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41)
341화
요한은 거대한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었다.
“만인에게 흥복을 내려 주시고, 부디 주의 영광으로 이 땅을 광명 되게 해 주소서,”
그의 등 뒤에서는 환한 빛무리가 내려앉아 있어 성스럽게 보였다.
요한은 목에 걸린 조그만 십자가를 손에 쥔 채 계속 기도문을 읊조렸다.
얼마나 열심히 기도했는지 그의 전신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뒤쪽에선 신도들이 그런 요한을 광기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우리를 위해서 저렇게 열렬히 기도해 주시다니.’
‘요한 님이야말로 신이 우리에게 보내 주신 구세주시다.’
‘요한 님을 위해서라면 이 한목숨 기꺼이 바치겠다.’
그들에게 있어 요한은 단순한 종교의 지도자가 아니었다.
유일하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구세주와 같았다.
그런 요한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은 신도들에겐 더없이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요한은 교회에 처박혀 기도만 했다.
원래라면 그가 이렇게 길게 기도할 일이 없었다.
동대문엔 산적한 문제들이 많았고, 그 모든 것을 처리하고 결정하는 것은 바로 요한의 몫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달 전 네오 서울, 정확히는 시청의 경고를 받은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제온과 시청 사이에 무슨 밀약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시청에서는 요한에게 경고를 해 왔다.
바로 제온의 활동에 일절 간섭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처음엔 어이가 없었다.
요한이 동대문에 성전을 구축한 후 시청에서 무언가 경고를 보내온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다음 찾아온 감정은 분노였다.
감히 구세주인 자신에게 인간 따위가 명령한다는 것이 견딜 수 없이 참기 힘든 것이다.
분노 다음은 수용이었다.
현실적으로 시청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 후 요한은 교회에 처박혀 기도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 품은 분노를 기도로 푸는 것이다.
“주여! 길 잃은 어린 양에게 갈 길을 알려 주소서.”
그때였다.
마치 그의 기도에 응답이라도 하듯이 벽에 걸린 십자가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갑작스러운 눈부신 빛에 교회 안에 있던 사람들이 경악했다.
“오오! 신께서 응답해 주셨다.”
“요한 님의 기도에 신이 답을 주셨다.”
눈앞에서 일어난 갑작스러운 이적에 사람들이 무릎을 꿇으며 눈물을 흘렸다.
요한 역시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다.
설마 이 타이밍에 십자가에서 빛이 흘러나올 줄은 그조차 예상 못 한 것이다.
그는 더욱 신실된 표정을 지으며 십자가를 바라봤다.
그 순간에도 십자가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더욱 강렬해졌다.
마치 교회 안에 태양이 뜬 것처럼 너무 밝아 눈을 뜰 수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요한은 눈을 반개한 채 십자가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응시했다.
그런 요한의 귀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이 정말 신의 음성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인지는 요한도 알 수 없었다. 다만 귀를 기울일 뿐이었다.
잠시 후 거짓말처럼 빛이 사라지고, 요한이 몸을 일으켰다.
모두의 시선이 요한에게 집중됐다.
요한이 십자가를 들어 올리며 크게 말했다.
“오늘 신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오오!”
“지상에서 고난을 겪는 너희들을 긍휼히 여겨 성녀를 보내실 거라고.”
“성녀라니?”
“우리 교단에 성녀가 생긴단 말인가?”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요한이 그들에게 명했다.
“성녀께서는 이미 이 땅에 임하셨으니, 너희들은 어서 그분을 찾아 이곳으로 뫼시어라. 성녀와 함께 본 교단은 크게 번성하리니.”
“구세주의 명을 받습니다.”
“요한 님의 명을 따릅니다.”
광신도들의 목소리가 교회 안에 울려 퍼졌다.
오랫동안 숨죽이고 있던 동대문이 드디어 움직임을 재개하는 순간이었다.
***
쿵쿵!
아침부터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제온이 눈을 떴다.
