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45)
345화
“하! 그러니까 요즘 바퀴벌레들을 풀어놨던 게 고등급 힐러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남 구역의 지배자 샤오룬이 어이없다는 a표정을 지었다.
최근 들어 낯선 이들이 남 구역에 자주 출몰한다는 보고를 받기는 했다. 하지만 크게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남 구역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장벽으로 격리된 곳이 아니었다. 많은 길이 네오 서울 곳곳으로 뚫려 있으니 언제든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다.
낯선 이들이 들어왔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남 구역을 기반으로 둔 각성자나 주민 들도 일 때문에 다른 구역으로 쉽게 넘어가니까.
문제는 지금 남 구역에 자주 출몰하는 이들이 동대문의 광신도들이라는 것이다.
광신도들이 동대문에서 넘어온 것은 아니다.
원래 있던 네오 서울 주민들이 요한에게 감화되어 신도가 된 것이다. 그들은 네오 서울 안에서 요한을 위해 움직인다.
지금 남 구역에 나타난 동대문의 신도들이 그런 이들이었다.
네오 서울 주민인 주제에 요한을 신봉하는 이들.
문제는 그런 이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샤오룬이 그들을 괜히 바퀴벌레라고 칭하는 것이 아니었다.
샤오룬이 부하에게 물었다.
“고등급 힐러라면 어느 정도 수준이라더냐?”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각성부터 A급이었다고 합니다.”
“하! 그러니 동대문의 바퀴벌레들이 혈안이 되어 찾지. 그 정도라면 성녀라고 둘러대도 다 믿겠어.”
샤오룬의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각성자는 아무리 많이 있어도 부족하다.
힐러처럼 희귀한 존재라면 더더욱 그렇다.
힐러는 극히 희귀해 멸종 직전의 동물과도 같았다.
애초 힐러로 각성하는 자부터 드문 데다가 키우는 데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그렇게 애써 키워도 효율이 좋지 못하다.
금이야 옥이야 키워 봤자 C나 D급이 전부였다.
남 구역에 있는 힐러들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도 보물 대접을 받는다.
C나 D급만으로도 죽어 가는 자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그러니 누군가 힐러로 각성했다고 하면 모든 구역에서 달려들어 확보하려 했다.
그런데 이번엔 A급 힐러였다.
그것도 시작부터 A급인 초강 힐러.
이 정도면 S급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부하가 말했다.
“A급 힐러가 동대문 손에 들어가면 그 광신도들의 세가 크게 확장될 겁니다.”
“놈들의 세력이 확장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문제는 다른 구역이 그 힐러를 확보하는 거지.”
“그럼 저희도…….”
“A급 힐러를 확보해. 지원은 얼마든지 해 줄 테니까.”
“알겠습니다.”
“명심해! 우리가 확보하지 못할 것 같으면 다른 놈들도 가질 수 없게 만들어. 무슨 말인지 알지?”
“물론입니다.”
부하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샤오룬이 그런 부하를 향해 손을 내저었다. 나가라는 신호였다.
부하가 나가고 혼자 남은 샤오룬이 중얼거렸다.
“좋은 것은 당연히 내가 가져야지.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남도 가질 수 없게 부숴 버려야 하고…….”
***
정상모는 동 구역에 사는 각성자였다.
D급 무투가.
가장 흔한 클래스였다.
동 구역의 각성자들을 싹 다 모아 보면 아마 정상모 같은 등급의 클래스가 제일 많을 것이다.
그 때문에 정상모는 동 구역에서 그리 중용받지 못했다.
워낙 대체할 인원이 많다 보니 평범한 임무만 받았다.
정상모는 그게 늘 불만이었다.
자신의 능력에 비해 대접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때 정상모에게 접근한 곳이 바로 동대문의 신도였다.
신도에게 감화된 정상모는 기꺼이 동대문의 신도가 됐다.
동대문에서는 정상모에게 많은 지원을 해 줬고, 덕분에 그는 빠른 속도로 동 구역의 주요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런 정상모에게 얼마 전 동대문에서 은밀한 연락이 왔다.
바로 성녀를 찾으라는 것이었다.
