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42)
342화
“오오!”
“기적이다.”
지하 깊은 곳에서 사람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오물이 흐르는 수로 옆 공터에 모여 있는 수많은 사람들.
그 한가운데서 강렬한 빛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빛의 중심에 조그만 소녀가 있었다.
양팔을 내민 채 정신을 집중하는 소녀에게서 빛이 발산되고 있었다.
그 성스러운 모습에 많은 이들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저 저주받은 피부병이 낫고 있어.”
“이건 기적이라고.”
소녀의 앞에는 노인이 누워 있었다.
전신의 피부가 짓무르고, 진물이 흘러나오던 노인의 상처가 성스러운 빛 앞에서 급속히 치유되고 있었다.
그렇게 심하던 피부병이 순식간에 치유되고, 새살이 차오르는 모습은 사람들로 하여금 기적이라 믿기 충분했다.
“이제…… 됐어요.”
소녀 레무라가 눈을 뜨며 말했다.
그녀의 얼굴엔 탈진한 기색이 역력했다.
제아무리 A급 힐러라지만, 아직 어린아이였다.
힘의 적당한 운용에 대해 배운 적도 없었다.
그 때문에 스킬을 펼칠 때마다 전력을 다했고, 금방 탈진 상태에 이르렀다.
레무라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헤더에게 말했다.
“엄마! 이제 좀 쉬고 싶어요.”
“아직 치료할 사람이 남았는데 왜 쉬어?”
“하지만 엄마.”
“됐고, 이 사람까지 치료하자.”
헤더가 뒤쪽에 누워 있는 남자를 가리켰다.
체격이 남달리 큰 남자였다.
제온이 언젠가 상대했던 크로커처럼 그의 피부도 악어처럼 우툴두툴했다.
오랜 지하 생활에 피부가 변형을 일으킨 것이다.
그의 상태는 크로커보다 심각했다.
피부가 경화되다 못해 온몸이 돌처럼 굳는 병에 걸렸기 때문이다.
남자의 이름은 바쿰.
병이 심해지기 전 이 크루의 리더였던 남자였다.
C급 무투계 각성자였다.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창 세를 무섭게 확장했다.
단단한 그의 피부엔 무기가 통하지 않았다. 어지간한 무기는 격중하는 즉시 튕겨 나갈 정도로 그의 육체는 엄청난 강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바쿰조차 천형의 굴레는 피하지 못했다.
피부가 경화되다 못해 근육까지 돌덩이처럼 굳으면서 아예 거동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것이 바쿰이 누워 있는 이유였다.
헤더가 바쿰에게 물었다.
“우리 아이가 치료해 주면 너는 우리에게 무얼 해 줄 거지?”
“추, 충성을…….”
바쿰이 다 쉰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온몸이 돌덩이처럼 굳다 못해 이제 성대까지도 석화되어 가고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지나면 성대와 폐가 기능을 잃고 말 것이다.
그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다.
지금 레무라에게 치료받지 못하면 오늘을 넘기기도 힘들 것이다.
그 사실을 알기에 바쿰은 충성을 말했다.
헤더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그 약속 반드시 지켜야 할 거예요.”
“매, 맹세!”
“좋아요. 레무라! 바쿰 님을 치료해 드려라.”
“네!”
레무라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한쪽 팔을 바쿰의 이마에 올렸다.
‘큐어!’
그녀가 스킬을 발동하자 예의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
순간 레무라는 자신의 심장에서 무형의 기운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안색이 창백해지고, 식은땀이 쉴 새 없이 흘렀다.
반면 바쿰의 상태는 눈에 띌 정도로 호전되었다.
돌덩이처럼 굳어 있던 육체가 부드러워지면서 전신에 활력이 감돌았다.
타고난 전사인 그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던 천형이 치료되고 있는 것이다.
“크워어어!”
잠시 후 바쿰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포효했다.
완전히 치료가 된 바쿰에게선 엄청난 기세가 흘러나왔다.
쿵!
바쿰이 레무라 앞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맹세했다.
“지금부터 나의 주인은 그대입니다. 그대가 원한다면 이 바쿰, 지옥불 속이라도 뛰어들겠습니다.”