집 안에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제야 제온은 며칠 전에 브리엘과 레빈을 제토야와 함께 사막으로 보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후우!”
하는 수 없이 직접 문을 열어 줘야 했다.
대충 옷을 걸친 후 문을 열자 맨디가 보였다.
“아침부터 뭡니까?”
“알려 줄 사실이 있어서 찾아왔어요.”
“급한 일입니까?”
“당신과 관련 있는 일이에요.”
“후! 들어오세요.”
제온은 하는 수없이 맨디를 집 안으로 들였다.
잠시 집 안을 둘러보던 맨디가 눈을 빛냈다.
제온의 집 거실 벽에 웬 지도가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네오 서울의 지도였다.
지도 곳곳에 붉은 마커가 찍혀 있었고, 각 점마다 푸른 실이 연결하고 있었다.
맨디가 제온에게 물었다.
“저 지도는 또 어디서 구했대요? 찍혀 있는 점들은 또 뭐구요?”
“저한테 질문하려고 온 겁니까?”
“아차차! 그게 아니라, 진짜 알려 줄 게 있어서 온 거예요. 동대문 아시죠?”
“네!”
당연히 모를 수가 없다.
신촌을 위협하는 광신도들의 집단이 동대문에 있었으니까.
“동대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사흘 전부터 그들의 움직임이 갑자기 활발해졌어요.”
“어떻게 말입니까?”
“사방으로 교인들을 내보내고 있어요. 아마도 무언가를 찾는 듯해요.”
“그래요?”
“중요한 건 교인들 입에서 성전이라는 단어가 흘러나왔다는 거예요.”
“성전이라…….”
“아시죠? 교회에서 성전이 갖는 의미를…….”
제온이 미간을 찌푸렸다.
신을 위한 전쟁.
신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그 어떤 잔혹한 짓도 정당화할수 있는 것이 바로 성전이었다.
광신도들에겐 최고의 명분이었다.
자신이 하는 모든 행위가 신을 위한 일이라는 면죄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목숨도 신을 위해 바칠 수 있는 최고의 명분이 바로 성전이었다.
“요한이 무슨 이유로 성전을 선포했습니까?”
“그건 나도 몰라요. 시청에서도 원인 파악에 나섰지만, 아직은 들어온 정보가 하나도 없어요.”
“골치 아프게 됐군요. 성전이라니.”
“동대문과 가장 근접한 곳이 바로 신촌이잖아요. 저들이 경계선을 넘어와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몰라요. 그러니까 대비를 단단히 해 놓아야 할 거예요.”
“쯧! 그냥 조용히 좀 지내면 안 되나?”
제온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요한이 움직이면 동대문에 사는 모든 광신도들이 움직인다. 광신도들은 메뚜기 떼처럼 자신의 경로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고갈시켜 버린다.
그런 동대문의 습성을 알기에 제발 좀 조용히 지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마음이었다.
“성전, 신을 위한 전쟁이라……. 설마?”
그 순간 제온의 뇌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왜요? 뭐 생각나는 거 있어요?”
“짚이는 게 있긴 한데, 좀 자세히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그게 뭔데요?”
“확실히 알게 되면 말씀드릴게요.”
제온이 벽에 걸린 로브를 챙겨 입으며 대답했다.
로브를 입은 제온은 바로 밖으로 나왔다.
멀리 갈 것도 없었다.
밖으로 나오자 동대문의 광신도들이 보였다.
제온이 다가가자 그를 발견한 광신도들이 후다닥 자리를 피했다.
아예 제온의 접근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제온은 애초 그들과 대화할 생각이 없었다.
더 좋은 대상이 있는데 굳이 광신도들과 말을 섞을 이유가 없었다.
“저기요.”
그가 말을 건 이는 조금 전 광신도들에게 붙잡혔던 사람이었다.
“아, 제온 님!”
그가 제온을 알아보고 반색했다.
신촌에 사는 사람치고 제온을 모르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제온이 그에게 물었다.
“저들이 무엇을 묻던가요?”
