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346)
346화
예배당 한가운데 요한이 홀로 서서 거대한 십자가를 올려다봤다.
십자가를 바라보는 그의 눈엔 은은한 붉은빛이 어려 있었다.
그때 요한의 뒤로 누군가 조용히 다가왔다.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요한 님!”
붉은 수사복을 입은 이는 바로 이단 심문관인 조슈아였다.
요한이 조슈아를 보며 말했다.
“흠! 될 수 있으면 좋은 소식이었으면 좋겠는데, 그게 아닌 것 같구나.”
“죄송합니다.”
“됐다. 보고나 하거라.”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무슨 뜻이냐?”
“우리가 찾는 성녀가 사실은 고등급 힐러라는 사실을 모든 세력들이 알게 됐습니다.”
요한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네오 서울에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습니다. 그 때문에 각 구역과 공략대도 성녀를 확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어떻게 소문이 퍼질 수 있어? 설마 우리 신도들이 떠들고 다닌 거야?”
“죄송합니다. 소문의 출처를 파악하고자 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습니다.”
조슈아가 마치 자신이 죄를 지은 것처럼 고개를 숙였다.
요한이 벌게진 얼굴로 물었다.
“그래서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네오 서울 내 신도들의 연락이 하나 둘 끊기고 있습니다.”
“당했다는 거군.”
“아시다시피 저희가 네오 서울 내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엔 한계가 있습니다. 그나마 어렵게 확보한 신도들이었는데…….”
조슈아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네오 서울에 제대로 된 신도 한 명을 포섭하기 위해선 막대한 돈과 시간이 든다. 그렇게 어렵게 포섭한 신도들이기에 더할 수 없이 귀했다.
그런 신도들에게서 연락이 끊기고 있었다.
다른 각성자들과의 전투에서 목숨을 잃은 것이 분명했다.
동대문으로서는 뼈아픈 손실이었다.
지금 인원을 네오 서울에서 다시 확보하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요한이 십자가를 바라봤다.
조슈아는 그런 요한을 말없이 바라봤다.
한참이나 십자가를 응시하던 요한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반드시 우리가 성녀를 확보해야 한다. 성녀만 포섭하면 그따위 손해 금방 만회할 수 있어. 성녀에 대한 단서는 아직 찾지 못했나?”
“죄송합니다.”
“더 많은 신도를 투입해 더 열성적으로 찾아. 참 다크 세인트들에게선 연락이 없었나?”
“아직 특별한 소식은 없습니다. 참, 몇 명이 연락 두절됐습니다.”
“다크 세인트들마저 당했단 건가?”
겨우 안정을 찾았던 요한의 표정이 다시 일그러졌다.
다크 세인트는 음지에서 동대문을 지키는 성직자들이었다.
당연히 다른 전력들보다 키우는 데 몇 배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크 세인트의 손실은 다른 신도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마텔, 엘릭슨, 첸시. 이 세 명이 연락되지 않습니다. 마텔과 엘릭슨은 구로에서, 첸시는 신촌에서 연락이 끊겼습니다.”
“신촌?”
요한의 눈동자가 섬뜩하게 빛났다.
신촌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가 있기 때문이다.
“제온이 첸시를 제거한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제온에겐 이십사 시간 감시가 붙어 있는데, 아직까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확실해? 놈의 능력이라면 감시의 눈길 따위 속이는 것은 일도 아니야.”
“루보 님이 직접 감시하고 있습니다.”
“으음!”
요한이 침음성을 흘렸다.
루보의 능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불경스럽게도 ‘신의 눈’이라는 별명을 가진 자가 바로 루보였다. 하지만 그만큼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각성한 스킬은 천리안.
이름처럼 천 리 밖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수 킬로미터 정도는 정밀 감시할 수 있었다.
천리안의 진가는 바로 그 어떤 환영이나 결계도 꿰뚫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속임수도, 거짓된 모습도 루보의 천리안에겐 통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감시의 스페셜리스트인 것이다.
그 때문에 동대문에서도 주요 대상을 감시할 때만 루보를 동원했고, 이번엔 제온이 그 대상이었다.
“루보가 직접 감시했다고?”
“네! 이십사 시간 붙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온은 아니겠군.”
요한의 표정이 더욱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루보가 직접 감시했다면, 믿을 수 있었다. 제아무리 제온이라도 루보의 눈은 피하거나 속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제온은 범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묘하게 찝찝한 기분을 떨쳐 낼 수 없었다.
