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39)
339화
지난 며칠 간의 제온의 삶을 요약하자면 은둔자였다.
말 그대로 집에 처박혀 은둔한 것이다.
단 한 순간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만 처박혀 생활했다.
졸리면 소파에서 자고, 배고프면 음식을 만들어 먹고, 또 휴식을 취하고, 자고…….
그렇게 쳇바퀴처럼 집안에서의 생활만 반복했다.
그동안 브리엘과 레빈은 몇 번이나 외출했는데 말이다.
오죽하면 브리엘이 이제 그만 집 밖으로 나가 보라고 몇 번이나 말을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제온은 브리엘의 말도 무시하고, 그냥 집에만 있었다.
“흐함!”
제온이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거의 열두 시간은 잔 것 같았다.
하도 잤더니 온몸이 삐걱거리며 비명을 지른다.
―삐?
그런 제온을 가이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제온이 피식 웃으며 가이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쯤 움직일 생각이었어.”
―삐이?
“진짜야!”
제온이 어렵사리 소파에서 엉덩이를 뗐다.
솔직히 아쉽긴 했다.
그동안 하도 소파에 누워 있었더니 아예 하나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조금 허전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제온은 미련을 훌훌 털어 버리고, 벽에 걸린 로브를 걸쳐 입었다.
브리엘도, 레빈도 외출했는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제온이 가이아에게 말했다.
“난 밖으로 나갈 테니 아공간에 들어갈래?”
―삐!
가이아는 바로 아공간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아공간을 제집처럼 마음대로 이용하는 가이아를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났다.
오랜만에 밖에 나오니 강렬한 햇빛에 눈이 아팠다. 하지만 잠시 적응하자 통증이 금방 사라졌다.
오랜만에 나온 제온이 향한 곳은 바로 도깨비 시장이었다.
무언가 특별히 살 것이 있어서 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밖으로 나오면 으레 습관처럼 가게 되는 것이다.
“확실히 거리가 한산하긴 하네. 새로운 마정석 광산으로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갔나 보네.”
아무리 대낮이라고 해도 거리에 사람이 너무 없었다.
체감상 절반 이상은 줄어든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그렇게 많이 빠져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정석 광산은 가고 싶다고 해서 모두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만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결국 많은 이들이 걸러져서 마정석 광산으로 갈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착암기입니다. 최하급 마정석으로 작동하는 신품입니다.”
“질기고 튼튼한 바지입니다. 마수의 가죽으로 만들어 아무리 험한 작업을 해도 절대 찢어지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들른 도깨비 시장엔 활기가 넘쳤다.
상인들은 엄청난 특수를 누리고 있었다.
그 옛날 골드 러시 때 금을 캔 사람들보다 그들에게 물건을 판 사람들이 더 부자가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제아무리 노천 마정석 광산이라도 착암기나 운반 차량 같은 물건은 필수였다.
그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곳에 들러 필요한 물건을 구입했다.
덕분에 이곳의 상인들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좋네!”
제온이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길 때였다.
“제온!”
귀에 익은 목소리가 그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보자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는 유세희가 보였다.
그녀의 등 뒤로 흑사자와 헬브린 용병대의 아카시가 뒤따르고 있었다.
“오랜만이네요. 잘 지냈습니까?”
“보다시피 정신없어.”
유세희가 어깨를 으쓱했다.
도깨비 시장의 호황은 그녀에게도 엄청난 힘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는데, 도깨비 시장이 번영하며 엄청난 힘이 그녀에게 집중된 것이다.
물건이 부족해서 못 파는 시기였다.
예전엔 힘 있는 공략대를 부담스러워해야 했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공략대나 채굴을 맡은 회사들이 오히려 그녀의 비위를 맞춰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덕분에 그녀의 어깨엔 뽕이 가득 차 있었다.
제온의 시선이 유세희의 등 뒤에 있는 아카시에게 향했다.
“그쪽도 잘 지내나 보군요.”
“아, 네! 제온 님에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아카시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는 현재 생활에 무척 만족하고 있었다.
도깨비 시장의 특성상 가끔 물건을 구하기 위해 공략대가 공략하고 있는 던전을 오가야 했다.