“아, 사람을 찾는답니다.”
“사람?”
“이적(異蹟)을 일으키는 여자아이를 찾는답니다.”
“이적?”
“앉은 자를 일으키고, 병든 자를 건강하게 만드는 성녀가 있답니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다고 저 지랄을 하는 건지. 쯧쯧!”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제온은 자신의 짐작이 맞았음을 확신했다.
‘저들은 그 힐러 아이를 찾고 있어.’
어떻게 레무라에 대해 알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동대문의 모든 전력들이 레무라를 찾는 데 집중되었다는 것이다.
자신도 말 몇 마디 섞어 보고 진실을 간단히 알아차렸다.
당장이야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동대문의 움직임에 정신이 팔렸지만, 머지않아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A급 힐러는 동대문뿐만 아니라 다른 구역에서도 탐낼 존재였다.
아마 기계화 각성자가 주축인 서 구역을 제외하고, 다른 모든 구역들이 레무라에게 욕심을 낼 확률이 높았다.
“당연히 동대문에서는 혼신의 힘을 다해 지키려 할 테고. 어쩌면 정말 성전이 벌어질지 모르겠군.”
레무라는 성녀가 아니다.
단지 등급이 높은 힐러일 뿐이다.
하지만 그녀가 힐러라는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동대문이 그녀를 성녀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성녀를 확보하기 위해선 기꺼이 자신의 한목숨 내던질 수 있을 것이다.
남 구역이든, 북 구역이든, 혹은 시청이든 그들은 개의치 않을 것이다.
성녀를 확보하는 데 방해가 되는 존재라면 그 어떤 짓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중요했다.
자칫 잘못하면 네오 서울 전체가 전란에 휩싸일 수 있었다.
“골치 아프게 됐군.”
“뭐가 골치 아픕니까?”
대답해 줬던 사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제온을 바라봤다.
“아닙니다. 그냥 혼잣말입니다.”
“아, 네!”
“대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유! 이걸 가지고 뭘요. 제온 님은 저희 신촌의 구세주신데 당연히 아는 것을 말해 드려야죠.”
“감사합니다.”
제온은 그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후 클렉시 영감의 가게로 향했다.
클렉시 영감은 한창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제온은 클렉시 영감과 대화를 나누는 자가 아르고스의 눈의 간부임을 알아차렸다.
“어서 오너라. 자네는 빨리 가 보게.”
“네!”
아르고스의 눈 간부가 제온에게 눈인사를 한 후 자리를 떴다.
제온이 클렉시 영감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동대문 때문이죠?”
“너도 알고 있느냐?”
“이미 신촌을 들쑤시고 있더군요.”
“그 아이 때문인 것 같다. A급 힐러.”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음!”
이미 레무라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던 두 사람이었다.
때문에 어렵지 않게 동대문의 광신도들이 찾는 이가 레무라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어떻게 될 것 같으냐?”
“시간문제죠.”
“역시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잘못하면 빈민가가 아예 쑥대밭이 될 수도 있어.”
클렉시 영감의 표정은 매우 심각했다.
“빈민가뿐만 아니라 네오 서울에도 문제가 생길 겁니다.”
“그 아이는 폭탄이야. 파괴력만 따지면 S급 마수 그 이상이지.”
“…….”
“차라리 더 늦기 전에 그 아이를 제거하는 게 네오 서울을 위해 나을 수도 있어.”
“진심이십니까?”
“진심이야. 이런 걸로 농담 따윈 안 해. 우리의 생존이 걸린 문제니까.”
클렉시 영감의 안경 뒤에 가려진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A급 힐러는 중요하지만, 네오 서울이나 빈민가보다 중요하진 않았다.
백 년 전 대멸망을 직접 경험한 클렉시 영감에겐 말이다.
사막 한가운데 있는 이 조그만 울타리가 얼마나 소중하고 든든한지 그보다 잘 아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클렉시 영감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만일 반드시 그 아이를 죽여야겠다면 너는 어쩔 거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