그러나 레무라는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
바쿰이 치료되는 순간 정신을 잃었기 때문이다.
“호호호!”
대신 헤더가 경망스러운 웃음을 터트렸다.
***
“허억! 헉!”
제토야가 모래 위에 엎어져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주위엔 수많은 마수의 사체가 널려 있었고, 제토야의 전신은 마수의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오늘 하루 그가 상대한 마수였다.
최하급 마수인 큰 어금니 오소리였다.
F급 마수인 큰 어금니 오소리는 최소 수십 마리씩 뭉쳐 다닌다.
E급 각성자만 돼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마수였다. 하지만 문제는 놈들의 숫자였다.
최소가 수십 마리라는 거지, 보통은 백 단위로 움직인다.
F급 주제에 성질은 또 얼마나 포악한지, 자신보다 센 각성자나 마수를 만나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자신의 목숨을 도외시하고 악착같이 달려드니 어지간한 마수가 아닌 이상 큰 어금니 오소리 무리만 봐도 알아서 피한다.
제토야는 그런 큰 어금니 오소리 무리와 온종일 혈전을 치렀다.
그가 원한 것이 아니었다.
레빈이 큰 어금니 오소리 무리를 그가 있는 곳으로 몰아왔기에 어쩔 수 없이 싸운 것이다.
큰 어금니 오소리들은 정말 지독했다.
조그만 놈들이 얼마나 독한지 몸서리가 쳐질 정도였다.
제토야는 처절하게 싸웠다.
등급은 그가 훨씬 높았지만, 이런 종류의 전투를 경험한 적이 없기에 고전했다.
나중엔 제토야도 악에 받쳐 큰 어금니 오소리처럼 싸웠다.
손발을 모두 동원하고, 이빨로 물어뜯기까지 했다.
그렇게 상대해야 하는 놈들이었다.
당연히 제토야도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하아! 하아!”
큰 어금니 오소리 무리를 모두 쓰러트린 제토야는 그야말로 만신창이였다.
그런 제토야의 곁에서 레빈과 브리엘이 떠들고 있었다.
“역시 이 정도로는 약하지?”
“그런 것 같아.”
“조금 더 강한 녀석들로 몰아와야겠어.”
“가이아한테 근처에 E급 마수들 있나 알아보게 할게.”
“녀석이 회복하기 전에 싸워야 하니까 최대한 빨리 알아보라고 해.”
“응!”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제토야는 악마가 실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큰 어금니 오소리와 싸운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을 뻔히 아는 두 사람이 바로 다른 마수들을 몰아오려는 사실에 치가 떨리는 것이다.
제토야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아, 안 돼!”
“돼!”
“왜?”
“왜냐고? 그래야 강해지니까.”
“말도 안 돼!”
“돼! 인간은 궁지에 몰리면 살려고 뭐든지 하게 되어 있어.”
“지금 나를 죽이려는 거예요?”
“내가 너를 왜 죽여?”
레빈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 모습이 더 섬뜩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왜 마수를…….”
“나도 그랬어. 제온 형이 마수가 가득한 동굴에 집어넣었을 때 원망했어.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는 건지. 내가 미워서 그러는 게 아닌지. 그런데 아니더라. 제온 형이 던져 준 시련을 모두 극복하고 나니까 강해지더라고. 그러니까 너도 그럴 거야.”
“나는 형과 달라요.”
“다르지 않아. 너도, 저 녀석들도…….”
레빈이 웃으며 저 먼 곳을 바라봤다.
그곳에서도 한바탕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레빈의 친구인 애론과 도미닉이었다.
그들 역시 하급 마수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으아아!”
“차라리 나를 죽여라. 이 악마 새끼야!”
그들은 고래고래 악을 쓰며 마수 무리와 싸웠다.
브리엘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레빈 보고 악마라는데?”
“그럼 진짜 악마가 뭔지 보여 줘야지. 저쪽에도 한 무리 더 보내.”
“오케이!”
브리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가이아에게 말했다.
“들었지, 가이아?”
―삐?
“너무한 거 아니냐고? 아니야! 겨우 이 정도로 인간은 죽지 않아.”