던전에서 구한 물건을 미리 선점하기 위해서였다.
아카시는 그때만 일하면 됐다.
마수를 미리 탐지해 피하기만 하면 되니 솔직히 위험할 일이 거의 없었다.
사막을 오가는 것도 기껏해야 한 달에 한두 번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 기간은 놀고먹으며 대기하니 살만 찌는 것 같았다.
이렇게 날로 먹을 줄 알았으면 진즉 헬브린 용병대를 탈퇴해 도깨비 시장에 들어올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제온이 말했다.
“보기 좋네요. 계속 그렇게만 생활해요.”
“모두 제온 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아카시가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표했다.
“아니에요.”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됐습니다. 은혜는 무슨?”
제온이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유세희를 바라봤다.
유세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필요한 거 있어? 말만 하면 구해 줄게.”
“아니에요. 그냥 바람이나 쐬려고 나왔어요. 필요한 거 생각나면 나중에 말할게요.”
“그렇게 해. 나는 바빠서 이만 가 볼게.”
“그러세요.”
“다음에 봐.”
유세희가 손을 흔들며 제온을 지나쳐 갔다.
흑사자와 아카시가 제온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예였다.
제온은 멀어져 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걸음을 옮겼다.
그는 한참이나 도깨비 시장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물건은 딱히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큰 기대도 없었기에 실망하지도 않았다.
제온은 도깨비 시장을 나와 클렉시 영감의 가게로 향했다.
그가 클렉시 영감의 가게에 거의 도착했을 때였다.
“제온 님!”
하수로로 통하는 맨홀 뚜껑이 살짝 열리며 누군가 그를 불렀다.
맨홀에서 고개를 내미는 이는 바로 제토야였다.
“제토야!”
“역시 제온 님이 맞군요.”
제토야가 맨홀에서 몸을 빼낸 후 다시 뚜껑을 덮었다.
제온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가 여긴 웬일이냐?”
“의논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찾아왔습니다.”
“그래? 밥은?”
“아직 안 먹었습니다.”
“그러면 먹으면서 이야기하자.”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내가 배고파서 그래.”
제온은 제토야를 데리고 클렉시 영감 가게로 갔다.
“어서 와라. 푹 쉬었나 보구나. 얼굴에 기름기가 좌르르 흐르는 것을 보니.”
“네! 원 없이 쉬었습니다. 이 녀석도 먹을 테니 음식 좀 넉넉히 주세요.”
“그래! 마침 좋은 고기가 들어왔는데, 그 녀석 운도 좋군. 끌끌!”
클렉시 영감이 기묘한 웃음을 흘리며 제토야를 바라봤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클렉시 영감의 시선에 제토야가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D급 무투가로 각성했지만, 제토야는 아직 어린 소년이었다.
세상사 다 경험한 노회한 늙은 너구리의 시선을 감당하는 것은 아직 무리였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제온이 제토야에게 물었다.
“그래 무슨 일로 나를 찾아온 거냐? 다른 악어들이 귀찮게 해?”
“다른 악어들은 저희 마을에 얼씬도 하지 않아요.”
“그래?”
“네! 그래도 제가 제법 독종으로 소문나서…….”
제토야의 말은 사실이었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그의 능력은 악어들 중에서 발군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물론이고, 각성자들 중에서도 제토야를 힘으로 제압할 자는 거의 없었다.
거기에 제토야는 독종이었다.
진짜 악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근성을 가졌다.
한번 척지면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가 죽여 버리는 잔혹한 손속은 이미 제토야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때문에 악어굴의 무법자들도 쉽게 제토야가 있는 마을엔 침입하지 못했다.
“그럼 뭐가 문제냐?”
“네? 문제라기보다는 신경이 쓰여서…….”
“말해 봐.”
“사실 이번에 각성한 아이가 있어요.”
“축하할 일이네.”
“네! 그런데 문제는 이 아이의 능력이 너무 강력해서……. 힐러인데 순식간에 죽어 가는 사람을 살려 내더라고요.”
“잠깐! 힐러라고?”
요리하던 클렉시 영감이 깜짝 놀라 대화에 끼어들었다.
