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44)
344화
거의 한 달을 사막에서 보낸 제토야의 분위기는 이전과 확연히 달랐다.
외모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지만, 눈빛과 분위기만큼은 노련한 전사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단지 겉모습만 그럴싸한 게 아니었다.
실제로 제토야의 내면은 이전보다 훨씬 단단해진 상태였다.
레빈과 브리엘은 정말 친절하게도 제토야에게 지옥이 무엇인지 단계적으로 알려 줬다.
F급 마수로 시작해 E급 마수 무리까지 착실히 몰아와 제토야를 지옥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레빈과 브리엘은 제토야와 애론, 도미닉에게 최소한의 휴식 시간만을 주고 마수를 몰아왔다.
제온을 따라다니면서 수많은 경험을 한 레빈과 브리엘은 상대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눈썰미를 갖췄다. 덕분에 제토야 등이 죽지 않을 정도로 시련을 줄 수 있었다.
덕분에 죽어 나는 것은 제토야와 애론, 도미닉이었다. 하지만 고난은 사람을 성장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들이 겪은 고난만큼 착실히 성장했다.
그중에서도 제토야의 성장은 극적일 만큼 대단했다.
등급이 오른 것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전투 방식을 정립한 것이다.
제토야는 애론과 도미닉보다 전투 센스가 월등했다.
지하에서 태어나고 자란 제토야는 감각이 남달리 예민한 데다가, 도마뱀처럼 벽이나 천장에 붙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제토야는 마수들과의 전투를 통해 그런 자신의 능력을 활용할 방법을 터득했고, 전투에 응용했다.
바로 벽 대신 마수의 거대한 몸체에 달라붙어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 센스는 애론과 도미닉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제토야는 강해지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다.
가뜩이나 열악한 환경에서 힘이 없어 불합리한 일을 많이 겪었기에 누구보다 강해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 때문에 숨이 꼴딱꼴딱 넘어갈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치열하게 싸웠다.
그렇게 끝없이 싸우다 보니 제토야는 어느새 자신만의 전투 스타일을 확립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처음 알아차렸을 때 레빈과 브리엘이 느꼈던 황당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저렇게도 싸울 수 있구나.”
“천재네. 천재야!”
레빈과 브리엘은 제토야를 인정했다.
제토야에 비하면 애론과 도미닉의 재능은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그들은 죽을 만큼 굴려야 조금 성장하는데, 제토야는 경험치만큼 쑥쑥 성장했다.
그 결실이 지금의 모습이었다.
제온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제토야는 많이 성장해 있었다.
제온이 레빈을 보며 말했다.
“잘 굴렸네.”
“형에게 배운 노하우 다 쏟아부었거든요.”
“어쩐지…….”
“아마 같은 등급의 무투가는 제토야의 상대가 되지 않을 거예요.”
“그래?”
“네! 저 녀석의 본거지인 지하에서의 전투라면 자기보다 높은 등급도 잡을 수 있을지 몰라요.”
“고생했다.”
“덕분에 저도 많이 반성했어요. 등급 오른 것만 믿고 너무 안일하게 지낸 거 같아서. 그래서 다시 한번 달려 보려고요.”
“잘됐네.”
“네!”
뛰어난 재능은 주위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 법이다.
제토야의 재능을 본 레빈이 각성한 것처럼 말이다.
그때 제토야가 제온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저를 성장하게 해 주셔서.”
“감사는 내가 아니라 레빈하고 브리엘에게 해. 고생은 그들이 다 했으니까.”
“형과 브리엘에겐 이미 감사의 인사를 했어요.”
“잘했다.”
“헤헤!”
제토야가 멋쩍은 듯 얼굴을 붉혔다.
제온은 그런 제토야를 잠시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너에겐 미안하지만, 지금 바로 악어굴로 돌아가야겠다.”
“무슨 일 있나요?”
“동대문에서 레무라의 존재를 눈치챘다.”
“네? 어떻게…….”