―삐이?
“제온이 그랬어. 죽지 않을 정도의 시련은 인간을 강하게 만든다고. 설마 너 제온을 의심하는 거 아니지?”
―삐! 삐이!
“그래! 그러니까 어서 마수들을 몰아와.”
―삐이이!
가이아가 긴 울음소리와 함께 저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잠시 후 다시 나타난 가이아의 등 뒤로 수많은 마수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두두두!
지축을 울리는 마수들의 발소리에 제토야와 애론, 도미닉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이것은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이다.
레빈과 브리엘이 그들을 위해 준비한 시련은 이제 시작이었다.
***
제온은 미간을 찌푸린 채 벽에 걸린 네오 서울의 지도를 바라봤다.
그동안 노력이 헛되지 않아서 네오 서울과 빈민가에 있는 하수로의 입구에 대해 거의 파악할 수 있었다.
백 퍼센트는 아니지만, 그래도 칠팔십 퍼센트 이상 입구를 파악한 것이다.
제온은 이를 토대로 지도를 그렸다.
각 입구를 연결해 지하 하수로를 그린 것이다.
그렇게 완성된 지하 하수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했다.
어지간한 미로나 미궁 따윈 쌈 싸 먹을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문제는 이것이 완벽한 지도가 아니란 것이다.
제온이 파악하지 못한 이삼십 프로 정도의 하수로가 어딘가에 더 존재하고 있었다.
진금호조차 네오 서울 지하에 이렇게 복잡한 하수로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가 데이오든과 함께 네오 서울을 세웠을 때는 이렇게 하수로가 복잡하지 않았으니까.
그 후 증축에 증축을 거듭하고, 지하로 들어간 이들이 또 하수로를 파내면서 악어굴은 끝을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됐다.
이제 지하 하수로는 또 다른 세계라고 봐도 무방했다.
제온은 손으로 턱을 문지르며 자신이 만든 지도를 바라봤다.
“일단 내가 현재 파악할 수 있는 곳은 여기까지군. 나머지는 몸으로 부딪치면서 알아봐야 한다는 건데.”
문제는 직접 들어간다고 해서 반드시 레무라를 찾아내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레무라와 그녀의 엄마인 헤더는 악어굴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이었다.
그들이 마음먹고 잠적하면 제온이라도 그들을 찾아내는 것은 힘들었다.
결론은 하나였다.
“제토야를 키우는 수밖에 없군.”
다행히 제토야의 잠재력은 매우 높았다.
레무라가 A급으로 각성해서 그렇지, D급으로 각성한 것도 충분히 대단했다.
시작이 D급이면 C급이나 B급으로 성장할 확률이 F급보다 수십 배나 높았다.
당장은 애송이 D급 무투가지만, 가혹하게 굴리면 금방 C급으로 성장할 것이다.
다행히 제온에겐 각성자들을 빨리 성장시키는 노하우가 있었고, 그런 노하우는 레빈과 브리엘에게 전해졌다.
제온이 굳이 지시하지 않아도 두 사람이 알아서 제토야를 가혹하게 굴리고 있을 것이다.
“최대한 빨리 성장해 줬으면 좋겠는데…….”
제온이 중얼거리며 로브를 입었다.
며칠 동안 미로를 파악하느라 집에만 처박혀 있었더니 머리가 아팠다.
잠깐 외출해 바람이라도 쐬고 싶었다.
밖으로 나오자 텁텁한 바람이 불어왔다.
모래가 섞인 바람이었지만, 제온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모래가 알아서 제온을 피해 가기 때문이다.
덕분에 제온은 신선한 공기만 들이켤 수 있었다.
바람을 쐬자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하지만 거리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을 보는 순간 제온의 기분이 팍 식었다.
성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걸어오는 사제복을 입은 남자는 바로 동대문의 지배자인 요한이었다.
요한도 제온을 발견했는지 똑바로 다가왔다.
“오랜만이군, 제온!”
“길을 잃었나 보군요. 여긴 동대문이 아닌데.”
“아니, 제대로 온 게 맞네. 이렇게 자네를 만났으니까.”
요한이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제온을 바라봤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