“소식이 끊긴 다크 세인트들의 행적 추적하고, 제온에 대한 감시도 더 강화해.”
“루보 님 말고 더 사람을 붙이란 말씀입니까?”
“이중 삼중으로 강화해 놈의 일거수일투족을 완벽하게 감시해.”
“알……겠습니다.”
“제온! 가만있을 놈이 아닌데, 가만히 있다는 게 더 수상해. 놈에게 무언가 있어.”
요한은 제온을 숙적이라고 생각했다.
이제까지 여러 번 제온에게 막혀 일을 성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연거푸 실패를 안겨 준 이는 제온이 유일했다, 그래서 더 신경 쓰였다.
‘제온! 제온!’
요한은 제온의 이름을 몇 번이나 되뇌었다.
***
지하 하수로를 걷던 첸시가 잠시 멈춰 주위를 둘러봤다.
불빛 한 점 보이지 않았다.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 속에서 홀로 헤매는 기분이었다.
체감상 들어온 지 며칠은 지난 것 같았다.
외부와의 연락은 당연히 끊겼다.
원래 다크 세인트는 주기적으로 동대문에 자신의 위치를 보고해야 했다. 하지만 지하 하수로에서는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이곳은 지상과는 별개의 세계였다.
첸시는 자신의 발밑에 이렇게 어둡고 음습한 세계가 존재하는지 처음 알았다.
자신의 손조차 보이지 않는 짙은 어둠에 후각을 자극하는 지독한 악취.
만일 그녀가 각성자가 아니었다면 벌써 미쳤을 것이다.
그만큼 이곳의 상황은 열악하다 못해 최악이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지상으로 올라가지 않고 계속 지하 하수로를 걷는 것은 숭고한 사명 때문이었다.
‘성녀께서 이곳에 계신다면 반드시 모시고 지상으로 올라갈 것이다.’
원래 아름다운 꽃은 가장 더럽고 어두운 곳에서 피어나기 마련이었다. 정말 성녀가 이곳에서 태어났다면 그녀를 모시고 지상으로 올라가는 것이 그녀의 사명이었다.
첸시는 그런 사명감으로 열악한 환경을 견디며 앞으로 나갔다. 그렇게 얼마나 나갔을까? 갑자기 그녀의 시야에 한 줄기 빛이 보였다.
“아!”
빛을 발견한 첸시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나오는 한 줄기 빛은 그녀에게 광명 같았다.
첸시는 서둘러 빛이 나오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바로 제토야의 마을이었다.
마을 한가운데서는 마력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었고, 곳곳에 전등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그리고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첸시의 낯빛이 환해졌다.
반면 낯선 이를 본 마을 사람들의 얼굴엔 경계의 빛이 떠올랐다.
“누구냐?”
“지상인이다.”
첸시의 복장만 보고도 그들은 그녀가 이곳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아차렸다.
첸시가 양팔을 들며 그들에게 말했다.
“저는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신이 여러분을 불쌍히 여겨 보낸 사자예요.”
“신?”
“네! 신께서는 여러분들을 항상 굽어보고 계신답니다.”
“거짓말! 그런 게 어딨어?”
“신이 있다면 우리가 왜 이런 고생을 하는데.”
첸시의 말에 마을 사람들이 반발했다.
지하 하수로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은 신을 믿지 않는다.
정말 신이 존재한다면 그들을 이런 더러운 곳에서 나고 자라게 하지 않았을 거란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예상치 못한 사람들의 반발에 첸시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상에서도 동대문의 신도라고 하면 색안경을 쓰고 보는 이들이 많았지만, 이처럼 대놓고 반발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모두가 동대문의 힘을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달랐다.
그들에게 동대문은 그리 무서운 존재가 아니었다.
동대문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존재 자체를 모르니 당연히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첸시는 그런 마을 사람들을 차분히 설득하고자 했다.
“여러분! 신께서는 실제 존재한답니다. 저를 믿고 도와주면 신께서 계신 성전으로 여러분을 모실게요. 아울러 풍족한 먹을거리와 잠자리도 마련해 주겠어요.”
“먹을 것과 잠잘 곳을 준다고?”
“네! 지상에 여러분들이 기거할 곳을 마련해 줄게요. 이렇게 더럽고 습한 곳보다 지상이 낫지 않겠어요.”