“나도 자세한 이유는 모르지만, 동대문에서 레무라를 성녀라고 부르며 찾고 있다. 지금 빈민가와 네오 서울 전역에 동대문에서 나온 이들이 퍼져 있다. 그리고 조금 전 동대문에서 나온 이가 악어굴로 들어갔다.”
“벌써요? 제기랄!”
제토야의 얼굴에 다급한 표정이 떠올랐다.
레빈이 말했다.
“그럼 어서 악어굴로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나는 들어갈 수 없어.”
“네? 왜요?”
“동대문에서 나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을 거야. 내가 악어굴에 들어갔는데, 다크 세인트의 연락이 끊기면 분명 내 소행이라고 생각할 거야. 그렇게 되면…….”
“신촌과 동대문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겠네요.”
“그러니까 나는 악어굴에 들어갈 수 없어. 너희들끼리 들어가야 해.”
제온의 말에 레빈과 브리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 없이 이런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제토야만 아니었어도 굳이 이런 일에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지난 한 달 동안 제토야를 빡세게 굴리면서 레빈은 반성을 많이 했다.
지금이야 정신을 차렸지만, 예전의 그는 빈민가에서의 삶에 희망이 없다 생각해서 많은 방황을 했다.
물론 나중에 정신을 차리긴 했지만, 그래도 방황했던 기간이 적지 않았다.
제토야가 태어나고 자란 환경은 레빈에 비할 수 없이 열악했다.
그는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어두운 지하에서 태어났다. 전기조차 없어 전기 제품의 사용은 꿈도 못 꿨고,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파지는 오물과 오수를 지척에 두고 살아야 했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제토야는 단 한 번도 삐뚤어지지 않았다.
제토야의 머릿속에는 어떻게든 지하 환경을 개선해 지하의 주민들을 사람답게 살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레빈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훨씬 성숙했고, 리더의 자질을 보였다. 그런 제토야를 보며 레빈은 자신이 얼마나 안일하게 살았는지 돌아볼 수 있었다.
‘복수를 끝냈다고 그렇게 풀어져서 지내다니.’
돌이켜 볼수록 멍청한 자신의 행동에 한숨만 나왔다.
이젠 다시 자신을 조여야 할 시간이었다.
“제토야의 일은 제가 책임지고 도울게요.”
“꽤 위험할 거다. 다크 세인트라는 여자가 너와 같은 등급이지만, 오랫동안 음지의 일을 처리해 왔어. 그만큼 똑똑하고, 잔혹하다고 보면 될 거야.”
“조심할게요.”
레빈은 호언장담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갔다.
제온이 브리엘을 바라봤다.
“브리엘!”
“말해!”
“가져갈 수 있는 건 다 가져가. 뭐가 필요할지 모르니까.”
“가이아도 데려가도 돼?”
“아공간에 여유 있으면 데려가.”
“얼마 전에 확장했어. 제온만큼은 아니지만, 가이아가 충분히 쉴 수 있을 정도는 돼.”
“그럼 됐어.”
“히히! 잘됐다.”
브리엘이 가이아를 껴안으며 웃었다.
제온은 마지막으로 제토야를 바라봤다.
“제토야!”
“네! 제온 님.”
“들었다시피 동대문이 냄새를 맡았다. 레무라가 동대문에 넘어가면 지상은 물론이고, 지하에도 지옥이 펼쳐질 거다.”
제온의 말에 제토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레무라는 아직 어렸다.
선악이라는 개념이 아직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엄마인 헤더는 달랐다.
두 눈에 욕망이 그득했다.
그녀의 탐욕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레무라를 찾아 설득할게요.”
“어떤 선택을 하든, 너에게 맡기마. 악어굴과 그녀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이가 너니까.”
“고마워요. 저를 믿어 줘서.”
제토야는 진심으로 제온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제온이 아니었다면 각성하지도, 또 이렇게 체계적으로 강해지지도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마력 발전기를 비롯해 여러 가지를 지원해 준 덕분에 그가 이끄는 마을 사람들의 삶이 조금은 나아졌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제토야를 도와주고도 어떤 대가를 바라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게 대가 없이 남을 도와주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제토야는 잘 알고 있었다.