“네! 그것도 시작부터 A급이에요.”
“미쳤네! 시작부터 A급인 힐러라니.”
얼마나 놀랐는지 클렉시 영감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정도로 엄청난 사건이었다.
대멸망 이후 수많은 각성자가 탄생했다.
당연히 힐러로 각성한 자들 역시 꽤 많았다. 하지만 전체 각성자 수에 비하면 힐러의 비율은 극히 낮았다.
그 때문에 힐러는 각 공략대에서 귀한 대접을 받았다. E급만 돼도 서로 모셔 가려 할 정도였다.
현재 최고의 힐러 등급이 아마 B급일 것이다.
그것도 엄청난 경험치와 서포트를 통해 겨우 이뤄 낸 성취였다. 그런데 시작부터 A급 힐러라니.
이런 경우는 네오 서울이 시작된 이래 한 번도 없었다.
제온이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시작부터 A급이라면 얼마 안 가서 S급 찍겠는걸.”
“하필 시궁창 같은 곳에서 A급 힐러가 탄생하다니. 이 사실을 바깥 놈들이 알면 서로 데려가려 할걸.”
“그렇겠죠.”
“보통 사건이 아니야.”
클렉시 영감의 표정도 심각했다.
다 죽어 가는 자를 단숨에 살렸다고 했다.
그 정도 능력이라면 모든 공략대와 길드가 서로 모셔 가겠다고 악어굴로 들어갈 것이다.
A급 힐러는 그 정도의 가치가 있었다.
그것도 미래의 S급이 확실시되는 힐러라면 말이다.
제온이 물었다.
“이 사실을 또 누가 알고 있지?”
“일단 마을 사람들과 저만 알고 있어요.”
“그건 다행이구나.”
악어굴은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되어 있었다.
제토야 같은 각성자만이 외부를 오갈 뿐이어서 정보의 교류가 거의 없는 것이다.
클렉시 영감이 다급히 말했다.
“자, 잠깐만! 정말 A급 힐러라면 우리가 보호해야…….”
“도깨비 시장과 아르고스의 눈이 언제부터 악어굴에 신경 썼다고 그러세요?”
“상황이 다르잖아. 다른 것도 아니고, 무려 A급 힐러라고. 다른 각성자들 집단에 넘어가는 것보다 우리가 훨씬 인간적으로 대우하고 보호할 수 있어.”
“그건 제가 직접 보고 판단할게요.”
제온이 냉정하게 클렉시 영감의 말을 잘라 냈다.
클렉시 영감과 아무리 친하더라도 서로에겐 지켜야 할 선이 있었다.
평소엔 그 선을 잘 지켜 왔던 클렉시 영감이었다. 하지만 처음 등장한 A급 힐러 앞에선 그 역시 선을 지키기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럴 때는 제온이 나서서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했다.
제토야가 찾아온 이는 다름 아닌 제온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클렉시 영감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쩝! 조급해서 내가 이성을 잃었군.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이야기해.”
“네!”
제온은 짧게 대답하며 제토야를 바라봤다.
제토야는 초조한 표정으로 제온을 보고 있었다.
“우선 밥 먹은 후 지하로 내려가자.”
“제온 님이 직접 움직이시려구요?”
“그게 너에게도 마음이 놓이겠지?”
“맞아요! 전 겨우 D급에 불과한데, A급 각성자 일을 고민하려니 머리가 터질 것 같아요.”
“좋아! 그럼 그렇게 하자.”
“감사해요.”
제토야의 표정이 환해졌다.
제온은 지상에서 유일하게 믿는 사람이었다.
그가 함께해 준다면 조금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클렉시 영감이 제토야 앞에 커다란 그릇을 내놓으며 말했다.
“자, 마음껏 먹어라. 고기 푸짐하게 넣었다. 흐흐!”
제토야는 누런 이를 드러내는 클렉시 영감의 웃음이 갑자기 부담스러워졌다.
“쯧!”
제온이 혀를 찼다.
클렉시 영감의 속내가 환히 보였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지하 하수로에서 초강 힐러가 탄생하다니. 제발 이 일이 지상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