“씨발! 누굴 놀리는 건가?”
“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리에게 햇볕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몰라서 하는 소리야? 햇볕을 받으면 우리는 피부가 모조리 타 버린다고.”
마을 사람 중 하나가 악에 받쳐 소리쳤다.
첸시는 모르고 한 말이지만, 그녀의 말이 지하에 사는 사람들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각성하지 않는 이상 이들이 지상에 올라가 사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 사실도 모르고 첸시가 멋대로 떠드니 화가 나는 것이다.
“꺼져! 씨발!”
“지상 것은 땅 위에서나 살아. 괜히 이곳까지 기어들어 오지 말고.”
사람들의 격렬한 반발에 첸시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눈빛이 싸늘하게 바뀌었다.
기본적으로 그녀는 포교자가 아니었다.
다른 신도들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을 붙잡고 신을 믿으라고 강요하는 부류가 아니라, 신의 가르침을 믿지 않는 자를 처단하는 부류였다.
첸시는 좋은 말로 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혹시 이곳에 특별한 능력을 가진 여자가 있나요? 예를 들어 치유 불가능한 병을 낫게 하는 그런 이적을 보인 여자아이요.”
“허, 헛소리 마라.”
“그런 게 있을 턱이 없잖느냐?”
예상치 못한 질문에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첸시의 눈빛이 더 서늘하게 변했다.
“있군요.”
사람들의 격렬한 반응만 봐도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이곳에 그녀가 찾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첸시가 냉기를 풀풀 날리며 말했다.
“그녀를 내놔요. 그녀는 이런 더러운 곳에 있을 사람이 아니에요.”
“웃기지 마.”
“어디서 개소리를…….”
몇몇 건장한 남자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첸시에게 달려들었다.
순간 첸시의 손에서 은빛 섬광이 번쩍였다.
서걱!
섬광은 선두에서 달려들던 남자를 순식간에 잘라 버렸다.
후두둑!
달려오던 모습 그대로 상·하체가 분리되어 쓰러지는 남자.
잘린 단면에서 내장과 피가 쏟아져 나왔다.
그 끔찍한 모습에 마을 사람들이 비명을 터트렸다.
“아악!”
“살인이다.”
첸시는 그런 사람들의 반응에 싸늘히 웃었다.
“그러니까 좋은 말로 했을 때 들었어야지.”
그녀의 손에는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 은사가 들려 있었다.
거미 마수에게서 추출한 거미줄을 베이스로 여러 금속을 섞어 만든 그녀만의 무기였다.
검보다 날카롭고, 채찍보다 유연하며 훨씬 길다.
그녀가 신의 단죄라고 이름 붙인 은사의 살상 반경은 수십 미터가 넘었다.
촤학!
“으악!”
첸시가 손가락을 까닥이자 은사가 뻗어 나가 근처에 있던 남자의 목을 성둥 잘라 냈다.
머리를 잃은 채 피분수를 뿜으며 쓰러지는 남자의 동체.
순식간에 두 명의 목숨을 빼앗은 첸시가 말했다.
“앞으로 내가 질문을 몇 번 할 거예요. 내 질문에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을 때마다 이렇게 한 명씩 죽어 나갈 거예요.”
“…….”
“우선 이적을 보인 여자아이의 이름을 말해요.”
“…….”
모두가 눈치를 보며 망설일 때였다.
서걱!
“컥!”
첸시의 은사가 마을 사람 중 한 명의 목숨을 앗아 갔고, 사람들은 얼음처럼 굳어 버렸다.
“이름?”
“제기랄! 레무라. 그 아이의 이름은 레무라요.”
결국 누군가 레무라의 이름을 실토했다.
첸시의 입가에 어린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이렇게 솔직히 말해 주니 얼마나 좋아요? 우리 앞으로도 이런 진솔한 대화를 계속하자구요. 그녀가 지금 이 마을에 있나요?”
“그녀의 엄마가 데리고 떠났소.”
“왜 마을을 떠난 거죠?”
“엄마가 욕심이 대단하오. 딸의 능력을 빌미로 마을을 지배하에 두길 원했지만, 이뤄지지 않자 떠났소.”
“그리고요?”
첸시의 질문은 계속 이어졌고, 공포에 질린 사람들은 감히 속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계속 대답해야 했다.
오