제토야는 제온에게 반드시 은혜를 갚겠다고 다짐했다.
집에 돌아온 그날 제토야와 브리엘, 레빈은 바로 지하 하수로로 들어갔다.
***
아이들을 보낸 후 제온은 홀로 밖으로 나왔다.
어디선가 그를 지켜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의 예상처럼 동대문에서 그에게 감시를 붙인 것이다.
다크 세인트 중 한 명이 은신 스킬을 펼쳐 그를 감시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된 게 예상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을까?’
제온이 피식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감시하는 자 때문에 지하로 갈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이곳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은 있었다.
은밀한 감시 속에서 제온이 찾아간 곳은 바로 이튼의 사무실이었다.
“헛! 어서 오십시오, 제온 님!”
제온을 보자마자 이튼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구십 도로 인사를 박았다.
제온 덕분에 신촌의 지배자가 됐고, 목숨도 여러 번 구했다.
동대문에 신촌이 반쯤 장악당했을 때도 제온이 구해 줬다.
그 때문에 제온을 향한 이튼의 충성심은 예전에 비할 수 없이 올라간 상태였다.
“잘 있었나요?”
“제온 님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이튼 님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어떤 일이라도 명령만 내려 주시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온 님의 명령이라면 목숨을 버릴 놈들이 줄 서 있습니다.”
이튼이 급히 대답했다.
제온이 그런 이튼을 보며 웃었다.
“목숨을 버릴 정도로 대단한 일은 아니에요.”
“그럼?”
“소문 좀 내야겠어요.”
“어떤 소문 말입니까?”
이튼의 눈이 반짝였다.
“동대문이 찾고 있는 성녀가 사실은 각성자이고, 대단한 힐러라고 말입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아는 게 중요하죠. 어떤 뜻인지 아시죠?”
“아, 넵! 물론입니다. 성녀가 사실 각성자라면 어떤 세력이든 영입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다들 눈에 불을 켜고 힐러를 찾겠군요.”
“아마 그렇겠죠.”
“흐흐! 정말 대단하십니다. 겨우 거짓 소문 하나로 동대문의 행사를 방해할 생각을 하다니.”
이튼이 엄지를 치켜올렸다.
그는 제온이 동대문의 행사를 방해하기 위해 거짓 소문을 흘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성녀가 진짜 힐러일 줄은 생각하지 못하고 말이다.
성녀가 사실은 힐러라는 소문이 퍼지면, 동대문뿐만 아니라 많은 세력이 그녀를 찾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먼저 찾아 포섭하는 세력이 임자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동대문이 힐러가 성녀니 내놓으라고 해도 버티면 그만이었다.
세력 간의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많은 사상자가 나올 수도 있었다.
그래서 제온 역시 처음엔 레무라의 존재를 감추려고 했다.
동대문과 다른 세력들의 전쟁으로 네오 서울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혼란을 막을 수 없었다.
동대문은 광신도들의 집단이었다.
요한의 명령을 완수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
레무라를 찾든, 못 찾든 다른 세력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었다.
결국 네오 서울의 혼란은 예정된 사건이었다.
그렇다면 혼란을 늦추기보단 오히려 빨리 앞당기는 것이 나을 수 있었다.
힘이 응집돼 폭발하기 전에 일부러 김을 빼서 폭발력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힐러에 대한 소문을 퍼트리려는 것이다.
다른 세력들도 본격적으로 나서게 하도록.
아마 기계화 각성자들이 주를 이루는 서 구역을 제외한 모든 세력들이 레무라를 찾아 움직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동대문도 악어굴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지 못할 것이다.
제온이 말했다.
“알죠? 소문의 출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은밀해야 한다는 거.”
“그럼요. 그게 또 우리 전문 아니겠습니까?”
이튼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날 이후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이 네오 서울에 은밀히 퍼져 나갔다.
―고등급 힐러가 각성했다. 동대문의 광신도들이 힐러를 찾아 독점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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