상처를 입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제토야가 얼떨떨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레무라에게 물었다.
“레무라!”
“어, 제토야 오빠!”
“각성한 거니?”
“그……런 거 같아.”
“내가 잠깐 손목 좀 봐도 될까?”
“으응!”
레무라가 손목을 내밀었다.
제토야는 레무라의 손목에 있는 계급장을 살폈다.
레무라의 손목에는 새하얀 선이 여섯 개나 빛나고 있었다.
“맙소사! 여섯 개면 시작부터 A급이란 말인가?”
그 자신이 각성해서 잘 안다.
처음 각성했을 때 어떤 등급으로 시작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크게 난다는 사실을 말이다.
시작이 A급이라면 S급 각성자가 될 확률이 엄청 높았다.
A급 힐러가 어느 정도 능력을 가졌는지는 몰랐지만, 지금 보여 준 레무라의 능력이라면 거의 죽어 가는 사람도 살려 낼 수 있는 것이 분명했다.
‘미쳤군!’
제토야가 머리를 싸매고 고개를 흔들었다.
레무라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제토야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얻은 것인지 모르는 눈치였다.
반면 레무라의 엄마인 헤더는 달랐다.
그녀의 얼굴엔 탐욕의 빛이 가득했다.
자신의 딸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각성했는지 똑똑히 알고 있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각성했다고. 어마어마한 능력을 가진 각성자란 말이야. 이제 모두 나에게 잘 보여. 나한테 잘 보여야 치료해 줄 테니까.”
그녀가 입에 침을 튀기며 떠들었다.
제토야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줌마!”
“왜?”
“지금부턴 조심해야 해요.”
“뭘 조심해?”
“레무라가 이렇게 엄청난 능력을 가진 걸 다른 사람들이 알면 분명 욕심낼 거예요.”
“그게 뭐가 문제야?”
“지나친 능력은 화를 부르는 법이에요. 지금 레무라의 능력은 너무 위험해요.”
“웃기지 마! 너도 말은 그렇게 하면서 우리 딸 능력을 욕심내는 거지?”
헤더가 레무라를 등 뒤에 숨긴 채 눈을 부릅떴다.
욕심에 눈이 먼 그녀를 보면서 제토야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제기랄.’
헤더의 얼굴은 이미 탐욕으로 짙게 물들어 있었다.
제토야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듣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레무라의 각성이 이 지하 세계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알 수 없었다.
‘안 되겠다. 제온 님하고 의논해 봐야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