성녀를 확보하면 동대문에서 더 높은 직위에 올라갈 것이고, 결과적으로 동 구역에서도 승승장구할 수 있을 것이다.
욕심에 눈이 먼 정상모는 몇몇 신도들과 함께 네오 서울 전역을 뒤지고 다녔다.
처음엔 자신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동 구역을 주로 뒤졌다. 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하자 점점 활동 영역을 넓혀 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남 구역에 들어와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남 구역의 각성자들이 포위하고 있었다.
남 구역의 각성자들이 정상모를 보고 이죽거렸다.
“아니, 왜 동 구역의 각성자가 남 구역에 들어온 거야?”
“내가 못 들어올 이유가 있나?”
“그냥 들어온 거라면 문제가 되지 않지. 나도 동 구역에 자주 놀러 가니까. 하지만 힐러, 아니 성녀를 찾으러 온 거라면 문제가 되지.”
“그걸 어떻게?”
정상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너무 당황해 시치미 떼야 한다는 것도 잊어버린 것이다.
그의 반응을 본 남 구역 각성자가 재밌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흐흐! 역시 내 짐작이 맞았네.”
“제기랄!”
정상모가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눈치챘지만, 이미 늦었다.
남 구역의 각성자가 이죽거렸다.
“이 사실을 세든 프라이스 님이 아시면 좋아하겠군. 자신의 부하가 동대문의 광신도가 되어 그들을 위해 일한다니.”
“닥쳐랏!”
“닥치긴 뭘 닥쳐?”
“씨발!”
정상모가 화를 참지 못하고 이죽거리는 남 구역의 각성자에게 달려들었다.
슈악!
그의 검이 남 구역 각성자의 목을 노리고 쏘아졌다. 하지만 남 구역의 각성자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가 도끼를 꺼내 바로 정상모의 검을 후려쳤다.
파캉!
쇳소리와 함께 튕겨 나가는 정상모의 검.
당황한 정상모가 부하들에게 외쳤다.
“모두 저 새끼 죽엿!”
“저 새끼들 모조리 조져.”
남 구역의 각성자도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우와악!”
“씨발! 죽엇!”
콰쾅!
양측 각성자들이 격돌했다.
피가 튀고, 비명이 난무했다.
부상자가 속출하고, 죽는 자들도 나왔다.
문제는 이런 싸움이 비단 이곳에서만 벌어진다는 것이 아니었다.
네오 서울 곳곳에서 이런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
동대문 신도들과 각 구역 각성자들의 싸움으로 네오 서울의 분위기는 살벌해졌다.
충돌을 막기 위해 시청에서 주요 지역마다 병력을 파견해 질서를 유지하려 했지만, 네오 서울 전체를 커버할 수는 없었다.
시청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는 계속 각성자들 간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었다.
“하아! 개판이네.”
맨디가 한숨을 내쉬었다.
네오 서울에 난리가 나면 시청 공무원들이 제일 고생이다.
문제가 크든 작든 원인을 파악해 대책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일 먼저 소집되어 현장에 파견된다.
맨디도 그렇게 소집되었다.
슈퍼바이저라고 해서 큰 특혜도 없다.
별다른 임무가 없을 때는 이렇게 자질구레한 일에 동원되는 것이 그녀의 신세였다.
그녀가 나와 있는 곳은 바로 시청과 북 구역의 경계였다.
이곳에서도 각성자 간의 전투가 벌어져서 사상자가 꽤 많이 나왔다. 그 때문에 시청에서 각성자들을 파견해 질서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아니, 갑자기 다 미쳤나? 이게 웬 난리입니까?”
같이 파견 나온 시청 각성자가 투덜거렸다.
편히 쉴 시간에 끌려 나오다 보니 그의 표정은 꽤나 험악했다.
그나마 맨디야 이렇게 끌려 나온 이유라도 알고 있지, 다른 각성자들은 네오 서울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조차 알지 못했다.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맨디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각성자들이 단체로 미쳤나 보죠.”
“그렇다고 이렇게 곳곳에서 싸워요? 이거 테러 아닙니까? 그럼 본격적으로 개입해야죠.”
“이 이상 어떻게 본격적으로 개입해요? 그냥 대충해요.”
“대충이라뇨?”
“우리를 동원한 것만 봐도 위의 생각을 알 수 있잖아요.”
“네? 생각이라뇨?”
투덜거렸던 각성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잖아요? 정말 각성자들 간의 충돌을 막으려고 했으면 우리를 보냈겠어요? 정예 부대를 거리에 깔거나, 공문을 보내 각 구역에 경고했겠죠.”
“아! 그러고 보니…….”
“그냥 요식 행위예요. 시청에서 이렇게 대응하고 있다고 보여 주는……. 시청에서는 이들을 막을 생각이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도 보여 주기 식으로 서 있다가 고이 집으로 돌아가면 돼요.”
“맨디 님은 정말 똑똑하네요. 어떻게 그런 걸 다 알아요?”
각성자가 감탄했다는 표정으로 맨디를 바라봤다.
맨디가 피식 웃었다.
조금만 생각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적어도 네오 서울의 권력 관계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많은 각성자가 그런 쪽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만일 맨디도 제온을 만나기 전이었다면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제온을 통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건의 전말을 파악했기에 시청의 의도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시청은 언제나 균형을 원한다.
각 구역이 너무 약해지는 것도, 그렇다고 너무 강해지는 것도 원치 않는다.
적당한 수준에서의 균형을 원하는 것이다.
그건 빈민가에도 해당된다.
빈민가에서 어느 세력이 독보적으로 확장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 대상이 동대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종교에 미친 인간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꽃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그들이 일으킨 불꽃이 네오 서울 전역을 불태울 수 있기에 항상 주목한다.
뿌리째 뽑아 버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종교라는 것은 원래 탄압을 받으면서 성장하는 속성이 있었다.
탄압받는다고 생각하면 동대문은 더욱 똘똘 뭉칠 테고, 그렇게 되면 오히려 문제가 커진다. 그래서 적당한 수준에서 제어하려 한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그때였다.
쾅!
맨디와 시청 각성자들이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폭음이 터져 나왔다.
또다시 각성자들 간의 전투가 벌어진 것이다.
“씨발!”
“왜 하필 우리가 있는 곳 근처에서…….”
시청 각성자들이 욕설을 내뱉으며 달려가려 할 때 맨디가 그들 앞을 막아섰다.
“잠깐만요.”
“왜?”
“조금 천천히 가요. 굳이 우리까지 싸움에 휘말릴 이유가 없잖아요.”
“아!”
“싸움이 다 끝나고 가도 늦지 않아요. 우리는 출동했다는 기록만 남기면 되니까.”
맨디의 말에 시청 각성자들이 여유를 찾았다.
눈앞에서 일어나는 싸움을 보고도 개입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된다. 하지만 싸움이 끝난 후에 도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뒷수습이나 조금 하는 시늉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럼 조금 쉬다 갈까?”
“그러고 보니 한 번도 화장실에 가지 않았군. 잠깐 다녀올게.”
“천천히 와.”
시청 각성자들이 웃으며 대화했다.
맨디는 그런 각성자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하루 전 제온은 아르고스의 눈을 이용해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네오 서울 같은 첨단 도시에서 시대에 뒤지게 웬 편지를 보내나 싶겠지만, 비밀을 유지하는 데 이만한 수단도 없었다.
편지에는 동대문이 찾고 있는 이가 갓 각성한 힐러란 사실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이 일로 인해 각 세력이 어떻게 움직일지 제온의 예상이 적혀 있었다.
제온이 그녀에게 이 사실을 가르쳐 준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시청에서도 원치 않을 거라면서 말이다.
‘시장님이나 서태란이라면 이번 기회에 양털 깎기를 시도할 거라고 했지.’
말 그대로 던전 공략이나 각종 이권 사업을 통해 각 구역들이나 동대문 모두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진금호나 서태란이 그들이 순탄히 성장하는 것을 두고 볼 리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놀랍게도 모든 것이 제온이 예상한 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제일 무서운 것은 제온 님이라니까. 모두 그의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잖아.’
문득 소름이 오소소 올라왔다.
맨디는 맹세했다.
‘어우! 그 사람하고는 절대로 적이 되지 말아야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